태영호와 김재원이 징계를 받았다. “김재원, 당원권 정지 1년…태영호, 당원권 정지 3개월” (kbs.co.kr)
사고 친 걸로는 태영호가 더 쎈 데 징계는 김재원이 더 받았다. 기간보다는 다음 총선에 공천을 받을 수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이다. 내년 총선때까지 당원권이 정지되는 김재원은 총선때 공천에서 아예 배제가 된다. 태영호는 (이번 일로 총선 공천에서 사전에 컷오프 될 확률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공천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두 사람의 징계 수위의 차이는 최고의원을 사퇴했느냐 안했느냐로 갈린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두 명의 최고위원이 차이나게 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김재원편과 태영호 편으로 나뉘어서 적어보고자 한다. 1편은 김재원 편으로 태영호와 김재원, (1) 김재원 - 사퇴하지 않는 자 (tistory.com) 을 참조하면 된다.
태영호는 비박, 온건, 중도성향을 가진 국회의원으로 분류된다. 박근혜의 탄핵에 동조하며 5.18의 북한개입설은 부정하며 5.18에 대해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4.3 사건에 대해 북한이 시켰다는 주장을 철회하지 않고 김구 선생님이 김일성에서 이용당했다는 주장도 계속 하는 걸로 보아 자신이 북한에서 교육받았던 내용을 귀순을 하고도 아직 신봉한다. 한마디로 평하자면 말로는 대한민국인이 되었다는데 내용물은 아직 북한인 일 때가 자주 보이는 사람이다.
태영호는 탈북자 출신의 정치인(국회의원)이다. 태영호는 북한에 있을 때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대사 다음 서열인 공사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북한에서도 유럽통에다가 엘리트중의 엘리트로 북한기준 창창한 미래가 보장된 사람이 귀순한다고 해서 말이 많았다. 박근혜 대통령 때의 일이다(2016년 8월). 태영호가 귀순하기 전 박근혜가 제71주년 광복절 축사에서 북한 당국의 간부들과 주민들을 거론하며 "통일은 여러분 모두가 어떤 차별과 불이익 없이 동등하게 대우받고 각자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며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태영호를 염두에 둔 것 같다는 해석도 나왔다. 황장엽 처럼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것도 아니라서 귀순동기에 대해 말이 되게 많았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징계가 예정되었다느니 하는정치적인 이유보다는 그냥 북한 외교관으로 사는 것이 경제적으로 힘들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귀순한 태영호는 북한관련 연구관을 거쳐 2020년에 국회의원 선거에 강남에서 출마해서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킨다. (파란이라는 표현은 태영호의 득표율 때문에 붙였다. 실제 태영호는 4선 의원 출신의 경쟁자를 더블스코어로 눌렀으며 국민의힘당의 지지기반인 영남권에서도 태영호보다 더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이를 찾기 어렵다는 놀라운 결과를 받아들었다. 하지만 반대자들에게서는 누구보다 빨갱이 싫어하는 강남구민들이 진성 빨갱이를 뽑은 날이었다 라는 비아냥들이 날아들었다) 국회의원이 된 태영호는 그냥 소리소문 없이 살아가다가 이준석 체제가 무너지고 새롭게 지도부를 뽑는 선거에 출마하여 지지율 꼴찌의 최고위원 후보에서 최고위원 당선이라는 놀라운 성과까지 거두었다. 이렇게 일이 잘 풀려서일까 태영호는 4.3 사건과 김구선생님에 대한 이야기들로 갑자기 무리수들을 두기 시작한다.
그러던 태영호가 정말 사고를 거하게 쳤다. 대통령실의 공천 개입으로도 볼 수 있는 녹취록이 터져버린 것이다. (MBC의 녹취록 보도로 촉발된 이 사건에 대한 정보와 나의 의견을 대통령실과 공천권. 과거로의 회귀. (tistory.com) 에다가 적어보았었다) 이 녹취록의 내용을 요약하면 보좌관들에게 이진복 정무수석이 태영호 자신에게 '다음 공천 받으려면 대통령 엄호를 열심히 해야한다고 이야기 했다. 그 말 듣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라는 이야기 이다. 실제로 정신이 번쩍 든 건지 이 녹취록에서 말한 날 그 다음날 부터 야당의 공격으로부터 대통령의 엄호와 대통령 찬양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바로 위에 링크된 글에 자세하게 적어두었으니 잘 기억이 안나면 읽어보시길)
이렇게 사고는 쳤지만 유출한 놈 잘못이지 내 잘못은 없다라고 주장하던 태영호는 이 일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당대표에게도 날을 세우면서 달려들었다. 당대표(김기현)가 옆에 있는 최고회의에서 김기현이 전광훈에게 도와달라고 전화했다는 사실을 저격해버렸다. '나는 (누구처럼) 엄한 곳에 구걸하지 않았다'라는 말로 그대로 들이 받아버린 것이다(이런 태영호의 투쟁본능은 지난 국회의원 공천과정에서도 나타났다. 태영호는 국회의원 선거 공천에서 강남에 전략공천된 사람이다. 그런데 선대본부장으로 오는 김종인이 태영호를 강남에서 빼자고 하자 그대로 김종인마저 들이받은 경험이 있던 사람이다. 김종인이 뇌물수수로 구속된 전력을 두고 나는 뇌물받지 않았는데 왜 내가 자격이 안되는것이냐 라고 직격해버렸다. 김종인은 화가 났겠지만 이 일을 크게 만들면 전체적으로 마이너스가 될 거라는 생각에 자신의 주장을 철회하고 태영호와 화해한다는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이렇게 자기에게 불리하면 투사처럼 싸우던 태영호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갑자기) 이번 일은 모두 다 자기 잘못이고 자기 거짓말이며 이정복은 잘못이 없다(아무 말도 안했다)는 태도로 바뀌어 버렸다(하지만 최고위원 사퇴는 안한다는 태도였다). 내 생각에는 실제로도 이정복은 대놓고 공천이나 대통령 엄호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본인도 그런 말 한 적이 없다고 하는 것이고. 하지만 그렇게 이해할 수 있게 돌려 말했을 것 같다(이에 대해서는 예전에 쓴 글에서 자세하게 적어보았었다). 태영호는 자기가 다 잘못을 안고 가서 이정복을 보호하면 대통령실에서도 성의를 보여주겠지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 즉 설마 나를 자를까라는 생각으로 최고위원 자리는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윤리위원회에 출석하였을 때도 최고위원 사퇴는 없다면서 '제가 사퇴할 거면 여기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인터뷰를 하였다. 즉 윤리위원회에 나가는 행위를 일종의 요식행위라고 생각한 것 같다.
하지만 윤리위원회가 징계 결정을 몇 일 미루자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언론에서는 당이나 대통령실이 태영호의 자진사퇴를 원한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자진사퇴 없이 징계가 되면 최고위원자리가 궐석으로 비어 버리는데 김재원까지 2명의 자리가 비게 될 수 도 있다. 이는 새 당대표를 뽑고 안정화를 추진하던 국힘당에 좋은 모습은 아니다. 그래서 1명 정도의 자리 비는 거는 감당하겠다는 각오로 태영호를 압박했던 것 같다. (1편으로 쓴 김재원편에도 적어두었지만 김재원은 전광훈과의 단절을 상징하는 의미로 완벽하게 버리기로 했을 것이다) 즉 '태영호 너라도 상황판단 잘해서 자진사퇴하라. 일단 국회의원직은 유지되잖아'라는 식의 압박이 들어간 것 같다. 아니나 다를까 태영호는 사퇴 안한다는 입장을 번복하고 최고위원직을 사퇴 하였다. 이 사퇴로 인해 다음 총선 공천을 받을 수 있는 나름 가벼운 3개월의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게 된다(실제로는 총선 공천에서 컷오프가 유력하지만 그래도 아예 공천 못받는 김재원보다야 훨씬 나은 상태이다).
녹취록에 있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대통령실의 정무수석은 공천개입이라는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셈이 된다. 만약에 태영호의 말 그대로 녹취록이 태영호의 거짓말이라면 태영호는 대통령실(의 정무수석)을 음해하고 당의 위신을 떨어뜨린 범죄를 저지른 것이 된다. 어떻게 해도 태영호 또는 이정복, 둘 중 한 명은 강력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즉 이정복과 태영호 둘 중에 한 명은 정말 강력한 징계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정복은 아무런 징계도 없고 태영호에게는 가벼운 징계만을 주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해도 정무수석의 잘못을 덮으려고 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그렇게 봐서 그런가...). 진짜 정무수석이 깨끗하다면 태영호가 정무수석을 이용하는 그런 큰 거짓말을 한 것인데....
어째든 태영호는 사퇴하지 않으려 했으나 압력에 못이겨 사퇴해버린 꼴이 되었다. 잘못이 없다는 태도를 바꾸어 징계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자신에게 징계를 내린 주체가 윤리위원회가 아닌 강력한 권력의 대통령실이라는 걸 눈치 채고 조용히 징계를 받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내가 볼 때 태영호는 눈치가 늦었다. 나는 녹취록 뜨자마자 최고위원에서 사퇴부터 할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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