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53586
지난 2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 깜짝 간담회를 열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기자들이 취임 1주년 기자회견 개최 여부를 물었다고 한다. 대통령의 대답은 이랬다. “여러분과 이렇게 맥주나 한잔하면서 얘기하는 기자간담회면 모르겠는데, 자료를 쫙 주고서 잘난 척하는 행사는 국민들 앞에 예의가 아닌 것 같다.”
이게 대체 대통령의 입에서 나와도 되는 소리인지 모르겠다. 권력이 언론과 척을 질 필요는 없지만 언론과 권력은 거리를 둬야 한다. 언론장악이라는 단어가 무서운 이유도 그러한 것이다. 우리(적어도 나같은 40~50대들)는 이미 권력과 언론이 합쳐졌을 때 어떤 부정적인 일들이 일어나는 지를 목격했던 사람들이다. 박정희, 전두환 시대에서는 많은 수의 언론은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였다. 정부를 비판하는 모든 소식은 사라지고 정부가 잘하고 있다는 내용만이 뉴스에 나온다. 실제 피해를 받는 사람들은 국가의 이익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에서 매장되며 그 피해자가 내가 되지 않는 것이 가장 운이 좋은 시대가 된다. 피해자의 외침은 들리지 않으며 가해자들은 서로의 잘못을 못본 척하며 자신들의 이익만을 추구하게 된다. 이른바 부자들, 권력자들만 살기 좋은 시대가 되는 것이다.
현재도 그와 비슷한 일이 진행되고 있다. 일본과 교역을 확대하는 것이 나라에 이익이 된다는 논리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무시당하고 있고 원자력발전소의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피해를 받을 수산업자들이나 우리 국민들의 목소리는 들리지를 않는다. 경제상황은 점점 나빠지는데 대통령실은 예전 정권 탓만 하며 우리는 잘하고 있다는 발표를 한다.
지금이 언론이 필요할 때이다. '정부의 발표를 보면 이런 이런 이상한 게 보입니다 이것은 어떻게 된 것일까요?' 라는 질문이 필요할 때이다. 정부가 말하지 않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국민들에게 전하고 수산업자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이다. 경제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계속 말하고 말해서 정부가 계속 해명하고 국민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정부의 태도를 이끌어내야 할 때이다.
하지만 우리 언론은 그런 역할을 포기했나보다. 과연 그들은 윤대통령이 얼마나 자신들을 무시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일까? 기사에 있는 다음 단락을 보자.
윤 대통령의 4·19 기념사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우리 언론에 대한 불신이다. 기자의 불손한 태도를 명분 삼아 중단된 출근길 약식회견, 대통령 비속어 발언을 최초 보도한 언론사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 거부, 뉴스포털이 여론조작을 하고 있다는 비판,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에 대한 고발 등은 이런 불신과 궤를 같이한다. 그러다 보니 대통령은 우리 언론과의 인터뷰는 피하고 해외 언론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과 관련해 논란을 불러일으킨 제3자 변제 해법도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놓았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과 대만 관련 발언과 같이 중요한 안보에 관한 입장은 로이터 통신에 밝혔다. 우리 국민은 국가의 역사 및 안보와 얽힌 중요한 결정을 모두 외신을 통해 먼저 알게 되었다.
이렇게도 자신들을 무시하는데도 언론사 기자들은 자신들의 역할을 대통령의 술친구가 되는 걸 택했나보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기자들은 대통령과의 술자리라는 표현의 의미를 모르나보다. 술자리에서 누구의 잘못을 지적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술자리의 물주가 한 명일 때 그 물주의 잘못을 지적하면 다음번에는 그 술자리에 초대를 못 받는다. 그냥 좋은 소리만 하면서 물주의 비위를 맞춰야 하는 것이다. 지금 대통령이 원하는 술자리 친구로의 언론의 역할은 그런 것이다. 한마디로 '나 비난하는 잡소리 말고 나 칭찬하는 기사만을 써라'라는 태도이다. 그게 술을 권하는 대통령의 마음이다.
기사에서는 언론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언론이 어떤 비판을 받든, 언론은 국민의 ‘알 권리’의 최전선에 서 있는 중요한 공적 행위자다. 언론이 권력이 하는 일을 비판적으로 검증하며 전달하는 통로를 잃는다면 국민은 공적 사안에 대해 신뢰할만한 정보 없이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게 된다. <리바이어던>에서 홉스는 이렇게 신뢰 없이 자의적 판단이 난무하는 상태를 ‘자연상태’라 불렀다.
이런 이유로 언론은 대통령실과 거리를 둬야 한다. 취재의 편리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마치 강아지처럼 대통령실에 엉덩이 흔들고 있으면 언론으로서의 신뢰가 추락하게 되어 사람들에게 외면받게 된다. 무엇보다 자의적인 판단만이 우선되는 자연상태에서는 국가의 혼란은 불보듯 뻔하다. 아니.. 이래서는 안되는 가장 큰 이유는 나는 (무슨 혼란이니 뭐니를 다 떠나서) 제대로 숨도 못 쉬던 땡전뉴스와 같은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 너무 싫기 때문이다. (전두환시대에 뉴스는 9시에 KBS1, MBC에서만 하였다. 이 시절에는 언제나 9시 땡~하면 '전두환 대통령께서는' 으로 뉴스가 시작된다고 '땡전뉴스'라는 비아냥 섞인 단어가 유행했었다)
사족)
나이 좀 있는 사람은 기억하겠지만 전두환 시대에 8시 59분에 9시 카운트 다운을 했었다. '착한 어린이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납니다'라는 말이 있었다고 기억난다. 이 시절에는 9시면 어린이들이 자야하는 시대였다. 티비도 12시면 끝나던 시절이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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