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와 김재원이 징계를 받았다. “김재원, 당원권 정지 1년…태영호, 당원권 정지 3개월” (kbs.co.kr)
사고 친 걸로는 태영호가 더 쎈 데 징계는 김재원이 더 받았다. 기간보다는 다음 총선에 공천을 받을 수 있는가 없는가의 차이이다. 내년 총선때까지 당원권이 정지되는 김재원은 총선때 공천에서 아예 배제가 된다. 태영호는 (이번 일로 총선 공천에서 사전에 컷오프 될 확률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공천은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두 사람의 징계 수위의 차이는 최고의원을 사퇴했느냐 안했느냐로 갈린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두 명의 최고위원이 차이나게 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글이 너무 길어져서 김재원편과 태영호 편으로 나뉘어서 적어보고자 한다. 2편 태영호와 김재원, (2) 태영호 - 사퇴하지 않으려다 결국 사퇴한 자 (tistory.com)
김재원은 자주 사고를 치는데 이건 그냥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한 것이다. 다만 장소에 맞게 생각을 늘 바꾸면서 이야기 한 것이다. 즉 이 사람은 자리에 따라 자신의 소신이 늘 바뀐다(자신의 소신이라는 게 없는 것과 비슷하다. 그럴리도 없지만 그래도 민주당에서 공천준다고 하면 언제라도 국민의힘을 씹어댈 사람이다. 또한 이 사람은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할때는 자주 국민의힘의 당론과도 다른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좋게 말해 카멜레온, 나쁘게 말해 박쥐같은 사람이다.
김재원은 검사(>변호사) 출신으로 2004년부터 국회의원이 되면서 정치를 하게 되었다. 박근혜 계열로 분류되었으며 박근혜 정부에서 일을 했다. 탄핵 후에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2017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당선인사가 '박근혜 대통령을 잘못 모신 자신에게 다시 기회를 줘서 감사합니다'였다. 그만큼 골수 친박이었다. 이후 윤석열이 문재인 정부와 대립하면서 당시 야권으로 올 수도 있다는 희망섞인 전망이 나올 때 유일하게 친박정치인 중에서 윤석열에게 호의적인 사람이 되었다. 즉 강한 자를 보면 납작 엎드리는 그의 본성이 박근혜라는 강력한 울타리가 없어지니 바로 나타나 버린 것이다. (윤석열의 특검 시절부터 검찰총장 시절까지 거의 모든 친박 정치인들이 박근혜를 감옥에 쳐넣은 윤석열에 대한 적대적인 태도를 유지하였다. 하지만 김재원 이 사람만은 선구자처럼 윤석열에게 호의적이었다. 다른 친박의원들은 윤석열을 갈아먹을 것 처럼 굴다가 그가 국민의힘에 입당하고 대통령 후보 경선을 이기는 거 보면서 친윤으로 돌아서게 된다).
국민의힘이라는 이름으로 처음으로 치르는 최고위원 선거에 '윤석열 영입'이라는 공약으로 3위로 최고위원이 되었다. 이 시기는 이준석이 대표였는데 이 때의 이준석은 윤석열을 이래저래 견제하기 시작하였다. 그래서일까? 김재원은 자신의 새로운 지지기반이 될 거 같은 윤석열을 공격하는 이준석을 (자신의 힘에 취해서인지) 쉬지 않고 공격하였다. 이준석이 무슨 말만 해도 반대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최고위원보다는 대구시장이 되고 싶었는지 최고위원 그만두고 대구시장에 출마를 선언하였다. 그리고는 대구시장에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와 경선에서 맞붙게 되었다. 사실 경선에서 이길 수가 없었다. 상대인 홍준표는 한 번 국민의힘 대선후보(자유한국당 시절이지만)를 거친 사람이다. 다들 그 대선에서 2위는 안철수라고 했었다. 유일하게 문재인을 견제할 수 있는 사람으로 안철수만 언급되던 시기에 그 안철수까지 제치고 탄핵을 맞은 당의 대선후보로 2위를 했던 강력한 사람이었다. 아무리 홍준표가 감점을 안고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김재원이 기댈데라고는 박근혜 후광밖에 없는데 그 후광은 유영하가 동시 출마하면서 나눠가져가 버렸다.
경선에서 탈락하자 박근혜 없이는 본인의 인지도나 인기가 없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아마 윤석열이 자신의 후광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던 거 같다. 그래서 손을 벌린 곳이 전광훈이었다. 전광훈의 힘인지 어떤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인기도 없던 사람이 갑자기 1위가 되고 수석최고위원이 된 것이다(이것은 당원 100%라는 이상한 룰로 회귀한 최고위원 선거 규칙, 이준석계와 친윤계의 싸움이 되어버려서 이런 싸움과 연관없던 김재원의 인기가 갑자기 높아져버리는 분위기, 그리고 전광훈을 따르는 국힘 당원들 등등 시기를 정말 잘 탄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는 처음 최고위원 했을 때처럼 목에 힘주다가는 다시 비참해질 수 있다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힘이 되어준 전광훈이 계속 자신의 뒷배경이 되어준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러니 전광훈에게 매달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전광훈의 주장대로 5.18정신을 헌법에 싣는다는 게 말도 안된다고 동의한 것이고 전광훈이 영향력이 강한 미국 모임에서 전광훈이 우파 천하 통일을 했다고 까지 말했다. 4.3에 대한 비하도 마찬가지이다. 자신도 그런 생각을 가졌을 만한 사람이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는 안꺼내던 사람이 전광훈의 주장에 동조하면서 자기 딴에는 어느정도 걸러서 '4.3 기념일은 격이 떨어진다'라고 말을 했을 것이다.
이런 김재원이 전광훈을 손절하려는 대통령실의 의중에 딱 걸려버렸다. (당 지도부는 처음에 전광훈 눈치만 보고 있었다. 내 생각에는 용산에서 오더가 떨어진 듯하다. 오더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통령께서 이렇게 생각하신다 정도의 언질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하루 아침에 바로 공격에 들어가지) 그동안 전광훈은 도움주는 거 없이 중도층에서의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짓들을 하고 있었다. 가득이나 천공이나 건진법사등 사이비들과의 관계 때문에 설화가 있던 윤석열이다. 여기에다가 이단 목사까지 윤석열과 친하다는 것을 국민들이 인정해버리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리라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지도부가 전광훈 눈치보던 시절 써먹던 변명대로 '국민의힘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전광훈 자체를 징계하거나 배제할 수가 없다. 그래서 전광훈을 추종하는 것 처럼 보이는 김재원을 박살내어야 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뉴스에서는 윤리위원회가 징계결과 발표를 몇 일 늦추는 걸 보면서 '자진탈당'을 기대하는 것 같다고 운을 띄웠는데 그것은 태영호의 경우이다. 태영호는 손절까지는 꼭 안해도 된다. 그래서 최고위원직을 안고 버티면 국힘당도 대통령실도 부담이 되니 태영호는 그냥 국회의원만 하고 최고위원은 사퇴하라는 쪽으로 방향이 정해졌을 것이다. 그걸 눈치없는 태영호가 버티다가 (아마 또 직접 언질을 당하고야) 스스로 사퇴를 하였다. 김재원도 알았을 것이다. 태영호는 사퇴하면 분명히 어느 정도 징계가 줄어들겠지만 자신은 사퇴하던 말던 상관없이 확실히 전광훈 잘라내기라는 목적달성을 위해 징계수위가 변하지 않을 것임을.
그리고 태영호는 사퇴해도 국회의원이지만 김재원 본인은 사퇴하면 존재감이, 그리고 할 일이 너무 없어진다. 예전에 할 일 없을 때 '스페인하숙'으로 유명해진 순례길을 걸었다는 걸 자주 자랑하던 김재원은 만약 사퇴하게 되면 다시 그 길을 걸으러 가던지 아니면 라디오 패널(정 잘 풀리면 종편 패널) 정도 외에는 할 게 없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라디오의 보수 패널들을 박살내는 분위기이다.
"이 사람 보수 맞나" 패널 누구길래…방송사에 공정성 따진 與 (중앙일보)
이런 기사들에서 보듯이 국힘당은 자꾸 당과 대통령실을 비판하는 보수 색채의 패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재원은 패널로서도 할 일이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정말 뒤가 없어져버리는 상황이 된 것이다.(이준석은 이준석 "공영방송 시사프로 보수패널 부족? 도망다니기 때문 (중앙일보) 이라는 기사에서 대통령실(특히 김건희) 관련 질문이나 언급에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보수패널이 부족함을 지적하였다)
그래서 김재원은 사퇴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사퇴를 하나 안하나 징계 수위는 변하지 않을 것이고 사퇴해서 사람들에게 빠르게 잊혀지느니 사퇴하지 않고 이름이 계속 거론되길 원할 것이다. (악플이라도 달리는 게 낫지 무플은 더 힘들고, 잊혀지는 것이 사람들에게 욕먹는 거 보다 더 괴롭다는 태도는 연예인 뿐이 아니라 정치인에게도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조용히 잠행하다가 기회가 되면 예전 보궐선거때처럼 기회를 잡아서 다시 정계로 복귀할 생각일 것이다. 그래서 사퇴없이 징계를 받았고 그 징계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뻔한 말만 남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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