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가 추천해준 영상이 하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IrHlMghOC-0&ab_channel=%EB%95%85%EC%A7%91%EA%B3%A0
이 영상은 동대문, 강변, 용산의 상가들이 몰락했다는 내용인데 동대문에 옷 사러간 건 몇 번 안되고 강변은 거의 안가봐서 눈여겨 본 곳은 용산이었다. 용산에 대한 그리움이 잠시 생겼다가 빠르게 없어졌다.
용산은 90년대만 해도 이거저거 구경해보고 장사분들하고 이야기 하면서 이런 저런 정보를 얻어내던 곳이었다. 그 시절에는 요새처럼 컴 관련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없었다. 월간지를 통해 읽거나 아니면 상인들에게 물어봐서 정보를 얻었어야 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지치면 지하도 근처 포장마차에서 맛난 거 먹고 잠시 앉아 쉬었다가 다시 돌아다니면서 놀았다. 애인없는 내가 주말 하루를 신나게 놀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다가 용산이 장사가 잘되어서인지 90년대 말~2000년대가 되면서 상가가 늘어나고 인원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용팔이들이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용팔이들은 예전 상인들과 달리 어떻게든 돈 뽑아먹으려는 욕망만 강하지 질문이나 구경하는 걸 귀찮아한다는 특징이 있었다. 뭔가 물어보면 그걸 내가 왜 대답해줘야 하냐라는 식으로 대답하고 뭘 살라고 하면 더 비싼 걸로 사라고 강요하고 그래서 그 비싼 거에 대해 물어보면 자기도 모르는지 화만 내고... 티비까지 탄 '맞을래요?' 사건까지 터졌다. https://www.youtube.com/watch?v=oO5WYOsZpIk&ab_channel=dhchgsnsjga%E3%83%AA%E3%82%B6%E3%83%AC%E3%82%AF%E3%82%B7%E3%83%A7%E3%83%B3 이건 나도 당해봤다. ㅎㅎ
불량배 문제까지 보도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zYTd3ba3N_Y&ab_channel=14F%EC%9D%BC%EC%82%AC%EC%97%90%ED%94%84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주말마다 놀러가던 용산에 언젠가부터 안가게 되었다. 집에서 인터넷 뒤지는 게 놀기 더 좋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었다.
이 외에도 인터넷이 발달하고 검색이 쉬워진 것도 문제가 되었다. 다시 말해 최저가를 검색해보고 용산을 가는 것도 문제였다.
'얼마까지 보고 오셨어요?'
라는 말이 자연스러워졌다. 거의 대부분의 손님들이 이미 자기만의 가격을 정해놓고 오니까 상인들이 괜히 정보를 제공하거나 설득을 한다는 거 자체를 포기하는 것 같았다. 이른바 대화가 실종되게 되었다.
예를 들면 컴퓨터 조립을 하기 위해 어떤 부품과 어떤 부품 중에 뭐가 좋냐라고 물어봤을 때 90년대에는 심심하던 가게 주인이 신이 나서 이거는 이렇고 저거는 저래서 사용한 사람들 말로는 이게 더 좋긴 한데 가격차이가 나서 저것도 성능은 큰 차이 없으니 저걸로 사세요 등등의 설명을 했었다면 2000년대에 들어서는 (설명하기 귀찮은지) 차이는 자기도 잘 모르니 우리가 가격을 얼마까지 해줄 수 있다 그러니 살거면 사고 아니면 가라 라는 단순한 대답을 했다. 예전에 주인아저씨들과 이거저거 이야기 하면서 수다떨던 즐거움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이렇게 가격만 물어 볼거면 인터넷으로 보는 게 낫지 시간 들여 용산까지 갈 이유가 없어져 버린다.
결국은 인터넷으로 사는 게 익숙해져버린 트렌드를 못 따라간 게 저 상가들의 몰락의 원인이라 어쩔 수 없긴 한데 그래도 예전에 나를 즐겁게 해주던 소소한 즐거움들이 없어져버린 것이 내게는 더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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