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사회

윤석열과 기시다, 그럴줄은 알았지만 '거참 씁쓸하구만 그래'

레기통쓰 2023. 5. 9. 07:00

대통령실 "기시다 총리에 사과·반성 요구한 적 없어"…日보도 반박 (msn.com)

 

대통령실 "기시다 총리에 사과·반성 요구한 적 없어"…日보도 반박

대통령실 "기시다 총리에 사과·반성 요구한 적 없어"…日보도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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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기사가 하나 났다. 기사내에 보면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7일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 정부 측은 기시다 총리 자신이 '반성'과 '사죄' 등의 문구를 담은 선언문을 직접 읽어달라고 요청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라고 되어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이런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기시다는 이번 한국방문에서 '강제'라는 말을 빼버리고 '개인적으로'를 강조하며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들이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으셨다는 것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

라고 표현했다. 정말 회색지대에 있는 말이다. 우선 '많은 분들'이라는 말은 당시 거기서 일했던 모든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한국의 징용피해자에게 말한다는 표현이 없다. 우리나라사람 뿐 아니라 일본인 징용 노동자까지 포함해서 희석시켜버리는 것이다. 또한 마음이 아프다는 말은 일본식으로는 사과의 한 종류일지 몰라도 한국식으로는 사과가 아니다. 우리가 '유감이다'를 사과로 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이다. 더욱이 '개인적으로'를 강조함으로써 개인적으로 느끼는 감정이지 일본 정부의 공식입장은 아니라는 것까지 분명히 했다. 기시다의 행동은 일본내에서 결국 한국이 우리에게 항복했다는 의미로 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계속 오르는 기시다 지지율, '한국 항복 받아냈다'는 日 정서" (edaily.co.kr) 다시 말해 기시다는 우리는 잘못하지 않았다. 그걸 따지는 니들이 잘못하고 있는거다라는 것을 분명히 헀고 그 덕으로 일본 국민의 지지까지 받아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은 나라의 체면 따위는 신경도 안쓴 채 자신의 가오를 세웠다. 윤석열과 대통령실에게 우리가 무언가를 요청했는데 실패했다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체면이 안서는 일인 것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윤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기 전에 '제3자 변제 방식'을 결단하거나, 과거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을 때 일본 정부 요청으로 한 것이 아니다"며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우리 정부가 최소한 이 정도의 조치는 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윤 대통령이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시다 총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며 "일본 정부에 이런저런 요구한 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라고 한다. 대범하게 사과따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들은 강제동원에 대한 배상관련 대법원의 판결을 이미 쓰레기통에다 버린 거 같이 행동했었다. 이번에는 그 판결을 아예 쓰레기통에서 꺼내서 갈기갈기 찢어버린 뒤에 불태워 버린 것 처럼 처신했다. 헌법재판소가 이건 아니라고 해도 듣는 척도 안한다. 강제동원 제3자 배상안‥헌재 "피해자 의견 수렴 부족" 지적 (imbc.com) 사과 할 필요 없다고 한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걸 강조하는 것 마냥 이번에도 일본총리가 알아서 했다고 우리가 뭘 요구하는 쪼잔한 사람이 아니라고 강조하였다. 정말 폼생폼사하는 동네 양아치 같은 태도이다.

정말 이럴 줄 알았던 사람인데... 나는 안 찍었는데... 다른 분들은 대선 토론을 안 보셨나... 좀 화가 난다.

(사실 가장 심각했던 문제를 드러낸 토론은 국민의힘 대선후보선출 토론회였다. 그걸 보고도 지지했다는 게 늘 놀라울 뿐이다)

 

사족1)

일본이 강제로 동원하고는 제대로 배상도 안한 피해자들이 아직 생존해 있다. 그들이 우리 정부의 대신배상은 받지 않겠다고 하니까 정부는 사망한 분들의 유족들에게 배상하고 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유족 2명, 정부안에 따라 판결금 수령 (pressian.com) 이건 생존자분들이 거부하니 사망자의 유족들에게 얼른 지급해서 일본에게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어요'라고 알랑방구를 뀌는 것 처럼 보인다. 아니면 국내에 '이미 일정비율 이상 정부해법을 수용하고 계신다' 라는 걸 강조하기 위해서 일 수도 있다. 그런데 법적인 문제도 존재한다. 채권소멸 확인서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나중에 시끄러워질 일을 남겨둔 거다. 물론 생존자 3분 중에 받으시겠다고 태도를 바꾼 분이 한 분 있다. '강제동원 피해' 생존자 1명, 정부 해법 수용하기로(종합) - 파이낸셜뉴스 (fnnews.com) 태도를 갑자기 바꾸신 건 내 생각에는 더 이상 싸워봐야 해법도 없고 그냥 자식들에게 돈이나 물려주자라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받으셨을 거 같다(내가 오버하는 것일 수 있지만 대법원 확정 판결을 위해 거의 30년 가까이 싸워오신 분들이 우리 정부가 대신 줄께요 라고 하는 걸 덥썩 받으셨을 거 같지는 않다. 그랬을 거면 이 문제가 예전에 해결났겠지)

사족 2)

처음에 우리정부가 대신배상한다는 걸 발표했을때 TV조선은 생존자 및 유족의 반수이상이 동의했다고 보도하였다(프레시안 보도. '이에 해당 판결에서 채권을 획득한 피해자 본인 및 이 권리를 상속받은 유족 등 15명이 그 대상인데, 이 중 절반이 재단으로부터 금액을 수령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는 <TV조선>의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실제 생존자 한 분도 5월이 되어서야 태도를 바꾸어서 받겠다 하신 것인데 저 보도는 너무 오버였다. 유족들이야 눈 앞에 돈이 보이니 그럴 수 있다고 해도 피해자들은 처음에는 전부 안 받겠다고 하셨는데 슬그머니 피해자들도 반 수가 돈 받겠다고 했다고 끼워넣었다. 기레기 짓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실수 였을까?

사족 3)

예전에 읽은 바에 의하면(이원복씨의 먼나라 이웃나라 일본편이었던 거 같다) 일본이 중간단계의 사과가 없다고 한다. 표현은 '정말 미안합니다' 까지 있는데 실제 사과하는 태도는 그냥 가볍게 '고메'를 외치는 것과 차이가 없다. 그 다음에는 '도게자'라고 하는 단계로 넘어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만화등에서 우습게 표현하는 것을 주로 봐서 도게자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데 실제로는 '당신이 내 목을 쳐도(잘라도) 원망하지 않겠다는 사무라이들의 사과라고 한다. 이 도게자를 했다는 것은 일본인에게는 너무나 큰 수치가 된다고 한다(요즘에야 일본 기업이 뭔가 여론이 나쁜 일이 터지면 그냥 도게자를 한다. 일본인에게도 그 심각성이 점점 약해지고 있는 듯 하다). 그러니까 한국인들이 바라는 진심어린 사과는 일본인들에게 '이 도게자를 하라고 하는 거냐'라는 오해를 부른다고 한다. 그러니 서로 사과를 받고 하는 게 어려운 일이 된다고 되어 있었다. 이 말을 다 믿지는 못한다고 해도 일제강점기에 대한 '사과'라는 것에 양국의 차이가 있다는 것도 맞는 말인 것 같다.

사족 4)

나는 대법원이, 판사들이 가만 있는 게 더 신기하다. 행정부가 사법부의 권위를 완벽하게 박살내고 있는데 마치 눈치보는 강아지마냥 아무 소리도 안내고 숨어있다. 이 와중에도 부자에게 무죄나 집행유예, 너무 심하다 싶으면 감형을 열심히 주고 있다('성관계 불법촬영' 골프 리조트 회장 아들 2심서 감형 | 연합뉴스 (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