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사회

또 총기 난사 사건 - 미국, 텍사스

레기통쓰 2023. 5. 8. 17:54

또 미국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다. 총기 난사라고 하면 미국이라고 자연스레 연결될 정도이다. 다른 남미 국가들 중에 치안이 나쁜 나라들도 많은데 총기 난사 사건이라고 보도되는 게 전부 미국인거 보면 우리는 확실히 미국쪽 뉴스를 위주로 세계를 보는 것 같다. 

美 텍사스 총기 난사 사건...한인 가족 3명 사망, 5살 아들도 중태 (msn.com)

 

美 텍사스 총기 난사 사건...한인 가족 3명 사망, 5살 아들도 중태

미국 텍사스주(州) 댈러스 교외의 야외 대형 쇼핑몰에서 지난 6일(현지 시각) 총기 난사로 최소 9명이 숨진 가운데, 사망자 중 한인 가족이 포함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 제공: 조선일보 쇼핑객

www.msn.com

쇼핑몰에 쇼핑하러 갔다가 총에 맞은 사람은 무슨 죄일까? 그냥 운이 나빳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서럽지 않을까? 총 맞아서 살기라도 했으면 괜찮을건데 사망해버리면 그 가족들의 슬픔은 누가 보상해줄까? 이런 거만 보면 총기규제를 안하는 게 참 문제다 싶다. 총기협회가 힘이 쎄니 뭐니 해도 사실 총기 규제를 할 생각이 없는 것이 더 큰 이유일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알기로는 미국은 총기규제를 할 수 없는 사회이긴 하다. 도시에서는 총기규제를 해도 어떻게든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는데 도시가 아닌 곳에서는 총기가 없으면 살아가기 되게 힘들어진다. 

미국에 잠시 있을 때 였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작은 도시에서 살았었다. 무슨 행사가 있어서 차를 대절해서 단체로 놀러를 갈 일이 있었다. 교외의 어떤 농장에 방문해서 농장체험을 하고 바비큐 파티를 하는 행사였다. 차를 대절하는 이유는 너무 시골이라 도로 표지판으로는 못 찾아가기 때문이라고 했다(2000년대 초반이어서 네비게이션이 안되던 시절이었다).  가는 차에서 옆에 앉은 영감님 한 분이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구석을 누가 잡은 거냐? 저기서 사고라도 일어나면 경찰이 오지도 못하는 거아니냐?'라고. 경찰이 못온다는 개념 자체가 없던 나는 깜짝 놀랐다. 그래서 나중에 농장주에게 물어봤다(정확히는 누가 물어보는 거 옆에서 듣고 있었다). 가장 가까운 폴리스 디파트먼트가 어디냐 했더니 공항 옆에 있는 다른 큰 도시 이름을 말해주었다. 가장 가까운 보안관 같은 건 어디 있냐니 차로 30여분 가면 기차역이 있는데 거기 조그만 마을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야생동물이 갑자기 나타나거나 모르는 사람이 오면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니 자물쇠로 잠겨있는 벽장에 있는 엽총을 턱으로 가르키는 것이다. 우리가 방문해서 총을 넣어둔 거지 언제나 들고 다닌다고 했다. 미국이라는 게 실감이 나는 순간이었다.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총이 없으면 살아가질 못한다고 한다. 사슴들도 많지만 코요테등 위협적인 야생동물들도 엄청나게 돌아다닌다고 한다. 부랑자들이 차를 몰고 시골의 한적한 집을 찾아다니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스스로를 보호하지 않으면 안되는 동네라고 한다. 헌법에서 밀리샤(자경단)의 존재를 인정하는 나라라서 조그마한 마을이라도 형성되면 외부의 위협에 자연스레 자경단을 꾸리는 나라이다. 그렇게 자신들을 보호해도 시골에서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나라이다.

시골 마을서 시신 7구…올해 미국 대규모 살인 역대급 증가 | 연합뉴스 (yna.co.kr)

 

시골 마을서 시신 7구…올해 미국 대규모 살인 역대급 증가 |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올해 들어 미국 내에서 4명 이상이 숨진 대규모 살인(mass killing)이 크게 증가한 가운데 오클라호마...

www.yna.co.kr

이 뉴스가 올해 5월 3일 뉴스이다. 우리나라가 아니라서 이런 뉴스를 우리는 잘 접하지 않는데 미국사람들은 저런 뉴스들을 자주 볼거고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그럴수록 경찰이나 보안관을 믿기보다는 그냥 총을 몇 자루 더 사는 걸 택할 것이다.

예전에는 단순하게 도시에 살면 총을 못 가지게 하고 시골 사람들만 허가받고 총기를 구매하게 하면 안되냐고 생각 했는데 그것도 여러가지 이유로 힘들다고 한다. 저기는 누가 내게 총 겨누면 나도 마주 총을 꺼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동네라서 규제를 하려면 아예 모두가 못가지게 해야지 일부만 가지게 한다는 개념자체가 없다고 한다. 또한 미국에서는 수정 헌법 2조가 아예 무기를 가질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명시하기 때문에 이 규정 하나로 모든 총기규제 관련 법안이 밀려버린다.  

참고로 수정 헌법 2조는 다음과 같다(나무위키에서 복사해왔다).

A well regulated Militia, being necessary to the security of a free State, the right of the people to keep and bear Arms, shall not be infringed.

잘 규율된 민병대(militia)는 자유로운 주의 안보에 필수적이므로, 무기를 소장하고 휴대하는 인민의 권리는 침해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