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예전에 조국 전 장관이 언론에 의해 집단 린치를 당할 때 든 생각은 '미리 조심했었어야지'였다. 조국 지지자들에게는 말도 안되는 소리겠지만 나는 조국이 조심성이 없어서 집단린치에 이어 집안 전체가 당한 뒤 결국 딸이 고졸이 되는 상황까지 빠진 것이라 생각한다. 약간의 과장은 있지만 조국은 자신을 돌아보고 검찰이 물어뜯을 일이 있었으면 검찰이 죽어도 반대하는 법무부 장관까지는 올라가지 말았어야 한다는 게 내 의견이다.
조국의 최고의 목표는 비대해진 검찰의 권력을 적정한 수준으로 낮추는데 있었다.
검찰의 권한을 완전히 제한해버리는, 나중에 민주당이 발의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과는 거리가 있었다. 내용을 살펴보면 수사자의 알 권리 보장, 변호인 참여권 보장, 검찰의 직접수사부서 축소와 검사 파견 최소화, 거점청에 반부패수사부 설치, 피의사실 공표 금지(에 대한 규정 확정), 8시간 이상의 장시간 조사를 금지 등등 검찰 자체의 수사에 대해 힘을 좀 빼려는 정도의 개혁이었다. 하지만 중앙정보부, 안전기획부, 국가정보원 등 검찰의 상위 기관들이 점점 힘을 잃어감에 따라 아무도 견제하지 못하는 권력으로 떠오른 검찰들이 이런 힘빼기를 받아들이지를 못했다. 한 번 권력을 놓으면 나중에는 어디까지 뺏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빠진 검찰은 문재인 정부의 초대 민정수석인 조국이 법무부 장관이 된다는 것에 절대 반대하기 시작하였다. 원래 민정수석은 예전부터 검찰을 담당하던 자리였다. 거의 검찰 출신이 임명되며 검찰 출신이 아닌 사람은 노무현 정부 제일 마지막 민정수석 다음으로 10여년만에 조국이 정말 오랜만에 비검찰로 민정수석을 하였다. 그런 민정수석 조국은 검찰개혁을 정부에 들어오기 전부터 외쳤던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검찰이 자신들을 견제할 권한을 가진 법무부 장관으로 인정할리가 없지 않은가?
더욱이 이 때가 아베가 갑자기 한일 무역분쟁을 일으켰을 때였다. 그래서 반일감정이 점점 커지게 되고 일본에 호의적인 의원들이 많이 있는 당시 야당이었던 자유한국당에 대한 지지도도 막 떨어지던 시기였다(대표적으로 나경원 의원이 있다. 나경원 의원은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는데 일본 자위대 행사에 참석한 적도 있고 자민당에 관련된 세미나까지 개최하는 등 당시 대표적인 친일파로 분류되었다). 그런 이유로 정국의 주도권을 잃고 있었던 자유한국당은 조국이라는 대상을 최대한 물어뜯어서 이걸 기회로 정국의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는 게 목표였다. 검찰이 조국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를 흘리자 야당이 그걸 최대한 이용해서 조국을 요란하게 공격하는 시기가 된 것이다.
조국이 낸 책 <조국의 시간>에 보면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될 때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원래 할 생각은 없었지만 방향을 잡고 이걸 맡아서 할 사람이 전무하다. 그래서 내가 어쩔 수 없이 총대를 메고 달려들었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 조국은 절대로 못한다고 도망을 쳐서라도 안 했어야 했다. 법무부 장관을 하게 된다면 검찰이 자신을 잡아먹으려고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법무부장관이 되어서 개혁을 추진해서 일부 성과를 얻더라도 검찰에 의해 결국 낙마하게 되면 그 개혁들은 다 없어져버리게 되는 건데... 만약 검찰 개혁을 진짜 자신이 하려고 했으면 세심하게 자신을 돌아보고 검찰이 물 수 있는 게 없도록 하거나 아니면 검찰이 트집잡을 일을 미리 정리하고 시작했어야 했다. 하지만 조국 정도의 위치와 집안이면 그런 일이 없을 수가 없다. 본인 스스로 생각하는 다른 문제는 최대한 정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 가장 문제가 된 표창장은 신경도 안썼을 것이다. 본인도 조심한다고 한다고 했겠지만 조국사태 이전에는 이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동양대의 표창장 하나가 본인과 가족을 다 나락에 빠뜨릴 줄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민정수석으로 한 행동들 역시 구설에 올랐다. 이건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민정수석으로서 업무를 수행했다고 이해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본인은 정당한 업무수행이었다고 주장했지만 야당은 민정수석의 권한을 남용했다는 주장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대부분이 큰 의미가 없는 거였지만 일단 표창장과 펀드라는 2개의 큰 의혹에 같이 맞물려 야당의 어떤 주장들도 뭔가 정말 문제가 많았던 것 처럼 보였다. 야당이 주장하고 그걸 언론이 받아쓰면서 점점 문제가 심각해져갔었다. (이 시기 언론 역시 정부와 척을 지던 시절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도 그랬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도 언론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사에 손을 대려고 해서 여러모로 언론과 사이가 나쁘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래서 이 시기에 언론은 조국을 말 그대로 난도질 하기 시작했다)
결국은 조국은 36일간의 짧은 법무부 장관직을 수행하고는 이후 몇 년간 부인과 본인, 그리고 딸 관련 재판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본인이 하고자 했던 검찰개혁은 윤석열의 당선 이후에 완전히 멀어져버렸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졌다.
결국은 김남국의 문제인데 갑자기 조국이 오버랩되면서 말이 길어졌다. 김남국은 조심했어야 했다. 김남국은 코인을 1개라도 가지고 있었으면 코인투자자들에게 유리한 법안 근처에도 가지 말았어야 했다. 동료의원들이 같이 하자고 해도 아니면 내가 유권자들을 위해 넣은 공약을 이행하고자 한다고 해도 어떤 경우에서도 법안을 발의하거나 동조하면 안되었다. 투표를 하면 빠졌어야 했다... 아니 정확히는 코인에 발담그면 안되는 거였다.
사실 김남국이 발의하거나 이름을 올려준 법안들은 국민의힘도 찬성한 법안이다. 그러니까
홍준표"김남국, 코인 과세유예 앞장"→ 金 "왜 나만, 洪도 그 법안에 사인" - 파이낸셜뉴스 (fnnews.com)
같은 말다툼이 일어 나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김남국과 국민의힘의 홍준표는 다르다. 이건 코인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국민의힘(전신인 자유한국당 때 일.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코인을 규제해서 못하게 하면 선진국이 못된다는 주장까지 했다)과 투기성인 코인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민주당의 차이이다. 이에 대해 진중권씨는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정의를 외치고 선의를 외치던 사람들이 투기판에 뛰어들어서 돈 벌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선적인 것 아니냐” -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60502)
라고 말을 했다. (진중권씨를 별로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말이 핵심을 잘 짚어냈다고 생각한다. 김남국의 해명대로면 자신의 주식을 처분한 돈으로 코인에 투자한 것은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금 정부와 달리 정치적인 책임을 강조한다. 이태원의 불행한 사태에 대해 행안부 장관 탄핵 발의까지 이끌어낸 것이 그 예이다. 이태원 사태에 대해 법률적으로는 행안부 장관까지 책임을 물을 사안이 아니다. 기껏해야 용산구청장이나 용산 경찰서장 정도 그리고 서울전체로 확대하면 서울경찰청장 까지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 이상은 정치적인, 그리고 도의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정치적, 도의적 책임이라는 걸 이해 못하는(정확히는 인정하지 않는) 이번 정부는 행안부 장관에게는 책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거기에 반해 정치적인 책임을 중요시 하는 민주당은 이상민에 대한 탄핵까지 발의하였다. 이런 정당에 몸담고 있는 김남국은 결국 이번 사태에 대해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만 한다.
이번 사건은 민주당의 강성지지자들이 자주 빠지는 함정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민주당 강성지지자들과 대화를 해보면 '왜 우리쪽 사람에게만 도덕적인 잣대가 높으냐 저 쪽도 뭘 했는데 왜 우리만 죽어라 때리느냐' 라는 항변을 자주 보게 된다. 최근에 이야기 한 분은 조국의 딸과 한동훈의 딸 문제를 거론 했었다(조국의 딸에 대해서 언론이 취한 태도는 내가 봐도 심해서 나도 좀 비난하는 바이다. 그렇다고 한동훈의 딸까지 사회적으로 죽여야 한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봉사활동을 미리 한 걸로 했다거나 해적논문에 남의 논문을 실었다거나 하는 일들은 아마 한동훈의 부인의 작품일 것이다. 조국의 부인이 재판을 받았듯 한동훈의 딸의 일들을 법적으로 따지려면 한동훈의 부인을 먼저 소환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김남국과 이준석도 그렇게 말한다. 이준석이 코인으로 돈을 조금 만졌다고 한 건 미담이고 김남국이 한 건 왜 죽을 짓이냐라고 했었지만 그 때의 내 대답 역시 똑같이 나갔다. 민주당이라서 김남국은 정치적인 그리고 도의적인 일정부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라고.
김남국은 조심성이 없었다.
코인이 투기라는 걸 몰랐을리가 없는 사람이... 김남국은 코인 자체를 안했었어야 했다. 스스로 말하는 '40년 짠돌이'로 살면서 쌓은 재산을 투기판으로 끌고 들어간 이유를 모르겠다.
'정치와 사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스 보는 아침 - 정윤정과 유난희, 홈쇼핑 (0) | 2023.05.10 |
---|---|
윤석열과 기시다, 그럴줄은 알았지만 '거참 씁쓸하구만 그래' (1) | 2023.05.09 |
또 총기 난사 사건 - 미국, 텍사스 (0) | 2023.05.08 |
대한민국국기법 이라는 게 있더라. 처음 알았다. (0) | 2023.05.08 |
대통령실은 왜 맨날 이럴까? (1) | 2023.05.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