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갈등' 터진 경찰..결국 혼성기동대 여경 4명 전출 (msn.com)
남녀 갈등은 일상화가 되었다.
위와 같은 기사가 나왔다. 예전에 봤던 몇몇 글에서 느꼈던 게 결국 터질 게 터진 느낌이다. 올해부터 혼성기동대를 운영하기로 하였는데 1년도 안되어서 바로 일이 터진 것이다.
사건의 시작은 혼성기동대의 남자경찰이 한 커뮤니티(블라인드)에 글을 쓰면서 시작되었다. 글의 내용을 요약하면 여자들이 주무관들(청소 등을 해주시는 아주머니)에게 갑질을 했다는 것이다. 샤워실 등을 주무관들과 공유하던 여경들이 샤워실 비번을 바꾸고는 주무관들에게 알려주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런 글 때문에 여경들에게 악플이 달리자 여경들이 '병가'를 내어버렸다고 한다. 그리고 해명글이 올라왔다,
“여경들 찡찡대서 병가? 여혐·마녀사냥” 혼성기동대 전출 논란 반박글 나왔다 | 서울신문 (seoul.co.kr)
해명글에서는 그냥 공사중이라 남자들과 마주치기가 불편한 공간인 샤워실만 비번을 바꾸었고 병가는 여경이 신청한게 아니라 위에서 내려온 조치라는 것이다. 저 대상 여경의 친구라는 사람이 올린 이 글에서
"저희(친구인 여경과 글을 올리는 사람 둘을 말하는 것 같다)는 해명 글을 올리는 것도 지우라며 강요받았고 그저 공격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저들(남경들 또는 악플다는 사람들)에게 여경은 특혜 받고 찡찡거리며 유난 떨고 민폐를 끼치는 존재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저희는 근무할 때 어떤 특혜도 받은 적이 없다"
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혐'에 의해 일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이에 다른 남자경찰(같은 사람일 수도 있지만 일단은 아이디상으로 다른 사람)이 '병가낸 여경들 때문에 기존 연가자들 다 취소되고 우리가 일 덤탱이 써서 힘들다. 그리고 그 사람들 전출되면 충원은 8월에나 되어서 우리는 계속 힘들다'는 글을 올려 더 시끄러워졌다.(실제로는 해명글에 나와있는 생활관 문제등을 반박하였지만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더 힘들다'여서 그에 관해서는 생략하였다. 아래 스캔본을 읽어보시길)
결국 이 여경들은 다른 곳으로 전출시켜달라고 요청하였고 이를 상부에서 들어줘서 다른 기동대로 전출되었다는 것이 이번 사건의 결과이다.
기사에서는
"하지만 감찰 결과 지난달 내부 시설 공사 문제로 비밀번호가 바뀐 것이었고, 주무관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착오가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비밀번호가 바뀐 다음날 전달받은 주무관들 역시 문제 삼지 않아 비밀번호를 바꾼 여성대원이 주의를 받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 '비밀번호 해프닝'을 둘러싸고 여성 대원들을 비난하는 게시물 및 악성 댓글이 줄을 이으면서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이중 여성 경찰관 4명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상부에 전출 희망 의사를 밝힌 뒤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라고 한다.
이건 해프닝이 아니다.
기자는 해프닝이라고 하지만 감찰결과를 잘 읽어보기 바란다. 비밀번호가 바뀌었는데 하루 있다가 알려주었단다. 이 말은 번호를 바꾸면서 원래 주무관들에게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공간을 같이 사용하는 주무관들은 그들의 안중에도 없었다는 뜻이다(원래 비번을 바꾸면 머리 속으로 이 비번을 알아야만 하는 사람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알아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맞다. 그런데 이 사건을 주도한 그녀(들)에게 주무관들은 그런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어떤 일이 있었을까를 상상해보면 한 두명이 주도해서 비번을 바꾸고는 고의로 주무관에게는 알려주지 않았을 것이다(알려주지 말라고 말하지는 않았을거다. 남을 괴롭혔다는 증거를 남길 이유가 없다. 원래 남 괴롭히는 걸 즐기는 사람들이 쓸데없이 치밀하다). 하루 정도 참았던 주무관들이 불편하니 가장 알려줄만한(만만한) 여성대원에게 슬쩍 물어보았을 것이다. 비번 전달이 되었는 줄 알았던 대원은 미안해하면서 바로 알려주었을 것이다. 그래서 비번을 전달받았던 주무관들은 이걸 따지면 우리에게만 불리해지고 알려주었던 대원에게도 피해가 가니 문제삼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정말 실수 였다면 '주의'조차도 필요가 없다. 뭔가 낌새가 요상하니 일단은 '주의'정도로 마무리를 했던 것 같다(여기까지가 내 상상). 어째든 이 사건은 내가 볼 때 그냥 여경들이 갑질하다가 여론이 불리해지며 악플등의 피해를 입자 도망간 사건이다.(도망이라는 표현은 여혐같아서 좀 심한가 싶긴 하지만 제대로 된 본인들의 해명도 없이 친구의 말로 '위에서 시켰다' 등의 변명만으로 해명하려다가 분위기가 나쁜 듯하니 근무지에 아예 나오지 않고 병가 > 전출 이라는 이상한 방법으로 빠져나간 걸 표현하기 딱 좋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사실 처음 올라온 갑질글은 그냥 징징거리는 정도이다. '저기 보세요. 저렇게 나쁜 애들이 있어요' 수준이다. 그런데 이런 고자질 글 뒤에 숨은 문제이자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핵심은 두 번째 글에 있다고 본다.
경찰 기동대라는 것이 경찰 인력부족으로 인해 일상 경찰 업무도 수행하지만 이름에 비추어서 정확히 하는 일을 생각해보면 경비업무 이다. 건물 경비 같은 것이 아니라 대규모 집회나 다중범죄 등등 대규모 인파가 있는 곳의 경비업무를 맡는 부대이다. 나무위키에서 발췌해서 적어보면
경찰 기동대 Mobile Police / Riot Police / POSS / 警察機動隊
경찰이 다중범죄(多衆犯罪)의 진압, 경호/경비, 기타 치안업무 보조를 위해 보유하는 부대. 경찰 기동부대의 임무는 '경비'이다. 혼잡한 곳이나 집회시위/다중범죄 현장, 국가행사 등 다양한 상황에서 경비경찰로서의 업무를 수행한다.
로 요약된다. 다시 말해 일 자체가 거칠고 힘들다는 뜻이다. 이런 거친 일이 요새는 너무 많다.
요즘은 여야의 대립도 첨예하고 사회적 갈등도 많아서 시위가 매우 많아졌다. 시위가 신고되면 예전에는 '의경(의무경찰)'이 차출되었지만 '군대 보낼 애도 부족한 마당에 의경은 무슨' 이라는 논리로 국가 의무경찰이 폐지되면서 그 업무는 전부 기동대로 가게 되었다. 안그래도 힘든 기동대 업무가 양도 많아지게 된 것이다. 이런 기동대가 시위만 있으면 100% 전인원이 출동하느냐면 그게 아니다. 대기조가 따로 있는 것이다. 이 대기조에 주로 여성대원들만 자주 넣었다던가 여성기동대가 주로 대기조라는 불평이 그동안 간간히 올라왔다. 한마디로 원래 남자들만 기동대에 있을 때에는 (선배편의를 좀 봐준다던지 약간의 불합리는 좀 있었겠지만 그래도) 공평하게 출동과 대기를 하였는데 여자들과 함께 혼성기동대가 되니까 대기조에 여성들이 늘 많이 배치되는 이상한 일이 생긴다고 남자들이 생각(오해 일 수도 있다) 했을 것이다. 물론 여성들은 실제 근무에서 차이가 없다라고 생각하고 실제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오해일 수도 있지만 지금의 혼성기동대의 상황을 보면 남자대원들은 '우리가 피해를 보고 있다'라고 생각하고 여자들은 쟤(남경)들은 아무런 특혜도 안받는 우리에게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냐라고 생각하는 갈등이 생긴 것이다. 나는 이런 갈등이 결국은 터져버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이 벌어진 가장 큰 문제는 지휘부에 있다.
혼성이라도 최대한 공평하게 대우했으면 이런 일은 그냥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이다. 이런 일에 그냥 동료로서 '힘내고 너무 악플에 신경쓰지 마라', '병가기간 동안 좀 리프레쉬하고 잘 돌아와라' 이렇게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남자대원들에게 이번 일은 '지들이 잘못해놓고 병가에 전출에 안그래도 힘든 우리 더 힘들어지게 한다'라고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병가낸 직원들 카톡 프로필 바뀐 것 역시 '잘 놀러다니네'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떠나가는 여자대원들도 힘든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무런 특혜도 안받은 우리를 여혐으로 나쁘게 본다'라는 해명글의 표현이 이 상황에 대한 여자대원들의 생각일 것이다. 결국 괜히 신경써주는 척하면서 순번을 이상하게 몇 번 돌린 결과가 이런 일로 나타난 것이다.
또한 지휘부는 이런 일에 병가를 명령하고 전출을 받아들이기 전에 그렇게 될 때 남은 (남자) 대원들에게 갈 영향도 같이 생각해봤어야 한다. 정말 여경들을 위해서 잠시 쉬라는 의미로 병가를 명령할 거 였으면 남은 사람들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었어야 했다. 아무리 군대식의 지휘체계라지만 일 많은 부대에서 무려 6명이 빠지는데 '까라면 까'라는 태도라니 나같아도 화가 났을 듯 하다.
노르웨이 군대에서는 생활관에 샤워실도 남녀 공용으로 쓴다고 한다.
노르웨이 군대에서 남녀 생활관+샤워실 같이 쓰는 이유 (영상) - 인사이트 (insight.co.kr) 이런 것 까지는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 문화에 이런 게 가능 할리도 없고. 하지만 적어도 생활관의 수준이라던지 근무시간의 공평성 등은 맞춰줘야 하지 않을까? 이런 거 다 맞춰 주었는데도 남자대원들이 저렇게 나오는 거라면 '여혐'으로 비난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족1)
경찰의 남녀갈등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여경혐오는 오래 되었다. 모든 성인 남자들 사이에는 여경혐오가 퍼진 것 같은 느낌도 많이 든다. '오또케'라는 말로 비꼼을 당하는 여경들의 사진이나 영상은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대림동사건으로 유명해진 여경 이야기는 뉴스까지 탓다. 남경 범인 제압할 때 여경 멀뚱멀뚱 '오또케?'…"구경꾼인 줄" - 뉴스1 (news1.kr) 물리적인 차이를 인정하지만 그래도 선발시에 여경의 체력기준을 높게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가장 점잖은 축에 속했다.
위와 같은 짤 찾기가 매우 쉬운 시대이다. 여경 훈련이 장난치는 거 같다는(때리는 자세도 엉성하고 아마 처음 분이 웃으면서 옆으로 빠지는 걸 보고 더 심해진 듯하다) 이 짤은 위의 대림동의 오또케 여경 사진과 함께 여경혐오 게시물에 자주 등장하는 짤이다. 현장에서 일은 남자경찰이 하고 여자경찰은 휴대폰으로 사진이나 찍고 있는다는 혐오도 존재한다. 또한 현장에서 근무하는 남자경찰보다 경찰청 SNS 관리하는 여경들이 더 빨리 승진한다고 하는 혐오 역시 존재한다. 실제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경찰은 현장에서 몸 쓰는 경찰인데 왜 이런 사람들은 주로 남자일까라는 의문이 든다(여성 주취자(술 취한 사람)등을 처리할 때 외엔 거의 남자들이 힘을 쓴다).
정말 내부근무하는 여경이 승진이 더 빠른 걸까? 이런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진 못하겠지만 실제 SNS 관리하는 여경이 승진하고 포상받은 이야기 몇 가지를 듣게 되면 아 정말인가부다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러면 여경혐오는 더 커지게 될 것이다. 결국 이런 여경혐오 시대에서 자라난 남자 경찰들이 여경과 같이 근무하면서 피해의식을 느끼지마라라고 하는 게 더 어려울 듯하다.
여경혐오는 정부와 경찰 수뇌부의 잘못이 매우 크다고 본다. 기계적인 남녀평등을 위해 숫자만 맞춰놓다보니 남자경찰들은 점점 힘든 일을 떠맡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고 여경들은 SNS등의 쉬운 일로 빠지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렇게 되었을 때 남경들이 차별당한다던가 여혐이 퍼진다는 실제 내게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내가 위기에 처해서 경찰에게 신고했는데 달려온 차에서 여경이 내리면 나는 불안할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2021년 인천에서의 사건(인천 층간소음 흉기난동 사건 - 나무위키 (namu.wiki))도 이런 느낌에 일조했다. 내가 위기에 처했는데 여경이 나타나도 불안해하지 않으려면 그런 강력한 (체력이 되는) 여경들이 잘 짜여진 매뉴얼대로 임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그럴 사람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 즉 남녀차별이 아니라 SNS관리나 하는 날씬한 여경을 원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아달라는 말이다.
사족 2)
경찰 기동대 대기조 이야기가 나와서 갑자기 생각이 난건데...
무너진 경찰 지휘·보고체계…참사 현장 인근 기동대는 대기만 (newsis.com)
이태원 참사 때도 인근 기동대가 출동 안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 때에 처음으로 경찰기동대가 어떤 부대인지와 대기조의 존재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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