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사회

간호법 관련 대립은 결국은 밥그릇 싸움

레기통쓰 2023. 5. 5. 04:45

간호법이 시끄럽다. 당론을 거역하면 다음 공천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에서는 간호사 출신 의원이 민주당에서는 의사 출신 의원이 당론을 공개적으로 거부할 만큼 첨예하게 대치중인 법이다. 간호사들은 간호사들을 위한 법이 하나 따로 있어야 한다는 쪽이고 다른 직역들은 의료법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이 간호법은 특히 의사와 간호조무사들이 가장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또한 자신들에게도 피해가 올 지 모른다는 다른 의료계 종사 직업들 역시 이 간호법을 반대하고 있다. 하도 시끄러워서 여기저기 열심히 읽어봤는데 내가 내린 결론은 그냥 밥그릇 싸움이다.

 

1. 간호법이 만들어진 배경. 간호사의 입장

간호사들은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정말 현타(현실 자각 했다는 뜻으로 썻다)가 왔을 것이다. 아무리 언론이나 여론이 '간호사님들 힘내세요'라고 해도 실제 처우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나쁜 처우를 위기상황이라는 말에 받아들여야 할 때가 더 많았다. 병원은 무언가 위험할 거 같은 중환자실에서부터 의심환자 응대까지 모든 곳에 간호사을 투입하였다. 아무리 힘들어도, 아무리 담당환자가 많아도 병원에서는 추가 인력을 뽑아주지 않는다. 차라리 간이진료소 업무가 더 편하다는 푸념까지 나왔다.

 

이에 간호사들은 자신들의 업무범위를 명확히 규정하고 담당환자의 수라던가 업무시간 등을 정확하게 정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다. 업무시간이나 업무량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대형병원에 신규 간호사가 병원으로 배치 받으면 그 업무량에 놀라 그만두는 경우가 많아서 라고 한다. 신규 간호사중 47%정도가 그만둔다고 한다. 담당환자수도 일본과 미국이 한자리 수 환자를 보는데 한국에서는 20~30명 정도를 담당한다고 한다. 예전처럼 '태움'이라던가 괴롭힘도 안보이게 많겠지만 업무량에 도망가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의 업무라서 기존 간호사들이 볼 때 현재의 업무량으로는 신규 간호사가 올 수가 없는 상황이라 이것을 개선하길 원하는 것이다. 또한 X-ray촬영기사(방사선사)나 임상병리사 같은 전문직이 따로 있는 의료행위조차도 인건비 절감이라는 의미로 간호사에게 맡겨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치과에서 X-ray찍을 때 간호사가 지시하고 찍는 걸 한달전에 본 내가 증인이다). 그 외에도 3교대인 종합병원 간호사들은 근무시간외에도 인수인계와 재고파악 등등 시간외 근무할때가 많은데 이런 일을 당연하게 여기지 야근비 같은 추가수당이 나오질 않는다는 그런 문제도 있다. 이런 열악한 현실의개선과 간호사들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지자체가 정책을 수립하고 실현해야 한다는 것을 명문화 하길 원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간호법이다. 그래서 간호법을 제정하는 김에 여러가지 간호사들에게 유리한 것을 명문화 하였다. 대표적인 것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 '간호사의 지도 및 감독 아래'라는 표현이다. 이 표현들 때문에 의사들과 다른 직역의 반발을 사고 있다. 

 

2. 의사의 입장

의사는 무조건 의료기관에서 의료행위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역사회'라는 말이 있어 버리면 간호원(가칭. 내가 붙인 말이다. 의사들이 의심하고 있는 간호사가 설립하는 의료기관이라는 뜻이다)이라는 새로운 기관이 만들어 질 수도 있다고 받아들인다. 현재의 시스템도 그렇고 의사들이 원하는 시스템은 병원에 와서 의사의 진료를 받고 적절한 처방과 치료를 받는 것이다. '병원에 와서' 라는 이 당연한 사실이 '간호원'이라는 새로운 기관이 생겨버리면 '병원 또는 간호원에서' 로 바뀔 수도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된다. 이게 의사들이 말하는 '간호사들의 단독의료행위'이다. 점점 고령화되어가는 사회에서 노인환자는 의료기관의 주된 돈 벌이가 된다. 그런데 오랜기간 만성질병을 앓고 있는 노인환자들은 병원에 가봐야 늘 써주는 처방은 뻔하니까 그냥 비용이 저렴(저렴해야 기존병원과 경쟁이 되니 아마 간호원이 생기면 비용자체가 싸질 것이다)한 간호원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니 저렇게 죽어라 반대하는 것이다.

 

또한 의사들은 본과에 인턴, 레지던트까지 십여년 넘게 의료에 관한 전문교육받은 자신들만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전문의가 아닌 경우 시간은 짧아지긴 한다. 어째든 진단과 처방 교육 및 실습은 의대에서만 수행하니 의사들의 입장은 내 판단으로도 맞는 말이다). 그런 이유로 4년의 간호관련 교육과 실습한 걸로 취득할 수 있는 간호사 면허가 진단 및 진료라는 분야의 의료행위까지 가능하게 되는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용납할 수 없는 그 행위가 결국 비용절감을 무기로 내 밥그릇까지 침범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열이 받는 것이다. 

 

3. 간호조무사의 입장

의사가 의료교육 중 진료에 관해 교육을 받지 않은 간호사의 단독의료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듯이 간호사도 대학내내 전문 간호교육을 받은 자신들만이 간호행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간호사의 입장에서는 관련수업 몇 개 듣고 학원에 다니며 짧은 간호조무사 실습 후 시험문제만 달달 외워서 병원으로 들어오는 간호조무사는 간호행위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간호사를 보조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이건 사실 맞는 말이긴 하다. 간호사는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면허'를 받는 전문 의료인이고 간호조무사는 특별시, 광역시의 시장 또는 도지사에게 '자격을 인정'받는 자격증을 가진 비의료인이다. 면허와 자격에 대해서는 면허(허가를 면한다)와 자격 (tistory.com)에서 말해보았다). 하지만 간호조무사들의 입장에서는 처음에는 그랬더라도 경험이 좀 쌓이면 간호사들과 큰 차이가 없는데 자신들이 월급은 간호사보다 못하고 (큰 병원의 경우) 간호사들이 누리는 복지를 자신들은 못 누리는 그런 경우 때문에 열이 받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뉴스 기사(“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사이 신분제가 있다” (msn.com))처럼 간호조무사들은 간호사들이 일종의 신분제처럼 자신들을 차별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대우의 차별은 안된다는 입장이지만 나는 간호사들의 주장이 맞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간호법이 현재와 같이 지정되어버리면 간호조무사들은 '간호사의 지도와 감독 아래'라는 표현에 의해서 간호사들이 해야할 업무까지 다 부담하는 일종의 노예같은 처지가 될 것을 우려한다.

 

간호조무사를 현재의 의료법에서는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를 잠시 살펴보자. 

 

의료법 제80조의2(간호조무사의 업무)
① 간호조무사는 제27조에도 불구하고 간호사를 보조하여 제2조제2항제5호가목부터 다목까지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② 제1항에도 불구하고 간호조무사는 제3조제2항에 따른 의원급 의료기관에 한하여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환자의 요양을 위한 간호 및 진료의 보조를 수행할 수 있다.

 

(참고로 27조라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법률들을 말한다. 여기서는  '27조 ⑤ 누구든지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하게 하거나 의료인에게 면허 사항 외의 의료행위를 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를 주로 지칭하게 된다. 의료인이란 의료법 2조 ① 이 법에서 “의료인”이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ㆍ치과의사ㆍ한의사ㆍ조산사 및 간호사를 말한다 에 규정되어 있는 직역으로 간호조무사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래서 저 80조의 2 중 ①②항은 의료인은 아니지만 간호조무사도 의료업무를 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주는 법률이다)

 

현재 의료법상 간호조무사는 기본적으로 간호사의 보조이다. 하지만 ②항에 의해서 의원급 기관(동네 작은 병원)에서는 간호사가 없어도 의사와 간호조무사만 있어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간호조무사들은 간호법이 제정되어 '간호사의'라는 말만 들어가면 (현재는 아니지만 결국 나중에는) 의료법 80조의 2항이 무력화 되어 '일반의원들도 간호사 1명은 반드시 고용해야 한다' 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자신들의 자리가 줄어들게 되고 전체 인건비 중의 자신들의 몫도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간호사 1명이 병원장 아래 2인자가 되어 자기의 일까지 조무사들에게 넘길 수도 있으니 업무량이 늘어나는 것도 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즉 업무량은 늘어날 것이고 월급은 줄어들거라는 생각에 이 법을 죽어라 반대하는 것이다. 결국은 밥그릇 싸움이다. (간호조무사 협회에서는 '간무사'라는 호칭을 써달라고 홍보하고 있으나 모든 법률에서나 공식적인 직함이 간호조무사라 '간무사'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4. 그 외의 의료관련 다른 직역들

간호법은 간호사가 병원 넘버.2임을 지정하는 법이며 의사를 제외한 모든 직역이 간호조무사와 비슷한 이유로 피해를 볼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 저렇게 반대하는 것이라고 본다. 

 

결론.

결국은 돈이다. 국민을 위해서 어쩌고 저쩌고 떠들어봐야. 우리나라는 고령화사회에 이미 접어든 데다가 전체 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니 환자들 수 자체가 줄어들 것이다. 그 결과 환자들이 내는 전체 의료비용 역시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 돈을 누가 더 많이 먹느냐의 다툼이 되는 것이다. 이 법을 제정하면서 원래 시작은 간호사 자신들의 열악한 처지를 개선할 수 있는 법률을 원했을 것이다. 그런데 열악한 처지의 개선은 담당환자를 줄여달라는 것과 병원에서 벌어들이는 의료비 중에 간호사 몫을 더 달라는 것으로 요약된다. 둘 다 병원에게는 비용 증가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담당환자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간호사의 수를 늘릴 수 밖에 없다. 인건비가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그렇게 되니 병원의 소유주인 의사들은 내 밥그릇 더 이상 건들지 마라라는 입장이 되고 간호조무사는 내 밥그릇은 원래 적은데 니들 몫이 늘어나면 내 몫이 적어지니 더 빼앗지는 말아달라는 입장이다.

 

너무 단순화해서 보는 것 같지만 결국은 밥그릇 싸움인데 누가 많이 차지하는지는 사실 나같은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큰 문제가 없다(하지만 해당직역에 관련되는 사람에게는 엄청나게 중요한 내용일 것이다). 이제는 정착되어버린 의약분업이 20년쯤 전에 처음 시작 될 때도 의사들은 약사들이 내 몫까지 가져가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었다(사실 현재 상황은 약사들이 병원내 조제실에 있다가 병원 건물 1층의 약국에 들어간 결과와 비슷하졌다. 이건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정리해보겠다). 의료분업에서 보았듯이 간호사법도 어떤 형태로든 정리가 되면 우리는 그걸 이용하면 된다. 한마디로 저건 저들의 싸움이라는 것이다.

 

국회도 각당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간호사들의 열악한 처우를 개선해서 간호사들의 수를 늘려보자는 게 간호법 제정을 찬성하는 국회의원들의 입장이라면 간호사만 따로 챙겨줄 이유가 없고 현재의 의료체계에서는 비용상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반대하는 국회의원들의 입장일 것이다. 어떤 쪽을 지지하던지 우리가 상대쪽을 욕할 필요가 없다. 둘 다 이유가 합당한 불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이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료보험비를 무지막지하게 올리고 의료기관 수당을 오지게 올리면 웬만큼은 해결된다). 거기다가 지금 대통령실과 야당 그리고 여당과 야당의 극한 대립 상황이라 더 문제가 심각하게 느껴진다. 뉴스거리에 굶주린(사실 태영호나 김재원이나 뉴스거리가 풍부하긴 하지만) 언론에서는 막 과장해서 심각한 것처럼 보도하지만 그냥 그들의 밥그릇 싸움이다.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의사들이 파업했는데 내가 아프면 심각한 문제긴 한데...).

 

개인적으로는 간호법에 대한 공론화 과정을 한 1~2년 거쳤으면 좀 더 괜찮았을 것 같다(혹시 공청회가 있었더라도 뉴스 자주 보는 내가 못 본 거면 제대로 된 공론화가 아니다). 아직 우리나라는 토론 문화가 잘 정착안되어서 서로 고함만 지르다가 끝나겠지만 그래도 공청회를 계속 거치면 지금의 직역간 극한대립이 조금은 줄어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