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사회

노키즈 존은 없애고 퍼스트 키즈존을 만들자? 일리야 있습니다만...

레기통쓰 2023. 5. 6. 10:11

한 번 당해보시면...

https://www.youtube.com/watch?v=DerXmWY2JPw&ab_channel=KBSNews 

아이와 나가면 막막하다는 말이 참 가슴 아픈 기자회견이었다. 하지만 저 영상을 보면서 내 기억에 강렬하게 떠오르는 아이와 엄마가 있다. 

주말이었던 거 같다. 동네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고 있었다. 식사시간이 지나서인지 한산한 식당에 아이들이 뛰어다니면서 놀고 있었다. 조금 시끄럽네 정도만 생각하며 티비에 눈을 두고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던 중 애 한 명이 넘어졌지면서 내 옆의 테이블에 부딪쳤나보더라. 애는 쉬지 않고 울어제끼는데 저기 구석에서 밥 다 먹고 수다 떨던 여자 중 한 명이 내게 와서 화를 냈다.

'아저씨, 왜 애를 울리시는 거에요?'

애를 안 지켜봤다는 게 드러났다. 애는 자기들끼리 고함치면서 뛰어다녔고 종업원은 아이를 피해다녔고 나는 그냥 티비만 보고 있었다. 애가 내 발에 걸려넘어진 것도 아닌데 일단 나한테 고함부터 쳤다. 

'나는 모르는 일입니다만'

이랬더니

'그럼 애가 그냥 울겠어요?'

라며 애를 달래면서 뭔가 내 욕을 알아듣지도 못하게 궁시렁 거린다. 보고 있던 주인아주머니가 애들은 그냥 뛰다가 넘어져서 거기 부딪힌 거에요라고 말을 해도 나한테 사과도 안한다. 자기 애만 달래고 있다. 애는 좀 괜찮아졌는지 울음을 그쳤는데 그 여자는 내게 사과할 생각이 없다. 

'사과안해요? 나한테'

라고 따지자 내가 본 거 중에 가장 띠꺼운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며

'네~네~ 미안해요'

라면서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한 10여분 후에 그 애는 다시 식당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고함을 질러가면서... 주인 아주머니가 애들 좀 조용히 시켜달라고 몇 번을 요청했는데도 그 말 들을 때만 '네네'하는 엄마들 옆을 지나가면서... 애들보고 '야~ 그만좀 해'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런데 그 여자가 다시 올까 겁이 나서 그냥 조용히 밥 먹고 나왔다. 두 번째로 오면 얼마나 난리를 부릴지 겁부터 났다. 무슨 맛인지도 모를 정도로 대충 입에 넣기만 하고 나온 것 같다. 

 

일단 이런 일 겪으면 노키즈존이라는 것에 생기던 반감이 스르륵 사라지고 그 편을 들게 된다. 소아과 의사가 줄어드는 이유도 비슷할 것이다. 애가 조금이라도 이상해지면 '죽여버리겠다'라는 위협을 자연스럽게 한다더라. 학교 선생들은 담임은 어떻게든 안맡으려 난리를 친다 한다. 밤새 학부모의 카톡에 시달리니 담임은 죽어도 안하려고 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앞서 말한 주인 아주머니는 동네 장사라 차마 노키즈존까지는 못 걸었겠지만 속으로는 얼마나 욕을 했을까?

요새 엄마들의 아주 일부가 싸가지가 없다. 전체 엄마들 중에서는 분명히 일부이지만 당해본 사람에게는 그 사람만 기억난다. 다시 말해 피해를 당해본 사람들은 젊은 엄마들은 모두 싸가지가 없다라고 확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그런 강렬한 기억이 결국 전체 젊은 엄마들을 경계하게 만든다. 예의가 없는 걸 넘어서 기저귀를 버리고 간다던가 애 먹을 걸 따로 (공짜로) 만들어달라고 우긴다던가 애가 지혼자 다친걸 보상해달라던가 하는 실제 피해를 입은 사례들 마저 많다. 이런 피해까지 오지게 당한 사람은 젊은 엄마나 애들에 이를 갈게 될 것이다. 그런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꺼낸 카드가 노키즈존이다. 엄마손님을 포기해서 매상에 손해를 보더라도 차라리 안 받는 걸 택한 것이다. 그런 걸 무시하고 너무 쉽게 노키즈존을 없애자고 하는 거 아닌가?

용혜인 의원은 노키즈존을 없애자는 인터뷰를 자신의 아이와 같이 메세지가 잘 전달되게 잘 수행하였다. 아이랑 갈 곳 찾는 게 어렵다는 말에 안타까움까지도 느껴졌다. 그런데 모르는 아이가 내 휴대폰을 던져버린 기억이 있는 내게는 용혜인의 아이가 마이크에 씌우는 보호구를 잡아 빼는 것만 기억난다. 그만큼 한 번 각인된 기억은 정말 오랜기간 남아있게 된다.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용혜인의 주장은 참 좋다고 인정하지만 노키즈존이 왜 생겼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해보는 노력도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애 키우는 엄마들 교육 좀 시켜야 한다거나 엄마들이 노력하자는 메세지가 먼저 나온 다음에 엄마들도 노력할테니 노키즈존을 없애도록 도와주세요 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은 설득방법인 것 같다. 이런 말을 하면 인구절벽으로 가는 시대에 임산부, 또는 막 출산한 분들을 따로 불러 교육 시킨다고? 라는 반응이 나올거 같다. 하지만 말 그대로 같이 살아가는 사회에서 자신의 아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들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엄마들과 아이들이 같이 배워야 하는 시대이다.

연합뉴스에서 가져왔음

나는 요새 생기는 케어키즈존, 키즈오케이존을 더 활성화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애들을 컨트롤을 못할 정도면 나가질 말아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까지는 하지 않겠다(몇 번 심하게 당해본 나로서는 솔직히 그런 주장 하고 싶지만 그건 양육자들에게 너무 심한 말이다. 죄송해요~). 다만 아이가 떠들어도 이해해줄 분만 오시는 곳을 선언하는 게 차라리 맞다고 주장해 본다. 그렇게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게 낫지 않을까? 애들이 오면 시끄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런 거 괜찮은 분들만 오세요라고. 요새 애들 보기 힘들어서 그런 거 이해해줄 사람도 많을 것 같은데...

다 적고 나니 너무 이기적인거 같긴 하다. 그런데... 애들 조용히 시키는 게 쉽나? 인터뷰하는 잠깐 동안도 힘들어하더만... (요새 애들 조용히 시키는데 유튜브가 최고라더라. 그런데 애들은 또 볼륨을 얼마나 크게 틀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