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오늘 오전에 쓴 글이 하나 있다.
윤석열과 국회. 아직도 검찰인 윤석열. (tistory.com)
내 생각을 정리해 적은 건데 거기에 내가 이렇게 적었다.
"대통령실에서 이미 국민의힘 지도부 선출에 너무 많이 관여해버렸다. 다음 총선의 공천권도 대통령실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언하긴 했는데 특별히 증거로 들만한 사례가 아직은 발견되지 않았는데... 그런 뉴스가 하나 떴다. 정확히는 어제 저녁 뉴스에 뜬 것인데 내가 좀 늦게 봤다.
[단독] "대통령실 '공천' 거론하며 한일관계 옹호" 압박? (imbc.com)
태영호 최고위원의 발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그래서 앞으로 이거 최고위원 발언할 때 대통령실에서 다 들여다보고 있다…"
"당신이 공천 문제 때문에 신경 쓴다고 하는데 당신이 최고위원 있는 기간 마이크 쥐었을 때 마이크를 잘 활용해서 매번 대통령한테 보고할 때 오늘 이렇게 했습니다 라고 정상적으로 들어가면 공천 문제 그거 신경 쓸 필요도 없어"
"그래서 내가 이제부터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 이진복 수석이 나한테 좀 그렇게 약간…다 걱정하는 게 그거잖아. 강남 갑 가서 재선이냐 오늘도 내가 그거 이진복 수석한테 강남 갑 재선되느냐 안 되느냐."
일단 태영호는 자신의 재선이 대통령실에 달려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본인 자신의 실력으로는 강남에서 다시 당선된다는 보장도 없고 기댈 곳은 당의 공천 뿐인데 이 공천을 반드시 받는다는 보장도 없다. 탈북자 출신이라는 메리트는 이미 써먹었다. 자기 스스로의 매력이 없으니 탈북자로서의 국회의원 활동도 특별히 어필할 게 없다. 다시 말해 총선때 마다 가장 많이 나오는 물갈이, 컷오프 등에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이진복과의 대화를 통해 대통령실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고 확신하게 된 것이 녹취에서 다 나타난다. 다시 말해 대통령실이 다음 총선 공천권을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강력한 증거이다. 저 대화는 다른 의원이나 보좌관에게 대통령실에 잘 보여야 한다고 충고 또는 설명하고 있는 내용이다.
이 녹취에 대해 당연히 태영호는 기억 안난다고 대답했고 이진복 정무수석은 공천 관련 발언도 한일관계 관련 발언도 한 적이 없다고 대답했다. 일단 태영호는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녹음 음성이 조작되지 않는 이상 자기 목소리가 들리니 기억 안난다 외에는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이진복은 '공천', '한일관계'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자기의 입장을 밝혔다. 나는 이진복의 말도 거짓말이 아니었다고 본다.
대충 상상이다. 내 상상. 이진복은 아마
'태 최고의원 요새 제일 걱정하는 게 뭐지요?'
정도로 운을 띄웠을 거 같다. 태영호가 재선 이야기를 꺼내자 아마
'우리가 요새 지도부 회의하는 거 다 모니터링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야당에게 엄청나게 공격을 받고 있지 않습니까? 왜 최고위원중에서 나서서 대통령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 없을까요? 회의시 발언권 있을 때마다 대통령을 위해 야당과 싸워주면 지금 걱정하시는 일은 다 해결 날 건데요.'
라는 식으로 말했을 것 같다. 저 말에 공천이나 한일관계라는 말은 하나도 없다. 이진복은 노회한 정치인 답게 실제 자기가 안쓴 단어들은 말하지 않았다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즉 이진복은 당무에 개입을 안한 게 된다. 하지만 태영호는 자신이 받아들인대로 알아서 해석해서 녹취록 처럼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어째든 이번 사태는 대통령실이 여당의 공천권을 가지고 있거나 공천에 강력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 준 사건이다. 태영호는 당대표가 말조심하라고 경고하자 바로 '나는 애먼 곳에 구걸하지 않았다'라고 바로 쏘아 붙인 사람이다. 아니라고 부정하긴 했지만 내가 볼 때 애먼 곳은 전광훈이다. 전광훈에 도와달라고 한 사람은 김기현 대표이고.
[단독] 김기현 저격 논란에...태영호 “애먼 곳 도움 구걸, 金에 한 말 아냐” (msn.com)
당대표한테는 강력하게 맞섰던 태영호는 북한 권력층에서 살아남았던 실력을 발휘해서 진짜 실세한테 납작 엎드렸다(정신이 번쩍 들더라면서 이를 인정한다). 이정복씨 말대로 대통령실이 공천에 관여할 위치가 아니라면 김기현에게 공천권이 있을 것이고 그러면 '구걸'이라는 표현 자체가 나올 수가 없다. 오해를 불러 일으킬 표현을 그리 쉽게 쓰진 않았을 것이다. 또한 공천권이 대통령실과 상관 없다면 태영호는 이정복이 자기에게 마이크 잡고 어쩌고 하는 소리에 '왜 그 딴 소리를 나한테 하는 거냐'고 따져 물었을 것 같은 사람이다. 전형적인 약강강약(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한 사람이니까.
실제로 오후에 뉴스가 하나 더 나왔다.
https://www.youtube.com/watch?v=8VzLaXCh3ek&ab_channel=JTBCNews
JTBC의 정치부 회의에서 다룬 내용이다. 중요한 사실은 저 녹취가 있었던 날 아침 최고회의에서 태영호가 자기가 뭘 할 것인지에 대한 자기피알을 했지만 한소리 듣고난 그 다음날 부터 '윤석열 최고', '윤석열 사랑해요'를 외쳐댄 것이다. 그러다가 오버해서 독도를 일본땅이라고 표현한 일본문서를 들고 '우리 윤석열님의 외교에 일본이 화답했다'라는 말도 안되는 알랑방귀를 뀌어버렸다(이런 알랑방귀가 위에서 내가 말한 약강강약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물론 수습은 김기현 대표가 했다(개인적으로 김재원, 태영호, 조수진까지 사고만 치는 최고위원들을 데리고 있는 김기현이 안타깝게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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