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사회

윤석열과 국회. 아직도 검찰인 윤석열.

레기통쓰 2023. 5. 2. 10:48

그냥 돌아다니다가 읽은 사설이다. 기자들은 아직도 희망을 가지고 있다는 거에 놀랐다. 

 

"[사설] 방미 성과 尹대통령, 이젠 민생·협치의 시간"- 헤럴드경제 (heraldcorp.com)

 

[사설] 방미 성과 尹대통령, 이젠 민생·협치의 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5박7일간의 미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나날이 고도화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할 ‘한국형 확장억제’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이끌어내 미국의 핵우산을 한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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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에 "윤 대통령이 방미 중 보여준 부드럽고 여유 있는 리더십을 내치에도 보인다면 국정운영의 새로운 돌파도 가능하다."라는 표현이 있다. 실제로 방미 중에 만찬이나 의회 연설에서 윤석열은 부드럽고 여유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농담도 섞어가면서 잘 웃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게 내가 늘 보던 사람이 맞나 싶었다.

 

처음에 도어스태핑(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을 할 때를 기억하는지? 대답은 다 회피하면서 가끔 민감한 주제는 짜증이 난 표정이었다. 저럴거면 도어스태핑을 왜 하는지 궁금했었다. 예상대로 스리슬쩍 사라져버린 도어스태핑. 그 이후에 들려오는 모든 소식은 대통령이 격노했다였다. 윤석열씨는 국내에서는 늘 화가 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형식적으로나마 모든 대통령이 하던 야당지도부와의 미팅 역시 패스했다. 말로는 민주당 새 원내 대표와는 만나겠다고 하지만 내 생각으로는 글쎄다이다. 

 

대통령실 "尹, 野지도부 회동…여야 원대 합의시 마다할 이유없어" (msn.com)

 

대통령실 "尹, 野지도부 회동…여야 원대 합의시 마다할 이유없어"

대통령실은 1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성과 설명에 대한 여야 지도부 회동 가능성에 대해 "그런 (대통령 회동) 부분이 여야 원내대표들 간 모임에서 제기될 수 있고 만약 그게 여야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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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권의 가장 큰 문제점을 하나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자신있게 '의회무시'라고 말하고 싶다. 오랜 검사 생활에서 국회의원들의 비리들을 늘 수사하다보니 국회의원 혐오에 걸린 사람같다. 실제로 잘 나가던 문재인 정부 시절 유일하게 면박받은 곳이 국회였을 것이다. 검찰총장 청문회 시절에는 국민의힘(당시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질타가 있었고 총장직 수행시절에는 법무부 장관이라는 추미애와 박범계라는 국회의원의 견제가 있었다. 채동욱 검찰총장 때처럼 조금 버티다가 곧 물러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주 잘 버텼다(채동욱과 다르게 숨겨둔 애 같은 결정적인 스모킹건을 민주당이 못찾아서 그랬을 거다). 그 때 받은 수모를 갚아주듯이 민주당의 모든 이야기에 안티를 걸 준비가 된 사람으로 보인다. 

 

특히 검사생활때의 인식이 아직 유지되고 있는지 '검사가 기소하면 범죄자'라는 인식이 강하다(반대로 검찰이 기소 하지 않으면 범죄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본인 부인의 여러가지 논란에도 이런 논리로 죄가 없다고 외치던 사람이다). 그런 인식 때문에 국정파트너라 할 수 있는 민주당의 수장인 이재명을 무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그래도 대통령이 다수인 야당당수를 저렇게 까지 무시할 수 있는 게 놀랍다. 민주당 원내대표도 만나겠다는 게 아니라 여야의 원내대표가 합의하면 만나주겠다라는 표현을 쓴다(정확한 워딩은 못만날 이유가 없다 이지만 저건 둘이 합의하면 만나줄께 라는 뜻이 된다). 저렇게 의회를 무시하는 이유에는 검찰 힘빼기 법안인 검수완박법도 있을 것이다. 시행령이라는 꼼수를 써서 간신히 원래의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검찰의 시선으로 보면 국회는, 특히 민주당은 우리 권력을 뺏어가는 아주 나쁜 무리인 것이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이 주도하는 법안 모두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여야 합의가 되지 않는 법안은 다 돌려보내겠다고 대놓고 말했다. 지금의 상황에서 국민의힘과 합의가 쉬울까). 물론 거부권은 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권한이니 법에 어긋나는 게 아니다. 일부 과격한 사람들이 주장하는 '탄핵'까지는 절대 못 간다. 현재의 정치판에서는 대통령실과 여당 그리고  야당들 서로가 서로를 욕하면서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입법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가 생긴다. 민주당 주도의 법안을 모두 거부할 수 있다는 것은 정부 법안도 전부 통과가 안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입법이 필요한 정책들은 아무것도 추진할 수 없다는 뜻과 같다. 원래 이럴 때는 여야가 카메라 없는 뒤에서 만나서 형님 아우님 하면서 조금씩 양보하고 협의해서 하나 받고 하나 주고 해야 되는데 지금 국민의힘의 의원중에 그걸 할 사람이 없다. 아니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에서 이미 국민의힘 지도부 선출에 너무 많이 관여해버렸다. 다음 총선의 공천권도 대통령실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싫어'를 외치는 대통령실에다가 '민주당과 협의를 좀 해서 몇 개는 양보할께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대통령실은 답답할 게 없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다음 총선에 '민주당이 그동안 입법을 다 막아서 우리가 아무것도 못했다'라는 민주당 심판론을 들고 나오면 된다. 지금 벌어지는 모든 문제는 민주당의 탓이니 다음 총선에 민주당을 소수정당으로 만들어달라고 요청할 것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들고 나올거고 지금의 혼란은 대통령실의 독주 때문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민주당 역시 이 상황을 풀 방법도 없지만 풀어야겠다는 필요성도 못 느낄 것이다. 다시 말해 다음 총선때까지 죽어라 싸우기만 할 것이다. 한 마디로 총제적 난국이다. 

 

경제는 계속 어려워지고 있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 간의 싸움은 쉬이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정부가 방향을 잡고 국민과 야당을 설득하면서 나아가야 할 시간인데 지금의 대통령실은 그걸 하질 않는다. 안해도 된다는 식으로 행동한다. 그런데 이제까지 저렇게 행동했던 대통령실이 협치를 할까? 사설을 쓴 이는 너무 많은 걸 바란다. 

 

[사설] 방미 성과 尹대통령, 이젠 민생·협치의 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5박7일간의 미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귀국했다. 나날이 고도화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할 ‘한국형 확장억제’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이끌어내 미국의 핵우산을 한 단계 진전시킨 점은 성과로 꼽힌다. 신설될 ‘핵협의그룹(NCG)’을 통해 미국의 한반도 핵기획과 운용에 한국이 발언권을 갖게 된 것이다. 다만 기대를 모았던 한국 기업들의 불이익을 완화할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합의된 게 없어 아쉬움이 크다.

그동안 핵우산과 확장억제는 사실상 추상적인 개념에 불과했다. 유사 시 미국의 핵우산이 어떻게 작동되고 전략자산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알 수 없었던 게 사실이다. 북핵 위협에 자체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진 것도 이런 모호성 탓이 있다. 한국이 NCG를 통해 이런 과정을 이해하고 우리의 대응능력을 높일 수 있게 된 것은 큰 진전이다. 1년에 네 번 열리는 NCG 회의에서 실질적인 참여도를 높일 수 있도록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미국의 의사대로 끌려가지 않으려면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확장억제 강화에 밀려 의제로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IRA, 반도체지원법도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양국 정상은 공동 성명에서 “이 법이 기업활동에 예측 가능성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상호 호혜적인 미국 내 기업 투자를 독려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나가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경제안보와 직결된 영업기밀 제공과 초과 이익 공유 등 무리한 요구와 차별적 보조금 등 부당한 규제를 완화하는 데에 속도를 내야 한다. 이제부터는 후속 조치로 성과를 내야 한다. 넷플릭스, 코닝 등 8조원에 달하는 투자 유치와 첨단 산업·바이오·에너지 등에서 맺은 업무협약(MOU)이 모두 본계약으로 이어지도록 제대로 챙겨야 한다.

방미 성과가 결실을 보려면 무엇보다 국민 공감이 필수다. 민생이 팍팍하면 외교적 성과는 가려질 수밖에 없다. 수출 부진과 무역수지 적자, 원화 약세 등 경제 기초 체력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여야는 내내 극한 대치 중이다. 전세사기로 눈물 짓는 이들이 늘고 간호법 처리를 놓고 의료계가 갈라지는 등 과제가 적지 않다. 야당의 협조 없이는 난맥상을 풀기 어렵다. 외교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서라도 야당에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윤 대통령이 방미 중 보여준 부드럽고 여유 있는 리더십을 내치에도 보인다면 국정운영의 새로운 돌파도 가능하다. 시기도 좋다. 여야 새 원내 지도부가 뽑힌 만큼 자연스럽게 만남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이제부터는 내정과 협치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