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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고은은 다시 페퍼로, 승리자는 도로공사

레기통쓰 2023. 5. 2. 22:30

페퍼가 급했나보다

 

[단독] 도로공사-페퍼, ‘이고은↔최가은, 신인 1라운드 지명권’ 트레이드 합의 (naver.com)

 

[단독] 도로공사-페퍼, ‘이고은↔최가은, 신인 1라운드 지명권’ 트레이드 합의

2022~2023 V리그를 마치고 맞이한 ‘에어컨리그’에서 자유계약선수(FA) ‘빅3’ 중 하나였던 ‘클러치박’ 박정아(30)를 페퍼저축은행에 내주고 보상선수로 이고은(28)을 받아왔던 도로공사가 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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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지명할까 싶어 보호선수로 안 묶은 이고은을 도로공사가 지명해서 이고은이 팀을 떠나자 박사랑이나 이현 같은 가진 세터로는 안된다는 위기감 때문에 이번에도 최악의 선택을 한 것 같다. 

 

예전에 이고은이 보상선수로 도로공사로 간다고 햇을 때 

페퍼는 이고은을 왜 풀었을까? - 여자배구 (tistory.com)

 

페퍼는 이고은을 왜 풀었을까? - 여자배구

https://sports.news.naver.com/news?oid=445&aid=0000107576 '이게 무슨 일?' 도로공사→페퍼 왔던 이고은, 다시 도로공사로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했던 이고은이 한 시즌만에 한국도로공사로 돌아간다ⓒMHN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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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아무리 봐도 설마 팀 떠난 지 1년 밖에 안된 FA 선수를 보상선수로 지명할까 싶어서 페퍼가 보호선수로 안 묶은 이고은을 그대로 지명해버린 도로공사의 승리였다. 이후 트레이드까지 하면서 도로공사는 페퍼에게 박정아를 데려간 값을 완벽하게 받아내었다. 

 

그런데 페퍼는 난리가 났다. 주전 세터가 없어질 위기가 온 것이다. 세터가 바뀌면 팀이 요동친다. 특히나 FA로 기량이 안정된 세터가 온 게 아니라 기존 세터가 다른 데로 가서 신인이 자리를 맡으면 팀이 난리가 난다. 몇 년 전 이다영의 이적 후 1위팀 현대가 김다인 주전으로 바로 꼴찌팀이 된 일이 대표적인 일이다(조송화 사태로 갑자기 주전이 된 김하경이나 이다영의 학폭으로 갑자기 주전이 된 김다솔의 경우에는 시즌 중의 갑작스러운 변화라 이 경우와는 조금 다르다고 생각된다). 팀에서 용병은 업글 되었고(그런데 사실 현대랑 잘 안맞는 선수이긴 했다) 주전들은 다 그대로 있었는데 이다영에서 김다인으로 바뀐 뒤에 시즌 중반이 넘어서기도 전에 꼴찌 확정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고은이 없다고 생각하니 감독이나 페퍼고위층은 엄청나게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좀 손해보는 트레이드를 해서라도 다시 이고은을 데려와야 했고 그 결과로 최가은에다가 다음 시즌 지명권까지 같이 줘버렸다. 완벽하게 호구 잡히는 순간이었다. 안봐도 비디오일 거 같은 이 트레이드는 도로공사가 부르는대로 맞춰 주었을 것이다. 그만큼 페퍼는 이고은이 절실했을 것 이다. 도로공사도 페퍼가 받아들일 수 있는 최대치만 불렀을 듯 하다. 이한비를 달라고는 안했으니.

 

그런데 페퍼는 이제 다시 문제가 심각해졌다. 최가은은 작년에 페퍼의 주전이었다. 하혜진이 부상으로 빠진 페퍼의 중심을 잡아주던 선수였다. 공격은 이한비, 수비는 최가은이었다. 예전엔 잘 못하던 공격마져 간간히 성공시키면서 발전하는 선수였다. 이런 선수를 보내버린 것이다. 페퍼의 다른 센터진은 확실한 선수가 없다. 어르헝은 아직 성인무대 경험이 일천하고 수술도 했고. 하혜진은 부상에서 제 기량으로 언제 돌아올지 확실하지가 않다. 구솔이나 서채원은 안정감이 떨어진다. 아픈 와중에도 로테이션을 잘 지키며 하혜진 부상공백을 잘 메워주며 발전하던 주전 센터(미들블로커)가 떠났다. 여기에다가 1순위 지명권을 줘버렸다. 그리고 이 지명권은 기사에서 지적했듯 고교 최대어이며 제2의 양효진으로 될 가능성이 많은 김세빈(문명화의 업글 버전이 될 확률이 많긴 하다)을 지명하는데 쓰일 것이다. 구슬의 축복을 받아야 되겠지만 그래도 최대치의 구슬을 넣는 1순위가 가장 먼저 이름을 호명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생각하면 페퍼는 이제 구슬의 축복을 바라거나 어르헝에 모든 것을 걸어봐야 한다. 그래도 다음 시즌에 바로 터진다는 보장이 없으니 결국 페퍼는 아시아 쿼터로 미들블로커를 뽑았지 싶다.

 

사실 도로공사는 보상선수로 이한비나 최가은을 원했는데 페퍼가 보호로 묶어놨을 것 같다. 그래서 안묶인 이고은을 데려간 뒤에 페퍼에 트레이드를 계속 찔러보지 않았을까? 이한비를 줄리 없으니 도로공사가 최가은을 원했을 거 같다(이한비는 박정아의 멘탈이 나갔을 때 대체해주던 도로공사의 전새얀 같은 포지션이 될 것이다. 아니면 박정아의 대각선에 세워서 공격력을 쌍으로 강화시키는 방법도 있다. 페퍼에는 여러모로 꼭 필요한 선수이다). 도로공사는 포스트 정대영을 어케든 키워야 하니 배유나 고정에 나머지 1자리를 계속 애들 경쟁시키면서 키울 생각으로 최가은을 원했을 거 같다. 그런데 페퍼의 상황을 보니 1:1이 아니라도 제안에 응할 수 있겠다 싶으니 무려 1순위 지명권을 받아내는 최고의 협상을 했다. 아... 안타까운 페퍼는 센터에 어르헝과 하혜진으로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했나보다. 만약에 어르헝이 수술전에 보였던 배구초보같은 모습을 버리면, 그리고 하혜진이 원래 모습으로 컴백하면 가능도 할 것이다. 어르헝의 신체조건은 최고이니까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인삼공사의 정호영이 그 최고의 신체적인 조건에도 미들블로커로 자리를 잡는데 3년이 넘게 걸린 걸 생각해봐야 한다. 과연 어르헝은 얼마나 걸릴까? 

 

결국 페퍼는 이고은 한명을 보호선수로 안묶은 값을 제대로 치르고 있다. 도로공사에 호구 잡혔다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막 바치고 있다. 이고은 한 명 안 묶어서 전년도의 주전센터에 차세대 센터까지 묶어서 보낸 결과가 나왔다. 만약 최가은이 있고 구슬의 은총으로 1순위로 김세빈을 지명했으면 아주 이상적인 결과를 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르헝과 김세빈이 성인무대에 적응 할때까지 하혜진, 최가은으로 버티면서 어르헝과 김세빈을 사이사이 끼워넣어 경험치를 먹여서 키웠으면 몇 년 후에는 7개 구단 최고의 미들블로커진을 구축할 수 있었을 텐데... 아주 아쉽다. 결국은 보호선수의 수가 너무 작은 게 이런 결과를 낸 것 같다.

 

그냥 안타까워서 적어본 글이 너무 페퍼를 안좋게 보는 쪽으로만 흘렀다. 그래도 너무 결과가 나쁘니까... 오지영 영입할 때 페퍼는 다다음 시즌 1라운드 지명권도 같이 넘겼다. 1순위 일지는 올해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지금 구단이 하는 짓을 보면 그렇게 낮은 순위는 아닐 것이다. 다시 말해 2년간 1라운드 지명권을 못 쓴다는 말이다.

 

’2년간 1R 지명권 X’ 페퍼저축은행, 미래와 맞바꾼 현재를 살려라 (naver.com)

 

’2년간 1R 지명권 X’ 페퍼저축은행, 미래와 맞바꾼 현재를 살려라

페퍼저축은행이 어려운 과제 앞에 놓였다. 어쩌면 이렇게까지 어려운 상황이 오기 전에 막을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2일 페퍼저축은행과 한국도로공사가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박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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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도 작은 보호선수의 수에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험부족에다가 '설마'라고 하는 안일한 생각은 돈은 돈대로 쓰고 핵심 선수 하나에 미래의 선수 하나까지 뺏겨버린 결과가 되었다. 일단은 지나간 일이니까... 이제 최가은은 남의 팀 사람이고 지금 있는 자원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얻어냈으면 좋겠다. 아시아 쿼터의 MJ 필립스가 기대이상으로 잘해주고 박정아가 멘탈을 놓치는 시간이 좀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페퍼 배구단이 순위경쟁에 뛰어들었으면 좋겠다. 좋게만 봐주는 것도 2년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