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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NL 2023 여자배구 결승전 + 3위 결정전

레기통쓰 2023. 7. 18. 10:03

VNL 2023 여자부 모든 일정이 끝났다. 챔피언은 예선 3위였던 튀르키예가, 3위는 예선 1위였던 폴란드가 차지했다. 1위예상은 맞았다. 몇 번 말했지만 튀르키예가 이번 리그에서는 최강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3위예상은 틀렸다. 미국이 폴란드는 이길 거 같았는데 예상과는 반대로 나왔다. 3-2라는 스코어에서 보듯이 양측다 최선을 다 했지만 한 팀만 웃을 수 있는 게 이런 경기이다. 이번에는 폴란드가 웃었다. 

 

 

좌측은 예선리그 결과이고 우측은 결승리그가 끝난뒤의 랭킹이다. 좌측표의 연두색으로 표시된 나라들은 결승리그 진출팀이고 미국은 개최국이라 푸른색, 크로아티아는 2023년 챌린지 리그로 강등된다는 표시로 따로 표시가 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가장 밑이다. 0승. 13~15위가 2승이니까 우리가 갈 길이 멀다. 1승 추가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가 아는 입장에서 정말 갈 길이 멀어보인다. 차라리 챌린저 리그로 우리가 내려가는게 맞는 듯 한데... 국제경기를 몇 세트를 더 해볼 수 있는 기회인데 말이다.

 

폴란드는 예선리그를 1위로 마무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라바리니가 잘 이끈 것 같았다. 4강에서 중국에 0-3으로 진 것이 옥의 티였다. 예선리그에서의 결과와는 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그래서 3~4위전으로 내려간 폴란드는 예선리그에서 2:3으로 진 기억이 있던 미국과 3위 결정전을 치르게 되었다. 예선리그에서 3:2로 이겼던 튀르키예에게 4강에서 1:3으로 져버린 미국 역시 3위 결정전을 치르게 되었다. 결국 예선 1, 2위였던 폴란드와 미국이 3위 결정전을 치르는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경기가 한 세트씩 나눠먹는 식으로 아주 재미있게 전개되었다. 폴란드가 1, 3, 5세트를 가져갔는데 특히 마지막 5세트가 듀스 접전까지 했다. 이런 경기는 우리팀만 아니면 아주 재미만 좋다. 우리팀이면 재미있는 있지만 애가 타서... 폴란드가 잘 한 건지 미국이 수비 컨디션이 나빴는지 폴란드의 공격점수가 상당히 높다. 13점이나 차이가 난다. 이 13점으로 범실로 10점 더 준 것을 보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로킹과 서브 점수가 합치면 비슷비슷하다.

 

그런데 스코어를 보면 약간 이상하긴 하다. 위에 "25–15 16–25 25–19 18–25 17–15" 이렇게 써져 있듯이 질 때는 다들 화끈하게 져버린다. 1~4세트까지 패배팀이 20점을 넘지 않는다. 어차피 마지막 경기이고 3, 4위가 그다지 차이가 없어서 그냥 양팀다 화끈하게 질러보고 안될 거 같은 세트는 포기했다는 수준이다. 마지막 5세트만 죽어라고 서로 따라 붙은 거고.

 

 

 

튀르키예는 예선리그에서 일본, 미국에 2:3으로 지고 폴란드에 0:3으로 졌다(이 경기들만 졌다). 내가 볼 때는 최강의 팀이었으나 4강에 올라온 팀 중에 두 팀에게 졌다는 기록 때문에 혹시나 우승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하였다. 실제 그 날 컨디션에 따라 실력이 들쭉날쭉한 여자배구의 특성상 변수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볼 때는 도쿄 올림픽에서 우리나라가 터키를 8강에서 탈락시킨 것 역시 같은 이유로 설명이 가능하다. 그 때도 미국을 막을 유일한 나라가 튀르키예라는 생각을 했는데(브라질은 공격만 좋아서 강하긴 해도 미국을 이길 팀은 아니라고 보였다) 예상치 못하게 우리나라에 져버리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우리나라는 최상의 컨디션과 정신무장이었다면 튀르키예 대표팀은 자국에서 당시에 일어났던 지진에 피해를 입은 국민들을 위로한다는 명분에 짓눌린 느낌이었다) 

 

 

1, 2세트에서 비슷하게 싸웠던 두 팀이지만 3, 4세트에서는 터키의 일방적인 경기로 진행되었다. 위의 표에서 보듯 공격점수 이 외의 모든 곳에서 터키가 앞섰다. 중국이 다른 나라에 블로킹이 밀린 적이 별로 없었는데 이번에는 확실하게 밀렸다. 3~4세트에서 너무 무너졌다는 느낌이다.

 

(내 맘대로) 이 경기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에이스의 능력에 의해 승패가 갈렸다고 할 수 있겠다.

 

중국은 12번 아웃사이드 히터가 공격의 핵심이었다. 이 사람은 예선리그 베스트 공격수 1위에 뽑힌 사람이다. 전체 점수로 시상하는 베스트 스코어러에서도 1위에 2점차이가 나는 2위였다. 이번경기에서도 21점을 내면서 자신의 몫을 다 했다. 그런데 이 선수가 1~4세트동안 3-9-3-6 점을 냈다. 1, 3세트에서 컨디션이 나빴나 보다. 이 선수가 힘낸 2세트를 중국이 가져온 것을 보면 이 선수의 컨디션이 승패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다. 중국이 예선리그에서 6연승 후에 4연패를 했는데 이 연패기간에 12번의 효율이 너무 떨어졌던 것을 보면 이 주장이 맞는 소리 같다.12번 선수는 19점의 공격점수에 블로킹과 서브에이스가 1개씩 있다. 공격효율이 37% 정도로 우리와 싸울 때보다 2배 정도 높아진 느낌이다. 이선수도 잘했다. 

 

튀르키예는 아포짓 위치의 4번 선수가 핵심이다. 예선리그에서 공격지표 5위안에 이름은 없었지만 결승리그에서 MVP를 수상할 정도로 날아다녔다. 이 선수는 26점을 냈는데 각 세트별로 6-5-7-8 점을 내었다. 경기를 진 2세트에 약간 점수가 낮긴 하지만 기복없이 공격수의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격점수 21점에 블로킹 2개, 서브에이스 3개를 기록했다. 공격효율도 44%라는 미들블로커 속공 효율급의 수치를 보여주었다. 상대 12번 역시 이번에는 다른 경기들보다 효율이 높았는데도 그 보다 훨씬 높은 효율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