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준준결승 2경기가 있었다. 내가 예상(VNL(여자부) Preliminary Round 결과 및 Final Round 일정)한대로 폴란드와 미국이 승리를 거두었다(난 이런 거 잘 틀리는데). 두 경기 모두 3:1이다. 예선에서는 폴란드가 독일을 3:2로 이겼고 일본이 미국을 3:2로 이겼으니까 독일은 복수에 실패, 미국은 복수에 성공했다.
폴란드는 2세트에, 미국은 3세트에 한 번만 졌다. 점수 차이는 폴란드-독일이 더 많이 나는 거 같지만 내용으로는 독일은 폴란드에 정말 잘 따라 붙었다. 1세트에서 정신을 아예 못 차린 모습을 보인 게 컷다. 1세트에서 폴란드의 힘을 조금 더 뺐으면 나중에 어떻게 되었을지 몰랐을 거 같다. 독일은 4세트에 힘을 잠시 내었지만 듀스에서 무릎을 꿇었다. 1세트를 제외하고 보면 독일은 폴란드에 밀렸다라는 느낌이 크게 없다.
기록지만 봐도 확실하게 독일이 밀렸다는 느낌이 없다. 다만 범실로 인한 점수를 21점을 준 것이 크게 보인다. 공격점수는 7점이 밀렸지만 1세트 때문으로 보인다. 서브 점수는 오히려 높았으며 블로킹은 10:5로 밀렸지만 블로킹 시도의 비율로는 밀리지 않았다. 이 정도의 기록에 결과가 저렇게 나온 것은 1세트가 컸다. 주전이 한번도 안 바뀐 걸로 봐서 1세트에서는 팀 전체가 삐걱거린 것으로 보인다(일부만 못하면 바꿔라도 줄 것인데 주전 세터를 잠시 1번 바꿔준 것이 전부인 것을 보면 팀 전체가 난리인 것 같다. 특히 독일은 12번 공격수가 1세트에서는 전혀 힘을 못 쓴 것이 1세트가 망하게 된 이유인 것 같다. 팀내 득점이 1위에다가 2세트에서 12점을 내면서 날아다닌 12번이 1세트에서는 1점으로 막힌 것이 문제였다.
일본은 1세트가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 잘 따라갔지만 마지막 마무리가 잘못되었다. 3세트에 잠시 힘을 냈지만 미국의 점수에서 보듯이 미국이 조절을 한 것으로 보인다.
기록지에서 보이는 특징은 일본이 3세트부터 체제를 바꾼 느낌이라는 것이다. 실제 그렇게 해서 3세트를 가져와서 그대로 4세트를 치룬 듯 하다. 4번이 10번으로, 37번 선수가 2번 선수로 바뀐 것 밖에 없긴 하지만 37번 선수가 팀내 득점 1위라는 걸 살펴본다면 두 번째의 교체는 잘 못 된 선택으로 보인다. 가장 좋게 해석을 하자면 박정아 쉬게 하는 것 처럼 37번 선수를 3세트에 쉬게 한 뒤에 4세트 중반에 투입해서 점수 쟁탈을 벌였지만 4세트에서 일본이 18점에 묶인 것으로 보면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이다. 컨디션의 문제였을까? 지난 예선 미국전에서 공격점수만 28점(블로킹 3점, 서브1점해서 토탈 32점)을 몰아친 37번 선수를 미국이 이번에는 잘 막은 결과 이긴 것으로 보인다. 지난 미국전에서 일본의 영웅이었던 4번 선수는 이번에도 10점을 내면서 자신의 몫은 다 했지만 지난 경기에 비하면 부족했다. 37번도 지난 경기에 비해 부족했고... 질 수 밖에 없는 경기였다.
블로킹 점수로는 10:9로 1점만 밀린 일본이지만 블로킹 시도의 수가 차이가 심하다. 일본의 공격 46%정도가 미국의 손에 걸렸으며(일본은 미국의 공격중 35%에 대해 블로킹 시도를 했다) 이 블로킹 시도의 차이가 결과적으로는 일본의 패배로 이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일본이 미국에 3:2로 이긴 예선리그에서도 비슷한 수치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결정적인 차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부족하다. 예선리그와 가장 결정적인 차이라고 한다면 범실이었을 것 같다. 예선에서는 5세트 경기에서 19개의 범실을 한 일본과 29개의 범실을 한 미국이 10점 정도의 차이를 보였다면 이번에는 일본의 범실이 26개이고 미국의 범실이 19개였다. 나머지는 이번 경기와 큰 차이가 안나는 것으로 보아 범실이 가장 결정적이었던 것 같다. 일본이 범실을 많이 했다는 것은 일본의 컨디션이 나빴다고도 할 수 있지만 미국이 그만큼 잘 막은 결과라고 본다.
미국은 1세트에는 교체수가 0이고 2,4세트에는 교체가 1인 미국이 3세트에서만 3명을 바꾸어주고 계속 쉬게 해주었다. 약간의 조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었다기 보다는 백업의 경기감각과 주전의 체력조절을 위해 내보낸 것 같다. 특히 미국 27번 공격수는 3세트에서 잠시 연습좀 하더니 4세트에서 주전으로 등장해서 9점을 몰아넣는 괴력을 보였다.
그래도 일본이 정말 잘 싸운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 느낌이 든다. 옛날 사람인 나는 일본을 은근히 싫어하지만 김연경이 빠진 우리나라 여자배구의 롤모델은 일본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처럼 갑자기 키가 커질 수는 없으니 일본을 롤모델로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비를 강조해야 하고 기본기를 강조해야 한다. 애들 키가 얼마나 커질지 아무도 모르니까 모든 포지션 훈련을 다 시켜야 한다. 특히 유소년때 제대로 기술을 익혀서 프로로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아니 프로팀에 들어와서 하는게 기본기라는 게 말이 안되지 않는가? 지금 가장 체격조건이 좋은 정호영이 기본기가 부족해서 상대적으로 조건이 나쁜 이주아와 이다현에게 주전경쟁에서 밀리는게 말이나 되느냐는 말이다).
가장 큰 문제는 성적지상주의이다. 유소년때는 잘하는 한 두명에게만 의존하는 플레이를 하니까 기술 연마는 뒷전이 되고 그 선수를 살리는 플레이만 연습하게 된다. 그러니 일부 선수가 공격을 전담하게 되고 그 결과 혹사당한 그 선수는 프로오자마자 수술대에 서게 되고 나머지 선수들은 병풍이 되는 것이다. 이런 일을 막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소년 지도자를 제대로 키워야 하고 성적에 연연하게 하지 말고 모든 선수들을 다 발전시키는 풍토가 있었으면 좋겠다. (글을 이렇게 적어도 결국은 안될 걸 알고 있어서 가슴이 아프다)
참고)
여자배구 전체 랭킹은 35위까지 내려갔다(2023년 7월 12일 기준). 열심히 진 결과이다. 김연경 은퇴후에 계속 내려가는 중이다.
한국의 점수 변화를 나타낸 표가 아래에 있다. 작년 10월에 크로아티아에게 이겼을 때만 + 점수이고 2년 내내 감점만 당했다. 보시다시피 상위권인 중국이나 브라질전에서는 1점도 감점 안당하지만(점수 등의 요인이 들어간다. 중국과의 대전에서 1:3으로 져서 0.01점 깎였는데 랭킹이 비슷한 독일과의 경기에서도 1:3으로 졌지만 1.12점 깎였다) 랭킹이 낮은 편인 태국이나 크로아티아에게 졌을 때는 엄청 많이 깍인다. 특히 이번에 크로아티아(VNL 전에는 우리가 랭킹이 더 높았다)와의 대전에서 0:3으로 지니까 10점이 깍이는 참사가 일어났다. 이제는 랭킹포인트도 올림픽 진출에 중요한데 관리좀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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