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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대표팀 VNL 3주차 4경기: 폴란드전 (with 총평)

레기통쓰 2023. 7. 2. 18:27

졌다. 2년간 VNL에서 한 번을 못 이겼다. 승점 한 점 못 얻었다. 이런 결과야 불가리아에게 질 때부터 예상했지만 그래도 가슴이 아프다. 마지막에 감독이 인터뷰에서

 

"VNL 수준에 못 미치는 게 한국 여자배구 현주소다. 국제 배구는 더욱 빨라지는데 거기에 따라가지 못한다"

 

라고 말한게 더 짜증나는 날이다. 물론 

 

"전략적으로 시도해 보자고 했던 것이 있었는데 선수들이 잘해줬다. 졌지만, 또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3경기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였고, 이 기세를 불가리아전에서 보여줬다면 승리할 수도 있었을 텐데 내 잘못이다. 앞으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최대한 (승리를) 가져오겠다"

 

라고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도 보이기는 했다.  ('부임 후 1승 26패' 세자르 감독 "韓 여자배구, VNL 수준 도달하지 못한 것이 현실" [★인터뷰] (naver.com) 참조)  

 

김연경, 양효진, 김수지 은퇴후에 남은 선수들 면면을 보아하니 도저히 세계 수준에 따라가지 못하니까! 그러니까 이 선수들을 이끌어서 세계 수준에 따라가게 하려고 뽑아놓은 사람이 감독이다. 그런데 지금 이루어낸 게 없다. VNL 2번이나 출전해서 이루어진 게 공격루트 하나 연습 한 거다. 1년 넘게 시간을 줬는데 아직도 감독이 선수 탓만 한다. 마지막 세 경기로 자신을 변명하려고 하는데 우리팀의 그 모습은 작년의 VNL 마지막에 나왔어야 하는 모습이다. 

 

선수들에게 어떤 식의 보강을 해야 한다는 걸 미리 미리 알려줘야 한다. 지금 선수들이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좋은 훈련을 시키고 있다고 강조들을 하는데 팬의 입장에서는 일종의 변명이다. 다른 팀 감독을 맡아야만 했는지 궁금하지만, 그래도 라비리니도 그런걸 본다면 원래 그렇게 하는 거 같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그것을 보충할 수를 내어야 한다. 감독 본인이 부재중일 때는 한유미 등에게 부탁해서 어떤 선수가 어떤 식의 보강훈련을 해야 하는지 미리 준비시켜서 다음 선수권 때는 팀의 공격과 수비가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 있어야 한다. 미리 준비한 거 하나 없이 이번 처럼 10여경기를 선수 파악하는데에만 쓰다가 또 '선수들 수준이 낮다'는 말을 한다면 그 때는 자르는 게 맞다. 특히 박정아라는 선수를 전혀 활용을 못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정말 유감이다. 박정아는 기복이 있어서 관리되어야 하는 선수인데 초반에 너무 돌리더니 뒤에는 아예 빼버렸다(마지막 경기라 그런가 오늘은 1세트 이상 뛰었다).

 

있는 선수 풀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야 될 사람이 선수가 나쁘니 결과가 안나온다는 변명을 하면 안된다. 선수를 키우던가 있는 선수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자리가 감독이다. 감독이 그런 거 못할 바에야 감독자리에 일반인 하나 앉혀두면 되는 거지. 비싼 돈 들여 전문감독을 쓸 필요가 없지 않은가? 이제는 아시아선수권대회와 파리 올림픽 예선,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남았다. 이것들을 잘 준비하는 수 밖에 없다. 이제 선수 파악이 끝났기를, 그래서 나머지 대회에서는 좀 제대로 된 모습을 보여주기를 빈다. 리빌딩도 오래하면 지친다.

 

사실 올림픽만 출전하고 거기서 결과만 내면 라바리니 처럼 영웅이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김연경이 있어서 어떻게든 해줄거라고 생각했던 시절에 비하면 불안하니까 말이 좋게 안나온다. 한 번 투덜거렸으니 이제 다시 믿고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작년에 비하면 나아진 것이 하나 있는데 부상자(심각한)가 많이 안나왔다는 것이다. 작년에는 VNL만 가면 애들이 시즌을 못 치를 정도의 부상을 입었는데 올해는 관리가 조금은 된 느낌이다. 부상자가 없진 않았지만 부상이 있으면 아예 빼주는 여유도 생겼다. 작년에는 정호영, 노란부터 갔던 모든 사람이 부상을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관리가 아예 안되었다. 부상자를 계속 뛰게 해서 내가 계속 욕했던 기억이 있다. 일전에 썼던 글에서도 또 부상이 그렇게 생기면 그 때는 감독 짤라야 된다고 했는데 이번엔 그 정도는 아니었다. 

 

총평이라고 이거저거 말했다. 그래도 마지막경기이니 폴란드 전도 살펴보자. 

 

1세트를 2점차이까지 따라 붙은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폴란드는 3일 연속 그 날의 첫 경기를 한 뒤에 몇 일 쉬고 우리랑 붙는 것이었다. 휴식이 오랜만(?)이라 그런지 처음에는 어리버리한 모습이었다. 대신 우리는 강하게 달려들었고. 1세트만 보았을 때는 큰 문제가 없었다. 우리의 서브는 잘 들어갔고 상대는 당황한 모습이었다. 2세트부터 전통의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3세트까지 계속. 

공격점수 차이가 11점, 블로킹 차이가 10점이다. 범실은 우리가 3개 더 많이 했지만 비슷한 수준이고 서브에이스는 우리가 더 많았다. 

 

 

선수는 김다인-이주아, 이다현-김다은, 정지윤, 강소휘로 고정이 되었다. 박정아가 3세트에는 선발, 2세트에는 정지윤과 교체로 들어왔다. 1세트는 김다인과 잠시 자리 바꾸었다. 상대의 점수(맨 오른쪽의 T.)는 고루고루 있는데반해 우리는 김다은과 강소휘에게 너무 의존하는 느낌이다. 공격의 한 축인 정지윤이 1세트에 3점, 2세트에 1점 내고는 힘을 못 썼다. 교체로 들어온 박정아도 2세트에 1점, 3세트에 1점이 끝이다. 박정아를 잘 막는 건지 아니면 박정아가 삽질하는 건지 알수는 없지만 대체적으로 점수가 너무 편중되었다.

 

폴란드는 80번의 공격시도를 41점(51%)으로 연결시킬만큼 공격성공률이 높았다. 상대인 우리나라의 공격을 100번 중에 53번(53%)이나 블로킹 시도를 할 정도로 블로킹 역시 빠르게 따라왔다. 53번의 블로킹 시도 중에 13번(25%)을 득점으로 연결 시켰다. 블로킹은 선수들이 고루고루 했다. 3점(2명), 2점(1명), 1개(5명)을 내었다. 블로킹으로 점수를 많이 낸 사람은 없지만 고루고루 손 맛을 봤다. 서브는 3개를 성공했지만 서브중 범실이 8개라 서브쪽은 폴란드가 약하다.

 

우리나라는 100번의 공격시도 중  32점(32%)을 내었다. 공격성공률이 많이 떨어진다. 상대인 폴란드의 공격 80번 중에 30번(38%)을 블로킹 시도를 했으며(다른 때에 비해서 살짝 오른 수치이다) 그 중 3번(10%)을 블로킹 하였다. 블로킹 한 사람은 정지윤과 두 미들블로커(이주아, 이다현)이 1개씩이다. 서브는 강소휘가 3개, 김다은이 2개, 이주아와 김다인이 1개씩이다. 이다현은 저번경기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서브가 제대로 안되었다. 서브 점수가 7점인데 서브 범실이 8개이다. 약간 범실을 줄여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공격수들의 공격지표이다. 김다은이 공격점수로는 최고의 점수를 내었지만 범실이 7개라 효율이 15%까지 떨어진다. 강소휘가 효율이 상당히 높은데 오랜만에 강소휘가 쳐내기를 잘하는 본 모습을 보였다. 이런 모습을 자주 보여줄 수 없을까? 정지윤은 아직도 정신을 못차리는 것 같다. 정지윤, 박정아, 김다은 3명 모두 범실이 너무 많다. 

 

 

상대의 공격지표이다. 아래 쪽에 효율이 75%정도인 사람들은 그다지 신경쓰지 말자. 표에서 30번(전체 공격시도회수가 15번이 넘는 사람)이상만 쳐다보면 된다. 아웃사이드히터진은 오늘 그다지 좋은 컨디션이 아니었다. 우리가 잘 막은 거일 수도 있다. 아포짓이 힘을 내었다. 그리고 미들블로커들이 아주 잘해주었고. 

 

뭔가 애매해서 가져와본 전체 점수표이다(더 위에 있는 표는 공격점수만 포함하는 표이다). 김다은과 강소휘에게 점수가 너무 의존되어 있다. 아래 표는 폴란드 꺼인데 , 폴란드는 10점 넘는 사람이 아포짓 1명이 있는데 나머지 사람들이 고루고루 점수를 내어줘서 큰 문제 없이 우리를 이겼다. 

 

 

현재 중국과 미국전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이 이기면 어제의 순위가 유지되고 중국이 이기면 현재 폴란드가 1위인게 유지된다. 1세트에서 중국이 졌고(18-25) 2세트에서는 중국이 이기는 중(20:16)이다. 

 

추가) 현재 중국이 4세트를 가져오면서 세트스코어 2:2이다. 이거 흥미진진한데... 중국이 계속 잘 안되다가 어제 한국과 승부하면서 보약을 먹은 효과가 있는 건지 오늘 갑자기 힘을 낸다. 이제 미국의 1위는 끝났다. 폴란드가 1위이다.

 

최종수정) 중국이 이겼다. 3-2로. 폴란드는 중국 덕분에 1위를 유지했다. 어제까지는 미국 승점이 1점 높았는데 폴란드는 우리에게 3:0으로 이겨서 3점을 추가했는데 반해 미국은 승점 하나 밖에 추가 못하면서 승점이 1점 앞선 폴란드가 1위가 되었다. 

 

사족)

일본 남자 배구팀이 현재 8전 8승이다. 3-2로 이긴 경기가 2개(가장 최근에 프랑스에서 진행된 두 경기, 브라질과 아르헨티니아 전)가 있지만 그래도 너무 잘한다. 미국이 7승 1패로 뒤를 따르고 있는데 미국은 브라질에 1-3으로 졌다. 미국은 진 경기 하나를 제외하면 3-1로 한 번(1세트 뺏은 나라는 세르비아이다), 나머지 6경기는 3-0으로 이기는 괴력을 보여주고 있다. 근데 이번 VNL 남자배구리그에서는 미국과 일본의 경기가 없다. 1, 2위가 붙어야 재미있는 법인데 아쉽다. (결승리그에서도 1, 2위팀이니 준결승까지 가야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