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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대표팀 VNL 3주차 2경기: 도미니카공화국전

레기통쓰 2023. 6. 30. 05:27

졌다. 언제나 잘 지고 있다. 

 

뉴스에서 20점 내기도 어렵다고 평가하였다. '20점 내기도 버거웠다' 韓 여자배구, VNL 25연패... 도미니카에 셧아웃 패 [수원 현장] (naver.com) 이번에는 점점 힘이 빠지는 게 아니라 그냥 계속 힘이 없어보였다. 

유일하게 우리가 앞선 것은 범실이 상대보다 5개 작았다는 것 뿐이다. 블로킹은 3-10으로 밀렸고 서브 역시 3-5로 밀렸다. 공격점수가 29-48로 19점이나 차이가 난다. 상대는 범실도 많이 했는데...

 

 

 

미들블로커에 이주아, 이다현을 두고 김다인 세터에 김다은, 정지윤, 강소휘 이렇게 3명의 공격수를 썼다. 리베로로는 문정원만 들어갔다. 표승주가 2, 3세트에 강소휘 대신 들어갔고(1세트에는 김다인과 잠깐 바꾸었다) 김지원과 염혜선도 김다은이 후위일때 한 번씩 들어갔다. 

 

90번의 공격 시도 중에 48점(53%)을 낸 도미니카에 비하면 93번의 시도중에 29점(31%) 낸 우리의 공격이 처참한 수준이다. 우리의 93번의 공격시도에 대해서 도미니카는 41번(44%)의 블로킹 시도를 해서 그 중 10번(24%)을 성공시켰고 우리는 상대의 90번의 공격시도에 대해 34번(37%)의 블로킹 시도를 해서 그 중 3번(9%)을 성공하였다. 블로킹 시도 %는 도미니카가 확실하게 다른 팀보다 낮았다(우리는 50%대도 자주 당한 팀이라...). 하지만 보통 35%근처라고 생각해보면 더 많이 당한 것은 확실하다. 덕분에 우리의 공격점수가 낮아졌다. 

 

공격수와 미들블로커의 공격수치만 비교한 표이다. 제일 앞의 숫자는 등번호이다(1번이 김다은, 2번이 이주아, 14번이 이다현, 16번이 정지윤, 71번이 문지윤, 97번이 강소휘이다). 전체 시도회수가 total, 시도는 했는데 점수를 주거나 내지 못한 것은 attempt, 점수 낸게 score, 범실한 것이 errors로 표시되어 있다. 단순 공격성공율(표에서 공성율이라고 표기됨)은 점수 / total X 100 이고 효율은 (점수-범실) / total X 100 이다.

 

단순 공격성공율만 봐도 공격수의 차이가 너무 심하다. 효율까지 따져 버리면 우리가 이길 수 없는 경기이다. 김다은와 정지윤이 주 공격수였는데 둘의 효율이 21%와 12%이다. 공격성공율을 따져도 36%정도이다. 블로킹도 더 많이 당하고 공격성공율이 너무 낮으니 이길 수가 없다. 20점 낸 세트도 하나 없지 않은가?

 

위에서 링크한 기사에

 

'높이·수비·공격 모든 면에서 안 됐다' 새삼 실감한 세계의 벽...

 

라는 표현이 나온다. 수비, 공격이 안된 것은 동의한다. 하지만 높이는 동의할 수 없다. 배구가 높이가 중요한 건 맞지만 태국이 캐나다를 3:0으로 이긴 것(사실 태국도 캐나다와 우리나라만 이겼다)과 일본이 현재 선전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최근 경기에서 일본은 미국과 튀르키예(터키라는 표현이 더 익숙해서 이후부터는 그냥 터키라고 표기하겠음)까지 잡아내었다(둘다 3-2이지만). Clutch Koga propels Japan to overcome Türkiye in a thriller | volleyballworld.com 라는 기사까지 실렸다. 코가 사리나(이 분은 남편이 니시다라는 사람인데 VNL 홈페이지 선수 소개에는 코가 니시다 라고 표기되어 있다. 새로운 인물인줄 알았네. 본인이 영문성을 쓸 때는 남편성을 따르는 모양이다)라는 선수가 터키를 간신히 이기는데 공헌했다는 소리이다. 부제가 The Asians were stronger in the tie-breaker and stopped the European reaction in Bangkok 이다. 방콕에서 2:2 세트까지 갔을 때는 아시아가 더 강하다 대충 이렇게 이해하면 된다. 왜냐하면 방콕에서 일본은 미국과 터키 두 팀 다 3:2로 이겼기 때문이다(직전에 브라질에서 독일과 붙었을 때는 2:3으로 졌다). 지금 VNL 전체 순위상으로 1위와 3위팀을 이겼다는 것이다. 일본이 현재 6승 3패인데 중국에만 0-3으로 졌고 나머지 2번(세르비아와 독일에게) 2:3으로 졌다. 유럽에 밀리지 않았다. 

 

일본이 높이가 높은가? 아니다. 저기 미들블로커들은 키가 188, 184(2명)이다. 우리 정호영이 190이고 이다현, 이주아가 185이다. 터키전의 영웅인 코가 사리나의 키는 180cm이다. 정지윤하고 키가 같다. 다만 정지윤보다 4kg 정도 가볍다. 파워는 정지윤이 위이지만 스피드와 각도 크게 틀어치는 것은 코가 선수가 더 낫다. 무엇보다 가장 차이가 나는 점은 일본의 공격수(미들블로커까지도)들의 특징이 수비가 좋다는 것이다. 일본의 배구는 우리처럼 리시브가 약하고 수비가 약한 선수는 주전이 되질 못한다(우리는 김연경, 이소영 정도를 제외하면 공격이 좀 강하다 싶은 윙들은 대부분 리시브에 약점이 있다). 결국 일본과 우리의 차이는 수비라는 기본기, 그리고 다양한 공격루트를 가지고 있느냐의 차이이다(일본은 거의 대부분의 공격수들이 백어택을 한다. 우리는 국내리그에서는 백어택은 외국인 전용 공격이다. 김희진이 좀 하긴 했지만... 대표팀에서는 정지윤, 문지윤이 나름 열심히 하고 있지만 평소에 안해본 루트라서 범실이 너무 많다). 

 

결국 기본기의 차이가 지금의 성적 차이인 것 같다. 외국인 선수에게 거의 반 이상의 공격을 맡기는 국내리그 시스템상 외국인이 빠져버리면 공격자체가 안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김연경이 대표팀에 있을 때는 확실한 공격수가 있기 때문에 김연경 대각선에 설 사람만 정하면 공격은 문제가 되지 않었다(우리가 2016년 올림픽에서 망했던 게 수비가 안된게 제일 컷다). 김희진이 아포짓을 잘해주기까지 하였다. 김연경이 전면에 있을 때는 김연경이 해결해주고 김연경이 뒤에 내려가면 모든 수비(특히 이럴 때는 김수지와 양효진이 힘을 냈다)가 힘내서 버티고 박정아가 해결하는 식으로 넘어갔는데 이젠 그게 안된다. 수비로 버티지도 못하고 공격으로 활로를 뚫을 수도 없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모든 상대에게 블로킹을 너무 당한다 싶을 정도로 공격루트가 단순하다는 점이다. 

 

아래는 현재의 순위이다. 중국과 일본이 6, 7위에 보인다. 우리는 제일 밑에 있다. 승점이 0인 나라도 우리가 유일하다. 1-3으로 진 경기가 2개, 0-3으로 진 경기가 8개이다. 남은 2경기는 현재 순위 6위의 중국과 2위의 폴란드이다. 일본도 1, 3위를 이겼는데 라는 생각으로 기대하지는 말자. 그냥 맘편하게 0-3 예상하고 보는 게 속이 편하겠다. (우리와 경쟁하던 크로아티아는 우리와 태국을 3:0으로 2번이겼다)

 

 

 (감독욕은 다른 글에서 써볼까 한다. VNL 끝나고. 일본 남자 배구는 현재 전승 중이다. 키나 높이는 우리와 비슷한 애들이... 우리 남자 배구는 2000년부터 계속 잘 안된다. 그러고 보면 일본이 배구를 잘한다. 그런데 여자배구는 2021년 도쿄에서 우리에게 져서 탈락했는데 말이지... 왜 이렇게 까지 차이가 나게 되었을까? 혹시나 하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 배구 시스템 자체가 개판이었는데 그동안 김연경 파워때문에 가려졌다가 김연경이 대표팀 그만 두자마자 그 헛점들이 그대로 나타난 것 같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