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다. 그래도 한 세트는 가져왔다. 이로서 우리나라는 3승이 목표였지만 세 세트로 목표를 바꿔 달성하였다. 이번에도 3세트에만 힘을 냈다. 이번에도 1세트 망하고 2세트에 조금 힘내다가 3세트에 가장 잘하고 4세트 완전 망하는 패턴인가보다. 1-3으로 진 저번 불가리아 전도 같은 패턴이다. 독일전에서는 1,2세트가 같이 망했다.
중국은 최근에 성적이 안좋은 모습을 보였다. 처음에 브라질을 3:2로 이긴 뒤부터 캐나다와 불가리아에게 이길 때까지는 전승(6승)을 거두고 있었는데 폴란드에 0:3으로, 이탈리아에게 2:3으로 졌다(그것도 홍콩(중국)에서 경기했는데). 한국으로 넘어와서 28일 세르비아에게 1:3으로 지더니 하루 쉰 어제 도미니카 공화국과의 경기에서 2:3으로 졌다. 휴식없이 우리와 싸워서 하루 휴식한 우리나라에게 한 세트 뺐겼다는 느낌이 들 거 같다. 우리는 계속 지고 있어서 잘 못 느끼지만 연패가 길어지면 선수들이 주눅이 들기 시작한다. 4연패 중인 중국은 한국이라는 보약을 만난 느낌이 들어보였다.
보시다시피 1세트에 13점, 4세트에 15점으로 완전 망했고, 2세트에는 21점까지 그리고 3세트에는 이겼다. 그 동안의 경기보다 생각보다 내용이 괜찮았는지 '세계 6위 중국에 2연속 20점→한 세트 따냈다' 韓 여자배구, VNL 26연패 속 희망 봤다 (naver.com) 같은 희망적이라는 뉴스들이 보이기 시작했다(전부 절망만 이야기 하다가 아시아에서 제일 키 큰 중국하고 잘 싸웠다 정도의느낌이라고 할까나). [st&수원] 세터 김다인, "팬 분들께 감사해…4세트 무너진 부분 아쉬워" (naver.com) 이런 기사를 보면 이제 주전이 정해지고 공격루트가 정해진 느낌이다(12경기중에 11경기가 지났는데.... 젠장 ㅠㅠ). 진작에 주전을 정해서 공격루트 몇가지를 정해두었으면 한국에서의 4경기중에 한 두개는 건지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감독이 늦게 합류한 티가 확실히 난다.
4세트에는 15-15에서 10점을 연속으로 주었는데 희망이라는 걸 이야기 할 수 있을까? 과연 그 정도로 이번 경기가 의미가 있을지 세부 스탯을 살펴보자.
공격점수가 비슷한 건 처음 봤다. 2점 차이 밖에 안난다. 하지만 블로킹 점수가 7점(3개와 10개) 차이가 났는데... 블로킹 10개 당한 것중에 4세트에만 7개 당했다. 범실로 12점(26개와 14개)을 더 주었다. 서브 점수는 1점 차이가 난다. 공격지표는 중국도 이번에 상당히 나쁜 축이었는데 나머지에서 승부가 갈렸다.
중국은 선수층에 변화가 없었다. 4연패 중이라 변화를 준다기 보다는 원래 있는 시스템을 정비하는 모습이다. 1, 3, 6, 7, 10, 12번 주전에 18번이 주전 리베로이고 필요시 17번이 보조로 들어오는 것도 기존의 2개의 경기(세르비아, 불가리아 전)과 같았다. 잘 안되고 있어서 하나의 시스템으로 계속 연습처럼 밀어붙이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12번 선수는 득점 랭킹에서도 상위권에 포함되어 있는데 이번에는 팀에서 3번째로 득점 하였다. 미들블로커 1번 선수와 다른 윙 15번 선수가 날아다닌 것으로 보인다. 12번 선수에 대해 우리나라가 생각보다 견제를 잘 한것으로 보인다(늘 팀 주 공격을 맡던 선수가 컨디션이 나쁜지 아니면 우리팀이 수비를 잘했는지 생각보다 점수가 낮다). 주포인 12번 선수가 4연패 기간에 효율이 30% 미만이라 중국이 고생하고 있는 것 같다(우리와의 오늘 경기에서는 효율이 20%까지 떨어졌다).
우리는 김다인(세터)-이주아, 이다현(미들블로커)-김다은, 정지윤, 강소휘(공격수) 시스템으로 이제야 정해진 모습이다. 처음부터 이랬으면 좋았는데(체력 안배를 위해 가끔 바꾸어주고) 감독 합류가 늦은 것이 이런 식으로 나타난다. 정지윤이 1세트에는 완전 존재감이 없었고 3, 4세트에는 체력안배에 실패한 모습을 보였다. 정지윤은 심리적으로 조금 약해보이는 것 같다. 코치진이 손을 좀 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소휘와 김다은은 여전히 힘은 좋은 모습을 보였다.
공격점수가 2점 차이 밖에 안났던 경기가 처음이라 표를 보는데 좀 생소하다. 우리는 공격시도 138번 중에 52점(38%), 중국은 공격시도 111번 중에 54점(49%)을 내었다. 공격성공율이 11% 정도의 차이를 보인다. 기존의 다른 팀과의 경기에 비해서는 차이가 적다. 그래서 공격점수로도 차이가 적다.
우리의 공격시도 138번에 대해 중국은 68번(49%)의 블로킹 시도를 했고 그 중에 10번(15%)을 득점으로 연결하였다. 상대의 공격시도 111번에 대해 우리는 23번(21%)의 블로킹 시도(너무 낮다ㅠㅠ 평균적으로 35% 정도이다)를 했고 그 중에 3번(13%)을 블로킹을 성공했다. 상대는 우리의 공격을 어떻게든 손에 잘 맞추는데 우리는 손에 맞추는 게 너무 힘이 드는 느낌이다. 상대가 블로킹을 잘 피하는 건지 우리가 못 따라가는 건지... 아니면 상대의 키가 너무 큰 건지... (우리는 리베로 제외 주전 평균키가 180인데 중국은 192이다. 아시아의 높이가 아니다) 사실 우리도 1~3세트는 블로킹시도에 방해는 많이 받았지만 블로킹으로 점수는 3점 밖에 안주었다(오히려 3세트까지 우리의 블로킹 득점이 5점이었다). 하지만 4세트에서 완전... 망했다(블로킹은 7개를 당하고 우리는 블로킹 득점을 하나도 못 올렸다). 3세트까지 블로킹 점수가 오히려 앞섰다는 것은 김다인이 볼 배분을 잘해주었거나 아니면 공격수들이 쳐내기를 잘 한 것으로 보인다. 쳐내기가 잘되는 날이 있다. 이런 날에는 블로킹이 잘 따라와도 블로킹으로 점수를 잃지 않고 다시 공격기회를 가지거나 오히려 쳐내기로 점수를 얻을수도 있다. 3세트까지는 생각보다 잘 되었다(그 놈의 4세트... 한 세트 따고 나면 완전 망하는 4세트. 15점까지는 잘했는데...).
서브는 우리가 5개 성공했는데 그 중에 4개를 이다현이 했다. 이다현은 시즌중에도 어느 순간에 서브 1위를 노릴 정도로 잘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오늘도 그렇게 좀 잘 들어간 것 같다. 일단 세게 치면 이다현의 서브가 위력적이긴 한데 범실도 잘 나와서 본인이 그렇게 세게 치는 걸 선호하지 않는 듯 하다. 우리는 서브 5점에 범실로 9점을 내주었고 상대는 서브 6점에 범실이 5점이다. 상대는 +1의 이익을 얻었고 우리는 -4의 손해를 봤다.
범실이 우리가 12개를 더 많이 했다. 12점을 주고 시작하는거라... 조금 줄였으면 한다. 상대가 범실 수가 적은 것은 원래 팀 스타일이 그런 것으로 보인다. 도미니카 전에서는 5세트까지 갔는데 범실이 17개 밖에 안되었다(도미니카의 범실은 32개였다). 세르비아전에서는 1-3으로 졌는데 범실 수가 16개였다(세르비아는 17개였다).
우리나라 공격지표이다. 효율이 이주아가 상당히 좋다. 이주아의 이동공격이 생각보다 잘 먹혔던 것 같다. 이주아는 국내리그에서 이동공격 원툴이라 안되는 날에는 계속 막히는 모습(특히 도로공사와 경기할 때 자주)을 보였는데 중국전에서는 생각보다 좋았던 듯 하다. 13번의 공격중에 범실 1개에 9번을 성공하였다. 정지윤이 1세트에 너무 삽질을 해서 조정이 좀 필요해 보인다. 강소휘랑 김다은은 범실을 약간 줄여주었으면 하는 느낌이 있다. 이다현이 어제 공격에서 범실이 좀 많았다. 미들블로커가 저렇게 범실이 많으면 곤란한데...
중국의 공격지표이다. 효율이 50%가 넘는 사람이 셋이나 있다. 라이트(아포짓), 미들, 레프트(아웃사이드 히터)에 1명씩 있다. 특히 아포짓의 6번 선수는 4세트에 6점을 몰아넣었다(4세트를 교체없이 풀로 뛴 선수치고 공격시도가 적은데, 그런데도 점수가 높은 편다. 효율이 저리 높은 선수는 잘 없는데). 저런데도 공격 점수가 우리와 큰 차이가 없다. 그 이유는 아마 12번 때문일 것이다. 초반의 연승에 가장 큰 지분이 있던 주포 12번이 최그에 계속 효율이 낮아지고 있다. 30%도 안되다가 오늘은 20%를 기록하였다. 이게 우리가 따라가고 한 세트를 뺏어온 원동력이지 싶다. 오늘 경기에는 사실 1번 미들블로커가 다 했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순위표이다. 1경기 덜한 미국을 제치고 폴란드가 1위로 올라섰다. 미국경기가 진행중이라 아직 정확한 결과는 아니다. 미국은 현재 독일에 1:0으로 이기고 있는데 2세트에 앞의 글을 적는 도중에 2세트가 끝났다. 미국과 독일의 세트 스코어는 현재 1:1이다. 25-22로 1세트를 이겼는데 2세트에서 18-25로 졌다. 독일이 힘내면 이 순위표 유지되겠지만 내가 볼 때는 곧 바뀔 듯 하다(순위가 정해진 뒤에 글 쓰려다가 저녁에는 다른 일이 있어서 미리 글 써둔다. 3-2로 미국이 이겨도 현재 승점차이가 2점이지만 세트 득실에서 미국이 앞서서 순위가 바뀐다). 중국은 6승 이후에 승이 계속 없어서 일본 바로 위에 있다가 오늘 1승 추가해서 4위까지 올라갔다. (7승이 평균처럼 보이는 건 내 착각일까... 우린 0승인데... 2승인 팀도 태국,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3개국이 있다)
위 순위표는 과거이다. 아래그림처럼 미국이 독일을 3:1로 이겨서 미국이 1위로 바뀌었다(독일은 6위 그대로이다). 미국은 10승 1패이다. 미국은 2:3으로 딱 한번 졌는데 그게 일본전이다. 폴란드는 2패인데 미국전 2:3으로 진 것외에 1패는 네델란드에 0:3으로 진 것이다(네델란드가 현재 순위가 10위인데...).
이번 경기는 확실히 우리배구가 안좋다는 걸 보여주는 경기였다. 지금의 모습이 VNL 초반 3~4경기 내로 나왔으면 희망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사실 작년 VNL 끝나기 전에 나와야 할 모습이었다). 하지만 열 경기를 지난 다음에야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너무 늦었다. 올해만으로 한정하면 늦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감독은 작년 1년 내내 우리팀 감독이었다. 결과적으로 작년 1년을 그냥 날린 것이나 다름없다. 발견했다는 희망이라고는 이주아의 이동공격과 김다은의 왼쪽 공격을 동시에 구사하는 새로운 공격루트가 만들어졌다 정도외엔 없다(뭐 그다지 새로운 건 아니지만 미리 연습 많이했다 정도의 느낌이다).
예전, 그러니까 2005년 전에는 우리에겐 김연경이 없었다. '김연경'이 없던 시절, 한국 배구는 체격이 큰 상대에 맞서 조직력과 수비력으로 성적을 거둬왔다(지금보다 훨씬 잘하는 느낌이다). 그 시절에는 작은 새 라는 별명을 가진 조혜정 선수(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참가, 키가 165cm였다)를 비롯해서 빠르고 부지런하게 뛰어다닌다는 의미의 별명을 가진 선수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 시대의 선수들은 키 큰 외국인 선수들과 같이 경기를 해서인지 부지런하다는 느낌의 선수가 많이 없다. 예전에는 여자배구든 남자배구든 악바리 같이 뛰어다니는 선수들이 많이 보였다면 요새는 그렇게 악바리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가 거의 없는 듯 하다.
어차피 김연경은 이제 대표팀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돌아와서도 안되고(기껏 2 년 고생했는데 지금 김연경이 돌아오면 다시 김연경 시대로 돌아간다. 그리고 몇 년 조금 나은 모습 보였다가 다시 나락으로... 차라리 고생스럽더라도 세대교체는 끝까지 하는 게 낫다). 우리 여자배구의 문제점은 김연경이 없는 시대에 맞게 예전의 악바리 시절, 아니 악바리라기 보다는 부지런하게 뛰어다니는 스타일로 회귀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는게 문제이다. 리그에서 편한 방법(외국인 선수 잘 뽑기 등)으로 운동을 하다보니 그렇게까지 악바리 일 필요가 없어진 거 같다.
사족1)
다음 경기 대상인 폴란드의 라바리니 감독이 우리에게 립서비스를 잠시 해주었다. “한국을 만난다는 건 치과에 가는 것” 라바리니의 이야기는 무슨 뜻일까? [VNL] (naver.com) 치과는 가기 싫지만 가야 한다는 뜻이다. 즉 한국과의 좋은 기억(2020 도쿄 올림픽)이 있어서 경기하기 싫지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이끄는 폴란드가 이기는 걸 전제로 한 인터뷰인 것 같다. 예의상
“한국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팀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려운 경기가 될 것이다”
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글쎄... 잘 모르겠다. 한 세트라도 이길 수 있을런지는...
사족2)
저번 글 여자배구대표팀 VNL 3주차 2경기: 도미니카공화국전 (tistory.com)에서 일본여자배구 이야기를 했다. 태국에서 경기하는 일본이 미국과 튀르키예에게 3:2로 이겼다는 내용이었다. 이번에 네델란드에게는 3:1로 졌다. 지친 것인지 힘을 잘 못 쓰는 거 같았다. 저번 글에서 높이가 낮아도 어느정도 할 수 있다라고 했는데 그래도 배구에서는 높이가 가장 중요한 거 같다. 물론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다는 건 아직도 유효하다. 지금보다 우리 대표팀이 더 잘 할 수 있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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