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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대표팀 VNL 3주차 1경기: 불가리아전

레기통쓰 2023. 6. 28. 00:01

졌다. 크로아티아에게 진 우리 대표팀이 유일하게 1승 거둘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팀이라고 생각했지만 졌다. 

 

수원에서 저녁 7시에 열렸다. 경기스코어는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3세트만 26-24로 이기고 22, 18, 15 점만 내면서 1, 2, 4세트를 졌다. 지는 형태가 독일전과 같았다. 독일전처럼 한 세트 따낸 것을 위안삼아야 하나보다. 

 

1세트는 22-22에서 내리 3점 주고 졌다. 공격으로 두 점. 더블컨택으로 1점 주었다. (나는 아직도 더블컨택을 잘 모르겠다. 해설하는 분들은 그냥 손에서 공이 돈다는 느낌이라던데...) 2세트는 17-17까지는 잘 갔다. 하지만 내리 6점 주고 17-23이 된 뒤에 1점 내고 다시 2점 주고 끝. 3세트는 23-21까지 앞서다가 23-24로 역전 당했다. 다행히 김다은의 공격-표승주의 서브에이스, 상대 공격범실로 26-24로 3점 연속 내며 이겼다. 독일전에서도 이런 느낌이었는데... 3세트에 힘을 다 쏟은 건지 4세트는 박살이 났다. 15-20으로 밀린 거 까지 봤는데 다섯점 연속으로 줬다. 

 

 

블로킹 수 차이가 이 정도면 어마무시한 거다. 4-13이다. 전체 점수가 18점이 차이나는데 블로킹과 공격점수의 차이이다. 서브에이스는 같았지만 공격점수는 10점 차이가 났다. 서로간에 범실은 양팀 다 많이 해서(우리가 1개 덜했다 그나마) 큰 의미가 없다. 디그(수비), 리셉션(서브받기), 셋(공격준비)까지 우리가 많았다. 

 

 

점점 출전선수 명단이 이뻐지고 있다. 변화는 4세트에 정지윤 대신 박정아를 선발로 넣은 것이다. 김다인세터에 이주아, 정호영 두 미들블로커, 공격수로 강소휘, 김다은, 정지윤(4세트엔 박정아)를 넣고 리베로로 문정원(4세트에만 신연경이 같이 로테 돌아줌)으로 맞섰다. 

 

우리는 공격시도 143번 중에 41점(29%) 내었다. 상대는 135번 시도 중 50점(37%)이다. 공격성공률 자체가 너무 떨어진다. 공격성공률이 떨어지는 것은 바로 뒤에서 말한 블로킹 시도 숫자(비율)로 설명할 수 있다. 상대가 우리의 공격중의 반을 손을 대니까 우리는 일단 반은 공격이 제대로 안풀리면서 시도하는 것이다. 블로킹에 안걸리기 위해서 이상하게 비껴치는 것 까지 합하면 공격자체가 맘먹은 대로 되질 않았다. 

 

상대의 135번의 공격중에 우리가 블로킹 시도한 숫자가 43회(32%)이고 그 중에 4번(9%)의 성공을 거두었다. 상대는 우리의 143번의 공격중에 71번(50%) 블로킹을 시도하였고 그 중 13번(18%) 성공하였다. 블로킹 시도 수준이 보통 35%근처라고 생각되는데 우리는 약간 낮은 시도수준이었고 상대는 상당히 높은 시도수준이었다. 독일전에서 35%정도로 방해받았던 우리의 공격이 이번에는 50% 정도로 방해받은 것이다. (독일전에 좀 예외였고 나머지 경기들에서는 높은 수준으로 막혔다) 시즌 중에 김다인이 당황하면 야스민에게 높게 올리는 것만 하는데 이번에도 그런 모습이 많이 보였다(그런 야스민이 부상이 되자 김다인이 당황할 때 줄 사람이 없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높게 올리고 공격수보고 뚫으라고 하면 블로킹 높은 팀한테는 거의 손에 걸린다. 전에도 말한 적이 있는데 쳐내기도 컨디션 좋은 날에 가능한 것이다. 

 

서브에이스는 상대는 서브 98번중 6번이고 우리가 82번 중 6번 성공하였다. 우리는 서브 범실을 12번을 했고 상대는 13번 했다. 둘다 뭐 거기서 거기다. 

 

 

 

위의 표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공격지표이다. 맨 오른 쪽에 효율이 나오는데 (점수 - 범실)/전체 X 100 으로 계산한다. 효율은 얼마나 실수를 적게 하고 공격에 기여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이다. 이주아가 그나마 높은 편인데 우리 공격수 3명(교체해 들어온 박정아까지 4명)의 지표가 나쁘다. 김다은, 강소휘는 범실도 많았지만 점수도 일정이상을 내어준 반면에 정지윤이 컨디션이 너무 나빴다(상대가 대비가 잘되었던 것 처럼 보인다). 박정아도 범실이 1개 더 많지만 정지윤은 2점 내며 9점을 상대에게 줘버렸다. 세터가 늘 호흡 맞추던 김다인이었는데 뭔가 잘 안 맞는 날인가보다. 정지윤도 잘되는 날과 안되는 날이 차이가 많이 나서... 그리고 미들블로커인 정호영이 한점도 못낸 것(블로킹으로 2세트에 1점 내긴 했다)이 패인 중 하나라고 봐도 될 듯 하다. 상대 10번 선수가 블로킹7개와 공격점수 8점, 서브점수1점(합계 16점)으로 날아다닐 때 이쪽 미들블로커가 너무 존재감이 없었다(이주아가 토탈 7점, 정호영이 1점이다). 김다인이 너무 양효진에게 주듯이 준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정호영하고 안 맞는 거 같았다. 계속 실패하니 주기 어려웠을 것 같다. 

 

아래는 불가리아 선수들의 공격지표이다. 효율이 마이너스인 선수가 없다(효율이 0인 친구는 세터이다). 기본적으로 점수를 더 냈다는 소리이다. 이런 공격지표 차이에도 생각보다 잘 쫒아간 편이다. 4세트 빼고.

 

그 외에 블로킹은 김다은, 정지윤, 정호영, 이주아가 1개씩 잡았는데 블로킹 중 에러(터치아웃)가 정지윤, 정호영 두 명이 다섯개 씩이다. 정호영은 전체 시도(13번)도 많았지만 정지윤(8번)은 시도도 적은데 터치아웃이 많았다. 손을 잘 못 댄 것으로 보인다(원래 미들블로커도 하던 친구인데 아웃사이드 히터로 더 많이 뛰면서 감을 잃었나보다. 초반 신인시절, 이다현 들어오기 전에 미들블로커로 블로킹 잘한다는 말을 들었던 선수였다). 서브는 김다은과 정호영이 에이스 없이 범실만 3개씩 했다. 김다인이 3개 성공했는데 2개의 서브범실이, 강소휘도 2개씩 성공과 범실이 있었고 표승주도 1개씩 있었다. 이주아가 서브범실만 1개 있었다. (서브 범실은 적어두긴 하는데 큰 의미가 없다. 표승주의 서브 성공 1개가 3세트 마지막에 터져주어서 이길 수 있었다는 점을 보면 언제 터지냐, 언제 범실하냐는 타이밍 싸움이다) 

 

 

 

저번에 일정이야기VNL 2023 여자배구대표팀 3주차 일정 (tistory.com) 할 때 불가리아에 블로킹 5위에 한명 있다고 했는데 오늘 경기로 10번 선수가 블로킹 1위로 올라섰다. 다른 선수들보다 1경기 많이 한 거라서 큰 의미가 없긴 한데 그래도 일단 축하. 이 선수가 평균 3.3개의 블로킹을 잡는데 우리와의 경기에서 7개 잡았다. 단숨에 2위를 3개차이로 제쳤다.

 

이로서 불가리아는 2승을 거두었고 우리는 전패를 유지하였다. 챌린저컵에서 막 메인 리그로 올라온 크로아티아(그래서 초반에 우리와 같이 열심히 졌다)도 2승(우리와 태국에 3:0으로 이겼다)이라 불가리아와 크로아티아는 누가 다음에 챌린지 컵으로 내려가느냐로 불꽃튀는 싸움을 하는 중이다. VNL 홈페이지의 뉴스 Bulgaria back to safety... for now 에서도 이번 승리로 불가리아가 그나마 유리한 위치에 있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우리는 핵심국가라 올해까지는 안내려 간다고 한다(우리 대표팀 순위가 이제 참가팀 중에 제일 낮다. 오늘 패배로 스페인과 자리를 바꿔서 34위이다. 크로아티아가 23위, 불가리아는 16위이다. 옆동네 일본은 7위 유지중. 일본 남자 배구는 날라댕기던데(6위)... 부럽다). 차라리 그냥 강등을 요청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챌린저 컵에서 실력 비슷한 팀끼리 연습하는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렇게 되면 다음 올림픽과 그 다음 올림픽은 출전하기도 힘들것 같다.

 

사족) 관심없는 분들은 잘 모르실텐데 4위로 잘 마무리된 도쿄 올림픽의 참가권도 간신히, 정말 간신히 따냈다. 2020 도쿄 올림픽 대륙간 예선에서 캐나다, 멕시코를 이겨서 러시아에게만 이기면 본선 진출이었는데 러시아에게 져서 탈락하였다. 결국 희망은 아시아 최종예선이 되었다. 태국에서 2020년 1월 7일부터 12일까지 열린 도쿄올림픽 아시아예선에서 5전 전승으로 도쿄올림픽 진출을 확정지었다. 5전 전승이라 쉽게 이긴거 같았는데 우리나라는 겨울에 하는 프로리그까지 멈추고 참가 하였다. 김연경은 복근 부상, 김희진, 이재영은 여기저기 잔 부상으로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다는 선수들이 정말 악으로 깡으로 따낸 위대한 진출권이었다(이 때 개최국 태국은 우리에게 져서 올림픽 출전이 좌절되었다. 만약 우리나라가 앞서 대륙간 예선에서 러시아에게만 이겼어도 자동으로 태국이 올림픽 출전(최초)이었을 건데... 우리가 지는 바람에 둘 중 한 팀만 올라갈 수 있는 아시아 예선이었다. 그런 태국에게 이번 VNL에서 0-3으로 박살이 났다. 태국 사람들이 이 결과를 특히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코로나에 1년 연기되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