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독후감까지는 아니고

책소개 - 나 죽을 병에 걸린 건가?

레기통쓰 2023. 7. 20. 20:00

 

나 죽을 병에 걸린 건가 라는 책은 영문 제목이 Am I Dying? 이다. '나 죽어가는거야?' 라고 묻는 당돌한 제목의 이 책은 미국식 의료체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책으로 보인다. 

 

미국식 의료체계는 우리가 흔히 의료 민영화라고 말하는 그런 체계이다. 응급실에서 자리가 없어 대기하면서 의자에 앉아만 있어도 그 의자에 앉은 비용이 청구되는 체계, 수술후 기침을 심하게 해서 허리가 숙여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안고 있는 인형을 주는데 그 인형 렌탈비를 받는 시스템 등등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돈을 가져가는 체계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병원에 한 번 가려고 하면 맘을 제대로 먹고 가야 하는 체계이다. 우리나라처럼 그냥 의료보험료만 내면 몇 천원 수준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그런 형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떤 경우에는 병원에 갈 필요없고 어떤 경우에는 언젠가는 병원에 가야 하고 특정한 몇몇 경우에는 응급실로 가라는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 미국식 시스템에 맞춘 책이라 우리나라에는 사실 잘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우리나라의 의료체계에 살고 있는 나의 기준으로는 3일 정도 평소에 다르게 아픈 상태가 계속 되면 병원에 가본다. 감기나 몸살, 그리고 그에 따르는 발열(이럴 때 힘들면 타이레놀 하나 먹고 자는게 제일이다) 정도를 제외하면 그냥 병원을 가는게 더 낫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백내장도 초기에 발견해서 바로 수술했고(빨리 해서 경과가 좋다. 이미 진행 많이 된 상태에서는 여러가지 부작용이 따를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수술하라는 것은 아니다. 병원에서 상담을 몇 군데 진행해보는 걸 추천!) 다른 질병들도 몇 개 빨리 발견해서 처리한 것이 있다. 

 

하지만 미국 애들은 병원을 가려면 통장 잔고도 봐야하고 내가 가진 보험이 적용되는 병원을 찾아서 예약도 해야한다. 보험이 적용되는 병원이라는 개념을 우리는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는 모든 병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 가입자를 반드시 보험처리를 해줘야 하는 시스템이지만 미국은 병원과 계약이 된 보험만 처리해준다(그래서 원무과-병원사무처리하는 과-에 사람이 제일 많다. 보험 몇 개마다 담당자가 붙어야 한다고 한다. 보험회사는 보험비를 안 주려고 난리를 치는 회사라 대응하는 직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시스템도 있지만 일정기간에 사회보장격 보험자 몇 명만 받고 나면 더 이상 그런 환자 받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다. 미국인을 위한 책이다보니 우리는 어떤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가라는 것만 기억하고 있으면 된다(사실 기억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좀 이상하면 병원에 가면 된다). 그래도 워낙 방대한 경우를 다루고 있어서 읽다보면 약간 지겨워지는 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참고삼아 읽어보면 좋다. 가정의학대백과 같이 미칠듯이 큰 책은 아니지만 그냥 쉬엄쉬엄 읽으니 이틀 정도 걸린 거 같다. 읽다보면 중간에 자주 쉬게 된다. 나름 저자들도 유머를 구사하지만 나중에는 그것도 지겨워지고 그리고 여러저자가 자신의 전공별로 분야를 나누어서 글을 써서 번역은 같은 이가 했지만 문체는 단락마다 달라져서 약간 통일성이 없다고나 할까... 그런 단점이 보이긴 하지만 도서관이나 이런데서 발견하면 한 번 앉아서 읽어볼만한 책이다.

 

아... 중간중간에 '잠깐 조언' 이라는 제목을 가진 글타래들이 있는데 이게 제일 도움이 된다. 기억나는 것이 '소변에서 지독한 냄새가 난다'이다. 내가 가끔 그런 경우가 있어서 늘 궁금했는데 거기서 나한테 맞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샐러드 처럼 먹는 아스파라거스 때문이었다), 그 외에도 도움이 되는 '잠깐 조언'에는 '프로바이오틱스를 꼭 먹어야 할까?'(아직 명확한 결론이 없다고 한다. 다만 항생제 사용으로 인해 걸릴 수 있는 클로스토로디움(이름은 꼭 몰라도 된다)같은 박테리아에 의한 질환 정도에만 도움이 된다는 것이 결론이다), '십자말 풀이 퀴즈를 풀면 치매를 예방할 수 있을까?' 등등 많이 있다. 

(클로스토로디움 질환이 웃긴게 박테리아를 잡으라고 먹은 항생제 덕에 다른 좋은 박테리아들이 다 죽는 바람에 장내에서 폭발적으로 번식한 클로스트로디움에 의해 설사를 일으킨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좋은 유산균을 많이 넣어줘서 클로스트로디움 수를 줄여주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십자말 풀이 퀴즈는 치매예방이나 치료에 '크게 도움이 안된다'라는 게 결론이다. 차라리 음식을 골라서 잘 먹고 운동을 하는게 도움이 더 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