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독후감까지는 아니고

책소개 - 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

레기통쓰 2023. 7. 17. 20:25

드래곤볼, 일본 제국주의를 말하다 라는 책을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했다. 2019년에 발간된 책이라 도서관 구석에 역사코너에 꽂혀 있었다. 역사부분의 책에 '왠 드래곤볼?' 이라는 의문이 들어서 한 번 읽어봤다. 

 

예전에도 원피스 해부 어쩌고 하는 책을 도서관에서 본 적이 있었다. 책의 내용이 원피스라는 만화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예측하는 부실한 내용이라 그런지 곧 도서관에서 사라졌다. 아마 의미 없는 책이라는 컴플레인이 들어간 듯 하다. 이 책도 그런 류의 책일까 싶어서 조금 읽어봤는데 생각보다 흥미로운 시선을 가진 책이었다. 물론 책이 다 맞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싶은 책이다. 

 

 

 드래곤 볼을 본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중간중간에 삽화가 없었으면 책에서 말하는 인물이 누구를 말하는지도 모를 뻔 했다(다행히 주연급인 손오공, 베지터, 프리더까지는 기억하고 있었다). 어째든 나랑은 다르게 드래곤 볼을 다 기억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의 간단 요약은 다음과 같다.

 

주인공 손오공이 속한 사이어인 민족은 일본 민족을 말한다. 사이어인은 원래 남의 별을 뺏어서 남에게 파는 전투적인 종족이었다. 샤이어인의 그런 모습은 제국주의 시대의 일본의 모습이다. 이렇게 일본 제국주의를 나타내는 사이어인의 문명은 서구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프리더 군대의 장비를 사용한다. 그렇게 프리더를 따랐음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프리더에게 멸망하게 된다. 이것은 일본 제국주의가 서구의 제국주의를 따라하다가 망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주인공이자 사이어인의 생존자인 손오공은 나중에 프리더를 무찌르게 된다. 이것은 일본이 새로운 시대에서는 제국주의를 벗어던지고 서구의 제국주의를 무찌르게 된다는 내용이라는 것이다. 

 

손오공의 아버지 버독의 이야기는 미국의 침략(?)을 받는 2차대전의 일본을 말한다. 버독은 홀로 프리더를 막다가 죽게 되는데, 프리더가 서구 제국주의의 상징인 미국을 나타낸다면 프리더를 홀로 막아서는 버독은 카미카제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는 실패한 전략인 카미카제를 영웅적인 모습으로 그린 것이다. 즉 버독의 이야기는 카미카제의 미화인 셈이다. 같은 맥락에서 미국이 전략상 핵폭탄을 일본에 투하한 것은 프리더가 샤이어인의 별인 혹성 베지터를 파괴한 것으로 나타난다. 버독이 마지막에 자신의 아들인 손오공에게 하는 대사 '뒤를 부탁해'라는 것은 패배한 일본의 세대가 새로운 세대에게 자신들의 복수를 부탁한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샤이어인의 문명에 대한 비난도 같은 맥락이다. 손오공에게 당해서 궁지에 몰린 프리더가 '니네 샤이어인도 나쁜 놈들이잖아'라고 비난할 때 손오공의 대답은 '그래서 멸망했다'이다. 즉 예전 일본의 제국주의는 나쁜 것이라서 멸명했지만 지금의 우리는 그것을 극복하고 우리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했던 서구의 제국주의마저 때려부술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여기서 말하는 서구에 가진 일본의 열등감이라는 것을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샤이어인이 프리더의 군대와 같은 장비를 쓰는 것은 서구의 제국주의를 모방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제국주의는 그 제도부터 기술 등 모든 것을 서구의 것을 따라했기 때문에 원조인 서구로부터 무시당한다는 열등감이 있었다. 이 열등감은 결국 일본이 미국과 척을 지게 만들었다. 그 계기는 제국주의 미국이 만주로 진출하려는 일본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일본의 눈으로 보면 미국은 아메리카 대륙 전부를 전부 자신의 땅으로 선언하면서(멕시코라는 강대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앞마당인 만주(조선이 식민지이기 때문에 만주를 자기 앞마당으로 보고 있었을 것이다)를 먹는 것은 왜 방해하는가 라는 반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 두 나라는 일본이 조선을 먹을 때까지는 협력적인 관계였다. 미국은 일본이 조선을 먹는 것을 묵인해주는 댓가로 필리핀을 먹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본의 방해를 미리 막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이 중국으로 진출을 시도하자말자 미국은 일본에 적대적인 정책들을 쏟아내면서 만주 진출을 방해하였다. 일본의 입장에서는 같은 제국주의끼리 너무한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인종차별로도 느껴졌을 것이다.

 

이런 피해의식은 손오공의 각성을 통해 해결이 난다. 손오공은 금발의 전사 '초사이언인'이 되면서 프리더를 무찌르게 된다. 이 초사이언인 역시 저자에게는 의미가 있었나보다. 저자는 초사이언인이 백인이 되고 싶은 일본인의 모습을 나타낸다고 한다. 다시 말해 일본이 완전하게 서구적이 되었을 때 서양세력들까지도 이길 수 있다는 집단의식이 나타난 모습이라는 것이다(요새는 초사이언인이 씨리즈로 너무 많아서... 나는 마인부우 나올때까지만 봐서 복잡한 그 계보를 다 알 수가 없다).

 

일본인을 상징하는 인물이 베지터와 손오공인데 과거의 일본인과 현재의 일본인으로 보인다. (나중에는 베지터도 초사이언인이 되지만) 손오공만 초사이언인이 되는 것은 현재의 일본은 과거의 제국주의에 빠져있던 과거의 일본과는 다르다는 의미이기도 하며 과거와 단절해서 백인이 되는 좋은 미래를 꿈꾸는 작가의 희망을 나타낸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여러가지 저자의 주장에 대해 그 근거로 몇몇 다른 논문들을 들긴 하지만 정확한 근거라고 하기에는 약간 부족함이 있다. 물론 많은 일들이 말은 되지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수준이라 그냥 흥미있게 한 번 읽어보면 괜찮을 거 같은 책이다. 

 

다만 이 책을 읽고 동의가 되는 부분이 하나 있어 아래에 소개해둔다. 

 

일본이 자신들의 전쟁범죄 행위를 끝까지 부정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일본은 자신들이 먼저 진주만을 폭격한 것과 위안부등의 전쟁범죄를 저지른 일 모두를 부정한다. 일본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을 맞은 국가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밀어붙이는 중이기 때문이다. 전쟁범죄는 전쟁중에 벌어진 군인들간의 일이라고 주장하는 일본은 핵미사일의 피해는 민간인들이 더 많이 받았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제국주의의 피해자로 규정한다.

 

하지만 실제로 일본은 제국주의의 수혜자였다. 제국주의를 받아들이고 조선, 대만을 식민지로 다스리면서 제국주의로서의 이득이란 이득은 다 따 먹은 주제에 핵 맞았다고 자신들을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것이 웃기기도 하지만 이 '피해자'라는 개념은 전후 일본 세대의 사상을 관통하는 개념이다. 실제 유튜브에서는 진주만 폭격으로 친구를 잃은 미국인에게 우리에게 핵을 쏜 것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는 일본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일본인은 일본의 폭격으로 친구를 잃었다는 미국인의 말은 무시한 채로 '끝까지 사과하지 않으시는군요'라는 원망의 말만 한다. 이런 태도는 지난 번에 소개한 책 '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에서 극중 인물의 말을 통해 핵 폭탄을 지시한 사람이 더 나쁜 놈이라는 말과 동일한 태도이다. 자신들의 죄는 잊은 채로 자신들의 피해만을 강조하는 것은 일본의 전후세대의 특징이다. 

 

이런 의미에서 일본 정부는 전쟁범죄를 무조건 부인할 수 밖에 없다. 일본정부는 전쟁 이후에 '일단 발전해야 한다'는 논리로 개인의 자유나 인권등을 상당히 억압하였다. 그 억압의 근거가 되는 논리가 ' '피해자'인 우리가 전쟁의 피해를 극복하고 서구보다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야 우리가 당한 일을 복수할 수 있다'이기 때문이다. 전쟁에, 특히 핵폭탄에 당했던 일본이 발전하는 것만이 진정한 복수라는 논리이다. 이 논리가 국가는 잘 살고 국민들은 못사는 일본의 현재의 모습을 만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에 일본정부가 자신들의 전쟁범죄를 인정하게 되면 그 동안 일본 국민들에게 강요했던 희생의 근거가 되는 논리 자체가 부서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사회적인 혼란이 작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족1)

드래곤볼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거기에 생계가 달린 수 많은 사람들 때문 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분석은 드래곤볼Z(프리더의 등장과 사망)까지로 한정해서 봐야 한다. 그 이후부터는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사족2)

프리더를 미국(휠체어를 탄 강력한 권력의 루즈벨트에 비유), 도도리아를 영국(처질사진과 같이 두고 닮았다고 한다. 나는 안 닮은 것 같은데), 자봉을 프랑스(변신전에는 깔끔하고 잘 생겼지만 변신후에는 괴물같이 변한다)에 비유한 것도 은근히 신선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너무 끼워맞추기 식인 거 같기도 하다. 

전화기로 대충 찍어서 각도가 이상하지만 어째든 왼쪽이 도도리아인데 처칠과 닮았단다. 오른쪽이 자봉인데 프랑스식이란다. 비슷한지는 직접 보고 판단해봐야 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