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사회

아침부터 기레기 스러운 뉴스가...

레기통쓰 2023. 7. 2. 11:31

아침에 뉴스를 보는데 몇일 전 뉴스지만 흥미있는 뉴스가 보였다. 

 

"[단독] “16만병 팔린 인기 탈모약, 알고보니 치매치료제” 엉뚱한 약 팔았다"- 헤럴드경제 (heraldcorp.com)

 

아니 저런 실수를 할 수가 있나 싶었다. 기사에는

 

"지난해에만 약 16만병이나 팔린 인기 탈모약이 용기 안에 치매치료제가 대신 담겨 팔린 것으로 파악됐다. 뒤늦게 이를 확인한 현대약품은 시중에 풀린 약 2만병에 대한 자진회수를 결정했다. 해당 탈모약은 현대미녹시딜정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돼 인기를 끈 전문의약품이다. 해당 약통 안에는 현대미녹시딜정 대신 타미린정이 담겨 팔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라고 되어 있다.

 

약간 이상하다. 내가 탈모에 관심이 있어서 조금 아는데(예방차원이다. 아직은 진행되지 않았다), 내 아는바에 의하면 미녹시딜을 탈모약으로 쓰면 '발라야' 한다. 발라야 하는 겔 상의 약제의 용기와 먹는 치매약(치매약을 피부에 바를리가 없지 않는가)의 용기가 헷갈렸다는 건가? 이상하다. 기사 내용에서도 '현대미녹시딜정'이란다. '정'이 붙으면 알약이다. 미녹시딜은 알약으로 먹으면 혈압낮추는 약이다. 그리고 '보험이 되어 인기가 있었다'는 표현도 이상하다. 현대미녹시딜정이 보험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혈압 약은 일반적으로 보험이 다 된다. 탈모약이 안되는 거다. 그냥 기사 자체가 틀린 것으로 보인다. 

 

검색으로 다른 기사를 찾아봤다. 

 

현대약품, 고혈압 치료제 용기에 치매약 넣어 유통 | 연합뉴스 (yna.co.kr)

 

그래. 그렇지. 미녹시딜은 고혈압약으로도 쓰인다. 고혈압 약은 보통 ~sartan으로 끝나는 이름 가진 약들을 가장 많이 쓰지만 많이 쓰는 약들이라도 사람에 따라서 약이 잘 안듣는 경우(혈압이 원하는 만큼 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에는 다른 계열의 약들을 (섞어) 쓰기 시작하는데 그 중에 중증 고혈압에 쓰는 약이 미녹시딜이다. 

 

그런데 이 미녹시딜은 탈모약으로 더 유명하다.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탈모약으로만 알고 있을 것이다. 미녹시딜은 탈모약일 때는 바르는 형태로 쓴다(다른 유명한 탈모약 피나스테리드(프로페시아라는 제품명으로도 유명하다)는 먹는 약이다. 그런데 먹었을 때의 부작용이 좀 있어서 바르는 약으로도 나왔다).

 

왼쪽이 고혈압약으로 쓰이는 미녹시딜인 "현대미녹시딜 정", 오른쪽이 탈모약 미녹시딜인 "현대마이녹실 겔"

 

위 사진은 미녹시딜 제제의 두가지 제형의 사진이다(그것도 같은 회사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이다). 왼쪽이 고혈압 약이고 오른쪽이 탈모약이다. 탈모약으로 쓰이는 미녹시딜(제품명:마이녹실)은 겔 타입이라 용기 자체가 틀리다. 저게 치매약이랑 바뀌었다고? 

 

아마 처음 기사를 쓴 기자가 미녹시딜이라는 것만 보고 그냥 탈모약이라고 올려버린 듯 하다(단독이라는 게 붙어 있으니 급하게 썼나보다). 설마 클릭을 노리고 '고혈압약'보다는 '탈모약'이 더 클릭을 많이 하겠다 싶어서 바꾼 것일까? 에이... 설마 그럴리가... 어째든 한 사람은 기사를 틀리게 썼다. 또 다른 기자는 확인 후에 고혈압 약이라고 정확히 썼다(연합이 최초로 고혈압으로 제대로 쓴 건지는 정확하게 모르겠다). 그런데 관련 내용을 검색해보면 고혈압약이라고 적힌 기사와 탈모약으로 적힌 기사가 반 정도씩 나온다. 아무 생각 없이 한 명이 잘못 쓰고, 다른 한 명은 정확하게 잘 썼는데 이 두 가지 기사를 다른 기레기들이 열심히 복사해서 붙여놔서 이렇게 두 가지 종류의 기사가 반씩 뜨는 현상을 보이는 거 같다. 어떤 걸 참조했느냐에 따라 기사가 달라진 것이다. 정말 한심한 노릇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의학 전문 뉴스인 코메디닷컴에서도 이런 실수를 했다는 것이다. 현대약품, 탈모약 통에 치매약 넣어 유통... 2만병 자진회수 - 코메디닷컴 (kormedi.com) 약에 관한 기사를 많이 쓰는 곳에서도 이런다. 기레기는 어디에나 있는 것이구나. 

 

첫 번째 잘 못 쓴 기자는 확인 없이 그냥 기사 쓰는 전형적인 기레기의 행태이지 싶다. 그걸 확인도 안하고 복사해서 붙여넣은 기자들도 기레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거 같다. 이래서... 할 말은 많지만 생략한다 .

 

 

사족1)

'겔'이란 연고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알로에 겔을 생각하면 가장 비슷한 형태를 생각할 수 있다. 연고나 로션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해도 된다. 사실 약사나 의사 입장에서는 차이가 크다. 하지만 우리 같은 일반인은 그냥 '바르는 거'라고 이해하면 된다. 

 

약간 더 설명하자면 상처에 바르는 것은 연고이다. 상처에 바르는 연고는 발라 놓으면 상처를 감싸는 밀봉성을 가지고 있다. 즉 연고 성분이 남아서 그 부위를 덮고 있는 형태를 보인다. 크림은 연고와 가장 비슷한 형태이다. 차이점은 연고보다는 물에 잘 녹는다는 정도이다. 로션은 크림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묽은 형태이다. 낮은 단계의 스테로이드가 보통 로션으로 처방된다. 겔은 투명하고 빠르게 건조되며 밀봉성(피부 덮어두는거)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니까 할 일 하고 빠르게 사라지는게 겔 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도 잘 모르지만 대충 내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적어봤다.  

 

사족2)

고혈압약 미녹시딜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일단 많이 안쓰기 때문이다. 중증고혈압 걸린 사람 중에 다른 약으로 혈압이 특정 가이드라인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때 처방되는 약이기 때문이다. 처방약은 보통 이름을 잘 모른다. 일반적으로 처방으로 약을 먹으면 자신이 뭐 먹는지 큰 관심이 없다. 의사를 믿을 뿐.

 

그래도 자신이 먹는 약 이름은 기억해야한다. 의사나 약사에게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 '뭐 다른 약 드시는 거 있으세요' 이기 때문인데 이거 생각보다 중요한 질문이다. 섞어 먹으면 안되는 약들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