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아파트 주차장이 무너졌다는 뉴스에서 나오는 단어, '전단보강근'이 무엇인지 몰라서 관련되는 자료를 찾아 글을 쓴 게 있다. 전단보강근이 대체 뭐니? (feat. 검단 GS건설 건설현장 붕괴사고) (tistory.com)
그리고는 잊고 있었는데 그동안 저 사건에 대해 조사한 결과가 오늘 발표되었다.
검단 아파트 총체적 부실 드러나…GS건설 1조 전면재시공 결정(종합2보) (msn.com)
기사를 요약하자면
'국토부는 붕괴사고의 원인규명을 위해 '건설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지난 5월9일부터 7월1일까지 약 2개월간 사고 원인을 조사해 왔다. 위원회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설계·감리·시공 부실로 인한 전단보강근의 미설치 ▲붕괴구간 콘크리트 강도부족 등 품질관리 미흡 ▲공사과정에서 추가되는 하중을 적게 고려한 것 등을 지목했다.'
이다.
일단 설계가 잘못되었다. 구조설계 상 32개 모든 기둥에 전단보강근이 있어야 하지만 설계과정에서 이미 15개 기둥에 전단보강근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아파트 각 층을 나누는 슬래브는 위아래 각각 수평으로 철근(주근)을 깔고 이를 수직 철근인 전단보강근으로 연결해야 한다. 바닥이 뒤틀리거나 붕괴하지 않도록 단단히 잡아주기 위한 것이다.
사고가 난 지하주차장은 수평으로 무게를 지탱해주는 보를 사용하지 않고 수직으로 세워진 기둥으로 슬래브를 받쳐주는 무량판 구조다. 하중을 버티기 위해선 기둥에 전단보강근을 추가해야 하지만 구조 설계상에서 이미 절반가량 누락된 것이다. (전단보강근, 슬래브, 보에 대한 이야기는 아래에 '참고'를 살펴보시기를)
설계에서 이미 빠져서 숫자가 부족했던 전단보강근을 시공 과정에서도 또 빼먹었다. 조사위가 확인 불가능한 기둥을 제외하고 8곳을 조사한 결과 4곳에서 설계와 다르게 전단보강근이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확인가능한 곳에서 철근을 빼먹었으면 확인 불가능 한 곳 역시 빼먹었을 것이다.
감리 역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조사위에 따르면 철근작업상세도(Shop Drawing) 작성(시공사) 후 도면을 확인·승인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늘 조사 발표 이전부터 설계부터 감리과정이 얼마나 개판이었는지는 6월 27일 KBS 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단독] GS 지하주차장 설계도 입수 “기둥 70%에서 보강 철근 빠져” [9시 뉴스] / KBS 2023.06.27.
[단독] 초음파 사진 봤더니 “시공에선 보강 철근 더 줄여” [9시 뉴스] / KBS 2023.06.27.
두 번째 뉴스에서 전단보강근이 설명되어 있다. 같은 뉴스에서 감리업체는 아래와 같은 궤변을 늘어놓는다.
저런 거 하라고 돈받아 쳐먹는 감리업체가 현실하고 괴리 운운하며 자신들의 잘못이 없는 양 말한다. 미친 거다.
이런 것만 문제가 된 것이 아니다. 기사에는 콘크리트의 강도 역시 부족했다고 나온다. 싸구려 콘크리트를 썼거나 콘크리트의 양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기사에 따르면
"사고구간 콘크리트 강도시험 결과 사고부위(A-3구간)에서 설계기준 강도(24MPa)의 85%(20.4MPa)보다 낮은 16.9MPa로 측정됐다."
라고 한다. 미쳤다. 설계기준 강도라는 것은 이 기준을 맞추라는 것이다. 그 기준의 85%가 마지노선이다. 이거 보다 낮으면 위험하다 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 마지노선의 80%쯤 된다. 기준강도의 2/3쯤 되는 강도의 콘크리트를 쓴 것이다.
그 전에 쓴 글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철근과 콘크리트는 기둥에 가해지는 하중을 나눠서 맡는다. 기둥에 가해지는 힘 중에 압축력은 콘크리트가 맡고 인장력은 보강근이 맡아준다(압축력은 누르는 힘이고 인장력은 당기는 힘이다).
기둥이 건물의 하중을 버텨주게 하는 두 개의 축 모두가 문제가 있었다는 말이다. 보강근은 없고 콘크리트의 강도는 약하니 붕괴사고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조사위원회에 따르면 기둥 32곳 중 11곳은 전단강도가 부족하고, 9곳은는 휨강도가 부족했다고 한다. 이 중 7곳은 전단강도와 휨강도 부족이 동시에 나타났다. 전단강도가 부족한 기둥 모두 전단보강근이 있었다면 전단강도가 확보되었을 것이고 휨강도 부족으로 인해 약간 휘어질 수는 있었지만 이렇게 무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많이 휘어지면 어차피 공사 새로 해야하지만... 뭐...). 즉 전단보강근이 제대로 설계되고 그대로 설치됐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라는 뜻이다.
사고 직후에는 '큰 문제 아니다' 를 외친 GS이지만 조사가 시작된 이후 부터 서서히 태도를 바꾸더니 발표후 급격하게 태도를 전환하였다. 1조 정도가 들어가는 '전면 재시공'을 선언한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구체적으로는 ▲건설 도급비용 등에 4500억원가량이 소요되고 ▲철거비용에 2000억원 ▲지체보상금 1000억원 ▲손실비용 28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라고 한다. 정말 쓸데 없이 돈 쓴다. (주주들이 가만 있을까나?)
가장 큰 책임은 시행자인 GS 건설이지만 발주청인 LH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LH는 법에 명시된 품질관리 확인에 미흡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르면 발주청은 시공사가 품질관리를 적절하게 하는지 연 1회 이상 확인해야 하지만 LH는 품질관리 확인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차라리 입주전에 터져서 다행이다 싶은 사고이다. 입주 후에는 하자보수하는 것도 안해줄라고 생쑈를 하는데 입주 후에 이런 사고가 터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전면 재시공 같은 것은 꿈에도 못 꿀 것이고 위험한 거 땜질만 했을 것이다. 정말 머리에 폭탄을 이고 사는 느낌으로 살았어야 했을 거 같다. 차라리 지금 터지는 게 나을 거 같다. 이후에는 감리도 좀 제대로 하겠지.
추가내용) GS가 재시공을 결정했다는 소리에 그래도 양심이 있어서 일이 그나마 순리대로 풀려간다고 생각했는데 아래 KBS 뉴스에서는 새로운 정보를 전달해주었다.
GS건설 “전면 재시공”…철근 덜 쓰고, 콘크리트도 엉망 [9시 뉴스] / KBS 2023.07.05.
GS 건설이 전면재시공하겠다는 발표는 발주처인 LH와의 협의없이 그냥 GS 혼자서 단독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한다. 물론 GS가 재시공에 의해 발생하는 모든 종류의 손실을 다 떠안겠다고 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최대로 1조가 넘어갈 수도 있다고 예상되는데 과연 다 떠안을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면 발주처인 LH, 그리고 입주예정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손실 규모를 줄이는 작업이 우선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게 빠졌다.
개인적으로 이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볼 때는 요새 일본 오염수 방류문제로 정치적으로 정권이 위기에 몰렸다고 생각한다. 그런 거 신경 안쓰고 지멋대로 하는 줄 알았는데 조금은 신경쓰이나 보다(총선이 가까우니까). 그런데 지금 대통령은 과거의 대통령들과는 다르다. 예전 광우병 시위 때는 퇴진을 외치지도 않았지만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니까 이명박이 사과를 했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하는 사람은 사과할 사람이 아니다. 사과를 하는 꼴을 딱 한 번 봤는데 사과 같지도 않은 변명질만 했다고 평가한다. 이렇게 사과할 생각이 없으니 국민의 관심사를 다른 것으로 돌릴 궁리만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괜히 수능 킬러 문제 어쩌고 저쩌고 해서 혼란을 일으킨 것까지 수습하려는) 겸사겸사해서 국민관심을 돌릴 뭔가를 찾고 있었는데 딱 걸린게 인강 강사들이다. 벌써 강사 한 명 조졌고(세무조사 들어갔고) 연봉이 백억이 넘는다느니 하면서 시장경제에서 큰 불법없이(불법이 있나? 나는 아직 잘 모르겠던데) 돈 번 사람을 악마 만들기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들 관심은 오염수에서 안 바뀌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이 정도로는 안되나 싶을 것이다. 그래서 관심을 돌릴 더 큰 희생양을 찾으려고 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가, 그것도 지네들 잘못이 큰 사고가 터졌다. 그냥 대충 때우려고 했는데 사고가 커서 국토부가 조사까지 들어갔다. 국토부의 조사 결과가 자신들이 제일 큰 잘못을 했다고 지목하니까 GS 건설 수뇌부들은 위기 의식을 느꼈을 것이다. 하위 책임자 몇 명 선에서 마무리 하고 싶었겠지만 그렇게 끝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 그래서 재시공 결정을 얼른 먼저 질러버린 거 같다. 왜냐하면 지금 상황에선 조금만 처신을 잘못하면 기업자체가 휘청거릴 정도로 두들겨 맞을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꼈을 것이다. 언론만 떠들거나 정부만 칼을 들면 그렇게까지는 큰 위기가 아니다. 하지만 둘 다 난리를 피우면 그 때는 정말 기업의 위기가 온다. 지금 언론은 이미 이빨을 박아넣었다. 이런 문제는 공공성이라는 것도 확보할 수 있고 하니 적어도 1주일치 뉴스거리는 나올거라면서 이빨을 아주 강하게 다들 박아 넣었다. 이런 와중에 희생양을 찾고 있던 정부까지 칼 춤을 추게 하면 안된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볼 때는 너무 서둘렀다. 국토부 발표에 바로 저렇게 지를 것은 아니었다. 적어도 발표할 때 발주처와 입주예정자들과 상의후에 전면재시공까지도 검토하겠다고 해야 했었다.
발주처인 LH의 답은 어떻게 나올 것인가? 뭔가 소식이 나오면 다시 업데이트 하겠다.
참고)
슬래브(Slab)는 평평한 판을 말하며 바닥슬래브 또는 상판 (床板)이라고도 한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다음 그림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보(beam)는 기둥위에 가로로 설치하여 슬라브의 무게를 받치는 용도의 구조물을 말한다. 쉽게 생각해서 슬래브는 (윗층의) 바닥판, 보는 그 바닥판 받쳐주는 바닥판의 밑에 붙은 구조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둥을 적게 세울 수 있게 슬래브의 무게를 분산해주는 역할이다.
위 이미지는 건축 용어 슬라브, 보, 기둥 그림으로 이해하기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에 나와있는 그림이다(슬라브라고 표기 되었다).
전단보강근은 일전 글에도 말했지만 전단력에 의한 전단파괴를 막아주기 위한 철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둥의 전단파괴는 철근넣은 기둥을 나무젓가락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난 그렇게 이해했다). 나무 젓가락을 길이대로 반으로 자르려면 미리 잘라둔 홈대로만 자를 수 있다. 그렇게 분리된 젓가락 1개를 공사장의 기둥이라고 생각해보자. 젓가락을 같은 방향(길이 방향)으로 자르라고 하면 웬만한 장사들도 못한다. 하지만 이 나무 젓가락을 길이와 수직 방향으로 반으로 잘라주세요 라고 한다면 애들도 다 반으로 자를 수 있다.
즉 건물의 무게가 저 기둥의 철근박힌대로만 가해지면 기둥이 찢어질 일이 없다. 하지만 기둥이 무게 중심에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세로로 누르는 힘도 있지만 가로로 가해지는 힘도 생기게 된다. 그렇게 되면 기둥이
이런 식으로 부서지게 된다. (나무젓가락처럼 깨끗하게 잘리지는 않는다. 철근과 콘크리트 때문에) 이런 것이 전단파괴이고 이번에 공사현장에서 일어난 것이다.
보를 사용한다면 보는 바닥과 평형으로 누워있기 때문에 하중에 의해서 위 아래로 힘이 걸리게 된다. 보의 철근은 가로이고 힘은 세로로 오기 때문에 전단력에 의해 파괴가 일어날 수 있는데 이걸 막아주기 위해서는 세로로 철근을 몇개 박아서 그 힘을 분산시켜야 한다. 이럴 때도 전단 보강근이 쓰인다. 보와 수직방향, 위 그림 기준으로는 기둥과 평형하게 박아둔다.
그런데 이번에 사고난 곳은 보가 없는 구조물이기 때문에 기둥에 직접 전단보강근을 박아야 한다. 기둥이 세로로 서 있기 때문에 보와 평행인 방향, 즉 기둥기준으로 수직인 방향으로 박아서 슬래브의 하중에 의한 전단력을 분산시켜서 전단파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이 설계에도 일부가 없었고 설계에 있는 보강근도 시공과정에서 빠졌으니 기둥이 찢어질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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