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사회

인신 공격의 오류

레기통쓰 2023. 6. 27. 19:33

인신공격의 오류(라틴어: Ad hominem, Argumentum ad hominem)는 어떤 주장에 대해 논박하는 대신 주장하는 사람에 대한 트집이나 주장과 관계없는 사실들에 대한 비난을 통해 주장자체를 부정하는 오류를 말한다. 인신공격이라는 단어 때문에 사람에 대해  외모나 성격, 출신지 비하 등의 공격을 하는 것으로 자주 오인하는데 실제로는 그냥 발화자의 모든 것이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그래서 앞에서 '트집'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논리학에서는 말의 논리는 말하는 사람과 독립하여 평가해야 한다. 같은 주장을 다른 사람이 펼친다고 그 주장의 진위가 변하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보통 감정이 들어가버리면 이런 오류가 자주 발생한다. 특히 진영논리에 함몰된 우리네 정치권에서 자주 일어나는 오류로 특정 발언을 특정 누군가가 말했다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 이 오류를 저지르기 쉽다. 논리적으로 타당한 논쟁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의견에 대한 논리적인 반박과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방의 의견을 비판하기 위해 인신공격을 사용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논쟁의 질을 떨어뜨리고 타인과의 건설적인 대화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 박인환 “문재인이 간첩인 걸 국민들이 몰라” 막말 (msn.com) 이런 기사가 보였다.

 

저런 류의 인간들이 막말하는 게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일단 기자도 제목을 잘못 지었다. 검사 출신이라는 건 이 상황에서 별 문제가 아니다. 저 사람이 검사쪽이나 검찰청 쪽의 일을 말한다면 저렇게 제목을 지어도 되지만 기사내용을 읽어보면 경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검사출신 이라는 걸 강조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검찰과 문재인 전 대통령간에 사이가 나쁘다는 걸 이야기 하고 싶겠지만 박인환이라는 사람은 전 검사 이다. 

 

기사내용을 살펴보자. 현재 박인환이라는 사람은 국무총리 직속 자문기구인 경찰제도발전위원회 위원장 직함을 맡고 있다고 한다. 경찰제도 발전을 위한다는 회의의 위원장이 경찰이 대공수사권을 가지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원래 국정원이 가지고 있던 대공수사권을 2020년에 경찰로 넘기는 법안을 통과 시켰다. 그 시행시기가 2024년이다. 이에 대해 다른 법을 통과시켜서라도 경찰이 대공수사권을 가지는 것을 미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발전을 의논해야 할 사람이 경찰이 그런 일을 맡아서는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문재인은 간첩'이라고 주장한다. 전형적인 인신공격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더욱이 인신공격의 내용도 근거가 없다. 

 

이 사람의 주장은 

1. 대공수사권은 국정원의 것이므로 경찰은 대공수사권을 가지면 안된다.

2. 하지만 결국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게 된 것은 더불어민주당의 작품인데 이것은 문재인의 지시이다.

3. 그러므로 문재인은 간첩이다. 

 

이다. 주장이 이상하다. 아무리 읽어봐도 논리상 이상한 전개를 펼친다.

 

일단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가게 된 경위부터 알아보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문재인 당시 후보자는 2017년 대선에서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능을 폐지하고 대공수사권을 경찰 산하에 안보수사처를 신설해 이관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 공약 이행 차원에서 관련 법안을 추진하였다. 국정원이 과거 간첩 조작 사건(나무위키)을 비롯한 인권유린 논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로 2020년 12월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국정원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켰다.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에 대한 수사를 공개 수사기관인 경찰로 이관해 수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권한 남용이나 인권침해 소지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에서 법안 개정을 한 것이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2023년 12월 31일까지만 유효한 것으로 되었다.

 

대공수사권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는 정치적인 스탠스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이런 것을 가리키는 말이 '의견이 다르다'고 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원이 더 이상 음지에서 나쁜 짓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게 되면 안된다는 취지로 대공수사권을 공개적으로 수사하는 경찰쪽으로 넘기려고 했다. 하지만 그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대공수사는 은밀함이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자면 한 놈이 잡혀가면 나머지는 다 지하로 숨어들어서 잡아들이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일망타진을 위해 은밀하게 수사가 진행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런 이유로 공개적인 수사를 하는 경찰이나 검찰에서 대공수사권을 맡는 것이 말이 안되니 국정원이 전담해야 된다고 주장한다(수사는 국정원이, 기소는 검찰이 이런식으로 하자고 주장한다). 

 

읽어보았듯이 양쪽 다 논리적으로 맞는 말이다. '개인의 인권이 중요하다'와 '국가전체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의 차이일 뿐. 논리적으로는 다 말이 된다. 하지만 시기가 더불어민주당의 의견에 힘을 실어주었다. 특히 간첩조작사건이 큰 역할을 했다. 2013년에 검찰과 국정원은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조작하면서 너무 무리수를 두었다. 2015년에 유우성씨가 결국 무죄로 확정이 되면서 국정원이 무리하게 유우성씨를 간첩으로 만들었던 정황들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검찰과 국정원은 아직도 사과 안했다). 그래서 2017년 대선에서 관련내용이 공약으로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고 2020년에 법안으로 까지 확정된 것이다. 

 

이렇게 법안으로 확정된 것을 바꾸려면 법으로 바꾸어야 한다. 하지만 법으로 바꾸긴 늦었다. 이 법을 주도한 것이 더불어민주당이라 다수당이 바꿀 생각이 없다. 이럴 때는 바꾸고 싶은 사람들이 다수당을 설득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것도 불가하다. 이미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에게 거부권을 2번씩이나 행사한 정부와 여당이다(여당이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대놓고 말했다. 이 정부는 1년 밖에 안된 정부이다). 그러니 이 법을 바꾸려면 다음 총선을 지나서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되어야 한다. 그거도 압승해서.

 

하지만 저 인간은 그런 걸 기다릴 인내심도 없나보다. 법 자체를 바꿀 방법이 현재 없으니 부칙을 바꾸자는 무리수를 두는 거 까지는 괜찮다. '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켜줄테니 부칙을 바꾸어다오' 라는 전략까지 제시한 것도 문제가 없다. 시행령 꼼수를 법무부 장관이 이미 보여주었으니 이런 꼼수도 괜찮을 거 같긴 하다. 솔직히 1년 유예해주고 노란봉투법 통과를 받는 게 더 나을 거 같긴 하다. 국민의 힘이나 대통령실이 저 딴 인간의 주장을 따라서 그렇게 할 리 없지만. 여기까지만 주장했으면 그냥 '우파인간이 주장이 쎄네' 정도로 마무리 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주장을 하면서 갑자기 간첩이 등장하였다. 그것도 전직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대놓고 말해버렸다. 간첩조작으로 시작된 일을 간첩발언으로 마무리 하려고 저러나?

 

원래 이런 주장을 하려면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가져야만 하는 이유를 논리적으로 대야 하는데 그 이유에 대한 논박이 이미 '간첩조작사건'으로 나와버렸다. 그러니 다른 할 말이 없으니 '문재인은 간첩'이라고 하는 저기 아스팔트 우파들이나 하는 근거없는 주장을 들고 나온 것이다(원래 그런 쪽 사람이었나보다. 저 사람은 보수성향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이런 것이 대표적인 인신공격의 오류이다. 내 주장을 논리적으로 설득하지 못하니 상대논리의 제공자를 공격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저 사람이 말하는 문재인이 간첩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내 의견과 달라서이다. 근거가 될 수 없는 말이다. 그래놓고는 한다는 말이

 

“문재인이가 간첩이라는 걸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이다. 논리적으로는 '문재인이가 간첩이라는 걸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다' 라고 말해야 맞다.

 

이건 '나는 무식한 꼴통 우파입니다' 라는 자기 고백이다. 아무런 이유도 근거도 없이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람 하나를 간첩으로 매도해버린다. 그것도 전직 대통령을. 이런 인간을 국무총리 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게 한 국무총리도 한심하지만 이런 인간의 개소리를 기사로 옮긴 저 기자도 참 할 일이 없다. 이런 인간에게는 '무관심이 답'이다. 헛소리를 일일이 기사화 할 필요는 없다. 아무리 기사 쓸게 없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