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글의 시작은 학교급식이 붕괴되고 있다는 브런치 글(학교급식이 붕괴되고 있다 (brunch.co.kr))을 읽고 그 감상평을 쓰는 것에서 시작하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조리흄(cooking fume)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폐암이야기도 나오길래 제목이 '조리흄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로 바뀌었다. 하지만 글을 적다보니 점점 원래의 목적대로 글이 진행이 되어버려서 제목이 "학교 급식이 무너지고 있답니다"로 돌아와버렸다.
브런치 글을 잠시 보자. 제목은 학교 급식이 붕괴되고 있다 이다. 이 글을 적은 분은 학교 급식실의 영양사 선생님이다. 이 분이 제기하는 문제점은 크게 2가지이다.
첫 번째가 급식실의 노동이 힘들다는 것이다. 일단 일이 많고 돈은 적고 그리고 근무환경이 너무 위험하다(유식하게 열악한 노동환경과 심각한 노동강도).
식수 인원은 많고, 폐암도 무섭고···6개월도 못 버티고 떠나는 학교 급식노동자들 (naver.com)의 기사에 따르면
"강득구 의원실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국에서 학교 급식노동자 1만3944명이 퇴사했다. 이 중 정년 퇴임 전에 자진 퇴사한 학교 급식노동자의 비율은 2020년 40.2%(1328명)에서 2021년 45.7%(2051명)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55.8%(3016명)에 달했다.
입사 후 반년을 넘기지 못하고 퇴사한 학교 급식노동자도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 중도 퇴사자 중 입사 6개월 이내에 퇴사한 학교 급식노동자는 1104명(36.6%)이었다. 이는 2020년(316명·23.8%)보다 3배 이상 많다.
퇴사자가 늘어나는데 신규 인원 충원은 갈 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올해 전국 학교 급식노동자 신규 채용 예정 인원은 4023명이었는데 873명(21.7%)을 아직 채용하지 못했다. 강원지역의 미달률은 100%로 6명 정원이던 조리실무사에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부산(49.5%)과 서울(48.8%)도 미달률이 절반 가까이 됐다."
이라고 한다. (대형병원의 신규간호사들이 1년내에 이직하는 비율이 50%라던데 여긴 더 심한 거 같다)
식수 인원이란 급식실에 일하는 사람과 밥먹는 사람의 비, 즉 한 명당 담당하는 사람의 수를 말한다. 현재 학교급식 조리 노동자의 인원수 대비 식수 인원은 약 150명이라고 한다. 주요 공공 기관의 조리인력 1명당 급식인원 65명에 비해 2배 이상이다. 식수인원이 두 배라는 것은 노동역시 2배라는 것이다. 즉 급식실 근무자들은 노동은 2배로 하면서 월급은 같거나 더 적은 상황이다. 그러니 막 그만 두는 것이다.
반 이상이 그만두는데 그 중에 상당수가 6개월 근무를 못채운다고 한다. 이렇게 그만두는 사람은 많은데 채용이 안된다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일은 힘들고 돈은 적고. 그렇게 사람이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된 조리과정이 생략되고 간단식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아진다. 점점 급식이 점점 부실해져 가는 것이다.
일선 교장이 직접 글을 쓴 [시론] 학교 급식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 | 중앙일보 (joongang.co.kr)에서는
"학생들의 급식비는 해마다 인상되는데 왜 급식의 질은 개선되지 않는 것일까? 학교급식과 관련해 끊임없이 제기되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분노에 찬 질문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고 명료하다. 대다수 학교들의 급식비 인상이 단지 물가 인상률만을 반영한 것이기에 급식의 질은 항상 제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부끄러운 이유가 또 존재한다. 급식비 가운데 30% 정도가 급식 종사원들의 인건비와 식당 운영비로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와 같이 고발하고 있다. 학생들이 내는 급식비의 많은 부분이 인건비와 운영비로 나가는 현실에 대해 고발하였다. 특히 각종 수당들까지 급식비 걷은 부분에서 나가니 급식질 자체가 부실해진다고 한다. 이 시론을 적은 교장의 주장은 사회가 급식실의 운영비용 및 일하는 사람들의 인건비까지 챙겨주고 학생들에게 걷은 급식비는 오로지 학생들 입으로 들어가는데에만 써야 한다는 것이다.
시론에서는 급식실 종사자들의 인건비가 일하는 것에 비해 많지도 않다는 것도 강조한다. 실제 하는 일이 너무 많은 것에 비해서 너무 돈이 적다는 것이다. 그나마 책임자인 영양사에게 주는 월급과 수당은 어느 정도 되는데 그냥 일반 노동자에게는 너무 적게 준다. 그러다 보니 급식실의 일반 노동자는 언제나 모집 중 이다. 지금 학교 식당들에서 일하는 분들 대다수가 외국인이다(이것은 시내 식당 중 많은 수가 조선족이 근무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또한 일 양도 많지만 상당히 위험하기도 하다. 우리가 집에서 소량으로 요리를 할 때는 잘 모르는데(그래도 요리하면 팬을 틀거나 환기를 시킨다) 튀기거나 굽거나 할 때 나오는 조리흄이 대량으로 조리를 하는 급식실 기준에서는 정말 위험한 수준이라고 한다. [뉴스속 용어]학교급식 종사자 폐암 유발 '조리흄' - 아시아경제 (asiae.co.kr) 에는 조리흄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조리흄(cooking fume)'은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입자들로, 고농도 미세먼지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섭씨 230도 이상의 고온으로 기름에 재료를 튀기거나 굽는 과정(튀김이나 볶음 요리)에서 지방 등 여러 성분이 분해되면서 발생하는 가시적인 배출물이다. 조리흄은 입자의 지름이 100㎚ 이하로, 초미세먼지보다 훨씬 적은 25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 나노 입자의 형태로 사람이 호흡하면 폐 세포 깊숙이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고 폐암까지 이어질 수 있다. 조리흄에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폼알데히드,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등의 유해 물질이 함유돼 있다. 이 때문에 '죽음의 미세입자'라고도 불리며,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고농도의 초미세먼지가 가득한 조리실에서 일을 하면 자연스럽게 폐 속으로 미세먼지가 들어가게 되어 있다. 이 미세먼지는 초미세먼지 기준보다 훨씬 더 작은 먼지라서 폐 속으로 쉽게 침투가 가능하다. 호흡을 통해 폐 세포 내로도 침입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이 초미세먼지에는 발암물질들이 가득하다. 이런 발암물질들에 상시 노출되어 있는 조리원들이 폐암이 생길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 아닌가?
이렇게 급식실 노동은 힘이 들고 돈이 적을 뿐 아니라 위험하기 까지 하다. 거기서 일하라고 말하는 거 자체가 살인행위이다.
브런치 글에서 제기하는 두 번째 문제는 사람들의 태도와 관공서의 과한 참견이다. 브런치 글의 작가는
"코로나 이후 더 이기적이고 까칠해진 사람들, 감사합니다는 커녕 더 맛있고 더 자극적인 음식만 요구하는 아이들, 뜨거운 열기 속에 엄청난 양의 한 끼 급식을 만들어 내는 것만 해도 버거운데 비현실적인 위생 지침과 수만 가지의 법규... 그와 관련된 교육청, 지자체, 식약청, 안전부, 노동부 등등에서 수시로 들이닥치는 점검은 일하고 싶은 의욕을 싹!!! 없애 버린다."
라고 말한다. 먼저 사람들이 문제이다. 예전에는 해주면 해주는대로 감사하다고 했는데 위에서 말한대로 점점 부실해져서 그런지 이제는 급식실 사람들에게 감사합니다를 외치는 사람도 적어진다고 한다. 그리고 학생들은 맛 있는 것만 찾기 때문에 영양학적인 균형 같은 것을 맞춘 식사는 잔반으로 다 남긴다고 한다. 학부모들도 다르지 않다. 학교 급식에서 단백질은 20%이하로 구성해야 하는 규칙이 있다고 한다(나도 처음 들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왜 아이들에게 고기를 적게 주고 먹지도 않는 야채만 많이 주냐' 라고 따진다고 한다. 아무리 설명해도 본인의 말만 할 뿐 듣지 않는다고 한다(요새 학부모들은 선생이나 의사의 말을 듣지 않는다. 선생말 우습게 아는 건 기본이고 의사말도 우습게 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말에 의하면 의사말도 더럽게 안 들어먹는다고 한다. 한 십년전만 해도 개가 원인이 된 아토피에 걸린 아이를 개와 분리하라고 의사가 지시하면 열에 아홉은 망설이지 않고 개를 다른 곳으로 보냈는데(남은 하나도 망설이지만 끝내 아이와 분리하였다) 요새는 열에 아홉은 그냥 아토피 증상 낮추는 약만 달라고 한다고 한다. 개가 자식을 물어뜯어도 자식을 야단 치는 부모들이니... 이에 관련되는 이야기도 나중에 따로 해보겠다).
오죽했으면 영양사인 브런치 작가는 학교급식에 끝도 없는 불만을 토로하며 간섭하는 사람들 때문에 선택 급식을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고 한다. 희망하는 학생에게만 급식을 하고 급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개인 도시락을 싸오도록 하는 제도이다. 이런 제도가 만약 실행되면 바쁜데 애들 도시락까지 내가 싸라는 거냐 라면서 또 항의할 사람들이긴 하지만 영양사의 괴로움을 알 수가 있다. 작가에 따르면 학교급식의 근본적인 문제는 학교급식의 지향점이 관계자마다 다른 것에 있다. 교육청에서는 건강한 급식을 요구하고 먹는 학생들은 맛있는 것을 요구하고 학부모는 애가 배고픈 시간이 없도록 포만감이 오래 지속되는 것을 요구한다. 지치고 아픈 조리사님들은 만들기 쉬운 것으로, 식약청은 위생이 완벽한 것을 원하며 교장 선생님은 이런 관계자 모두가 만족하는 급식을 원한다(자기가 욕 먹을 일 없게). 이렇게 다 원하는 급식이 다르니 영양사 입장에서는 뭘 선택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교육청에서 건강한 급식의 원칙을 정했으면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급식 규정과 목표에 대해 계속 설명해서 학생이나 학부모를 납득을 시켜야 한다. 하지만 교육청에서는 자신들이 정한 지침을 급식실이 잘 지키고 있는지 외에는 관심이 없다. 작가가 얼마나 답답한지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급식에 대한 지침을 마련했으면 급식을 먹는 사람도 그 지침을 지키는 의무까지 부과해야 하는데 식단을 제공하는 사람들에게만 지침을 제대로 지키는지 허구헌날 감사에 점검으로 목을 조이면서, 급식을 먹는 사람에겐 인권 존종의 이유로 무한 자유를 줘 버렸다. 교실에 갇혀 하고 싶지 않은 공부를 하는 건 학생 인권에 전혀 위배되지 않으나, 식단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급식실에 아예 오지 않는건, 건강한 음식을 먹어라 강요하는 건건 인권에 위배되니 모두 허용하노라??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안 나온다."
조금 많이 나갔다 싶지만 일리가 있는 말이다. 특히 점검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줄 아는 사람들은 혹시나 급식실에서 사고터지면 '우리는 규정에 정해놓은대로 다 점검했다' 라고 변명을 하기 위해서 인지 시도때도 없이 점검 나온다. 그리고 자세하게는 안 밝혔지만 '비현실적인 위생지침'이라는 표현을 통해 관공서 규제가 대량으로 음식을 조리하는 곳에서 지킬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조리실은 일하는 사람들 서로간의 호흡이 정말 중요하다고 한다. 워낙 요리할 것이 많아서 서로 나누어서 요리를 담당하는데 이게 서로의 속도를 못 맞추면 시간내에 학생들 급식을 준비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있던 사람도 그만두고 새로 충원도 잘 안되는데다가 오는 사람도 익숙해질때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그거 못 참고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즉, 기존에 남아있는 인원들이 2배를 넘어 3~4배의 일을 하면서 버티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이렇게 힘든 와중에 점검이 자주 나온단다. 점검을 자주 나오는 것은 취지는 좋지만 쓸데 없이 급식실 종사자들의 일이 많아지게 할 수도 있다. 바쁜데 점검하는 동안 나가 있으세요 이따구 짓도 벌어진다고 한다. 가득이나 힘들어서 사람도 안 구해져서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간신히 버티고 있는데 이따구로 하면 남아 있는 사람들도 점점 다 퇴사하게 만들 것이다.
이렇게 학교 급식이 점점 위험해지고 있다고 한다.
사족1)
도시락 싸는 게 얼마나 귀찮은 일인지 어머니로부터 들어 알고 있다. 급식이 없어지면 과연 도시락을 쌀까? 배달을 시켜먹을까? 내 생각에는 급식이 사라지는 순간 빈부의 격차가 드러날 것이다. 과연 어린 아이들이 그걸 버틸 수 있을까?
사족2)
fume은 영국식은 /ˈfjuːm/ 이고 미국식은 /fjum/이다. '퓸'이라 읽는데 영국식은 장음으로 읽고 미국식은 단음으로 발음한다. 그런데 왜 cooking fume은 조리'흄'이 되었을까?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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