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사회

인물평 -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feat. 최재형 전 감사원장)

레기통쓰 2023. 6. 29. 13:34

나무위키 '유병호' 항목의 사진

 

유병호는 대한민국의 정무직 공무원. 현 감사원 사무총장(감사원 사무총장은 감사원 2인자라고 생각하면 된다)이다. 1994년 제38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1995년 공직에 입문한 이후 첫 2년간 정보통신부에 근무하고 이후부터는 줄곧 감사원에서만 근무했다.

2020년 4월 20일, 최재형 당시 감사원장에 의해 공공기관감사국장에 임명돼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를 맡아 같은 해 10월 20일 “정부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경제성을 불합리하게 저평가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정부가 기분 나빴는지) 2021년 1월에는 비감사부서인 감사연구원장으로 이동하였다(한동훈이 생각난다). 2022년 3월, 정권이 바뀐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전문위원에 임명됐다가 같은해 6월 15일 감사원 2인자인 사무총장으로 전격 복귀했다.

 

쫒겨갔다 금의환향한 것은 한동훈과 같다. 유병호는 같은 처지의 한동훈처럼 전 정권에 대한 복수심으로 가득차 있어서 사람이 이상해보인다. 특히 자신을 끌어준 선배 최재형을 보고 배운 것이 많은지 윤석열 정권에 대한 과도한 충성경쟁 중이다. 충성경쟁은 정치판으로 가기 위해서인지 확실하게 민주당쪽을 공격하면서 정부를 감싸고 드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감사원의 수장 중 한 명인 감사원 사무총장이 취해서는 안되는 태도이다.

 

감사원장은 부총리급이고 감사원 사무총장은 차관급인데도 감사원장조차도 자주 무시한다. 기사

 

“잠깐만 잠깐만” 감사원장 만류에도 발언 이어간 유병호 사무총장 (msn.com)

 

에 보면 감사원장이 사무총장의 발언으로 회의가 자꾸 방해를 받으니까 발언권을 얻고서 발언해달라는 요구를 하는데 그 요구 자체를 무시하면서 자기 할만한 했다. 저 기사에 따르면 전현희 권익위 위원장에 대한 감사를 논의하자는 자리에 감사원장을 제척(빼고 진행)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전현희는 최재해 감사원장과 내부 제보자 의혹을 받는 권익위 관계자 등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한 상태다. 이렇게 서로 연관이 있는 사람은 원래 제척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감사원장이 빠지면 원하는 결과를 얻기 힘들다고 생각해서인지 제척하자는 의견을 낸 감사위원을 대놓고 무시하면서 짜증내었다. 

 

"유 총장의 반대는 최 원장 제척시 의결정족수(4명) 확보가 어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 원장 포함 감사위 구성원은 총 7명이다."

 

라고 기사에서는 설명한다. 한마디로 자기가 원하는 결과를 위해서는 상급자인 감사원장이고 뭐고 간에 다 무시하는 스타일인 것이다. 

 

자신보다 상급자인 감사원장을 무시하는 것은 정황상으로는 여러번 보였지만 오늘 뉴스에서 보니 이제는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 

 

[1일1뉴스] 최재해 위에 유병호? 카메라에 딱 걸린 '감사원 2인자'의 하극상 / JTBC News

에 자세히 나와있다. 법사위에서 답변하는 자신의 상급자에게 어떻게 대답하라고 대놓고 적어서 지시를 한 것이다. 보통 저런 상황이면 '이렇게 답변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정도가 가장 강한 표현이다(나라면 내 상급자에게 어떤 방향으로 답하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 정도까지만 말 할 거 같다). 그런데 상급자에게 답변을 정해주면서 '어떻게 답변하십시오' 라고 저렇게 대놓고 적어서 전달하는 건 감사원장이 자신의 하급자라는 인식에 기반한다. 직급은 상급자이지만 '권력의 순서로는 자신이 위이다' 그 정도의 인식에서 나오는 형태라고 보인다. 오죽했으면 방송국에서 '하극상'이라는 표현을 썼을까?

 

그 외에도 여러가지 사실이 있는데 다 적기엔 너무 많으니 생략한다. 지금까지 내가 봐온 사실들을 요약하자면 저 사람은 권력을 가지는 것과 쓰는 것을 다 좋아하고 목적을 위해서는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다. 필요에 따라 말이 자연스럽게 바뀌고(가족의 주식과 관련된 논란에서 외부판단에 맡겨보고 따르겠다고 했으나 '팔아라'라는 의견이 나오자 바로 항소해버렸다) 자신의 권력에 취해서인지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나 예의가 없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실에 보낸 문자가 뉴스를 타는 바람에 '문자 보고 파동'(여기서 민주당에 대한 증오, 무시가 잘 보인다)까지 논란이 되었다. 문자를 통해 대통령실의 관심사안에 대해서 모든 일을 보고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볼 때 강약약강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권력자 앞에서 납작 엎드리고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나가는 사람으로 보인다. 

 

가진 정치적인 성향을 떠나서 감사원 출신들은 더불어민주당쪽에서는 정치를 하기가 힘들다. 왜냐하면 더불어민주당은 (그들의 극렬지지자들이 싫어하는) '명분'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감사원의 사람은 중립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바로) 정치를 해서는 안된다'는 명분이 걸려 있으니 정치로 데뷔할 곳은 국민의힘 계열 뿐이다. 그래서 저렇게 현재 국민의힘 내부 권력의 중심에 있는 대통령실에 충성하는 것으로 보인다. 원래 감사원 사무총장쯤 했으면 이제 임기 끝나면 은퇴를 하고 다른 일을 해야 하는데 권력이 없는 일은 할 생각이 없는 듯이 정치에 데뷔할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선배인 이회창, 김황식, 최재형 모두 국민의힘 계열의 정당 사람이라는 것이 이를 뒷받침 한다. 김황식은 현직 대법관이 감사원장으로 가서 논란이 되었다. 이에 김황식은 '국무총리면 내가 안 갈건데 감사원장이라서 수락했다'라는 대답을 하였다. 이후에 국무총리가 되었을 때는 감사원장이 국무총리가 된 예는 이회창이 있다고 답했다)

 

 

사족1)

나는 지금의 정치인들 중에서 최재형과 안철수를 상당히 싫어한다. 그냥 싫어하는 게 아니라 많이 짜증내면서 싫어하는 정도이다. 안철수는 다음에 정리할 기회가 있으면 정리를 해보고...

 

최재형을 싫어하는 이유는 가장 중립적이어야 할 감사원 소속 인물이 정치에 입문할 수 있는 방법들중에 가장 더러운 방법을 실천해서 정치에 입문하는 바람에 감사원 후배들의 잘못된 욕망에 불을 지른 사람이라서이다. 최재형은 이회창이 감사원장에서 대통령후보까지 갔던 일을 모방을 했는데 더러운 방식으로 모방을 했다. 그걸 본 후배들은 '아 저렇게 하면 쉽게 정치로 진입이 되는구나' 라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래서 은퇴를 몇 년 남기고 감사원의 일정 지위 이상의 자리에 오르는 후배들이 어떻게 처신할 건 지에 대한 정말 나쁜 선례를 남겼다.

 

감사원은 뉴스에 '감사를 시작하였다', '감사결과를 발표하였다' 외에는 안나오는 게 정상이다. 원래 저런 일을 하는 기관은 있는 듯, 없는 듯 그리고 감사대상인 직원들에게는 염라대왕같고 보통 국민들에게는 놀고 먹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원칙이고 미덕이다. 하지만 몇몇 감사원장은 뉴스를 자주 장식했는데, 뉴스에 자주 나온 감사원장 중 유명한 사람은 뭐니뭐니 해도 이회창이다. 이회창은 나중에 국무총리가 되어서도 뉴스에 자주 등장하였다.

 

이회창은 감사원장 시절에 '대쪽'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국무총리시절에도 마찬가지로 평가받았다. 전두환 노태우라는 두 전직 대통령의 비리를 막 파헤치는 것은 물론 김영삼이라는 현직 대통령까지도 들이 받은 사람으로 자주 뉴스에 나왔다. 이회창은 감사원장 때 우리 정부 역사상 최초로 1급 정보기관인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를 감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회창은 본인은 처음에는 원치 않는 모습이었으나 원칙을 강조하다 보니 자꾸 뉴스에 등장하게 되고 그것으로 유명해져서 정무직인 국무총리까지 역임했는데 국무총리 시절에도 똑같은 모습을 보여서 김영삼과는 사이가 틀어졌으나 결국 여당(당시 신한국당)의 대선후보까지(두 번이나) 한 사람이다. (김대중, 노무현에게 두 번이나 졌을 때 다들 아들 군대 안보내서 졌다고 말할 정도로 다른 부분에서는 문제가 없던 사람이었다) 

 

이런 이회창과는 다르게 최재형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만 죽어라 반대하기 시작하였다. 탈원전 정책을 뒷받침 하는 논리는 '안전'이라는 측면이 가장 강한데 경제측면으로 이를 들이받은 것이다. 그래서 이회창 시절처럼 명분이라도 정확하게 있으면 괜찮은데 최재형의 감사원은 명분이 부족하였다. 아직 쓸만한데도 멈추는 게 아니라 더 돌리면 위험해질 수 있으니 멈춘 것인데 '아직 경제성이 있는데 왜 멈추냐'는 반쪽 논리만으로 감사를 진행하고 이를 발표하였다. 이것은 감사가 아니라 국정을 고의적으로 방해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당연히 정부와 여당과 싸우게 되고 감사원장을 그만두고 정계에 입문하였다. 최재형이 사퇴한 순간, 감사원 안에서는 그간 온갖 권력기관의 외압을 무릅쓰고 진행한 모든 감사 활동이 정치적 의도를 의심받을 거란 비판이 터져 나왔다. 또한 감사원장 자리가 대선 출마를 위한 ‘스펙쌓기’ 용도로 변질되는 것 같다고 걱정하였다. 

 

최재형은 이렇게 감사원에서 자기 생각에 따라 난리를 피운뒤에 정치판으로 들어가면 된다는 이상한 선례를 세운 것이다. 감사원장 출신으로 정치판으로 갔던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선에 나갔던 이회창과 서울시장 선거에 도전한 김황식은 정무직인 국무총리를 거친 뒤 정치판으로 들어갔다. 정무직 경험도 없이 그대로 대선후보 경선까지 나간 사람은 최재형이 최초이다. 하지만 이 사람은 경선에서 컷오프 탈락하였다. 당연히 존재감은 감사원장일때나 높았지 정치인 최재형은 존재감 자체가 없었다. 국민의 힘이 필요한 것은 정부와 각을 세우는 감사원장 최재형이지 정치인 최재형은 아니었다. 그래도 상징적인 게 있어서 종로 보궐 선거에 공천을 받았다. 거기 출마하여 국회의원이 된다. 국회의원이 된 후에 뉴스에서 아예 사라졌다. 일부 국회의원은 정말 위원회에 출석만 하고 세금도둑질을 한다던데 정확하게 그런 모습을 보이는 중이다(혁신 위원장이라는 자리 맡았을 때는 그나마 여기저기 법리적으로 싸운다는 뉴스가 나왔는데 요샌 그런 거 없다. 무슨 법안을 준비한다거나 어떤 정치적인 주장을 하는 일도 없다). 

 

나는 유병호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최재형의 이상한 선례가 유병호라는 괴물이 날뛸 수 있는 계기가 되어버렸다고. 이런 유병호 같은 인간이 얼마나 더 나올지 정말 걱정된다. 현재 감사원에서 중간급 지위 이상을 가진 사람 중에 (속으로라도) 유병호를 본받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너무 걱정된다. 그래서 나는 최재형을 많이 싫어한다. 이 사람이 가진 정치적인 판단은 나랑은 다르지만 미워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더러운 선례는 감사원 자체를 대대적으로 손보지 않는 이상은 아마 몇백년 흘러도 감사원 사람들에게 공유될 것이고 유지될 것이다. 이런 것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감사원을 좀 정리해야 하지만 실제로 감사원을 건들수 있는 권력이 별로 없다. 바로 감사원 무력화라는 프레임이 씌워질 것이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건드리기 자체를 포기한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 감사원이 어떤 위상을 가지게 될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감사원 사람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의심은 계속 받게 될 것이다. 어떤 감사를 하던 간에 그 감사에 의해 불이익을 받는 모든 사람이 감사원의 정치적인 스탠스를 문제 삼을 것이다. 결국 감사원의 평판자체가 언제나 바닥을 칠거라고 예상된다.

 

결국 최재형은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자기가 대장질을 했던 감사원에 똥물을 제대로 부어놓은 모습이 되었다. 감사원이라는 기관의 중요성을 생각해보면 우리 정치 전체에 똥물을 튀긴 것과 진배없다. 그래서 난 저 사람이 너무 싫다. 적어도 떠날 때는 이쁘게 정리하고 떠났어야 했는데...

 

 

 

사족2)

윤석열대통령도 검사가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사람이다. 이 선례 때문인지 (우리 대통령과 저런 인간이라는 기사를 참조하면 보수색채가 강한 한국일보쪽에서도 걱정할 정도로) 검찰측에서 '우리 대통령'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따른다고 한다. 이렇게 대놓고 권력을 따른 적이 없는 집단인데 처음으로 '우리가 받쳐줘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렇게 권력을 가진 쪽에 욕망을 유발할만한 선례를 남긴다는 것은 내 생각에 정말 나쁜 일인데... 그렇게 되어버렸다. 뭐 어쩌겠나. 선거는 이미 끝났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