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독후감까지는 아니고

독후감 대회 참가 - "아버지의 해방일지 - 정지아"

레기통쓰 2023. 8. 1. 06:00

이 글은 6월 15일에 작성을 시작하였고 입력한 것은 6월 17일이다. 독후감 대회가 7월까지라 8월 1일에 예약으로 올리는 것으로 했다. 누가 볼 사람은 없지만 그렇게 하는 게 맞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아버지의 해방일지 - YES24

 

아버지의 해방일지 - YES24

새삼스럽게 경탄스럽다!압도적인 몰입감, 가슴 먹먹한 감동정지아의 손끝에서 펼쳐지는 시대의 온기미스터리 같은 한 남자가 헤쳐온 역사의 격랑그 안에서 발견하는 끝끝내 강인한 우리의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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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라는 책을 읽었다. 동작도서관에서 동작도서관 독후감대회 (9회)를 개최한다고 해서 무슨 내용인가 싶어서 한 번 읽어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동작구와 동작구에 이웃한 관악구까지 모든 도서관에 이 책이 다 대출되어 있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오기가 생겨서 대출 예약을 걸어놨더니 한 달쯤 지나서 받았다. 그래서 읽어본 책이다.

 

사실은 독후감대회 참가가 목적이 아니고 어느새인가 이런 소설이나 수필류를 잘 안 읽게 되어서 이걸 핑계로 한 번 읽어보려고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정지아라는 작가는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나는 소설이나 수필은 외국껄 많이 읽어서) 글의 흡입력이 상당하였다. 이야기 구조는 그리 튼튼하지 않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잘 배치를 해놔서 작가가 어떤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잘 드러내고 있었다. 이른바 필력이 뛰어나신 분이다. 조금은 억지스러운, 아니 옛날 사람들의 정서에 맞는 그런 감동을 억지로 넣은 것 같은 내용들을 필력의 힘으로 재미나게 읽을 수 있게 적은 글이다. 

 

실제 정지아 작가는 빨치산의 딸이라고 한다. 빨치산으로 인해 감옥까지 갔다온 아버지, 아버지와 같은 방식의 혁명을 꿈꾸었던 어머니의 존재는 예전의 반공과 독재의 시대에서는 작가의 최고의 굴레(글 아래 참조)였을 것이다. 이름조차도 아버지가 빨치산 시절에 머무르던 '지'리산과 백'아'산에서 따온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소설의 화자가 '아리'인데 이 아리의 이름의 기원을 책 내에서 백'아'산과 지'리'산이라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지아 작가는 1990년 '빨치산의 딸'이라는 장편소설을 통해 데뷔했다. 이 소설은 그런 점에서 1990년대 소설의 발전된 판이라고 생각해도 될 듯 한다. 하지만 이 작가의 데뷔작인 '빨치산의 딸'이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우선 빨치산의 딸이 실제 정지아 작가 자신이고, 아버지는 전남 도당 조직부부장 정운창이고 어머니는 남부군 정치지도원 이옥남이다. 결국 이적표현물로 지정되어 판매금지 10년을 먹고 2005년에 재출간되었다('빨치산의 딸' 관련 내용은 나무위키 작가 항목에서 가져왔다). 그래서인지 판매금지가 풀릴 동안은 어린이용 위인전이나 전기를 쓰면서 생계를 꾸린 것 같다. 

 

이번 독후감 대회의 주제가 '다양성과 공존'인데 나는 이 책이 다양성이나 공존을 표현한다기 보다는 다른 것을 표현한다고  느껴졌다. 이 책을 독후감 대회 책으로 선정한 분들은 빨갱이라는 사람들도 결국은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같은 사람이다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어하는 것 같지만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 자신의 희망사항으로 가득찬 일종의 자기 위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대해서는 독후감에서 자세하게 말했다.

 

아래는 내가 독후감대회에 써서 낸 글이다. 대회에서 원하는 다양성이나 공존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어서 내지 말까 하다가 이왕 적은거 그냥 한 번 내봤다.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는 작가 본인의 자전적 소설이다. 빨치산 출산의 아버지를 가지고 있는 작가가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사람들이 아버지를 이해하고 용서했으면 하는 마음을 소설의 형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극 중 화자인 딸 아리는 아버지가 빨치산 활동을 했던 백아산의 ‘아’ 자와 지리산의 ‘리’ 자를 합친 이름을 가 지고 있다. 이는 ‘지아’라는 본인의 이름의 유래를 살짝 비튼 모양새이다. 딸 이름조차 그렇게 지을 정도로 자신의 신념을 저버린 적이 없었던 아버지 때문에 작가가 고생한 것이 소설 전반에 투영되어 있다. 아버지의 빨치산 활동 경력으로 인해 친척들이나 마을 사람들은 피해를 보았을 것이다. 그러한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장례식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좋은 기억만을 이야기한다. 빨갱이만 아니었다면 세상에서 가장 유식하고 능력 있는 좋은 사람이었다면서. 아버지의 빨치산 경력 때문에 피해를 받은 주위 사람들은 아버지를 다 용서하고 있다. 아버지 때문에 인생 자체가 바뀌어버린 사촌은 물론 아버지에게 평생을 적의를 드러내었던 막내 삼촌마저도 마지막에는 아버지를 용서한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며 노인정에서 아버지 체면을 살려준 ‘학수’라는 사람을 통해서 자신이 아버지에게 잘 못 한 것마저 이야기한다. 아버지는 ‘긍게 사람이제’라는 말로 모든 것을 용서하는,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성자와 같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 모든 등장 인물들이 아버지를 용서했던 것처럼 실제 현실에서도 그랬을까? 아버지는 정말 모든 것을 다 이해하고 용서하며 혁명의 신념을 버리지 않았을까? 이런 의문이 든다. 아버지의 경우에는 그럴 수 도 있었겠지만 아버지 때문에 피해 받은 사람들은 그러지 않았을 것 같다. 작가가 실제로 자기 아버지 장례에서 본 몇몇 사람들은 아버지를 용서했을 수도 있다. 용서까지는 안되어도 ‘이미 간 사람 욕을 해서 뭐하느냐는 식으로 넘어갔을 수도 있다. 그렇게 어느 정도는 용서했으니 장례식에 참석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을의 많은 사람 들은 빨갱이 때문에 우리 동네 여럿이 신세 망쳤다고 욕하고 다녔을 것이다. 자신은 피해를 보지 않았지만 자신의 친구가, 친척이 피해를 본 것을 듣고 본 사람들은 더 심하게 했을 것이다. 물론 그런 사람들은 장례식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지만 그런 사람들이 작가가 고향에서 살던 때에 작가에게 어떻게 대했을지 상상이 간다. 그런 빨갱이의 딸로서 받은 작가의 상처들을 스스로 치유하고자 상상 속의 장례식을 만든 결과가 이 소설인 것 같다. 

  소설에서는 아버지는 모두에게 좋은 기억을 준 사람이다. 인복도 많아서 아들처럼 굴어준 사람도 곁에 있고 아버지의 첫 아내의 동생도 아버지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등장하며, 어머니의 첫 남편의 동생도 호의적으로 나온다. 아버지를 가장 원망했던 사람도 결국에는 용서한다. 작가는 이런 사람들이 참석한 장례식을 꿈꾸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실제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받은 씁쓸한 느낌 대신 아버지를 다 축복하며 보냈다는 후련함을 주는 상상 속의 장례식을 소설의 형식으로 표현했다. 그래서 작가 본인을 괴롭혔던 과거의 기억들이 사실과는 다르다고, 사실은 사람들이 다 아버지를 용서하고 나를 괴롭혔던 것을 반성할 거라는 그런 희망 사항으로 가득 찬 소설이다. 다시 말해 이 소설은 아버지의 해방일지가 아니라 작가에게는‘나의 해방일지’이다.

  이런 희망 사항을 이루어주는 상상 속의 인물들이 작가의 강력한 필력으로 매우 재미있게 표현되었다. 그래서 소설 그 자체로 정말 재미있다. 다양한 인간들이 나오고 생각지도 못했던 인연들이 나타난다. 사람이 평생을 살아가면서 이렇게 많은 사건을 겪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다. 남도 사투리를 잘 몰라 몇 번 더 읽어봐야 하는 것 외에는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한나절 걸리지 않고 읽어볼 만한 책이다. 


 

 

참고)

굴레는 어린아이가 쓰는 모자라는 뜻도 있지만 말이나 소의 머리에 매달아서 동물을 다룰 수 있게 하는 물건이다. 가죽끈으로 말의 머리에 묶어두어 말머리를 잡고 움직일때 잡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게 굴레이다.  자유를 제한하는 상황 등을 표현할 때 쓴다. 또한 끝없이 반복되는 부정적인 일에도 이 말을 쓴다.

 

아이 모자인 굴레이다
말머리에 매단게 굴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