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사회

응급환자 이송 및 수용에 대한 당정회의

레기통쓰 2023. 5. 31. 20:43

중증환자 응급실 수용 의무화…"경증환자 빼서라도 병상 배정"(종합) (msn.com)

 

중증환자 응급실 수용 의무화…"경증환자 빼서라도 병상 배정"(종합)

'구급차 뺑뺑이 사망' 대책 당정 협의…경·중증 환자 진료 체계 이원화 권역별 응급센터에 경증 환자 이송 제한…수술·의료진에 추가수당 지급 © 제공: 연합뉴스 응급의료 긴급대책 당정 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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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뉴스가 보인다. 읽어보면 당정은 오늘(31일) 오후 국회에서 '응급의료 긴급대책' 논의를 위한 당정협의회를 열어 아래 그림에 있는 것과 같이 결정했다고 한다. 일단 중증응급 환자가 입원을 못해서 죽는 걸 막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 기사를 잘 요약해두었다. 기사에 첨부되어 있는 것을 가져왔다

 

지역응급상황실 설치, 응급환자 이송시 병원 수용 의무화, 경증환자와 증중환자를 구별한다는 요약본만 읽어보면 참 잘 된 정책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지역응급상황실 같은 아이디어는 좋다. 다만 병원들이 자신들의 병상여유분등을 따로 입력해야 한다면 의료진의 부담만 가중될 거고 의료진이 바빠서 상황이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면 없느니만 못한 제도가 될 것이다. 환자를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구급차가 달려가는데 그 동안 다른 응급환자가 와서 만석이 되어버리면 어쩔 건가? '받을 수 있다면서요'라고 따질 것인가? 의료진의 추가적인 부담 없이 응급실의 병상 여유분 상황을 실시간으로 반영 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등등의 질문에 대한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응급실의 의사가 부족한 것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특히 소아응급환자는 거의 없는 수준인데... 박대출 정책의장이 설명하기로는 

 

"비번인 외과 의사가 (응급수술을) 집도할 경우, 응급 의료기금을 통해서 추가 수당을 지원하는 방안도 강구하기로 했다"

 

라고 한다. 다시 말해 돈을 많이 주면 되지 않냐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생각을 가지는 것 같다. 확정된 것도 아니고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고 하니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렇게 실행 되어도 의사가 부족할 거 같고 그 이유가 꼭 돈 문제는 아닐 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비번인 의사가 수술할 경우 수당을 더 주자는 생각은 중요성의 순서가 잘못 되었다. 돈을 더 줄거면 먼저 당직의사들에게 더 주어야 하고 이왕 줄거면 엄청나게 많이 줘야 한다. 특히나 야간 당직의 경우 나이든 의사들은 나이가 들어 힘이 들어서 못하고 젊은 의사들은 자기의 개인적인 밤 시간까지 뺏겨 가면서 억지로 돈을 더 벌고 싶어하지는 않는다. 이른바 워라벨 세대이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 대책을 세운다면 당직 선생의 수당을 오지게 올려줘야 한다. 워라벨이라는 게 일과 생활의 밸런스를 맞추는 건데 라이프를 즐기기 위한 돈도 중요한 건 사실이다. 그러니 자기 시간을 손해보는 것 만큼 당직 선생들 수당을 올릴 생각을 해야한다(물론 저기서 말하는  비번인 의사가 수술을 하면 그것도 오지게 돈을 줘야 하는데 그건 당직 선생들 수당 올린 다음 이야기이다).

 

응급 의료인력 확보 역시 결국은 돈으로 해결하려한다. 그래서 

 

 "중증 응급의료센터의 경우 4인 1조 의사에게 특수근무수당을 우선 지원, 현장 수술의 부족 문제 해결을 도모하겠다는 방향을 놓고 당정 간 인식과 뜻을 같이했다"

 

라고 한다. 과연 저게 될까하는 의문이 생긴다(인식과 뜻만 같이 했다는 걸로 봐서 구체적인 방법은 정하지 않고 이렇게 하자는 방향성만 잡은 거 같다). 중증 응급센터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정말 사명감으로 하는 분들이 많다고 한다. 그래서 언제나 사람이 모자란 곳이다. 그런 곳에 약간의 수당을 붙인다고 사람이 올까? 내 생각에는 그거 안 받고 편하게 동네 의원 개원하는 게 더 나을 거 같다. 외과 타이틀 떼고 그냥 일반 의원으로 개원해서 동네사람들만 받아도 소득이 일정이상 나오는 의사의 특성상 특무수당으로 꼬시기는 어려울 것이다. 

 

뉴스하나를 살펴보자.

 

산청군 “내과 의사에 연봉 3억 6천 줄게요”…“전화 한 통 없어” (kbs.co.kr)

 

올해 1월 기사이다. 세금내기 전이라지만 무려 한 달에 3000만원이다. 근무일로 따지면 대충 하루 150만원씩이다. 하루면 최저월급보다 약간 덜 받는 다는 거다. 이틀 혹은 사흘이면 왠만한 노동자들 한달 월급이다. 그런데 한 명도 안온다고 한다. (물론 저기가 조건이 좀 까다롭다고는 한다. 의료사고가 나면 스스로 해결해야하고 다른 업무도 많고 여러가지 이유를 들었는데 다 기억은 안난다) 월급을 전국에서 가장 높게 불렀는데도 사람이 안온다고 한다. 

 

이렇다. 이런 상황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당 조금 더 준다고 사람이 올까 하는 걱정이 든다. 

 

마지막으로 시비 하나만 더 걸자면 경증환자를 빼고 중증환자를 의무적으로 받으라고 하는 저 대책도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 응급실까지 왔다면 온 모든 사람은 누구나 자기는 중증이다. 웬만큼 아파서는 응급실로 안간다. 하루 참아보고 다음날 병원을 가지. 응급실까지 갔다는 것은 정말 아프다는 뜻이다. 그런 사람들이 모인 응급실에서 '자리가 없으니 경증은 빠져라'라고 하면 '못빠진다'라고 반응한다. '나 죽는다', '날 죽일 셈이냐'라고 덤벼들 거다. 의료진들을 더 힘들게 하는 일이다. 당정협의에서도 이 문제는 국민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한다. 다시 말해 자기들도 이건 안될 거 같다고 인정하는 거다. 자기가 안 아파야 양보라도 해주지. 자기가 아프면 아무것도 보이는 게 없다. 응급실에서 보호자들이나 환자가 얼마나 이성을 잃고 날 뛰는지 몰라서 하는 소리인가? 저것은 정말 국민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대책이다. 그리고 그 협조는 응급실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는 불가능한 방법이다. 저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사회문제에 대해 당정협의회를 열어서 대책을 의논하는 것은 좋다. 아주 잘하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 책상에 앉아서 고만고만한 사람들만 모아서 대책회의를 해서 그런지 나오는 대책이 실효성이 별로 없어보인다. 차라리 현장 사람들을 좀 불렀으면 어땠을까 싶다. 아니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을 모시고 공개토론을 했다면 더 좋은 대책이 혹시 나오지 않았을까? (이날 협의회에는 당에서 박 정책위의장 외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교육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인 이만희 이태규 강기윤 의원이, 정부에서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서울·경기권 소방 당국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고 한다. 전부 책상물림에 응급차 안타는 지휘급 사람들이다. 응급실에 관련된 현장 사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