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사회

보복소비와 해외여행 (feat. 제주보다 일본)

레기통쓰 2023. 6. 2. 07:13

"제주보다 도쿄"…밖으로 새는 보복소비에 둔화하는 내수 회복 (msn.com)

 

"제주보다 도쿄"…밖으로 새는 보복소비에 둔화하는 내수 회복

회사원인 박지예(32)씨는 지난달 친구와 함께 조금 이른 휴가를 일본 도쿄로 다녀왔다. 3년 가까이 이어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해외여행을 못 갔던 답답함을 해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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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너무 비싸 외국으로"…엔데믹 맞은 국내 관광객 '일본 선호'(TV 조선)

 

두 개의 뉴스를 최근에 봤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주가 비싸서 차라리 일본을 선호한다는 내용이다. 내가 젊었을 때부터 제주를 가느니 동남아를 간다고 자주 그랬었다. 같은 값에 훨씬 더 잘 놀고 온다고. 지금의 젊은이들에게는 동남아가 일본으로 바뀐 듯 하다.

 

뉴스에서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제주도가 비싸다는 데 있다. 현지에 사는 사람들의 불만도 물가가 비싸고 택배비가 비싸다는 것이다. 일단 모든 물건(삼다수나 감귤, 한라봉 빼면)이 다 뭍에서 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에 모든 물가가 비싸다. 관광객으로 가면 더욱더 체감한다. 올해 초반에 아버지 어머니 모시고 여행갔을 때 묶었던 호텔 스위트룸은 150만원까지 줬다. 밥 값이랑 숙박료랑 하면 그냥 미친 가격 수준이었다. 잠시 미친 척하고 그렇게 돈을 썼지만 솔직히 혼자라면 어디 여인숙이나 하나 잡아 자면 되는데 하면서 돈이 많이 아까웠다. 이렇게 관광객이 느끼는 물가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진다고 한다. 실제로 제주관광공사의 조사에 의하면 물가불만이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제주는 비싸다'라는 걸 감안하고 오는 사람들 마저도 점점 물가에 불만이 커져가는 사실은 좀 많이 문제가 된다. 원래 좀 비싸겠거니 하고 왔다가 예상보다도 너무 비싸니까 한 번 갔다 온 사람들이 제주에 또 갈 생각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제주 여행 비용이 얼마나 크냐고 하면 내 경험으로 설명할 수 있다. 내가 봄에 제주 갔다온 가격이면 일본 기준으로 교토나 도쿄를 제외하면 더 잘 놀고 올 수 있는 가격이었다(비행기 값 이외에는 다 제주가 비싸다). 뉴스에서는 이런 상황이라 제주를 점점 안가고 외국으로 나가는 것이라고 보도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예전부터 제주는 가격이 너무 비싸다면서 이러면 아무도 안온다고 자주 말이 나왔었다. 그래도 계속 사람들이 제주로 오니까 제주 장사꾼들은 가격을 내릴 생각을 않는 것이다. (나도 안간다고 늘 생각하는데 올해 초에 다녀왔다) 가격이 비싸다는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된다. 내가 볼 때는 제주 대신 외국나가는 가장 큰 이유는 외국에 나갔다는 경험과 SNS에 올리기 좋은 여행지 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해외여행 경험은 아마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일 것이다. 실제로 내 젊었을 때도 학기 중에 학교는 대충 다니면서 내내 아르바이트해서 방학에 배낭여행을 갔었다. 돈이 늘 부족하니까 여행 중에도 그리고 여행 후에도 거지같이 지내도 일단은 나가고 봤다. 그리고 갔다온 것을 가슴에 품고... 다시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했다. 돈 모을라고. 요새 친구들은 더 심하다고 한다.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빚을 내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사실 잘 이해를 못하지만 이번 세대가 SNS에 경험을 저장하는 세대라고 이해하면 그럴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든다. 이 사실은 전에 쓴 글 세대차이를 이해 할 수 있게 해준 영상에서 논했던 것이다)

 

뉴스에서는 보복소비로 해외여행을 간다고 하지만 내가 볼 때는 그냥 코로나 때문에 안 가던 걸 지금 가는 것이라고 본다. 그냥 외국나가면 코로나 검사 받고 혹시나 코로나 걸리면 너무 귀찮은 일이 많아서 그동안 안간 것이다. 이제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검사나 제제가 사라지고 있으니 이제 나가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나가는 것은 나이든 사람들이 아직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실로도 설명할 수 있다. 외국이 안전할까라는 의문에 중장년층이나 노년층은 나가길 꺼려하는데 반해 젊은 사람들은 코로나라는게 별거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나가는 것이다. 이걸 돈 문제랑 연결 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보복소비라는 단어도 과장으로 보인다. 보복으로 소비하는 것은 명품정도 뿐이다. 그렇다고 대다수의 젊은이들이 명품을 비싼 것만 사는 것도 아니다. 스몰럭셔리(이것 역시 위에 링크한 글에서 설명하였다) 정도의 소비에 보복소비라고 까지 말하는 건 오버이다. 언론의 오버질이라고 본다(어느 정도 그런 부분도 있기 때문에 기레기 짓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리고 뉴스에서 제주보다 싸니까 일본을 선호한다고 하지만 이것 역시 내가 볼 때는 제주와의 비교라기 보다는 일본환율이 낮고 일본은 물가상승률이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생각보다 낮아서이다. 오랫동안 1000원은 100엔이다라고 알고 있었는데 현재는 105엔쯤 한다. 일본의 물가도 고물가이지만 엔화가 그만큼 약세라서 외국에서는 일본에 놀러가기 아주 좋은 조건이 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물가가 장난아니게 높아서 일본에 가보면 물가가 싼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만원으로 밥 괜찮게 먹으려면 서울에서는 검색해서 가격대와 맛을 맞추어야 하지만 일본은 천엔이면 대충 가도 (맛은 보장 못해도 가격대와 양은 맞춰서) 잘 먹을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고 본다. 사실 제주가 비싸다고 생각해서 못가는 사람들은 일본도 못간다. 일본에 가는 것은 제주가 비싸서 행선지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한번 외국에 갔다왔다는 걸 기억하고 자랑하고 싶어서 외국으로 가는 것이다. 그 중에 일본을 선호하는 이유 중에 가장 큰 이유는 SNS에 올리기에는 일본이 뽀대가 난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일본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세대들이라 일정부분 일본 문화에 대한 선망 같은 것이 있다. 이런 선망을 '나는 일본의 어디를 갔다왔다'라는 자랑질로 달성하는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나 유럽의 젊은이에게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를 조사해보면 결과에 일본이 자주 포함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론은 괜히 젊은 친구들이 보복소비 하느니 과소비 하느니 하면서 오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제주도가 비싸니 뭐니 할 필요도 없다. 제주의 관광종사자들은 먹고 살만큼 오니까 비싼 가격 유지하고 있는 것이고 해외여행가는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가치관에 따라 외국여행이라는 하나의 '경험'을 SNS에 저장해두고자 외국을 나간다. 경제가 힘들고 젊은이들 역시 취업등의 문제로 힘들겠지만 그것보다 한 번 나갔다오는 것이 자신에게는 큰 이익이 되기 때문에 나가는 것이다. 그걸 두고 뭐라고 할 필요가 없다. '건강하게 잘 다녀오렴' 이 정도면 족하다. 제주는 그냥 정말 가고 싶거나 가격이 부담안될만큼 여유있을 때만 다녀오면 된다.

 

다만 한가지 걱정되는 것이 한가지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적어서 내수시장이 원래 좀 약한 편이다. 너무 해외로만 나가면 가득이나 침체된 내수시장이 살아나지 않는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위정자들은 고민해볼 사항이다. 우리는 고민할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