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사회

윤석열, 김건희 그리고 동물농장 (feat. 유퀴즈)

레기통쓰 2023. 6. 4. 07:40

유퀴즈라는 프로에 윤석열 당시 대통령 당선자가 출연한 적이 있다. 뭐 당선자가 나올 수도 있지라고 보고 있는데 이게 약간 논란이 되었다. 대통령 당선자가 나와서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인 인물은 출연시키지 않겠다던 제작진이 태도를 바꾸어 가장 정치적인 대통령 당선자를 출연시켰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탁현민 의전비서관은 전정부 시절에 청와대에서 일하는 분들이 출연할 수 있겠냐고 유퀴즈 프로그램에 문의를 했다고 한다. 대통령의 이발사 등등 청와대에서 일하는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서 청와대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었을 것이다(그런 이벤트 잘하는 사람이라). 그래서 (요새는 그렇지 않지만) 근처의 일반인들을 찾아가는 유퀴즈라는 프로그램의 취지에도 맞으니 이런 분들이 출연하면 좋지 않겠냐고 제의한 것으로 보인다. CJ측에서는 우리는 정치인이나 정치관련된 인물은 출연시키지 않는다고 거절을 했다고 한다(프로그램의 취지와는 맞지 않다 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새로운 대통령 당선자가 나오니 그 태도를 바꾸어 출연시킨 것이다.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후 탁현민이 쓴 글을 캡춰한 것이다(나무위키에서 가져옴)

 

 

CJ가 문재인정부의 사람은 배제하면서 국민의힘의 대통령인 윤석열만 출연시킨 것은 정치적인 편향성 또는 외압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처음에 CJ ENM 측은 "내부 확인 결과 문 대통령 측에서 유퀴즈 출연을 요청한 적이 없다. 법적대응을 비롯한 여러가지 대응책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탁현민이 자신이 직접 요청했다면서 사실이 맞다고 반박하자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입장을 다시 바꾸었다. 그리고 아직까지 어떤  추가적인 입장을 내놓은 게 없다. 침묵으로 넘기는 걸 선택한 것이다(누가 봐도 정치적인 문제로 거부했는데 거짓말 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최근에 윤대통령이 또 TV에 나왔다. 몇 일 전에 본 뉴스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 '동물농장' 출연... 시청자 게시판 시끄러워진 이유 | YTN

 

사실 나는 SBS에서 무슨 입장문이 나오길 기다리며 그거 보고 이 문제를 논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예전의 유퀴즈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침묵을 택했나보다. 1주일이 넘게 기다렸는데 입장이 안나온다. 내 생각엔 괜찮은 선택인 듯 보인다. 사실 '동물보호라는 측면에서 입양이라는 주제에 대해 말해줄 유명인을 찾았는데 대통령실에서 먼저 연락이 와서 좋은 취지라서 출연하게 하였다' 라는 괜찮은 변명이 있다. 하지만 이 말 그대로 믿을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에 그냥 침묵하는 걸로 보인다. 

 

일단 사실만 살펴보자. 어설프게 뭐 판단하질 말고.

 

SBS '동물농장'에 윤대통령 내외가 출연했다. 은퇴한 안내견을 입양한 사실부터 키우고 있는 개들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고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라는 캠페인을 했다. 본인들이 입양한 계기가 유산의 아픔을 겪으면서 힘들었던 것을 입양을 통해 극복하였다고 하는 사연도 소개하였다.

 

이게 전부다. 아무런 문제가 될 내용이 없다. 사실만으로는 아무 문제 없지만 상황까지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윤석열은 내가 봐온 모든 지도자 중에 가장 소통을 못하는 대통령이다. 박근혜와 비슷하지만 박근혜는 그래도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명이 붙은 사람답게 사람들 앞에서는 잘 웃고 안타까운 표정까지 지었다. 하지만 윤석열은 그런 것도 못한다. 

 

 

[돌발영상] 재난의 교훈 (태풍 피해 지역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남긴 말은?) / YTN 

 

 

위 영상에서 윤석열은 포옹한번 대충 하더니 메뉴판을 살펴보는 이상한 짓을 저질렀다. 태풍 힌남노 때문에 재해를 입은 사람이 우리 좀 살려달라는데 보리밥 사진이나 보고 있었다. 그런 사람이다. 

 

 

가게를 둘러보는 게 아니라 메뉴판을 보고 있다.

 

야당 당수가 만나자고 하는데 범죄자로 취급하며 대답조차 하지 않는다. 노동조합이 집회를 열면 대화 같은 거 없이 가만 있다가 참을 만큼 참았다면서 때려잡겠다고 대놓고 이야기 한다(경찰이 몇 년 사라졌던 캡사이신까지 꺼내들었다). 강제징용피해자들에게는 의논 한마디 없이 일방적으로 '우리가 돈 줄테니 일본한테 따지지 마라'라고 발표해버리고 그 다음에 설득하러 갔다. (참고로 이재명을 범죄자로 보는 이유는 검사출신이라서이다. 검사들은 범죄자인지를 자신들의 기준으로 판단한다. 원래 기소만 되면 범죄자가 아니다. 하지만 검사의 눈으로는 기소되는 순간부터 무조건 범죄자라고 한다. 그렇게 보이니 혹시나 무죄 판결 받으면 별건 수사, 추가 기소를 통해 어떻게든 범죄자를 만든다. 지금 윤석열이 이재명을 보는 태도이다. 하지만 자신이 임명한 추경호나 이창용, 한덕수 같은 사람들은 그런 눈으로 안본다. 내로남불이다.)

 

이런 사람이다. 소통하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이다(사실 소통이라는 게 왜 필요한지 이해를 못하는 사람이다). TV에 나와서 자기 할 말만 하는 사람이다. 윤석열의 소통은 이렇게 일방적이다. 그냥 자기 모습 모여주고는 끝이다. 자기 할 말만 한다(참모들과 앉아도 90%이상 본인말만 한다는 게 헛소리가 아닌가보다). 저 프로그램에서 '입양합시다'라는 말을 하는 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 좋은 얼굴로 사람들에게 자신과 부인이 애견인이며 이렇게 좋은 일을 한다고 자랑하는 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동물농장에 출연한 게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런 식으로 소통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말을 좀 들어보고 서로 토의를 거쳐서 정책을 정하고 국정의 기본방향을 좀 잡아 달라는 것이다. 저렇게 TV에 나와서 자기 할 말만 일방적으로 말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외국 언론하고만 이야기 하는 대통령(우리는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문제, 우크라이나 지원문제 그리고 대만관련된 대통령의 생각도 전부 외국언론과 윤석열의 인터뷰에서 보았다), 기자회견 안하는 대통령(6월에 한다고 하던데 또 미리 시뮬레이션 돌려서 연습하고 하겠지), 그리고 자기 친한 기자만 비행기 앞좌석으로 따로 부르는 대통령이 싫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 논점을 벗어나서 자꾸 이야기가 이상한 쪽으로 새다가 이제 다시 조용해지고 있다. 이 사건에서 제일 이상한 것은 사람들의 반응이다. 

 

일부 안티들의 게시판 테러 같은 행동은 너무 이상한 반응이다.

 

尹·김건희 출연했다고 융단폭격…동물농장 게시판 초토화 | 한국경제 (hankyung.com)

 

자기가 싫어하는(나도 좀 싫어하니 싫어하는 걸로는 뭐라고 할 말이 없지만) 사람이 나왔다고 프로그램 자체를 폐지하라는 주장은 너무 나갔다. 그냥 그 회차만 안보면 되는 것이다. 조금 문제가 되는 것은 예고편에도 안나왔던 윤석열이 갑자기 나왔다는 거다(예전에 유퀴즈때도 그랬다. 자기들 나름으로는 깜짝 이벤트라고 한 거 같다. 좋아하겠지 하면서). 나오는 줄 미리 알았으면 채널을 그리 안 돌렸을 반대자들 입장에서는 '일요일 아침부터 정말 재수없는 화면을 봤다' 라는 느낌이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리들 화난 걸로 생각된다(동물 농장 방영시간이 일요일 아침 9시 반이다. 밥 먹고 치운 뒤에 설겆이 하고 모여 앉아 소화나 시키자면서 튼 TV에서 싫어하는 사람이 계속 얼굴을 보이니 당연히 짜증이 날 밖에).

 

그래도 진짜 욕을 해야 할 것은 윤석열(과 그 정부)의 소통부재이지 프로그램 자체를 뭐라고 할 게 아니다. 동물농장은 재미도 추구하지만 동물을 위하는 여러 캠페인이나 행동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 목적 달성을 위해 유명인이 나와서 제작진이 하고 싶은 말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를 대신 말해준다면 얼마든지 출연시킬 수 있다. 그것도 그냥 유명인이 아니라 권력자니까 하고 싶은 말 전달이 훨씬 더 잘 될 것이니 환영할 일이다. 대통령실도 출연하는 것이 이미지 개선에 좋다고 판단했으니 출연을 결정했을 것이다(외압까지는 논할 것이 아니라 생각된다). 그런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냥 '윤석열이 싫어요'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비난만 하는 사람들이 이상한 것이다. 저 쪽 사람들이 '나는 나라 다 팔아먹어도 새누리당이에요(예전에 울산 아줌마가 정말 그렇게 말했다)', '민주당이 그냥 싫어요'를 외친다고 비난했던 사람들이 지금 '윤석열이 그냥 싫어요'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나무위키에서 가져왔다. 아예 나무위키에 이 분 항목이 있다. 위에 링크해두었다. 이렇게 세상을 보지 말자. 그런데 이분 짤은 정말 많이 돌아다니던데 초상권 침해 아닌가?

 

 

그런데 이 논란을 잠재우겠다고 들고 나온 윤석열 지지자들의 논리가 너무 이상하다. 그냥 좋은 목적으로 출연했다고 밝히고, 하고 싶은 말은 '입양하세요'였다는 것만 설명하면 된다. 소통의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으면 좀 더 사람들을 많이 만나보겠다고 대답만 하면 된다. 하지만 이상하게 대답이 나오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렇듯 전 정부를 소환한다. 이번에는 이재명도 소환한다)

 

尹 나온 동물농장 시끌… “李 나온 동물농장도 있다”-국민일보 (kmib.co.kr)

 

윤석열만 출연했나? 그 대선 선거 상대였던 '이재명도 출연한 적 있다'라고 대답한다. '왜 윤석열만 가지고 그러느냐' 이다. 그런데 이재명은 성남시장으로서 성남시가 입양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잠시출연한 것이다(몇 초씩 두 번이다. 입양할 때 한 번, 개시장 정비할 때 한 번). 이재명이 앞에서 '개를 사랑합시다' 뭐 그런 이야기를 한 게 없지 않은가? 그냥 얼굴만 보여준 것이다. 같은 수준이 아닌데 같이 놓고 대답할 일은 아니다. 여기서 더 막 나가는 사람도 있다. 여당의 최고위원이다. 

 

장예찬 尹 동물농장에 왜 난리…이재명·문재인은 개 버렸다 | 한국경제 (hankyung.com)

 

원래 사람이 입이 가벼워 아무 말이나 하는 사람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저건 너무 나갔다. 이재명도 문재인도 개를 버린 적이 없다. 그건 악의적인 소문일 뿐이다. 이재명의 개는 성남시가 입양한 것이다. 경기도 지사로 가면서 성남시 물건을 가지고 갈 수가 없다. 미리 개를 어떻게 처리 할지 안 정했다고 욕하는 건 몰라도 개를 버렸다고 말하는 건 그냥 '대통령실님 저 잘 봐주세요. 제가 이렇게 열심히 싸우고 있습니다'라는 목적의 워딩이다.

 

문재인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버렸다고 말하는 개는 청와대 소유이다. 사저로 갈 때 데리고 가려고 당선자 신분의 윤석열에게 이걸 내가 데려갈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좀 마련해달라고 부탁까지 했다고 한다(스스로 했어야지 라고 욕하는 건 괜찮은 거 같다. 하지만 퇴임할 사람이 어떤 물건을 자기가 가져가려고 법을 고치는 것은 더 욕 먹을 짓이라 다음 대통령에게 부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걸 안해주니 법적 근거 없이 청와대 물품을 개인 사저로 가져가게 된 형태가 된 것이다. 그래서 다시 데려가라고 한 것이다(예전에 이명박에게 허락받고 청와대 기록물의 사본을 사저로 가져갔던 노무현이 어떤 수모를 당했는지 옆에서 본 문재인 입장에서는 괜히 약점 잡히지 않으려고 한 행동일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것도 모르면서 '버렸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몰랐을 리가 없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모른체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정말 모를 수도 있을 거 같다. 왜냐하면 극단적인 사람들은 자기가 싫어하는 쪽에게 도움이 되는 논리나 근거는 처음부터 거짓말로 간주하고 아예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