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와 사회

기레기의 시대 - 클릭해줘 클릭해줘 관심 좀 가져줘(feat. 마와르)

레기통쓰 2023. 5. 22. 18:13

2호 태풍 마와르가 올라온다고 한다. 소박사TV라고 날씨 위주로 유튜브 하시는 분 영상에서 봤다. 

이 분 채널의 영상 제목만 봐도 대충을 파악할 수 있다.

 

태풍 2호 마와르가 한국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습니다(2일전)

태풍 2호 마와르 북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어제)

태풍 2호 마와르와 장마전선의 잘못된 만남 가능성이 있습니다(3시간 전-글쓴 시간 기준)

 

영상을 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마와르가 발생했고 5월 태풍치고는 큰 편이다. 아직 한참 밑에 있어서 필리핀 쪽 거쳤다가 우리쪽으로 올라올 건데(실제로 북상을 시작했다) 아직 경로는 정확히는 예측할 수는 없다. 일본, 미국, 독일의 중기 예보를 살펴보면 일단 우리나라 근처까지는 올라올 건데 어떻게 휘어질지는 잘 모른다.

 

이런 마와르에 대한 언론들의 기사들을 살펴보자.

 

가장 괜찮은 기사를 하나 골라봤다.

 

2호 태풍 '마와르' 북상…기상청 "진로 유동적" / 연합뉴스TV (YonhapnewsTV)

진로가 유동적이기 때문에 아직은 잘 모른다. 그래서 북상은 하고 있지만 아직 긴장하실 거 까지는 아니다라고 필요한 말을 잘 전달했다. 썸네일도 제목 그대로 적어서 알고 있으시라는 뉴스의 전달 의도를 잘 표현하고 있다. 

 

이외에도

 

제2호 태풍 ‘마와르’ 북상 중… ‘힌남노급’ 발달 가능성(국민일보)
태풍 '마와르' 경로 촉각 ... 제주에 이례적 6월 초 태풍 올까?(미디어제주)

 

같은 기사들 처럼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하고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어달라 그리고 혹시나 큰 태풍으로 발달해서 올 수도 있으니 완전히 긴장 풀지는 말아라'라는 의도를 잘 전달하는 기사들도 많다. 

 

그러면 이제 약간은 자극적인 기사들도 살펴보자. 

 

제2호 태풍 '마와르' 한·일 향해 북상…25일 '힌남노급' 된다(머니투데이)
‘힌남노급’ 태풍 마와르, 한국·일본 향해 북상 중(이데일리)

힌남노급 태풍 ‘마와르’ 괌에서 북상…한반도 상륙 여부 촉각(매일경제)

태풍 '힌남노' 버금가는 녀석 온다…2호 '마와르' 위력은(한경닷컴)

태풍 마와르, 힌남노 급. 한국, 일본 향해 북상(SBS 뉴스) - 하나 정도는 예의상 링크했다.

 

그래. 이 정도면 이해 할만 하다. 조금 강한 태풍이 북상중이다 정도면 충분하다. 하지만 이 뉴스들도 힌남노라는 기억에 남는 큰 태풍 이름을 붙여서 관심을 구하고 있긴 하다. 위쪽의 국민일보의 기사와 비교해보면 국민일보 기사는 힌남노 급으로 발전 가능성이 있다 정도로 이야기 하는데 바로 위 기사들은 이미 힌남노 급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그러면 이제 아래 그림의 연합뉴스의 기사를 보자. 제목은 그나마 무난하다. 위력 센 녀석이라는 말로 태풍이 크다는 것도 말했고 북상한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그런데 왼쪽의 그림은 휴대폰으로 검색하면 주로 보이는 화면이다. 썸네일이라 불리는 화면인데 '초긴장'이라는 말로 관심을 끌고 싶어한다. '경로에 촉각'이라는 표현보다 엄청나게 강한 표현이다. 살짝만 이상하게 방향이 틀어져도 우리나라 망한다는 뉘앙스이다. 그냥 여기서는 '관계당국이 주시하고 있다' 정도의 말이면 충분하다. 왜 이렇게 겁을 줄까?

 

연합뉴스에서는 썸네일에만 자극적인 제목을 붙였지만 어째든 이렇게 자극적인 제목을 적는 것은 클릭에 미친 유튜버들이 주로 쓰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아래 그림에서 처럼 선동적인 제목이 붙는 경우이다. 

 

 

아직 어떻게 휘어질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도 정확히 모르는데 벌써 난리난다고 한다. 한국인들의 클릭 수를 유도하기 위해서 일본의 한 지역의 이름까지 적었다. '물난리'라는 표현과 '강타'라는 표현으로 벌써 피해가 시작한 것 처럼 적었다(마와르가 올 때 비가 많을 것이라는 예측은 하기 힘들다. 이런 예측은 5일(최대 10일) 정도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독일 해양대기청의 예보는 5일치까지만 보여준다. 미국과 일본 기상청은 10일치를 보여준다). 제목이나 썸네일이나 같다. 둘 다 강한 표현을 통해 클릭을 유도한다. 실제로 저런 일이 일어나면 '봐라 내가 맞지'라고 하고 안 일어나면 그냥 모른체 하거나 시끄러워지면 영상 내리면 그만이다. 

 

그런데 이런 유튜버나 할 짓을 국가 기간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 가 하고 있다. (국가 기간 통신사는 KT이다. 연합뉴스는 국가 기간 뉴스 통신사 이다. 정부가 이용하고 구독하는 의미로 각 기관에서는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는다. 이 보조금 때문에 어느 정도 공영성을 띄게 된다.) 클릭 수 늘리고자 하는 노력은 좋지만 사람들을 불안하게 해서 뭐 할건가 싶다. 처음에 링크한 자신들의 자회사인 연합뉴스티비의 기사를 보고 반성좀 했으면 좋겠다. 사실 연합뉴스만 이런 게 아니라서 뭐라고 하기도 힘들다. 뉴스는 자신의 의견이 들어갈 수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진실과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 예측도 10일이나 5일 이전 정도라서 날씨 예측이 어느 정도 신빙성있을 때나 예측하는 거지 어떻게 될 지도 모르는데 자극적인 제목부터 다는 것은 기레기나 할만한 일이라고 본다.

 

이런 뉴스 하나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 시작도 안한 태풍에 이런 뉴스가 뜬다면 대만 근처에만 올라와도 우리 곧 다 죽는다 또는 일본이 곧 태풍 피해를 입는다면서 호들갑을 떨 모양새라 미리 비난해봤다. (솔직하게 말하면 기레기 깔 거 없나 하고 늘 생각하던 중에 하나 또 걸린 거다)

 

지금 2030대의 빚이 많아진 현상은 영끌로 대표되는 주거자금 마련용 대출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 이 대출은 '지금 안사면 바보', '주거용 1채는 진리이다', '이왕 살거면 일정크기 이상을 사야한다'등등으로 대표되는 언론사들의 기레기 짓 때문에 정말 말도 안되게 커졌다. 그런 소문이 돌아도 언론에서는 이런 소문이 왜 돌고 이걸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를 말해야 하는데 오히려 소문을 더 키운 경향이 있다. 그 때 전문가랍시고 나와서 차라리 더 늦기 전에 영끌해서 사는게 이익일 수 있다고 했던 놈들 지금 그 영상기준으로 손해배상이라도 청구하면 어떨까 한다. 그 때 영끌해서 산 사람중에 한숨 한 번 쉬고 '그래 내 집이니까 그냥 살아야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 대부분이 높아진 이자에 곡소리나거나 생활비를 미친 듯이 줄이거나 아니면 가족에게 손 벌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반성하는 언론은 없다. 어떻게든 겁을 주고 자극적인 멘트를 써서 클릭 수를 늘리겠다는 일념하나 뿐이다.

 

객관적으로 이번 태풍에 대한 뉴스는 '한국까지 오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고 어떻게 될 지 모르니 시청자분들은 일단 이런게 있다는 것을 알아두시라. 관계당국이 계속 지켜보고 있으니 너무 걱정은 마시라' 정도의 정보만 전달하면 충분하다. 이런 담백하고 솔직한 뉴스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참고) (여기 항목에 대한 설명은 썸네일을 제외하면 나무위키 각 항목에서 발췌하였다. 썸네일은 그냥 알고있는 바를 정리해서 적어두었다)

 

열대성 저기압은 기상현상의 일종으로, 수온이 섭씨 26~27도 이상인 바다 위에서 흔히 나타나고 습한 바다 위의 따뜻한 공기가 상승해 구름 속에서 응결하며 잠열을 내어 강력한 상승기류를 만들며 토네이도를 형성하는 현상이다. 열대저기압은 따뜻한 바다 위에서만 발생하고 유지되며 찬 바다나 육지 위로 오면 빠르게 세력을 잃고 소멸하거나 온대저기압으로 변질한다. 열대저기압은 발생 지역에 따라 부르는 명칭이 다르다. 북대서양이나 북동태평양(서경 180도의 동쪽)에서 생겨나는 것은 허리케인(hurricane), 북서태평양(동경 100도와 180도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은 태풍(typhoon), 인도양과 남반구, 지중해에서 생겨나는 것은 사이클론(cyclone)이라 한다. 과거에는 사이클론과 같은 지역에서 발생하여 호주 북동부로 내습하는 것은 따로 구분하여 윌리윌리(willy-willy)라고 불렀으나, 해당 명칭은 2006년을 기해 폐지되어 이제는 호주, 뉴질랜드 쪽으로 가는 열대저기압도 사이클론이라고 부른다. 

열대성저기압들의 차이. 허리케인, 사이클론 그리고 태풍은 모두 같은 날씨 현상이다. 이들은 서로 다른 장소에서 생기기 때문에 이름을 다르게 부른다.

(The difference between a hurricane, a cyclone, and a typho… | Flickr에서 가져온 그림이다)

 

태풍(颱風, typhoon; 크다는 뜻의 태(太 또는 泰)자가 아니다. 저 태(颱)자는 큰바람, 태풍이라는 뜻이다)은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의 통칭, 또는 이 저기압대의 이동에 따른 자연재해를 이른다. 태풍의 이름은 태풍의 영향 반경에 위치한 14개 지역으로 이루어진 태풍위원회에서 이름을 결정한다. 이들 각 회원국에서 10개씩 제출한 140개 이름을 토대로 목록을 만들고, 태풍이 발생한 순서대로 일본 기상청이 이 목록을 참고하여 번호와 이름을 붙인다.

 

마와르(Mawar)는 말레이시아에서 제출한 태풍의 이름으로, 마인어로 장미를 의미한다. 마인어란 오스트로네시아어족 말레이폴리네시아어파에 속하는 언어로(이런 복잡한 건 몰라도 되고 그냥 동남아시아쪽 언어라고만 알고 있으면 된다), 동남아시아의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에서 공용어 또는 국어로 지정되어 있다. 필리핀과 태국 일부 지역에도 사용자가 존재하며, 인접한 호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학습하는 언어다.

 

썸네일(Thumbnail)은 영어단어 그 자체의 뜻은 엄지손톱이다. 다른 손톱보다 어느 정도 크고 알아보기 쉽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최근에야 동영상들이 왔다갔다 하지만 인터넷이 막 자리 잡기 시작하던 시기에는 사진까지만 왔다갔다 했다. 그 사진도 어떻게 크기를 더 줄일까 연구하다가 나온 것이 JPEG형식이다. 이렇게 사진을 한 폴더에 모아두면 어떤 사진이 무슨 정보를 담고 있는 사진인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예전에는 파일 이름 붙이는 것에 제약도 많았고 전송할 때는 이름에 제약이 더 많았다). 그래서 사진파일들을 아주 작은 크기지만 무슨 내용인지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작은 사진으로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런 작은 사진들을 썸네일이라고 불렀다. 현재에는 그 의미가 확장되어서 동영상이 어떤 내용인지 확인 할 수 있도록 동영상이 재생되기 전에 보여주는 표지역할을 하는 대표화면도 썸네일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