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kukinews.com/newsView/kuk202305160204
이런 뉴스가 있다. 요약해서 말해보자면 환자에게 꼭 필요한 약들이 약국에 없어서 약국도 어려움을 겪고 있고 처방 내는 의사도 당황스럽다고 한다. 재고가 없는 물품이 많고 언제 물량이 확보될 지 몰라서 오죽했으면 약사회가 나서서 약국마다 얼마씩만 사라는 걸 조정중에 있다고 한다.
이런 약 중에 가장 대표적인 약으로 천식약을 들 수 있다. 천식약은 몇 종류가 있지만 급하게 쓰는 약은 정말 천신환자에게 필수약이다. 이 급할때 쓰는 약을 SABA(short acting beta agonist, 속효성 베타작용제)라 부르고(뭐의 약자인지는 중요한 건 아니지만 아는체 할라고 적어놨다) 갑작스레 찾아오는 숨을 쉬기 힘들 정도의 천식증상을 빠르게 해소해주는 약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다가(또는 이상한 소리내며 헐떡헐떡 거칠 게 쉬다가) 어떤 기계(흡입기 또는 인할러inhaler라고 약을 허파로(기관지쪽으로) 분무하는 기계)를 입이나 코에 댄 뒤 잠시 후에 휴~하고 한숨쉬면서 괜찮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보는 기계 안에 들어가 있는 그 약이다. 이런 약은 천식환자에게 필수적인 약이다. 특히 어린이 천식환자들은 천식 증상을 겪은 경험이 짧고 대처를 잘 못해서 천식증상이 일어났을 때 이런 약을 바로 쓰지 않으면 당황해서 천식증상이 점점 더 심해지게 되어 위험한 순간까지 가게 된다. 이런 필수약이 약국에 없는 것이다. 이런 것들만 없는 것이 아니다. 오죽했으면 “부족한 약이 무엇인지 물을 게 아니라 ‘쓸 수 있는 약이 있는지’ 물어보는 게 맞다” 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약국은 근처 의사들이 주로 처방하는 목록을 가지고 있다(대도시 기준으로 말하자면 각 구별로 의사회 분회, 약사회 분회가 있는데 이 의사회 분회가 의사들의 처방하는 약 목록을 만들어서 약사회 분회로 정기적으로 전달해준다. 그러면 약사들이 그 약들을 위주로 구비를 하는 것이다. 성분은 같고 이름이 다른 약들이 많으면 대체조제를 생각하고 조절하기도 하지만 왠만하면 바로 옆 병원 기준으로 약품을 구비한다). 그래서 자주 처방 나오는 약들은 약국들이 반드시 구비해야 하는 약으로 웬만하면 다 가지고 있(으려고 하고 있)다. 즉 이번처럼 그 처방 내리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한다는 게 말이 안된다. 하지만 이런 요청이 나오는 이유는 어떤 방법으로도 구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완전히 구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구하기가 매우 힘들어서 그렇다).
몇 년 전 타이레놀에 관련된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을 때 질병청에서 코로나 백신의 후유증으로 생기는 통증이 있으면 타이레놀을 먹으라는 지침이 나온 적이 있다. 이 때문에 타이레놀이 품귀현상을 빚은 적이 있다. 백신 접종자 몰려 타이레놀 품귀…"다른 약도 많아요" (hankookilbo.com) 이 경우에는 아세트아미노펜이라는 성분명 대신 특정 약의 상품명으로 발표해버린 이유도 있지만 실제로 그렇게 많은 진통제가 한꺼번에 팔린 적이 없어서 약이 좀 부족하기도 했다. 하지만 부족하다는 말도 잠시, 이 일을 정부는 비교적 정말 쉽게 해결하였다. 기사에서 이 해결법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유행으로 아세트아미노펜 수급이 어려웠을 때 1정당 50원이던 약가를 91원으로 올리고 난 뒤 제약사들이 생산설비를 늘려 2배 이상으로 생산량이 증가했다. 이로 인해 코로나19와 독감이 함께 유행하는 ‘트윈데믹’ 상황에서도 환자 관리가 가능했다”
라고 소개하고 있다. 즉...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 라는 것이다. 이번 일도 그렇게 해결하면 안될까?
코로나 초기에 구하기 어려웠던 마스크의 경우처럼 가격이라도 비싸게 받을 수 있으면 생산이 점점 많아져서 구하기 쉬워질텐데 약은 그럴 수도 없다. 처방약의 대부분은 '급여'(보험적용 되는 약)인데 이렇게 보험적용되는 약들은 약가를 건강보험공단에서 관리를 한다(아래 해설. 1에 부연설명). 즉 우리나라에서는 대다수의 처방약들과 일반약들의 가격은 회사가 올릴 수 없는 구조이다. 아무리 원료가격이 오르고 생산비용이 올라도 공단에서 '이건 얼마'라고 정해버리면 거기에 맞출 수 밖에 없다보니 손해를 보면서까지 생산할 수는 없다면서 생산량을 줄여버리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약 중 '필수의약품(해설. 2)'으로 지정되어 있는 약도 있는데 국가가 거의 손을 놓은 상태라는 것이다. 필수의약품의 개념에 대해서는 뒤 쪽에서 다시 설명하겠다.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되어도 그 원료를 중국이나 인도로부터 수입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수입가가 뛰면 생산가가 높아지는데 그걸 공단이 반영을 잘 안해준다)
이런 상황의 해결방법은 (내가 볼 때는) 사실 없다. 기사에서 복지부 사람의 대답이 '회의를 많이 하고 있다' 밖에 없는 것 보면 알 수 있다. 객관적으로 그 많은 약들의 사정을 다 조사해서 반영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약이 한 두종도 아니고). 만약 어떤 약이 부족해서 그 쪽 단가를 높이면 다른 약들도 형평성을 들고 나온다. 그렇게 되면 전체적인 약가가 다 올라버리는 결과가 나타나게 된다. 그 결과 공단이 약가 보조를 더 이상 할 수 없는 지경까지 되어버릴 수 있다. 그래서 공단은 한정된 자원(정말 돈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쓸 수 있는 돈은 한정되어 있다)으로 최대한의 지원을 하기 위해 강제적으로 약가를 일정이하로 눌러버리는 정책을 취하는 것이다. 이걸 뭐라고 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가장 최선의 해결책은 '돈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이다. 그냥 의료보험료를 올리면 어느정도 해결이 된다. 찔끔찔끔 올리는 것이 아니라 좀 많이 올린 뒤에 필수적인 의약품들을 잘 선정해서 약가를 올릴 수 밖에 없다.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지만 그래도 그게 최선일 것이다(물론 이 방법 실현하기 어렵다는 걸 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할 때의 최선이라는 것이다). 약가를 올리게 되면 생산량은 늘어나게 되어 있다. (예전에 줄 서서 사던 마스크를 지금은 별의 별 할인 다 받아가면서 살 정도로 공급이 넘치는 것 처럼) 하지만, 표가 걸렸는데 국민대다수에게 돈을 더 내라고 하는 정책이 얼마나 힘든 결정인 줄 안다. 그런 거 설득하라는 게 정치인을 뽑은 이유이다.
(요새처럼 국민여론 잘 무시하는 정부가 왜 이런 건 무대포로 안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전기세 올리는 것보다 더 급한 게 의료보험료 올리는 것으로 보이는데... 한전은 채권이라도 발행하지 건강보험은 그럴 수도 없다)
추가해설)
1. 약가를 관리한다는 말은 정확하게는 공단과 회사가 처음 급여로 등록될 때와 이후 정기적인 기간마다 협의(약가협상 이라고 부른다)를 한다는 말이다. 협의라고는 하지만 사실 어느정도는 강제적이다. 공단이 어떤 가격으로 하지 않으면 보험에서 제외해버리겠다고 하면 그 가격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물론 약가를 결정하는 여러가지 판단 기준이 있어서 완전하게 가격을 후려치지는 못한다). 혹시나 필요할지 몰라 급여/비급여에 대해 설명해보자면 급여는 보험공단에서 가격의 일부를 보조한다는 것이고 비급여는 환자가 돈을 다 내라는 의미이다. 보통 비급여는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고 판단하는 것에 적용된다. 내가 백내장 수술을 하기 전에 준비과정을 위해 처방 받은 약을 살 때, 안약 2종은 급여가 되어 싸게 샀는데 눈 청소하는 의료용 티슈(클리너)는 비급여라 비쌌다(약값의 대부분이 비급여 물품 가격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이다). 즉 의사들은 급여가 되는 약물을 우선 처방하기 때문에(이 이유는 조금 복잡한 문제라 그렇다고만 알고 계시면 될듯) 급여로 들어가는 것이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중요하다)
2. 필수의약품 제도는 반드시 국가가 확보해야 되는 의약품을 선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약 500여 종이 넘게 선정되어 있다. 기존 시장기능만으로는 의약품 공급이 불안정할 수 있어서 시장의 상황과는 상관없이 항상 국민에게 이 의약품은 공급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주관한다. 식약처는 이 제품들에 한해 상시 모니터링을 해서 위기 상황 발생 시 수입이나 행정 지원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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