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수첩에 적어둔 기록에만 의존해서 틀릴 수도 있지만 백내장 수술을 앞둔 사람이나 그런 사람 보호자 또는 친인척이 보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 같아서 적어둔다. 수술은 오른쪽 눈만 했고 현재 2달이 되어간다.
2022년 10월경
길을 가다가 갑자기 시야가 뿌옇게 되는 현상 발생. 예전에도 비슷한 상황은 있었으나 오른쪽 시야가 전혀 안보일 정도로 심해짐. 사물 자체가 흐려보이는 상황. 증상은 낮에 갑자기 시야가 흐려졌다가 저녁이 되면 다시 원상태로 되는 것이 반복. 원상태로 되는 것 때문에 경과를 보기로 함(1주일간).
2022년 11월초
안과에 가 봄. 안과에서는 백내장 소견은 있으나 현재 심하지 않기 때문에 짠 거 덜 먹고 식단들 조절하면서 경과를 보기로 함. 무엇보다도 내 나이가 50 미만이라 아직 백내장까지는 진행 안될 거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열심히 지켜보자고 함. 3개월마다 검진 받기로 함. 일단 눈에 염증이 있거나 뭔가 이상하면 안과를 가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나같은 경우도 그런 일이 여름에 있었는데 놔뒀더니 문제가 생긴 거 같다고 의사가 이야기 해줬다.
2023년 2월말
몇 일에 한 번 나타나던 증상이 거의 매일 낮에 반복되어서 안과를 바꾸어 가 봄. 일단 원래 안과도 친절하시고 나쁘지는 않았는데 1인 병원에 시설도 최신이라고 할 수는 없는 나이 지긋하신 원래 담당의사 선생님이 3개월 정도 뒤에 혹시 상황이 나빠지면 다른 안과를 가보세요 라고 그러셨음(이 상태로 계속 유지되면 다시 오라시면서). 새로운 담당의사는 왼쪽눈은 백내장이 시작되는 정도이나 오른쪽 눈이 이미 많이 진행되었다면서 수술을 권유함. 3월 중순으로 수술을 결정. 수술 전에 자세하게 검사를 한다. 이 검사 비용은 15만원쯤 냈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비용차이가 병원마다 심하기 때문에 여기저기 좀 돌아보라는 충고가 있었다. 하지만 게으름의 극치인 나는 내가 두 번째로 간 병원 말고 딱 한 군데만 더 가보고 두번째 병원에서 바로 하겠다고 결정했다(일단 집에서 두 번째로 가까웠음. 처음 갔던 병원이 가장 가까웠고...) 그냥 의사 여러명이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그런 병원(특별한 용어가 없는 듯하여 연합형태의 병원이라 지칭하겠다)이라 시설도 좋고 실력이야 거기서 거기겠거니 하고 대충 결정했었던 것 같다. 세번째로 가본 1인 안과도 시설 자체는 나쁘지가 않은 것으로 보였다. 각각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아래에 표에 한 번 정리해보았다(내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것이라 무조건 저렇다는 것은 아니다).
장점 | 단점 | |
1인 병원 | 친절하다. 뒤에서 원래 많이 기다려서인지 오래 설명해준다. 신경을 많이 써준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 적은 수의 간호사가 너무 많은 일을 한다. 정신이 없어서 상당히 불친절하다. 검사또는 진료받는데 대기시간이 너무 길다. |
연합 병원 | 간호사(검안사)의 수와 검사 기계의 수가 많아서 검사를 빠르고 다양하게 받을 수 있다. 뭔가 전문적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뭔가 서비스도 해준다. | 의사가 설명은 조금 대충하는 경향이 있다. 수술 날짜 잡는 것등은 검안사가 대충대충 말해준다. 수술 당일에 의사가 이거저거 질문 받아주긴 하지만 의사보다는 검안사와 더 많이 이야기했던 듯 하다. |
백내장 수술비용은 렌즈를 뭘 쓰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지는데 일단 가장 기억해둬야 하는 게 한 번 렌즈를 결정해서 눈에 넣으면 그걸로 끝이라는 사실이다. 이게 나중에 렌즈 다시 바꾸거나 그럴 수가 없다고 하니 그래서 렌즈 선택이 아주 중요해진다.
백내장에 사용되는 렌즈의 종류에는 크게 2가지가 있다. 단초점 렌즈와 다초점 렌즈. 원래 눈에 있는 수정체를 파내고 거기에 심는 게 렌즈인데 우리 눈의 수정체처럼 촛점을 막 변화시킬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서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단초점 렌즈는 의료보험도 되어서 20만원에 수술을 끝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먼거리 또는 중거리 (근거리로 이론상은 가능한데 선택하는 사람이 없다고) 중에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고 나머지 시야는 안경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한다. 특히 걸어다니는 등 일반 생활을 할때는 먼거리가 우선되는데 그러면 운전시 네비게이션도 잘 안보인다는 단점이 있다. 장점은 시야가 깨끗하고 다촛점 렌즈의 단점 중 하나인 빛번짐이 덜해서 눈이 편한 축에 속한다고 한다. 시야가 덜 중요한 나이드신 분들은 사실 가까운 거 볼 일이 잘 없으셔서 선택하기도 하신다고 한다(약간은 서러운 말이지만 나이 들면 티비도 소리만 듣는 수준의 시력으로도 충분히 잘 사신다고).
다초점 렌즈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말 그대로 완전한 다초점 렌즈라 근거리부터 원거리까지 다 보이는 렌즈가 있고 두 종류의 시야(원거리와 중거리까지만 잘 보이는)만 잘 보이는 렌즈가 있다. 내가 한 건 후자이다. 모든 시야를 다 확보해주는 렌즈는 몇백만원까지 올라간다. 시야가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는데 다초점 렌즈로 안경을 써본 사람은 알겠지만 그게 그렇게 잘 보이는 게 아니긴 하다. 단점으로는 비싸고 빛번짐이 심하다는 것이다. 빛번짐이란 야간에 조명같은 걸 보면 조명 근처로 빛의 테두리 같은 게 보여서 조명 자체가 번져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야간에 걷거나 운전을 할 때 불편함을 줄 수 있다. 두 종류의 초점만을 맞춰주는 렌즈는 보통 원거리에서 중거리까지 커버해주는 걸 선택하는데 나는 100만원대의 중반쯤에 했다. 난시가 있어서 수술후 안경을 안끼기 위해서라도 난시교정을 넣어야 한다고 해서 원래가격보다 비싸졌다. 다른 후기들을 보면 다른 병원이 싸거나 하면 배가 아플거 같으니 서로 자세한 가격은 자세하게는 말하지 않는 분위기 인듯 하니 나도 정확한 가격은 제시하지 않겠다. 이런 렌즈는 앞에서 말한 시야가 다양한 다초점렌즈와 단초점렌즈의 중간이라고 생각하면 편하다. 가격은 적당히 높은 편이고 빛번짐이 그리 심하지가 않다. 시야도 깨끗한 편이고.
수술 전 그리고 수술 당일
수술 전 3일부터 당일까지 항생제와 항염증제를 안약형태로 하루 4회 넣고 아침저녁으로 눈썹 닦는 제품으로 눈을 청소함. 안약 2개를 쓸때는 순서는 상관없이 5분 이상의 간격으로 넣는다.
수술 전에 여러가지 주의 사항을 들었다. 진작 말해줬으면 아마 수술을 안했을 수도 있을만큼 무서운 말들도 있었다. 일단 수술후에 감염이 생기면 실명까지 갈 수도 있다고 한다. 1주일은 무조건 조심조심하며 살아야 하며 수술이 잘되는 여부와 상관없이도 정말 재수없으면 실명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 또 치료가 잘 안되는 경우에는 '마치 물 속에서 눈 뜬 기분이 될 수도 있다'라는 경고를 해주었다(이건 미리 말을 들었으면 수술을 바로 한다고 말 안했을 것이다). 난시가 있어서 각도를 맞춰야 한다고 네임펜 같은 걸로 눈에다가 표기를 하는 게 약간 신기했다.
수술 자체는 10분도 안걸린다. 수술실에 들어가서 누워서 대기하는 게 더 오래 걸린다. 한 쪽 눈을 계속 뜨게 한 채로 고정시킨 후에 눈에 종이를 붙여서 수술할 부위만 외부로 노출하게 한다(정확한 프로세스인지는 모르지만 간호사분이 비슷하게 설명해주셨음). 수술이 시작되면 안약으로 마취를 하기 때문에 눈으로 기구가 다가오는 게 흐릿하게 보인다. 수정체를 파내고 나면 촛점이 안 맞는데다가 마취약이 눈에 가득차서 시야가 뿌옇게 된 상태가 되는데 렌즈를 끼워도 계속 뿌옇게 보이다가 거기 바로 붕(안)대를 대기 때문에 시야가 좋아졌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어째든 수술 중간에 시야를 위쪽으로 고정시키라는 지시('촛점은 안맞아도 위쪽의 조명을 계속 주시해주세요')를 듣는데 사실 눈 파는 작업이라 무서워서 눈이 돌아가긴 한다. 마취는 되었지만 계속 눈을 파고 있는 통증이 느껴진다. 환상통(가짜 손을 옆에 두고 자기 손을 시야에서 가린채로 가짜손을 때리면 통증이 느껴지는 것과 같은 원리로 실제로 통증이 있는게 아니라 느끼기만 하는 통증)일 것으로 생각된다.
수술이 끝나면 회복실로 옮겨서 1시간 정도 쉬게 해준다(적어도 30분 정도 있다가 괜찮아지면 알아서 집에 가라고 한다). 옮겨서라고 적었지만 실제로 내가 내 발로 걸어갔다. 나의 경우에는 한 쪽 눈만 해서 한쪽 눈 가린 정도의 불편함(숟가락 같은 거 잡을 때 거리감이 잘 안맞아서 약간 고생) 밖에 없었다. 두 쪽 다 하는 분들은 어케 하는 건지... 나눠서 하거나 하루 정도 입원해서 누워만 있어야 할 거 같다. 1시간 후에는 밥도 먹으러 가고 일상생활에 문제가 없다. 수술 후 들은 주의 사항은 내일 오실때까지 붕대는 건들지 마라라는 1회성 주의와 앞으로 몇 주간 지켜야 하는 주의사항(잘 때 플라스틱 보호경을 줄테니 끼고 자라(4주), 세수나 머리 감기는 안된다(1주), 염색이나 그런 머리쪽에 이상한 거 올 수 있는 행위는 다 안된다(8주) 정도 이다. 가장 괴로운 것은 1주일간 머리 못 감는 것이다. 진짜 못 참으면 미용실 가서 머리 감겨달라고 부탁하면 된다고 한다. 수술 후 3일간 항생제와 위보호제등을 먹고 안약으로는 항생제와 스테로이드를 의사의 지시가 없을때까지 넣었다(2주 정도 하루 4회 넣었다).
수술 다음날
붕대를 풀었더니 새 세상이 보였다. 수술한 오른쪽 눈의 시야가 정말 깨끗하게 잘 보였다(난 결과가 아주 좋은 편이라고 했다). 왼쪽이랑 차이를 보니 왼쪽으로 보면 전체적으로 노랗게 보이는 세상(늙어서 그런 모양)이 오른쪽으로 보면 깨끗하게 잘 보였다. 일단 안경을 안써도 다시 시야가 좋아진 것이 만족스러웠다. 아주 만족하면서 의사를 만나니 잘되었다면서 여러가지 주의 사항을 주었다. 1주일간 눈에 물튀면 안된다. 세수 목욕 머리감기 전부 안되고 진짜 머리감고 싶으면 미장원에 가던지 다른 사람이 돕던지 해서 눈을 확실히 가리고 누워서 감으라고 다시 한 번 강조해 주었다(혼자 사는 나는 1주일 그냥 버텼다). 밥먹거나 그럴 때 물이 튈 수 있으니 보안경도 고려해보라고 해서 다이소 제품을 사서 밥 먹거나 설겆이 할 때 사용하였다. 집 밖에서는 보안경 끼면 이상하니 원래 썻던 안경의 오른쪽을 초점없는 렌즈로 바꾸고 쓰고 다녔다. 밤에 잘 때 보호경을 오른쪽 눈에 끼고 잠들었다(4주간).
수술 1주일 후
드디어 샤워해도 된다고 한다. 수술한 직후보다 오른쪽 눈 시력이 나빠지는 것 같아서 불안했다. 그런데 의사가 별 일 아니라고 안심시켜주었다. 이유는 왼쪽 눈과의 밸런스를 맞추는 작업이 있어서라고 한다. 수술 후에 아주 좋았던 시야가 왼쪽과 보조를 맞추다보니 시야가 나빠지는 것처럼 느끼는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수술 직후에는 오른쪽 눈만 뜨면 너무 잘 보였는데 왼쪽이랑 같이 뜨면 뭔가 초점이 안맞고 불편했었다. 하지만 1주일 쯤 지나니 한쪽만 뜨는 것보다 두 눈 다 뜨면 잘 보이게 되었다. 그리고 자고 일어나거나 피곤할 때 시야가 변하는 게 느껴졌다. 원래 시력이 나쁠때는 느껴지지 않다가 오른쪽 시야가 좋아지니 몸의 컨디션에 따라 시력이 변하는 게 느껴져서 외려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던데 딱 그 현상이었다. 그리고 가장 불편한 것은 눈이 자주 가렵다는 것이다. 샤워를 하기 시작한 후에 조금은 나아졌는데 그래도 8주가 다 되어가는데도 가끔 가려워서 비비고 싶은 느낌이 든다.
수술 2주후
수술후 상처가 잘 아물고 있다고 한다. 여전히 잘 때 보안경, 이제 약은 다 먹고, 다 넣어서 더 이상 추가로 넣을 필요는 없다고 한다. 가끔 눈이 뭔가에 눌린 거 처럼 아플 때가 가끔 있고 그 외에 눈에 눈꼽이 약간 과하게 끼는 현상과 가끔 되게 가려운 정도만 문제가 되었다. 어두운 곳에서는(완전 어두운 곳은 괜찮은데 저녁에 해 떨어진 직후 방에 불 안켜고 있을 때 정도의 어두움 정도면) 오른쪽 눈이 불편하다는 것을 느낀다.
수술 4주후
회복이 잘 되어서 8주차 검사를 생략해도 된다고 했다. 다만 혹시 뭔가 불편하면 무조건 병원에 오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6개월 뒤에 시력검사를 하게 한 번만 와달라고 하셨다. 인공눈물 60회분을 처방해주었다. 눈이 불편한 증상이 있으면 넣으라고 하신다. 불편한 증상 중에 가끔 눈에 압력이 걸리는 듯한 느낌이 있는데 그 때 넣으니 괜찮은 것 같았다. 8주차가 되어가는 지금은 안압 높아지는 듯한 통증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도 오른쪽 눈 쪽이 가려울 때가 많고 컴퓨터를 오래 쳐다보고 있으면 오른쪽 눈이 빨리 피곤해진다.
수술은 아주 만족스럽다. 실제 내 수정체는 아니지만 시야가 좋아지고 안경을 벗을 수도 있고(잘 못 되는 경우 안경이 필요할 때도 있다고 한다) 정말 큰 불편함은 없다. 중간 중간 자주 말했듯이 오른쪽 눈이 빨리 피로해지고 눈 꺼풀쪽이 자주 가려운 것이 좀 불편하다. 8주 정도 있으면 익숙해진다던데 8주가 되었는데도 아직도 익숙해지려면 좀 더 있어야 하나보다.
백내장이 노인성 질병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젊은 사람도 많이 걸린다고 한다. 그리고 백내장 수술이 아주 흔해서 웬만한 안과선생들은 수술이나 실습을 많이 해봐서 웬만하면 다 잘한다고 한다. 다만 자기꺼 빼서 다른 거 끼워넣는 모든 수술이 다 그렇듯이 다 잘했는데 결과가 나쁠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고 한다. 수술 전이라고 너무 불안해 할 필요도 없고(난 전날 잠도 못 잤다ㅠㅠ) 특별히 내가 뭘 잘 못해서 아픈 것일까 라고 고민하지도 않아도 된다.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증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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