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다섯시에 일어나서 정신을 차리면서 메일도 확인할 겸 노트북을 켰다(나이가 들면 휴대폰 화면은 자기에게 너무 작다는 느낌이 든다). 노트북 왼쪽으로 보이는 벽에 붙은 큰 벌레... 그리마 였다.
욕 나왔다. 휴지를 몇 장 뽑아 생포를 시도 했으나 미친듯이 도망가더니 구석으로 숨었다. 다행히 치울 수 있는 가구 뒤라 치웠는데 자기도 놀랐는지 움직이지 않더라. 통통하고 정말 컸다. 예전에 몇 번 본 적이 있어서 이름도 기억하는데 우리집에서 보인 건 정말 오랫만이다. 바퀴벌레보다 더 오래 안 보였던 친구인데 오랫만에 나왔다. 슬리퍼를 들어 때렸는데... 본체는 바닥으로 떨어지고 슬리퍼 바닥에 붙은 다리들이 미친듯이 움직이더라. 공포스러웠다.
올해 우리 집에서 파리랑 모기 말고는 본 적이 없는데... 작년까지 쳐도 파리, 모기 외엔 없었는데... 이거 어디 숨어서 날 보고 있는 거 아닌가 싶어서 불안불안하다. 실제로 큰 바퀴벌레나 그리마는 그냥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집으로 들어와서 나가는 방법을 못찾아서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장마철이나 습도가 높을 때는 그 아이들 기준으로는 안과 밖이 구분이 안되니 그냥 발 닿는대로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들어왔는데 들어와서 출구를 기억 못해서 헤메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파리들이 유리창에서 왔다갔다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어디선가 읽었다. 랜덤하게 들어왔다가 나가는 방법을 못찾으니 움직이는 물체는 기가 막히게 식별하는 파리가 투명하고 움직이지 않는 유리를 인식하지 못해서 자꾸 거기다 돌진하는 거라고... 갑자기 이상한 지식들이 생각난다. 나이가 들어가니 까먹는 속도도 엄청나고 생각이 안나는 것도 많은데 갑자기 이런 건 어디서 주워들었을까 하는 내용들이 생각난다. 내 생각엔 기억을 덮고 있던 다른 기억이 사라지니 기억 저 아래에 있던 지식이 위로 올라오면서 생각나는 것일 수도...
맘이 진정되어 이 글을 적고 있지만.... 후... 예전에도 찾았던 내용이지만 그리마는 돈벌레라고도 불리우며(바퀴벌레도 처음엔 돈벌레라고 불렸다더라) 나무위키에는 "거미, 모기, 파리, 바퀴벌레, 흰개미, 빈대, 진드기, 나방등의 작은 벌레들을 잡아먹는다." 라고 되어있다. 보기에만 혐오스럽지 우리에게 해는 안끼치고 실제로는 도움이 되는 벌레이다라지만... 보기 혐오스러우면 나쁜 벌레다.
그러고 보니 바퀴벌레 본지도 오래되었다. 다 어디갔지? 한 때 몇 마리가 보여서 온 집안에 바퀴벌레 트랩을 설치했던기억도 있는데. 요샌 벌도 잘 안보이고... 모기는 여전히 많다. ㅈㄹ같은 놈들...
아! 그리고 그리마 라는 이름은 순우리말이란다. 외국어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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