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거저거

학폭에 대한 생각이 이랬다 저랬다 합니다.

레기통쓰 2023. 4. 28. 12:05

유튜브에서 뉴스를 하나 보여준다. 

 

https://www.youtube.com/watch?v=PbqgqJpKvBQ 

 

'일단 학폭이 있었다'라는 말이 들어가는 순간 그 뒤에 모든 말은 변명일 뿐이다. 피해자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그것이 진실이며 가해자는 쓰레기가 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사실 그게 맞는 것 같다. 가해자의 기억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편집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 당한 사람에겐 죽을거 같이 괴로운 기억이지만 가해자에게는 어렸을때 치기어린 장난이었다 정도로만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중학교 때 어떤 건물지하로 끌려가서 엄청나게 맞고 전재산 100원 뺏어간 기억을 심어준 인간이 십여년 후에 누굴 기다리는데 다가오더니 '어디서 많이 본 친구인데'라면서 말을 걸어올 때 느꼈던 공포가 생각이 난다.

 

그런데 그냥 갑자기 다른 생각이 들었다. 가해자의 말에 1%의 진실도 없는 것일까? 피해자는 진실만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피해자가 부풀린 사실은 없는걸까? 의심이 들었다. 의심은 점점 커지고 저 정도까지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에 열광하는 걸 보면 그런 일이 없지는 않아보인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이른바 이율배반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특히나 학폭에 대해서 최근 그런 걸 많이 느낀다.

 

일단 나는 학폭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이다. 나는 사람 고쳐쓰지 못한다는 걸 믿는 사람이다. 나 스스로도 후회하는 일들을 반복하는 걸 보면 그렇다. 앞서도 말했듯이 중학교때 같은 학교 상급생에게 한 번 당해본 적이 있는 경험이 있어서인지 학폭 가해자들은 세상에서 완벽하게 망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새롭게 생겨날 학폭 가해자들이 그렇게 망해가는 선배(?) 가해자들을 보면서 아 조금은 조심해야겠구나 라고 생각할 거 같다. 하지만 학폭 가해 사실이 확인되면 유명한 사람만 피해를 안 받거나 조금 피해를 받는다. 이러니 학폭이 계속 일어나는 구나. 확실하게 한 놈 망하는 걸 보여줘야 한다라는 생각을 한다. 

 

학폭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학폭 가해자를 사회에서 확실하게 망하게 하는게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과연 피해자들은 진실만을 말할까라는 생각도 한다. 내가 그런 피해자라면... 피해사실을 부풀릴 수도 있을 것도 같다. 위에서 내가 엄청나게 맞았다는 표현을 썼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엉덩이만 계속 차였고 다른 곳은 맞지를 않았다. 내가 구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어서인지 머리나 다른 부위를 때리진 않고 엉덩이만 계속 맞았던 거 같다. 다만 어두운 구석에서 맞았다는 공포는 확실히 맞는 말인데 엄청나게 맞았다까지는 아닌 거 같다. 

 

이런 이유로 학폭에 대해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말하긴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피해자의 입장에만 서면 학폭 가해자를 사회적으로 죽이는 것(물리적으로 죽이는 게 아니다 그건 너무 잔인한...)이 정의의 실현이라고 생각되지만 가해자의 입장에서 조금만 생각해보면 사회적으로 완전히 죽이는 것까지는 좀 무리가 있는 것 같다. 정말 그렇게 학폭 가해자는 묻어버리는 게 정의라는 사회적인 약속이 생긴다면 이상한 일도 생길 것 같다.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면 만약 어떤 사람이 너무 맘에 안들어서 지인 몇 명이랑 짜고 지속적으로 학폭으로 몰아버리는 경우도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다고 그냥 놔두기에는 학폭이 점점 심해져가고 있으니 이른바 본보기로 학폭자 몇 명을 사회에서 매장해야 된다는 생각도 들고... 생각이 복잡하다. 

 

절대도 학폭가해자를 옹호하거나 학폭피해자를 거짓말쟁이로 생각하는 글은 아니다. 두 가지 상반된 생각이 들어서 어느 쪽이 맞는지 잘 몰라서... 아무리 조사를 한다고 해도 십여년 지나버리면 기억이라는 것에 의존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그 때의 징계등의 기록들에만 의존할 수 밖에 없는데 징계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부분의 교사는 자신의 커리어를 위해서 일을 축소하려고 하는 것 같다. 더 글로리의 문동은의 담임 선생처럼. 이처럼 선생이 주도하여 줄일 수도 있지만 정순신의 아들의 경우처럼 학부모의 권력과 돈으로 징계가 축소되거나 없어질 수도 있다. 정순신씨가 경찰청에 갈 생각만 안했으면 정순신의 아들은 기록만으로는 학폭이 없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 

 

어떤 것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다. 가해자들이 제대로 된 벌을 안받는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죽여!라고 외치기엔 그 비난의 공정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물음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