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을 객관적으로 보자.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마친 원안이 있다. 그런데 갑자기 수정안이 발표되었다. (국토부에서는 주민여론에 따랐다고 하는데) 여론 수렴과정도 없었다. 수정안으로 하면 김건희 가족 회사가 이득을 본다.
누가 봐도 이건 김건희에게 충성하려고 한 것이다. 그리고 유튜브나 뉴스 일부를 보면 원희룡이 이 모든 것을 지시했다가 스스로 백지화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나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원희룡이 성질을 못 참아서 '고소해'를 외치면서 난리를 피운 적이 있기는 하지만 국책 사업 자체를 저런 식으로 접을 만큼 판단력이 없을까? 저 난리 피우기 3일 전에 원희룡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도로국에서 실무적으로 진행한 건데 문제제기가 들어오면서 보고가 왔다"
"보고를 받자마자 ‘이래서 늘공과 어공의 차이가 있구나’하고 즉각 원점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즉, 종점 변경이 김건희 여사 일가를 고려한 정치적 결정이 아니라 국토부 담당 공무원과 양평군 직원 간의 잘못된 판단이라는 주장이다. 정부에 대한 논란의 책임을 일선 공무원에게 떠넘긴 셈이다.
원 장관은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따로 글을 올려
"국토부 장관이 김건희 여사 집안의 재산을 불려주려고 고속도로 노선을 변경했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들을 하고 있다"
"그럴 이유도 없고, 고속도로 노선 문제와 관련해서 그 어느 누구로부터도 청탁이나 압력을 받은 사실이 없다"
"고속도로 노선은 국민 편익을 절대기준으로 결정될 뿐 다른 요소가 개입될 수 없다"
"이 원칙으로 엄격히 검토하겠다"
출처:[이슈]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원점 재검토.. 원희룡 "늘공 책임" 폴리뉴스 Polinews
이 기사에 따르면 원희룡은 그냥 일선공무원의 잘못이라고 한다. 자기 페이스북에 자신은 그런 적이 없지만 어째든 결과적으로는 김건희네의 재산을 불려주게 생겼으니 다시 검토하겠다고 분명히 말했다. 그런데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서 '안한다'고 외치면서 민주당 탓을 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왜 그랬을까?
자 여기서부터는 내 상상이다. 원희룡은 처음에는 정말로 우연하게 그렇게 변경된 줄로 알고 있었을 것이다. 국토부 공무원하고 양평군하고 사바사바 해서 양평군이 원하는대로 바꾸었다고 생각했을 거 같다. 그래서 논란이 될 거 같으니까 재검토를 지시했다. 그런데 알아보니 국토부의 다른 미친 놈이 대통령실을 위해 자기도 모르게 일을 진행시켜버렸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판단하기에 너무 상황이 빼박이니까 이걸 덮을 방법이 없었을 거 같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수습하느냐를 가지고 3일을 보낸 것 같다. 아마 그 사이에 대통령실에도 의논했을 거 같다. 이거 어쩔거냐고.
그런 뒤에 결론을 민주당 탓으로 몰아가면서 백지화 하자고 내린 거 같다. 백지화를 시켜서 (종점 변경) 관련자료를 다 파기해버리면 국토부가 관계되었다는 증거도 사라지고 장관인 자신에게도 정치적인 부담이 없어진다. 대통령실 역시 문제가 없다. 양평군민들이야 반발하겠지만 민주당 탓으로 돌리면 되는 일이다. 백지화를 통해서 국민의힘이나 이 정부의 극렬추종자들의 점수를 얻을 가능성도 생긴다. 물론 일반적인 상식이 있다면 저런 사업을 장관 마음대로 독단적으로 스톱시킨 것을 황당해 하겠지만 민주당이 너무 싫은 사람에게는 사이다 같은 행동일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대통령과 대통령실에 빚을 하나 만들어두는 효과도 생긴다.
원희룡은 지난 경선에서 초기에는 윤석열과도 척을 세울 정도로 강하게 나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윤석열 편을 드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원래 권력에 납작 엎드리는 사람이라(예전 한나라당 소장파 일때는 안 그랬는데 나이 들면서 바뀌었다. 원희룡은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문재인 앞에서도 엎드렸다) 윤석열이 될 거 같다는 판단이 들자마자 노선을 바꾼 것이다. 그렇게 해서 경선 4인방(윤석열 제외한 3인) 중 유일하게 정부의 일을 맡게 되었다.
아마 원희룡은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국토부 장관으로서 좋은 말과 원칙만 말하고 다녔다. 그동안 성질 다 죽여가면서 민주당에게조차도 그렇게 심하게 말하지 않고 지냈다. 그런 원희룡이 이렇게 까지 극단적인 일을 벌린 이유는 이번 기회를 틈타서 대통령이 자신에게 빚을 하나 졌다는 느낌을 받게 하려고 한 것 같다. 사실 대통령실도 이번 야당의 의혹제기에 대해 마땅히 할 말이 없었다. '종점이 바뀌었는데 김건희네 땅이 있다' 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여당이라는 곳에서는 원안대로하면 '민주당 사람 땅이 있네' 라면서 또 난리를 부리는데 위의 사실(종점 변경하니 김건희 땅이다)부터 해결하고 그런 소리를 해야 한다.
원희룡은 이런 대통령실의 곤란함을 직, 간접적으로 들었을 거 같다. 그래서 그렇게 불같이 화를 냈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예전에도 그렇게 불같이 화를 낸 적이 있는 사람이라 그냥 성격이 그래서 그런거라고 다들 넘어가는 분위기이다. 관심의 중심이 김건희에서 원희룡으로 바뀌는 효과를 거둔 것이다. 이것은 예전에 미친 척하며 화를 냈을 때도 있었던 일이다. 자신의 아내에 대한 여러 의혹제기를 설명하거나 해결할 방법이 없으니 화를 내는 것으로 화제를 바꿔서 아내 대신 자신의 태도로 포커스를 바꾸어서 결과적으로 아내의 이야기를 없어지게 한 사람이다.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한 것 같다. 관심의 초점을 자신으로 바꾸면서 김건희에 대한 의혹제기를 약하게 만들었다. 대통령에게 빚 하나 지게 하고 자신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게 강단있는 지도자감으로 자신을 포장한 것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에게야 이상한 짓거리를 한다고 평가받겠지만) 그래서 한 번 화를 낸 걸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다 이룬 거 같다. 자기도 보호하고 대통령도 보호하고 자기는 대통령과 당에서 점수를 따는 모든 것을.
절대로 화가 나서 이성을 잃고 저랬을리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사족)
양평군의 일부 군민이 군수와 같이 민주당을 항의방문하였다고 한다. 고속도로 방해하지 말라면서. 이런 걸 보면 정말 감정은 이성을 앞서는 거 같다. '민주당이 싫어'를 외치다보니 '왜'라는 말은 늘 잊고 사는 듯 하다. 이번 일은 괜히 이상한 방식으로 변경해서 곤란하게 된 정부가 스스로 백지화 시켜버린 일이다. 그럼 정부나 국토부를 탓해야 하는데 '뒤로 넘어져도 노무현 탓'하던 시절을 버릇을 못 버리고 또 저 ㅈㄹ하고 있다.
도둑을 보고 도둑이야라고 소리친 사람보고 피해를 본 주인이 나와서 너의 고함 때문에 놀라서 도둑을 못 막았다면서 피해보상하라는 꼴이다.
난 저 민주당에 항의방문한 지능 떨어지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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