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가 무언가 새롭게 알아가는 것들

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World Refugee Day)

레기통쓰 2023. 6. 20. 06:20

6월 20일은 세계 난민의 날(World Refugee Day)이라고 한다. 2000년 UN 총회에 의해 의결되어 2001년부터 매년 치러지고 있다. 6월 20일은 "아프리카 난민의 날"에서 유래하였으며, 매년 UN 난민 고등 판무관 사무소는 전 세계적으로 행사를 치르고 있다(위키백과).

 

난민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거북하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이다. 실제 어제 19일에 대구에서 처음으로 난민지위를 인정받은 판결이 나왔다. 대구법원, 난민 첫 인정···’아랍의 봄’ 참가자 난민불인정 취소 판결 | 뉴스민 (newsmin.co.kr) 다른 지역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특히 이슬람권의 난민들은 무조건 테러하는 사람으로 보고 절대 못받아들인다는 시민들의 인식이 자주 문제가 된다. 정부 역시 시민들의 반발에 난민 수용에 소극적이다. 난민에 의한 지원도 열악해서 2018년 예멘난민사태로 시끄러웠던 제주 예멘 난민들의 많은 수가 한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갔다고 한다.[단독] ‘제주 예멘 난민’ 사태 5년…그 많던 예멘인 어디 갔나 [박진영의 뉴스 속 뉴스] (msn.com)

 

난민(難民, refugee)은 박해, 전쟁, 테러, 극도의 빈곤, 기근, 자연재해를 피해 다른 나라로 망명한 사람이다. 망명한 사람이라고 설명했지만 망명자와는 의미가 살짝 틀리다. 일반적으로 망명자는 난민하고 동의어로 사전에 등록되어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사용할 때는 구분하여 쓴다. '망명했다' 또는 '망명자'라는 말은 정치적인 이유로 자국에서 위협받는 사람이 다른 나라로 피신한다는 느낌으로 쓰기 때문이다. 혁명, 쿠데타로 인해 망명하는 사람은 '망명자'라고 부른다. 영어로도 망명(亡命, asylum 또는 exile)을 하는 사람은 asylum seeker라고 구분한다. 전쟁때문에 망명하는 사람에게는 난민이라는 말을 더 잘 쓰지만 전쟁에서 진 지도부가 망명하는 것은 그냥 '망명'이라고 한다. 이 때는 난민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망명이라는 큰 범위 내에 난민이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 

 

단체도 망명을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임시정부도 망명정부였다. 현재 인도에 있는 티베트망명정부역시 이런 경우이다. 대학교도 망명을 한 경우가 있다. 우리 집 근처에 숭실대학교가 있는데 원래 평양에서 평양숭실학당으로 시작된 대학이었다. 6.25때문에 남한으로 내려온 실향학교인데 어찌보면 망명학교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망명한 가장 유명한 사람은 두 명인데 첫 번째가 이승만이고 두번째가 김대중이다. 이승만은 실제로는 망명이 아니지만 망명자로 치부(아래 참고)한다. 3.15부정선거에 이은 4.19의거에 의해 물러난 뒤 이화장(이승만의 사저)에서 지내다가 그냥 미국에 잠시 쉬러 갔을 뿐이었다. 하지만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허정이 이승만의 출국을 허락한 것은 일종의 추방행위였다. 그래서 귀국을 신청한 이승만은 허정대행때도 허락을 받지 못했고 박정희 시대에도 허락을 받지 못했다(김종필은 이에 대해 나중에 밝히기를 이승만의 주치의가 비행기를 타면 사람이 죽는다고 해서 허락하지 않았다고 말을 했다. 하지만 나는 김종필의 회고는 반 이상은 믿지 않는다. 자기 미화가 강하고 기억이 많이 조작된 것 처럼 느껴진다). 죽고 나서야 미군 비행기에 실려 귀국해서 현충원으로 묻혔다. (나는 현충원에 자주 놀러가는데 박정희, 이승만 묘역에는 가지 않는다. 그냥 둘 다 싫다. 그러고 보니 다른 대통령 묘역에도 잘 안간다. 꼭 싫어서 안가는게 아니라 대통령같이 유명한 사람보다 '이름없는', '무명의' 이런 단어들을 좋아해서 인가보다)

 

김대중은 박정희 시대에는 소리소문없이 죽을 뻔 했지만 전두환의 시대에는 죽을 거 같다는 걸 미리 알고 있어서 2년간 미국으로 망명을 했다. 자세한 것은 전두환의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 사건에 나와 있다. 박정희 시대와 전두환 시대에 그렇게 고생했던 양반이 IMF까지 맞은 대한민국을 살린 대통령이 된 거 보면 세상일이라는 것이 참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독재국가 같았으면 죽어도 몇 번을 죽었을 사람인데 미국 망명길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미국 정치판의 유명인사들까지 대동해서 같이 돌아온 거나 김대중을 사형시키면 미국과 사이가 험악해질거라는 미국 정부의 협박까지 있었던 걸 보면 '하늘이 돌본다' 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우리나라로 망명한 사람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은 황장엽과 현재 국회의원인 태영호 이다.

 

 

참고)

치부의 여러가지 뜻

 

치부(恥部) 부끄러운 부분. 치부를 드러내다 처럼 쓰인다. 

 

치부(致富) 재물을 모아 부자가 됨. 치부책은 재물을 모아 부자가 되는 방법(책략)이다. 

치부(置簿) 치(置)는 '둘 치'라는 한자로, '(무언가를) 두다'이고  부(簿)는 '문서 부'라는 한자로, '문서', '장부(帳簿)를 말한다. 

1 돈, 물건의 드나드는 것을 적음. 
2 '치부책'의 준말.
3 마음속으로 어떠어떠하게 여기거나 새겨 둠. '~으로 치부한다' 라는 말은 '~라고 생각한다' 라는 말이다. 위의 본문에서 쓴 '망명자로 치부한다'는 것은 '망명자로 여긴다' 라는 뜻이다. 

 

사족)

갑자기 내가 쓴 글 '치부한다'가 맞는 건지 헷갈려서 찾아본 김에 위에 참고로 정리해봤다. 나이가 들면 이런 일이 종종 있다. 늘 써오던 말이나 늘 해오던 행동들이 어색해서 이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일이다. 이런 현상은 기시감(데자뷔)와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미시감(자메뷔)이라고 한다. 데자뷔는 '본 적이 있는'이라는 뜻이며 자메뷔는 '본 적이 없는'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 자주 느낀다. 언제나 써오던 글의 스펠링이 틀린 거 같은 느낌이 자주 든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심해지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