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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대표팀 VNL 2주차 4경기: 독일전

레기통쓰 2023. 6. 19. 12:36

졌다. 그래도 드디어 한 세트는 가져왔다. 세트스코어 0-2로 지고 있었고 22-24로 한점만 주면 그대로 경기가 지는 상황에서 25-24로 뒤집었으나 마지막 1점을 못내서 다시 듀스가 되었다가 결국 27-25로 승리하였다. 기쁨도 잠시 그 다음은 슬램덩크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는 4세트였다. 3세트에 힘을 다 써버린 우리 배구 대표팀은 4세트에서 12점 내는 삽질을 하며 박살이 나버렸다. 1, 2 세트도 그렇게 잘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4세트가 너무 처참해서... 경기다운 경기는 3세트 뿐이었다. 한 세트 딴 걸로 위안을 삼기에는 4세트 마지막 세트가 너무 개판이라...

 

 

 

경기전에 올라온 기사 확실한 주포 필요한 한국 vs 믿는 구석 있는 독일[VNL]에서

 

"독일은 직전 경기였던 브라질전에서 주전으로 나섰던 선수들이 모두 휴식을 취했다. 2주차 마지막 경기인 한국전에서 총력을 다하게 될지 주목된다."

 

라고 해서 잠시 기대했다. 혹시 주전이 아닌거 아니냐고. 하지만 2주차 다른 경기들을 살펴보니 태국, 일본전에서 우리나라와 거의 같은 선수구성으로 나왔다. 직전경기인 브라질 전에만 다른 선수들이 뛴 것이다(체력 안배라고 보인다). 우리나라와의 대전에서 뛴 선수중에 브라질 전에 들어온 사람은 10, 12, 21번과 4번(리베로)까지 4명이 4세트에 잠시 교체로 나왔을 뿐이다.

 

세트별로 살펴보자. 3세트를 이겨서 3세트만 이야기 하고 싶은데 그래도 구색을 맞춰야 해서 나머지 세트도 이야기를 해보자. 

 

1세트는 0:6까지 끌려가다 간신히 1점 냈는데 1:9까지 다시 끌려갔다. 한마디로 시작이 개판이었다. 그리고 끌려가다가 끝났다. 그래도 19점을 내서 6점차이까지 좁히긴 했다...

 

2세트는 선취점을 우리가 내었다. 그리고 6:7까지는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갑자기 6:12로 연속 다섯점 주고나서 분위기 개판 났다. 이번에는 17점까지 밖에 못 따라 붙었다. 점점 간격이 늘어났다.

 

대망의 3세트는 자세하게 말해보자. 역시 선취점은 우리가 먼저 내었다. 7:7까지 비슷비슷하게 진행되다가 9:7로 앞서길래 이번세트에 뭔가 해결날 거 같았다. 하지만 22:22까지는 계속 엎치락뒤치락 하였다. 여기서 2점 연속으로 내줘서 22:24로 되길래 '아 졌다'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독일이 서브범실을 해서 23:24, 갑자기 힘내더니 25:24까지 앞섰다. 하지만 독일은 25:25까지는 맞추었다. 거기까지만 잘했던 독일이 갑자기 집중력이 떨어지더니 우리가 27:25로 이겼다(승부처에서 집중력을 잃는 것은 우리나라의 특기인줄 알았는데 독일이... 감사할 뿐). 왠일이야! 처음으로 세트를 따내었다. 

 

4세트는... 선취점은 우리가 내었다. 6:7까지는 잘 따라갔다. 거기서 4점 연속으로 줘서 6:11, 한 점 내더니 다시 6점 연속으로 줘서 7:17... 이미 분위기는 넘어갔다. 11:24까지 갔다가 1점 내서 12점으로 패배했다. 4세트는 진짜 뭐하는지 알 수가 없던 경기였다. 

 

 

 

공격점수가 차이가 많이 나는데 디그 조차도 뒤쳐졌다. 수비가 안좋았다는 뜻이다. 블로킹은 5:11로 밀렸고 서브는 비슷했다(4:5). 우리 범실이 24개이고 상대가 18개이다. 이번에는 4세트까지 해서인지 우리도 10점대 선수가 둘이나 나왔다. 상대 점수 1, 2위가 23점, 19점이라 좀 초라해보이지만 그래도 정지윤 16점과 강소휘 15점이였다. 정지윤은 전부 공격점수이고 강소휘는 서브 2점, 블로킹 2점, 공격점수는 11점이었다.

 

상대는 확실한 에이스 오트만(12번)이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오트만은 공격지표로는 39번 시도에 21점, 그리고 네 번의 범실로 공격효율이 44%(단순 공격성공률로는 54%)가 나왔다. 우리중 가장 좋은 공격기록을 가진 정지윤과 비교하자면 정지윤은 36번 시도에 16점내고 네 번 범실해서 33%의 공격효율을 보였다(공격성공률은 44%). 2번째로 점수를 많이 내준 강소휘는 공격효율로는 12%만 기록했다. 34번의 공격시도중에 11점을 냈는데 범실이 7번이나 나서 효율이 많이 떨어졌다. 김다은도 35번의 시도 중에 8점 내면서 범실을 6번이나 해서 공격효율이 5%이다. 김다은이랑 강소휘는 평소에 컨디션 나쁠 때 '벽을 친다'를 자주 하는데 이번에 이걸 해버렸다. 박정아는 이번에 교체로만 잠시 잠시 들어갔다. 그래서인지 공격효율이 마이너스가 아니었다. 7번의 공격시도 중 2점 내고 한 번 범실해서 효율은 14%(공격성공률은 28%)였다. 

 

블로킹은 이다현과 강소휘가 두 개씩이고 김다은은 한 개이다. 서브에이스는 강소휘가 두 개, 이다현과 김지원이 한 개씩이다. 서브범실은 독일이랑 우리나라 모두 열 개씩 했다. 우리나라는 서브범실을 강소휘, 김지원, 김다은, 염혜선이  두 개씩하고 정지윤과 김미연이 한 개씩 했다. 

 

 

 

우리나라의 출전선수 명단이 이번처럼 깔끔한 적이 있었나 싶다. 이번에는 박은진, 이다현 미들블로커에 김지원 세터, 김다은, 강소휘, 정지윤 공격으로 선발을 고정시키고 중간중간 필요할 때 교체로 분위기를 바꾸는 방식을 택했다. 이게 맞다. 다른 구성을 실험하고 싶으면 다른 경기에서 하면 된다. 

 

상대는 119번의 공격시도에 60번 성공(51%)했고 우리는 143번 시도에 48번 성공(29%)했다. 공격시도수가 우리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은 상대의 공격수가 적다는 것이고 상대가 다른 방식으로 점수를 더 많이 내었다는 말이다. 즉 우리가 블로킹을 많이 당하고 범실로 점수를 많이 헌납했다는 소리이다. 상대의 119번의 공격시도에 대해 우리는 40번(34%)의 블로킹 시도를 하였으며 그 중 5번(13%)을 점수로 연결 시켰다. 우리의 143번의 시도에 대해 상대는 50번(35%)의 블로킹 시도를 하였으며 그 중 11번(22%)을 점수로 연결시켰다. 이번 VNL 경기한 중에 상대가 블로킹 손을 가장 덜 댄 날이다. 블로킹 시도 비율이 상대와 가장 차이가 안나는 경기였다. 즉 상대의 블로킹이 높이는 놓은데 그렇게 잘 따라오는 편이 아니다. 독일의 블로킹 시도 비율은 일본이나 태국과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는데(브라질에서는 선수구성이 달라져서인지 블로킹 시도 비율이 약간 높았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원래 이정도가 평균인데 그동안 우리나라 공격수들이 너무 블로킹에 대고 때리는 바람에 우리나라의 수치가 그동안 비정상적으로 높은게 아니었나 생각된다. 서브는 독일이 5점 우리가 4점인데 양쪽 다 범실이 10개씩이라 둘 다 손해보는 서브를 했다. 

 

박은진과 이다현이 6점, 7점 낸 것이 좋아보인다. 중앙에서 뭔가를 좀 해주면 날개가 편해지는 법이다. 그게 블로킹이던 공격점수이던 간에... 중앙이 힘을 내니 날개도 힘을 많이 냈다. 그리고 3세트에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정지윤과 강소휘가 8점, 7점씩 내어주었기 때문이다. 강소휘는 범실이 좀 많은 단점은 있었지만 에이스급의 역할(에이스라고 하기엔 약간 부족하지만)을 두 명이 동시에 해주니까 숨통이 트이는 거 같다. 

 

결국, 배구는 공격으로 풀어야 한다. 수비력의 현대건설이 야스민 부상 이후에 수비력으로 버티고 버티다가 끝내 몰락했다는 것도 이 명제를 뒷받침 해준다. 우리나라는 박정아처럼 클러치 능력만 뛰어난 선수(정말 특정 상황에서만 잘한다)보다는 평균적으로 공격을 어느정도 이상 해 줄 수 있는 선수들을 키워야 한다. 김연경이 참 위대한 선수인 이유는 공격, 수비, 서브 모든 것을 다 잘하기 때문인데 이런 천재는 하늘이 내려주는 거지 키우는 게 아니다. 그런 사람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의미도 없고 가능성도 별로 없다(그 정도의 천재면 중학생 정도때부터 소문난다. 적어도 현재 고등학생까지는 그런 천재가 없다). 그러니 어제의 정지윤급의 공격력을 가진 선수 서너명을 대표팀에 넣을 수 있도록 열심히 키워야 한다(서너명 이상되어야 하는 이유는 기복이 심한 여자배구 특성상 컨디션 좋은 선수가 2명이상 들어갈 수 있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배구리그인 V리그에서는 성적때문에 신인기용비율이 너무 낮다는 문제가 있다. 코보컵에는 가끔 신인들이 등장하는데 본 시즌이 시작되면 귀신같이 닭장에 쳐박힌다. 재작년의 정윤주 정도를 제외하면 신인이 계속 기용되는 일이 거의 없다. 페퍼 정도가 이한비(이한비도 어느정도 나이가 있는데...)를 계속 밀어서 어느정도 수준까지 올려놓은 정도이고 나머지 팀들 중 신인 공격수는 경기중에 얼굴 볼 일이 없다. 강소휘 조차도 FA를 한 번 거친 선수이다. 그렇게 신인들을 못 키우니 기존의 어느정도 하는 선수들이 귀해지고 실력에 비해 연봉이 높다는 소리가 나온다(연봉문제는 문제가 많다. 실력에 비해 연봉이 높다는 특징도 있지만 김연경급의 선수가 나오면 연봉상한에 걸려 능력에 비해 돈을 잘 못받는 문제도 있다). 신인이 크기 위해서는 정말 2군리그가 필요하지만 과연 2군 리그를 만들 수나 있을까? 1군에서 제대로 뛰는 선수도 부족한 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