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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배구대표팀 VNL 2주차 3경기: 크로아티아전

레기통쓰 2023. 6. 17. 12:26

또 졌다. 1승 가능성이 있다는 유일한 팀이었지만 0-3으로 졌다. 크로아티아는 세계랭킹 30위. 우리나라는 27위(점점 내려가고 있다)로 근소 우위였다. 엊그제까지 1승이 없던 3팀이 우리나라와 크로아티아, 네델란드였었다. 네델란드는 세트는 가져온 적이 있고 크로아티아는 직전 미국전에서 1세트를 가져왔다. 세트 한 번 못가져온 팀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런 와중에 어제 네델란드는 폴란드에게 3:0으로 이겼다. 꼴찌를 놓고 펼친 맞대결에서 크로아티아의 1승 제물이 되어주어 유일한 무승팀에 무득세트팀이 되었다. 지난해의 유일한 승리가 크로아티아 전이라서 더욱 뼈아픈 1패였다. 지난해부터 치면 VNL 19연패의 늪에 빠져들었다(설마 24연패까지... 할 수도 있겠다. 그러면 그냥 스스로 강등 신청하자).

1세트가 아쉬운 경기였다. 23-20까지 앞서고 있다가 연속 다섯점을 내어주고 졌다. 후반까지 23-20으로 리드를 잡았을 때는 처음으로 세트를 따내는가 했지만 상대에 중앙이 뚫렸고 정호영의 공격이 블로킹을 당해 23-22가 되었다. 긴장한 것일까? 문지윤의 공격 범실이 나왔다(23-23). 그리고 연속 실점으로 1세트 끝. 2세트도 비슷비슷하게 따라가다가 14-13에서 14-17이 된 이후부터 계속 끌려갔다. 그래도 2세트에는 좀 따라라도 갔지만 3세트에는 1, 2세트때 기운을 다 쓴 건지 아니면 포기한 건지 박살이 났다. 3세트에 선수 구성을 바꾸었는데 호흡이 전혀 안맞았다. 

 

전체적인 기록을 살펴보자.

공격점수는 36대 37, 1점차이로 비슷했다. 서브에이스는 7개인 우리가 1개 더 많았다. 밀린 건 블로킹 점수(5대 14, 세 배 정도 차이가 난다)와 상대범실로 인한 점수(10 대 18, 우리가 18점을 그냥 준 것이다)이다. 블로킹점수차이와 범실점수차이 합쳐서 17점차이 만큼 우리가 진 경기이다. 디그수는 비슷했으나 리셉션 수가 우리가 많다. 점수가 밀려서 서브의 수가 상대가 많으니 나타난 결과이다. 저 쪽에는 확실하게 믿을 수 있는 사마단이라는 선수가 있었다(우리나라와의 경기 한정이지만). 미들블로커가 아웃사이드히터보다 점수를 많이 냈다는 것은 우리가 상대 미들블로커를 막지를 못했다는 말이다. 사마단과 정호영은 둘 다 미들 블로커이다. 이번 승부는 미들블로커의 능력차이인 듯 하다. 사마단은 속공을 잘 하는데 정호영은 그냥 키만 믿고 오픈성 공격만 한다(몇 번이나 말했지만 미들블로커 전향이 늦어서 미들블로커로서의 기본기가 너무 약하다). 특히 사마단 선수가 1, 2세트에는 4점, 6점 내다가 3세트에 8점낸 것은 우리의 3세트 선수 구성이 개판이었다는 말도 된다.

 

아래 선수 출전 기록을 보면 크로아티아쪽은 정말 깔끔하지 않은가? 어제 일본처럼 가끔 교체해주는 것도 없었다. 그냥 6명의 주전+리베로(대기리베로는 나오지도 않았다)로 끝냈다. 크로아티아는 저번 미국전에 1세트를 따 낸 그 구성 그대로 출전했다. 미국전에서는 중간에 살짝살짝 교체라도 해주었으나 우리와의 경기에서는 그럴 필요도 없었다. 이것은 상대의 감독의 의중일 것이다. 잘되고 있는 세팅을 끝까지 밀어붙여서 서로간의 호흡을 높이는 일종의 연습과도 같은 경기 운영을 한 것이다.

 

반면 우리 감독은 언제나 그랬듯이 1, 2세트를 특정 조합을 써보고 안되면 3세트는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 3세트에 주전이 다 바뀐 결과가 14점 내고 패배한 것이다. 박정아와 문지윤 둘 다 1, 2세트만 나오고 3세트에는 교체로도 들어가질 않았다. 어제 고정인 사람은 표승주와 정호영이었다. 이정철 해설위원도 비슷한 말을 언론에 한 적이 있는데 지금 여자배구대표팀은 어차피 지는 거 베스트 멤버를 계속 밀어붙여서 경기중에라도 연습을 시켜야 하는데 우리 감독 생각은 좀 다른 것으로 보인다. 내가 볼 때는 감독이 아직도 선수들 파악이 다 안되어서 여러가지를 시도하면서 선수파악 중으로 보인다. 이 사태는 감독이 다른 팀 코치를 맡고 있어서 대표팀 연습에 한 번을 참석 안했던 걸 탓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팀의 능력치는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세세한 부분에서 차이가 났다. 공격성공률이 우리가 30%, 상대가 34%이고 상대공격수 당 블로킹 시도율이 우리가 29%, 상대가 45%이다. 상대가 훨씬 블로킹을 잘 따라 붙었다는 것을 말해준다. 블로킹 성공률은 우리가 15%, 상대가 25%이다. 상대의 블로킹 시도가 많은데 점수로 연결한 비율도 훨씬 높다. 그 결과 블로킹 점수가 5대 14라는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서브에이스는 우리가 1개 더 많았는데 서브범실은 우리가 7번에 상대는 1번이다(위 전체 기록지에서는 서브범실이 나타나지 않는다. 아래 서브관련 박스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브 점수가 7대 6인데 서브범실로 7점을 더 내어주었으니 서브 전체로 보면 8대 13로 오히려 밀린다. 

 

각각의 선수에 대해 필요한 사실만 확인해보자.

이번 경기에서 전체적인 효율로 보면 팀에 큰 도움이 되는 선수는 없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ABS(ABS는 Aattack(공격), Block(블로킹), Serve(서브)의 약자이다) 전체 효율이 20%를 넘는 선수가 없다. 크로아티아도 사실 이런 면에서는 약하긴 한데 그래도 상대의 에이스였던 14번 사마단 선수가 21%이다. 김다은, 문지윤, 박정아 3명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도 문제이긴 하다

 

 

 

위의 표에 있는 공격기록을 보자. 갈수록 표승주 이외에는 날개 공격수들을 못믿겠는지 이번에는 중앙 공격이 다른 때에 비해 많았다(새로운 시도일 수도 있다). 정호영이 12번 시도중 7점 내고 2번의 에러, 이다현이 12번 시도중 4점 내고 2번의 에러. 이주아가 4번의 공격시도중 2점 내고 1번의 에러이다. 정호영은 못한다못한다 해도 3명의 미들블로커중에 효율이 제일 좋긴 하다(참고로 상대의 사마단 선수가 23번의 시도중 12점을 내고 2번의 범실로 효율이 43%이다). 우리나라 미들블로커 중에 속공이 가능한 사람이 이다현 뿐이라는 것도 문제다. 정호영은 오픈공격이 위주이고 이주아는 거의 이동공격이고 이다현은 속공과 이동공격이 둘 다 가능하다. 박은진이 속공이 가능한데 어제 나오질 않았다. 그런데 속공 자체가 세터와 호흡이 중요한데 염혜선과 호흡이 맞는 속공하는 미들블로커가 박은진 밖에 없다. 즉 어제 그냥 속공은 없었던 것이다. 

 

표승주는 공은 많이 받았는데 범실이 많고 성공률이 낮아서 효율은 낮은 편이다(30% 정도의 공격성공률이지만 범실까지 고려한 공격효율은 12%이다). 강소휘와 김다은은 범실과 득점이 같았다. 문지윤이 점수낸것보다 범실이 더 많았고(지친걸까?) 박정아도 그렇다. 감독이 박정아를 사용하는 방법을 확실하게 알아두지 않으면 계속 이 꼴이 날 거 같다. 왜 1세트 끝난 뒤에 바꿔주지 않는 걸까? 1, 2세트 다 삽질하게 하고는 3세트에 쉬게 해주는 이런 방식은 박정아용 방식이 아니다. 1세트에 좀 안된다 싶으면 바로 바꾸어주고 2세트 중간에 넣어보고 아직 개판이다 싶으면 3세트 중간에 넣고 해야 하는데... 그냥 2세트까지 '믿는다 박정아!'로 밀어붙이다가 '에이 안되네'하면서 빼버리면 해결이 안난다. 

 

블로킹은 정호영, 문지윤이 2개씩, 박정아가 1개 잡았다. 상대의 미들블로커가 4개, 3개 잡고 아웃사이드히터가 3개, 2개 그리고 세터가 2개 잡아서 고루고루 막힌 것과 비교된다. 

 

 

위의 표는 서브에 관련된 스탯이다. 서브를 강하게 넣어야 겠다고 생각한 거 같다. 좋은 태도이다. 하지만 팀이 상대를 따라가고 있을 때는 서브 실수가 전체적으로 힘이 빠지게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서브 범실도 할 때를 봐가면서 해야 한다. 전체적으로 7개의 범실이 있었고 얻어낸 점수는 7점이다. 그래서 서브만으로는 수지가 0이다. 상대는 6점 얻었는데 범실은 아웃사이드 히터가 1번만 했다. 그래서 상대는 서브로 5점을 낸 효과를 봤다.

 

꼴찌를 경쟁하는 팀이라 그런지 공격력이나 수비력 등은 그렇게 까지 차이 난다는 생각이 안들었다. 다만 저쪽에는 확실한 공격루트인 14번 사마단 선수가 있었는데 우리는 정호영이 그렇게까지는 못해주었다. 사마단 선수의 컨디션이 이날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사마단 선수가 미국전 기록상으로 다른 선수들보다 공격점수도 낮고 다른 미들블로커인 3번 선수보다 블로킹도 잘 못했다. 즉 미국전에서는 효율성이 상당히 낮은 선수였는데 한국과의 경기에서 완전히 변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의 수비가 약해서 그럴수도 있지만 브라질 전에서 상당히 잘했던 선수라 컨디션이 좀 들쭉날쭉 하는 것 같다. 

 

다음 경기는 하루 쉬고 독일과 승부한다. 독일은 15일에 태국을 3:1로, 오늘 일본을 3-2로 이겼다. 내일 독일은 브라질과 경기를 한다. 우리는 하루 쉰다. 하루 쉬는 장점을 발휘해서 독일전에서 한 세트라도 가져왔으면 좋겠다. 크로아티아가 첫 주차에 유일하게 23점까지 2번이나 따라갔던 팀이 독일이다.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해본다. 

 

걱정되는 것이 크로아티아전에서 세트라도 한 두 개 땄으면 어느정도는 괜찮았을 건데 한 세트도 못 따고 0-3으로 져버려서... 우리 선수들이 위축될까 걱정된다. 생각보다 멘탈이 중요시 되는게 배구라서 다음 경기부터 악영향이 있지 않을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