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가 무언가 새롭게 알아가는 것들

화를 내는 것에 대해 - 2. 당신은 누구에게 가장 자주 화를 내시나요?

레기통쓰 2023. 6. 11. 19:01

화를 내는 것에 관한 두 번째 글이다. 첫번째 글은 왜 화를 내는 것일까? - 1. 노인들은 왜 화를 못 참을까? (tistory.com)이다. 첫번째의 글은 노인들이 왜 화를 못 참는 경우가 많은지에 대해서 논한 글이다. 이번에는 화를 내는 이유와 누구에게 화를 가장 많이 내었을까라는 것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화를 가장 많이 내는 대상은 보통 '어머니'이다. 

Bing의 image creator에 의뢰한 '어머니에게 화를 내고 있는 청소년기 아들' 그림이다. 확실히 ai의 그림은 손가락이 늘 이상하다. 위 그림처럼 특히 엄마랑 많이 싸운다.

 

 

내가 가끔 혼자 나를 반성할 때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은 친할수록 내가 화를 내는 빈도가 많았다는 것이다. 어머니, 형, (아버지는 무서워서 생략), 친한 친구, 우리 조카... 늘 반성하며 화를 안내야지 하고 생각한지 십여년이다. 요새는 남에게 화를 안내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다만 혼자 좀 화가 나서 투덜거리면서 삭이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그러다 우연히 이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우연히 유튜브에서 봤다. 

 

 

“나를 인지하는 뇌 영역” 정재승, 화내지 말아야 하는 이유 #집사부일체 

 

 

 

'집사부일체'라는 프로그램의 일부 영상이다. 정재승 교수가 시작부터 무서운 질문을 한다.

 

"우리는 살면서 누구에게 가장 많이 화를 냈을까?"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답은 '어머니와 아버지'이다. 정재승 교수에 따르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가장 화를 많이 낸다고 한다(내가 이상한게 아니었어!!!) 

 

"나 좀 내버려둬"

"엄만 대체 왜 그래?"

 

이렇게 자주 화를 낸다고 한다. 특히 어머니에게 가장 화를 많이 낸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자.

 

뇌과학의 영역으로 보면 뇌의 전두엽 쪽에 '나'를 인식하는 영역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남'을 인지하는 영역도 있는데 나와 가까운 사람일 수록 그 영역이 '나'를 인지하는 곳과 가깝다고 한다.

 

그런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엄마'를 인지하는 영역이 타인을 인지하는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인지하는 영역과 거의 같은 곳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를 나와 동일시 하기 때문에 내 맘대로 엄마를 통제하고 싶어한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가 내 맘대로 행동하지 않거나 내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불같이 화가 나서 엄마에게 화를 낸다고 한다. 

 

그런데 '통제하고 싶다'라는 게 무슨 말일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같은 회차에서 그 답을 찾아보았더니 다른 동영상으로 '통제'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상대방 통제” 정재승, 동물들 유추를 통한 사람이 화를 내는 이유! #집사부일체

 


'우리는 언제 왜 화를 내는가' 에 대해서 현재의 뇌과학은 충분한 설명을 해주지 못한다고 한다. 하지만 일종의 유추를 통해 어느 정도 짐작은 해볼 수 있다. 

 

화를 낸다는 것은 내가 어떤 상황이나 행동이 싫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화를 낸다는 것은 싫은 상황이나 행동을 싫지 않은 것으로 바꾸고 싶다는 표현과 같다. 그러므로 화를 내는 것은 내가 원하는대로 상황이나 상대의 행동을 통제하고 싶어하는 것과 같다. 이런 결론에 대해 동물들의 경우를 살펴보았다. 

 

아프리카의 초원으로 가보자. 사자를 보자(영상에는 호랑이도 같이 예를 들었지만 내가 하필 초원으로 가자고 해서). 사자는 화를 낼 일이 별로 없다. 가끔 하이에나가 새끼를 위협하기도 하고 사냥을 실패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화를 낼 일이 없다.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이 오면 하이에나나 사냥감을 물어죽이면 끝이기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이기 때문이다. 사자가 화가 나서 싸우는 경우는 사자끼리 싸울 때 뿐이다. 그 때는 상대 사자가 자기 마음대로 통제가 안되니까 화가 난 채로 싸우게 된다고 한다.

 

이제 우리나라 시골마을로 가보자. 동네에서 가장 화가 많아서 누가 지나가기만 해도 화내는 개를 생각해보자. 이 개는 묶여 있는 상황, 밖으로 내가 모르는 사람이나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상황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한다. 그냥 오토바이는 아무리 내가 오지 말라고 짖어도 지나다니고 옆 집 아저씨는 내가 짖으면 대문을 뻥 차면서 알아듣지 못하는 고함을 지른다. 이렇게 그 개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 대다수가 자기 마음대로 통제가 안되니까 계속 화를 내는 것이다. 

 

이런 사실들에서 유추해보면 내가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는 '내가 권력이 있다'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상황을 통제하고자 하는 욕망이 '화를 낸다'는 행동을 통해 표현되는 것이다. 그래서 제일 앞의 영상에서 말한 '통제하려고 한다'는 것이 화를 낸다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되는 것이다. 

 

 

영상을 다 보고 난 뒤 몇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 중 제일 먼저 든 생각이 정치 이야기 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국힘에게 화를 내고 국힘지지자는 민주당에게 화를 낸다. 이렇게 화를 내는 이유가 결국은 '정치라는 것은 이러이러 해야한다'라는 자신의 믿음에 맞추어서 상대당을 통제하고 싶다는 욕망이 발현된 게 아닐까? 원래 정당이라는 것이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정치 모임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상대당이 내 지지당처럼 될 수는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 어느새인가 우리는 상대당 마저도 내 정의에 맞추어서 움직여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실제 민주당 지지 게시판이나 국힘 지지 게시판에 가보면 상대당에 대한 욕 밖에 없다(요샌 민주당 쪽에는 친명과 비명이 싸우고 있더라만은). 

 

결론은 괜히 화내지 말자. 상대당의 정책이나 의견, 태도 등의 이유로 싫어하지는 말자. 나와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가지자.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