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가 무언가 새롭게 알아가는 것들

운전에 대한 잘못된 인식: 창문 열기와 에어컨 틀기

레기통쓰 2023. 6. 9. 18:58

"기름값 나간다. 에어컨 끄고 창문을 열어~"

 

라는 소리를 자주 들었었다. 그래서 고속도로를 달리면 창문을 살짝 열고(많이 열면 너무 시끄러워서) 에어컨 끄고 달렸다. 이런 내 지식을 뒤엎어버리는 유튜브를 봤다. 

 

창문 열었을 때와 에어컨 켰을 때의 연비 차이, 몸소 실험해 보았습니다

'돈 세는' 소리가 아니라 '돈 새는' 소리인데... 일단 화면의 자막이 거슬린다. 하지만 내용도 충실하고 재미도 있다

 

비슷한 속도와 rpm을 유지하면서 같은 거리를 달리는 조건에서 문을 다 열고 주행하는 것과 문을 하나만 열고 주행하는 것, 그리고 문을 다 닫고 에어컨을 풀로 틀어놓고 달리는 것을 비교한 실험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각각의 조건에 따른 연료소모량. 결과 장면 캡쳐

 

창문을 많이 열고 달리면 에어컨을 풀로 가동하는 것보다 훨씬 더 연료가 소모된다. 실험결과 에어컨을 돌리는 것보다 공기의 저항을 뚫고 달리는 게 더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단 창문을 열면 연료가 더 많이 드는 것은 실험을 안해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동승자중 누가 방구를 뀌거나 해서 냄새 빼려고 창문을 다 열때 속도를 유지하려면 엑셀도 약간 세게 밟아야 했던 기억이 나긴 난다. 엑셀 더 밟은 만큼 연료가 더 소모되는 걸 몸으로 알고 있었다.

 

다만 에어컨 킬 때와의 비교는 따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냥 에어컨이 연료 많이 먹으니까 에어컨을 끄는 것이 연료를 적게 쓰는 거라 대충 생각하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 영상에서 실험한 대로라면 고속도로에서는 창문을 닫고 달리는 것이 제일 연비가 좋다. 더운 여름에는 창문을 닫으면 힘드니까 이 때는 에어컨을 키는 것이 연비가 더 적게 든다. 시내에서 달릴때야 큰 차이가 없겠지만 고속도로를 달리면 대충 80~120사이로 달리니까 그만큼 공기의 저항도 쎄지기 때문에 연료도 많이 드는 것이다. 이런 공기의 저항 때문에 차의 디자인은 대부분 유선형이다. 창문을 1개 열 때와 4개 다 열 때의 저항 역시 큰 차이가 난다.

 

결론적으로 저 영상만 보면 고속도로에서는 차가 안막힌다는 가정하에 에어컨을 풀로 키고 시원하게 달리는 게 창문 열고 달리는 것보다 훨씬 낫다.

 

물론 정확한 실험은 아니다. 일단 에어컨을 주로 켜는 한여름의 온도가 아니다. 에어컨을 켰을 때 안에 있는 분이 추워서 패딩을 입을 정도면 완전 여름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운전하시는 분 복장을 보면 봄철인 듯 하다. 7월 9일에 올라온 영상이니(2년전) 6월쯤에 촬영했을 듯 하다. 여름에 에어컨을 키고 달리면 쓰는 연료의 소모량이 안더울때보다 더 클 것이다. 그럴때와의 비교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바람이 어떻게 부느냐도 생각보다 차이가 많이 난다. 3번의 주행때마다 바람의 영향이 달라서 정확한 비교가 어렵다. 또한 출발과 도착을 같은 자리에서 해도 교통상황에 따라 달리는 거리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달리는 시간과 거리에 대한 비교가 없어서 정확하진 않다. 이런 여러가지 애매한 점이 있어도 그래도 눈여겨 볼 점이 있어 소개해 보았다.

 

그리고 영상에 달린 댓글 중에는 80km/h를 기준으로 그 보다 속도가 높으면 에어컨이 낫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내가 못 찾아서인지 근거를 찾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고속도로의 최저속도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참고)

유선형(流線型, Streamlining Shape)은 네이버사전에 "물이나 공기의 저항을 최소한으로 하기 위하여 앞부분을 곡선으로 만들고, 뒤쪽으로 갈수록 뾰족하게 한 형태. 자동차, 비행기, 배 따위의 형에 이용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런 디자인을 적용한 차량을 유선형 차량(流線形車輛, Streamliner)이라고 한다. 

 

공기저항과 스포츠) 

공기저항은 속도를 즐기는 스포츠에서 가장 강력한 장벽으로 다가온다. 쇼트트랙이나 빙상경기에서 고글에 쫄쫄이 유니폼을 그냥 입는 것이 아니다. 그 웃긴 모습의 유니폼과 고글은 국대쯤 되는 선수들이 달리는 속도에 비례해서 커지는 공기의 저항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아예 이 공기저항을 최대한 안 받기 위해서 쇼트트랙에서는 뒤에 쳐진 채로 달리다가 뒤에 몇 바퀴 남기고 앞으로 치고 나가는 전략도 있다(최민정이 이런 전략을 잘 쓴다).

 

이 공기저항을 남에게 미루는 일은 경쟁경기에서 늘 일어나는 일인데 아예 이것을 잘 이용하라는 '팀추월' 경기도 있다. 3명(또는 4명)을 팀으로 달리는 경기인데 가장 뒤에 있는 사람의 기록으로 순위가 정해지는 스포츠이다. 만약 다른 팀을 우리팀 가장 뒤에 있는 선수가(우리팀 모두가 라고 말해도 된다) 추월하면 그대로 승리한다. 보통은 그러지 못하기에 가장 뒤에 있는 사람의 기록으로 비교해서 순위가 매겨진다. 그래서 선수들은 작전을 짠 대로 서로 교대로 공기저항을 맞아주면서 세 명 모두의 체력을 유지하면서 전체 기록(정확히는 가장 뒤에 있는 선수의 기록)을 높이는데 모든 역량을 쏟게 된다. 협동심이 가장 중요한 경기인 것이다. 

 

평창에서 김보름과 노선영 사이에 생긴 문제(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한민국 여자 팀추월 대표팀 논란)의 논쟁거리는 가장 뒤에 있는 노선영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처음에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름이 언론과 여론에 린치를 당할 때도 안타까웠지만 최근 노선영이 김보름에게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위자료를 물게 되었다는 이유로 김보름은 잘못이 없고 노선영이 죽일 X이다라고 주장하는 것도 참 안타까운 일이다. 노선영의 태도 때문에 김보름이 문제가 없었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일을 다 이해 못한 것이다. 일단 노선영도 피해자라고 나섰지만 완전한 피해자는 아니다. 팀추월에는 협동심이 가장 중요한데 앞에 타는 김보름에게 '천천히 타 미친 X아'등의 폭언을 하는 것 자체가 같이 하지 말자는 소리와 같다. 그런데 김보름과 다른 한 선수도 '선영언니가 그렇게 늦게 올지 몰랐다'등의 변명으로 자신들이 같이 맞아줘야할 공기저항을 둘이서 나눠서 맞아주고 노선영은 그 긴 시간과 거리의 공기저항을 혼자 계속 맞게 했다는 건 변명의 여지 없는 잘못이다. 그 정도로 서로 감정이 상했고 그걸 참지 못하겠다면 팀을 해체하던가 선수를 교체하는 방법을 택했어야 한다. 하지만 둘 다 대놓고 서로 한 번 죽어봐라는 식으로 끝까지 자기 생각만 하면서 달린 게 저 문제의 핵심이다. 

 

물론 칼은 노선영이 먼저 빼들었다. 온갖 언론에 다 나가서 자기가 피해자라는 걸 강조하고 다녔다. 덕분에 김보름은 한동안 죽일 X이 되어서 욕이란 욕은 다 먹었다. 내 생각에는 김보름이 노선영과의 일을 그 때 터트렸으면 둘 다 욕먹는 상황이 되어서 일단 입 다물고 있었던 거 같다. 그리고 한참 지나서 노선영에게 재판을 걸어 위자료를 받아내는 방식으로 자신은 잘못이 없었던 것 처럼 행동하고 있다. 당시 여자 팀추월 최하위인 폴란드 역시 우리와 비슷한 따돌림 논란이 있었다(한국 이어 폴란드 여자 팀추월도 ‘따돌림’ 논란).

 

한강 자전거도로)

자전거 동호회를 가보신 분은 알겠지만 제일 앞에 가장 잘 타는 사람이 서고 나머지 분들은 일렬로 따라간다. 처음 달리는 사람이 공기저항을 받아서 힘이 제일 많이 든다. 그리고 뒤에 붙은 사람들은 앞 사람이 공기를 흩어놔서 공기저항이 줄어든 상태로 따라가는 것이다.

 

한강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남의 뒤에 붙는 행위를 '피를 빤다'라고 나무위키에 적혀 있던데 그럼 나는 늘 피를 빤 게 된 것인가? 나는 속도를 어느정도로 달려야 되는지 잘 몰라서 누가 잘 탄다 싶으면 뒤에 붙어서 거리를 유지하면서 따라가는 것을 즐긴다. 너무 빨리 타는 사람은 따라갈 수 없지만 따릉이가 아니고 어느정도 탄다 싶으면 그 사람 뒤를 따라가는 걸 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