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처음 쓴 글에서는 '주인', '애완견'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반려인'이라는 좋은 표현이 있다고 고쳐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주인과 애완견 모두 주종 관계를 나타내는 표현이라 피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반려인과 반려견 이라는 좋은 표현이 있으니 그렇게 표현하는 게 좋겠다라고 들었다. 그래서 다 고쳤다. 영문위키에서는 보조견의 반려인을 handler라고 표현해서 '핸들러'나 '파트너'로 고칠까라고도 생각해봤는데 그거까지는 고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서 반려인으로 통일해서 썼다. 내가 개를 무서워해서 개 관련된 쪽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그런 표현도 골라 쓰는 게 좋다는 것 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흔히 장애인 보조견이라고 하면 나도 그랬지만 다들 시각장애인 보조견인 안내견만을 떠올릴 것이다.
우연하게 유튜브가 나도 알지 못했던 보청견에 대한 것을 보여주었다.
나의 무식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아 저런 개도 있구나 했다. 처음 알았다. 장애인 보조견에는 크게 4가지 종류가 있다고 한다.
- 시각장애인 안내견(Guide dog, 미국에서는 Seeing Eye Dog를 더 많이 사용) - 흔히 알고 있는 안내견이다. 가장 선호되는 종은 래브라도 리트리버로 공공장소나 사람 많은 곳에 출입할 때 성격이나 인상이 점잖아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단모종이라 관리하기도 편한 편이다(털 문제는 기르는 사람마다 이야기가 다르다). 필요할 때 사람을 끌어야 하기도 해서 덩치 큰 개를 선호한다. (워낙 많이 알려진 보조견 종류라서 긴 설명은 생략한다)
- 청각장애인 보조견(Hearing dog) - 청각장애인 도우미 견이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실내에서는 초인종, 전화기 소리, 알람시계, 세탁기 완료 소리 같은 생활형 소음이나 화재 경보, 아기 울음 소리 같이 빨리 반응해야 하는 소리가 나면 반려인에게 가서 신호를 전달해서 소리나는 곳으로 안내하거나 위험신호에 빠르게 반응하라고 재촉하는 역할을 한다. 실외에서는 차량 경적, 사이렌 소리 혹은 누가 반려인를 부르는 소리를 듣고 반려인에게 전달한다. 외국에서는 코커 스패니엘, 코커푸(코커 스패니엘과 푸들 믹스) 그리고 래브라도 리트리버 등등이 쓰인다고 알려져 있는데 위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우리 나라는 작은 개 위주로 쓴다(우리나라에서 작은 개를 쓰는 것은 내 생각으로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인 거 같다. 소리를 판단해서 반려인에게 알려야 하는데 반려인이 소리를 못 듣기 때문에 짖는 것으로는 전달을 못한다. 그래서 옆에서 점프를 한다던지 앞발로 긁는다던지 난리를 쳐서 듣지 못하는 사람에게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데 큰 개가 난리를 치면 이웃집에게 그 소음이 피해가 될 수 있어서 작은 개를 선호하는 것 같다). 이 보조견들은 다양한 소리 중에서 반려인이 알아야 하는 소리를 구분하는 훈련을 한다고 한다. 또한 지시를 수어로 받기 때문에 주인의 수어를 이해하기 위해 수어교육도 받는다. 언제나 수어로 소통하기 때문에 평소에 반려인을 계속 바라보고 있다(시각장애인의 안내견이 주위를 계속 살피는 것과는 반대이다). 그래서 그냥 반려인을 많이 좋아하는 일반 반려견과 구분이 잘 안될 때가 많다.
- 지체장애인 보조견(Mobility Assistance dog) - 몸을 잘 가누기 힘들거나 이동이 힘든 장애인을 위해 이동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보조견은 크게 2가지 유형이 있다. 먼저 휠체어 등의 사용자를 위한 보조견이다. 이동자체가 거의 안되는 사람을 위한 보조견이다. 필요시 휠체어를 끌기도 하고 떨어뜨린 물건을 주워다 주기도 한다(아래 두 사진 중 위의 사진). 두 번째 타입은 영어로 counter balance 역할을 하는 보조견이다. 한글로 하면 중심잡기 도우미 정도로 표현할 수 있겠다. 파킨스씨병(Parkinson's disease)이나 다발성경화증(multiple sclerosis) 등의 질병을 앓으면 스스로 몸의 중심을 잘 못잡는다. 이렇게 스스로 몸의 밸런스를 잘 못 잡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보조견이다(아래 두 사진 중 아래쪽 사진). ( 두 가지 타입 모두) 사람을 끌어야 할 때도 있고 넘어지는 반려인을 받쳐야 할 때도 있기 때문에 대형견 위주로 훈련한다.
- 의료 대응견(Medical Response dog) - 반려인의 특정 건강 상태에 반응하도록 훈련된 개이다. 발작이나 간질 등의 병처럼 한 번 증상이 나타나면 스스로 대응할 수 없는 병에 대해 특정 반응을 하도록 훈련한 보조견을 말한다. 예를 들어 당뇨환자의 의료대응견은 반려인의 혈당이 너무 높거나 낮은 정도를 감지할 수 있도록 훈련한다. 뇌전증 전조 증상을 캐치하는 개도 있다. 아래 영상을 보시면 알 수 있는데, 이 도우미 견들은 뇌전증 발작이 일어나면 다른 사람에게 알리거나 반려인의 몸(정확히는 목부위) 아래로 들어가서 기도를 확보하는 등 사람만큼 빠른 대응을 해준다고 한다. 평소에 병이 나타나지 않을 때는 약 가져오기, 전화기 가져오기 등의 자잘한 심부름을 하거나 주인의 이동을 보조하기도 한다. (나무위키에서는 치료도우미견(Theraphy dog)으로 표시하고 있다. 이 글을 적으면서 내가 찾아본 사이트가 영문위키인데 거기에는 Medical Response dog이라고 되어 있어서 일단 의료대응견이라고 번역해두었다)
근데 왜 다 '푸들'일까? 🐩|크랩 (뇌전증 경고 도우미견)
우리나라는 이런 도우미 견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나쁜 편이다. 가게나 공공장소에 못 들어오게 한다던지 아니면 개가 너무 크니 다른 곳으로 이동해달라고 요청하는 등의 사례가 많다고 한다. 그래도 시각장애인의 안내견은 이제 홍보가 많이 되어서 그나마 괜찮은 편인데 청각장애인 도우미견은 도우미견이라는 노란색 표지가 있어도 크기가 작아서 그냥 애완견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많아서 더 피해를 많이 본다고 한다. (아래 영상 참조). 그리고 다른 도우미견들은 대부분 대형견이고 시각장애인용 안내견처럼 큰 하네스(목줄 대신 쓰는 도구)를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알아보기 쉬운데 보청견의 경우에는 일반 목줄을 쓰기 때문에 그런 경향이 더 심한 것 같다. (시각 장애인의 안내견이 그나마 낫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아직도 어디에 못들어오게 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개가 덩치가 너무 크니 무섭다고 생각하나보다. 대부분 잘 몰라서 그런 것이다. )
[오픈마이크] 청각장애인의 '귀' 구름이도 "어딜 개가!" #안내견환영 함께 해주세요 / JTBC 뉴스룸
[현장 카메라]낯설다고 쫓겨나는 청각장애인 도우미견 | 뉴스A
같은 분이다. 1년 간격으로 뉴스에 출연하셨다. 많이 알리고 싶으셨나보다.
장애인 보조견(도우미견)은
장애인복지법 제40조(장애인 보조견의 훈련ㆍ보급 지원 등) ③누구든지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이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거나 공공장소, 숙박시설 및 식품접객업소 등 여러 사람이 다니거나 모이는 곳에 출입하려는 때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4항에 따라 지정된 전문훈련기관에 종사하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자 또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 관련 자원봉사자가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경우에도 또한 같다.
에 의해 어디든지 출입할 수 있다(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에는 개털 알러지 정도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곳에서 거부당하고 있다고 한다. 일전에 롯데마트 사건처럼 언론에 알려지면 그나마 나아지는데 반복되는 안내견 출입 거부... 막을 방법 없나? | 아주경제 (ajunews.com) 같은 뉴스가 계속 나올 만큼 거부가 심하다. 거부하게 되면
장애인복지법 제90조(과태료) ③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3. 제40조제3항을 위반하여 보조견표지를 붙인 장애인 보조견을 동반한 장애인, 장애인 보조견 훈련자 또는 장애인 보조견 훈련 관련 자원봉사자의 출입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한 자
에 의해 과태료를 물리게 되어 있으나 실제로 과태로 처분은 거의 안된다고 한다. 장애인복지법으로 규정되어 있는 과태료인데 이 법의 행정청이 보건복지부이다. 그래서 보건복지부에서 과태료를 부과하고 이의신청도 받고 이거저거 다 해야 한다(사건도 조사해야 하고 사전통지서도 발부해야 하고 아래 그림과 같은 복잡한 과태료 부과 과정을 거쳐야 하고 의견(불만)도 들어야 하는 이런 과정들). 이런 게 귀찮아서인지 실제로 과태료 부과가 잘 안된다고 한다.
내 생각으로는 사람들이 도우미견을 거부하지 않으려면 과태료보다는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도우미견에 대한 인식의 개선은 도우미견에 대해 아는 것 부터 시작한다. 일단 알고 나서 그리고 몇 번 경험해봐야 개선이 될 것이다.
사실 나도 예전에 버스에서 안내견을 처음 봤을때 비명부터 지른 경험이 있다. 내가 워낙 개를 무서워하기 때문이다. 개는 그런 날 보더니 자기가 공격할 생각이 없다는 표시인지 턱을 땅에 붙이면서 내 눈치를 보았다(글 을 적으며 생각해보니 나는 놀라서 '악' 소리를 낸 것인데 개에게는 위협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등에 있는 그 노란조끼를 보고 잠시 상황판단을 한 뒤에 깜짝 놀라서 개를 데리고 있는 분에게 사과를 했었다. '제가 개를 무서워해서 순간 놀라서 그랬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그 분께서 괜찮다면서 오히려 '우리 애가 덩치가 커서 놀라셨을거에요. 죄송합니다'고 이야기를 해주셔서 눈물이 날 만큼 부끄러워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분 께서 개를 만지거나 계속 보지 않으셨으면 한다는 말씀도 해주셔서 그렇게 하였다. (결국 그 개한테 사과도 따로 못했다. 사실 그 분의 요청은 핑계고 안내견에 대해 알기는 아는데 무섭기는 또 무서워서 따로 터치나 접촉을 할 생각이 없었다. 실제로도 안내견들을 만지거나 칭찬하거나 하는 행동들은 안하는 게 좋다고 한다. 그냥 놔두면 제일 좋다.)
그 이후에 장애인 안내견에 대해 열심히 알아보고 공부했다(그런 나도 보청견이 있다는 건 몰랐다... 이건 부끄러운 일이다). 그리고 몇 년후 어느 피서지에서 다시 장애인 안내견을 보았는데 원래 내가 무서워하는 만큼은 무섭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옆에 있던 조카에게 저 강아지들이 얼마나 훌륭한 일을 하는지를 설명해줄 수 있었다(우리 집안의 특징인지 우리 조카도, 그 아버지인 우리 형도 개를 조금은 무서워한다. 나처럼 심하지는 않지만). 개를 무서워하는 내가 '개가 훌륭하다'라는 설명을 하니 형님이 계속 놀려댔던 기억이 난다(내 동생이 개 욕 안하는 거 첨 봐 라고 했던 거 같다).
나는 이랬었다. 내 경험상 알아야 바뀐다. 장애인 보조견이 되기 위해 얼마나 많은 훈련을 거치고 개로서의 본능을 억제하는지에 대해 알아야 한다(유일하게 억제 못하는 게 발정기라서 중성화 수술이 필수라고 한다ㅠㅠ. (추가)댓글에 도우미견은 개의 본능을 그렇게까지 많이는 억제하지 않는다고 하신다. 아래 댓글에 잘 설명해주셨다). 그래야 나같이 개를 무서워하는 사람이라도 보조견을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다. 보조견을 거부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무섭거나 (장사하시는 분이면) 손님이 그 보조견 보고 가게로 안들어올 거라 생각하니 자꾸 나가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보조견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한다. 이를 통해 보조견은 귀찮아하거나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 보조견은 좋은 일을 하는 것 뿐이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대다수가 될 때 보조견을 거부한다는 뉴스가 더이상 들리지 않을 것이다.
사족)
산책도 개가 없는 현충원에서 하는 것을 즐기는 내가 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자는 글을 쓸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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