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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NL 여자배구 3, 4 경기 결과 (미국 전, 태국 전)

레기통쓰 2023. 6. 5. 23:20

우리나라 여자배구팀이 1라운드 전패를 했다. 작년까지 합쳐서 VNL에서만 16연패이다. 감독이 바뀐 뒤에 이긴 것은 (지금 VNL에서 우리와 같이 한세트도 못 따낸) 세르비아에게 작년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한 번이다(지금도 뒤에서 1~2등을 다투는 중이다). 태국에도 셧아웃...VNL 16연패 성적표 받아든 여자배구 (naver.com)

 

한 번 기록을 보자. 우선은 미국전이다. 

 

미국전 기록지

 

미국은 2진급으로 경기를 하는 여유를 보였다. 미국전에서 우리는 리베로로 신연경 대신에 문정원을 투입하였다. 박은진과 정호영으로 인삼 미들블로커 2인을 썼으며 김다인이 주전으로 염혜선이 1, 3세트에 잠시 들어왔다가 나갔다. 아웃사이드에는 표승주와 김미연이,  아포짓은 문지윤이 맡았다. 여러가지 포지션을 실험하는 것인지 체력 안배를 하는 것인지 파악이  잘 안된다.

 

우리나라를 보자. 공격은 107번 시도에 36번의 성공(33%)이다. 블로킹은 상대의 78번의 공격시도 중에 21번(유효블로킹, 방해는 했음 27%)이 우리나라의 유효블로킹이고 유효블로킹 한 것 중에 3번(14%)을 블로킹 득점했다.  서브는 54번 시도해서 서브에이스는 없었다. 

 

미국의 기록을 보자. 공격은 78번 시도에 37점(47%)을 냈다. 107번의 한국의 공격 중에 52번을 유효블록했고(48%)  그 중 15번은 블로킹으로 점수를 주었다(유효블로킹 중 28%). 서브는 75번 시도해서 에이스가 5번이다. 

 

일단 서브에이스를 다섯개나 준 것도 문제지만 서브를 잘 못 받았다. 공격도 잘 안되는 것 같고. 세터의 역량에 문제가 있거나 작전이 제대로 걸리지 않은 것 같다. 감독이 터키에서 오질 않아서 특정 작전 연습할 시간도 없었을 것 같다. 한유미가 미리 작전을 연습시키지를 못했을 것이다. 한참 연습했는데 대장이 등장해서 그거 말고 이런 작전 연습하자고 하면 본인이랑 감독이랑 서로 이상해질 거 같아서 기초적인 훈련만 시킨 것으로 보인다.

 

공격도 안되지만 더 안되는 것은 수비이다. 특히 블로킹. 리시브 잘 못 받고 상대의 공격 못 따라가고 어이없는 실수하고... 총체적인 난국이다. 블로킹으로 점수를 내는 건 안해도 되는데 일단 손에 맞추어서 저 쪽에서 원하는대로 공격을 하게 만들어주면 안된다. 우리의 공격은 50% 비슷하게 유효블록 당하는데 우리는 27%를 손에 맞춘다(블로킹 시도를 한다). 어제 미국의 터키전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연히 난다(미국은 터키를 3:2로 이겼다). 터키는 미국의 153번의 공격중에 75번을 블로킹 시도를 했다(손에 맞추었다). 즉 50%정도를 방해한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공격성공률이 35%(54회 성공)까지 떨어졌다. 우리에게는 에이스들 몇몇 빼고 해도 공격성공률이 47%이다. 블로킹이 못따라가는 건지 아니면 공격수가 너무 높아서 손도 못대는 건지.... (솔직히 둘 다 일거 같다). 참고로 미국의 터키전 유효블로킹률은 36%이다(터키의 공격 147번 중에 54번 손 대어서). 우리에게는 48%나 손댄 애들이다.

 

그나마 2세트에는 22-15까지 앞서고 있다 듀스까지 가버렸지만 3세트에서는 11점 내고 졌다(15점 내기인 5세트인 줄....). 2세트 때 미국애들의 컨디션이 나빴나보다. 원래 차이가 많이 나서 그러려니 했다(미국, 터키는 포기하고 봤다. 도쿄 올림픽때 터키를 이긴 게 기적!)

 

 

 

태국과의 경기도 살펴보자. 태국은 신장차이를 핑계로 댈 수 없는 나라이다.

태국전 기록지

박정아가 나름 열심히 하였다. 하지만 표승주, 김미연, 강소휘가 받쳐주질 못했다. 문지윤(71번)과 정지윤(16번) 이렇게 두 지윤이 아포짓으로 뛰었는데 정지윤의 컨디션이 나빴다. 리베로는 문정원으로 2경기 연속 뛰었다. 문정원이 공격력이 약하다지만 지금은 문정원 공격수도 괜찮을 거 같은데... 문정원이 아웃사이드에 있으면 수비가 안정되는 보너스가 있다. 박정아 반대편에서 늘 버티던 사람이라 괜찮을 거 같은데 문정원이 리베로라 아쉽다. 미들블로커 조합은 계속 바뀐다. 정호영 고정에 한 명씩 실험하는 것 같다(캐나다 전에서는 정호영이 아예 안나왔다). 지금 실험할 때가 아닌데 계속 실험 중인가부다.

 

확실히 다른 기록지 보다는 보기가 그나마 괜찮다. 

 

우리는 공격시도 124번 중 41번의 성공(33%), 블로킹은 상대 공격 113번 중에 39번 시도(34%)해서 5개(12%)를 잡아내었다. 서브에이스는 3개였다. 

 

태국은 공격시도 113번 중에 48점(42%)을 내었으며 블로킹 시도는 우리 공격  124번 중에 62번 시도(50%)해서 13점(21%)을 내었다. 서브에이스는 역시 3개였다. 

 

상대의 높이가 그나마 낮은 편인데도 미국전과 같은 공격성공률(30%)를 기록하였다. 그나마 상대의 높이가 낮아서 우리의유효블로킹이 34%까지 올라갔다. 캐나다 전에서는 20%, 미국 전에서는 27% 였는데 그나마 많이 올라갔다. 블로킹도 5개나 해냈다. 이건 태국의 높이가 낮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태국의 공격성공률은 다른 팀들보다는 낮게 나왔다(미국은 47%, 캐나다는 53%이다. 미국은 2진급이라는 걸 잊지 말자). 그나마 유효블로킹이 몇 % 올라가니 공격성공률을 조금은 낮출 수 있었다. 우리의 공격중의 반 이상을 블로킹이 제대로 따라 붙었다는 걸 잊지 말자. 무려 50%나 블로킹 시도를 하였다. 저 유효블로킹이 우리의 공격성공률을 미국전 수준으로 낮추어 버린 것이다. 그 중에서 13번이나 블로킹 점수를 가져갔다.

 

역시나 2세트에만 반짝 힘을 냈다. 태국이 그렇게 블로킹이 높은 편이 아닌데도 유효블로킹도 많이 당하고 블로킹 점수도 많이 주는데 이것은 작전의 부재로 보인다. 내 생각에는 세터의 능력은 2차적인 문제이다. 세터가 약속된 플레이 없이 올려줄때는 치기 좋게 높게 올려주는 것 외에는 할 게 없다. 한마디로 우리 대표팀은 그동안 감독의 부재로 인해서 세트 플레이가 연습이 안된 것 같다. 작전이 단순하고 올리는 공의 방향이 예측이 가능하니까 블로커들이 바로바로 따라 붙는다.

 

진짜 이것만 문제라고 한다면 이건 시리즈가 진행 될 수록 이 문제점은 해소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 일정이 빡빡해서 연습할 시간이 부족하고 현재 정해진 포메이션이 없어서 교대로 출전하다보니 경기중 플레이로 연습하는 것도 안된다. 이럴 때는 선수들끼리 대화를 많이 하고 약속된 플레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또 그 플레이들에 속임동작은 얼마나 넣을 것인지 다 정해야 한다. 다른 선수의 속임동작 없이 그냥 공격수에게 올려주면 작전없이 올리는 것 처럼 블로킹이 다 따라붙어버린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우리나라는 공격루트가 다양하질 못하다. 태국은 상대의 높은 벽을 뚫기위해 다양한 공격루트를 활용한다. 그래서 캐나다에 이긴 것이다(사실 태국은 우리와 캐나다에만 이겨서 2승 2패이다). 하지만 우리의 문제점 중 하나는 백어택(후위공격)이나 속공의 활용도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백어택은 외국인에게 맡겨두는 경향이 있어서 더 그게 심하다(저저번 시즌에는 현대건설의 황민경(지금은 기업은행)도 시도하곤 했는데 어느새인가 그런 모습이 없어졌다. 작년에 우리나라 선수중에 백어택은 김희진과 김연경 정도였다. 가끔 김미연도 하고... 이렇게 생각하니 다른 몇몇 선수들도 하긴 했다. 정말 가끔이라 그렇지). 속공의 경우에 이다현이 잘 하는데 감독하고 잘 안맞나보다. 캐나다전에 나왔으나 미국, 태국전에는 다 결석했다. 이다현 말고 미들 블로커들은 속공이 약하다. 박은진이 그나마 낫다. 이주아는 이동공격에 특화되어 있고 정호영은 기본기가 약해서 오픈 공격만 잘한다(국내에서나 통하지 높이가 있는 외국 상대로는 통하질 않는다... 어라 태국에는 통해야 정상인데) 결국 속공이나 백어택이 없다보니 오픈성 공격만 하게 되고 오픈 공격은 블로커들이 다 따라오게 되어 있다. 

 

우리대표팀은 그동안 그냥 김연경에게 올려만 주고 김연경이 후위면 어떻게든 전위로 올때까지 버티기에 들어가는 그런 전술에 너무 익숙해져서 다른 속임동작이나 후위공격, 그리고 다른 작전들을 연습하지 않았던 걸로 보인다. 그걸 김연경이 은퇴를 했는데도 계속 그 방식으로 하나보다. 속도를 높이고 상대를 속이는 작전들을 갈고 닦지 않으면 새로운 김연경이 나올때까지 계속 이런 식일 듯 하다. 

 

 

정말 말하고 싶은 결론은... 다음 감독은 전임감독(다른 곳에 보직 없는 사람)으로 맡게 하자... 될지는 모르지만...

 

 

사족) 다음 경기는 15일이고 브라질에서 브라질하고 한다. 너무 무기력하게만 무너지지 않았으면 한다(일단 나는 마음을 비웠다). 문제는 자꾸 이러면 우리 선수들의 의욕들이 떨어질 거 같아서... 의욕이 떨어지면 운동하기 싫어지고 그럴 때 부상도 덩달아 같이 오는 경향이 있다. 

 

힘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