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의 벌거벗은 세계사 - 전쟁편 책을 읽다가 '언덕 위의 도시' 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뭔가 있어보이는 이름이다. 책소개를 하는 글을 쓸까 했는데 생각해보니 저건 tv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거라 큰 의미가 없어보여서 안쓰기로 했다. 그래도 처음 본 개념인 '언덕위의 도시'에 대해 알아보자
언덕 위의 도시(city on a hill/ 마태복음 5:14의 ‘산위에 있는 동네’를 의미함)는 유토피아, (기독교적인) 이상사회를 말한다. 미국을 건설한 사람들(건국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청교도적인 목표의 핵심이며 '미국은 다른 나라와 다르다. 미국은 특별하다'라는 미국예외주의(American exceptionalism)를 나타내는 대표 단어이다. 보통 말할 때 앞에 shining을 붙여서 '빛나는 언덕위의 도시(shining city on a hill)'라고 하거나 뒤의 언덕을 빼고 '빛나는 도시(shining city)'라고 말한다. 아니면 그냥 '도시(city)'라고 불러도 문맥상 저 언덕위의 도시를 의미하기도 한다.
마태복음의 관련부분을 살펴보자.
소금이요 빛이라(막 9:50; 눅 14:34-35)
(마 5:13)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니 소금이 만일 그 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짜게 하리요 후에는 아무 쓸 데 없어 다만 밖에 버려져 사람에게 밟힐 뿐이니라
(마 5:14)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 산 위에 있는 동네가 숨겨지지 못할 것이요
(마 5:15) 사람이 등불을 켜서 말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 위에 두나니 이러므로 집 안 모든 사람에게 비치느니라
(마 5:16) 이같이 너희 빛이 사람 앞에 비치게 하여 그들로 너희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
마: 마태 복음
(마태오의 복음서(공동번역), 마태오 복음서(가톨릭), 마태복음(개신교)는 기독교 신약성서의 첫 권이며, 세 개의 공관복음서들 중 하나이다. 이스라엘의 메시아가 어떻게 이스라엘에서 거부당하고 처형당했으며, 어떻게 이스라엘과 그 지도자에 대한 예언을 남겼고, 어떻게 이방인들의 구원자가 되었는지에 대한 책이다)
막: 마가 복음
(마르코의 복음서(공동번역 개정판), 마르코 복음서(로마카톨릭), 마가복음(개신교)은 기독교 신약성경의 하나로 예수의 행적과 가르침을 담은 복음서이다)
눅: 누가 복음
(루가의 복음서(공동번역 개정판), 루카복음서(로마 가톨릭), 누가복음(개신교)은 기독교의 신약성경에 포함된 복음서이다)
* 약자에 대한 ( ) 안의 설명은 위키백과 에서 가져왔다.
위의 마태복음 '소금이요 빛이라'의 내용은 세상의 모범이 됨으로써 기독교를 전파하라는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내게는 이 말씀이 억지로 남의 집에 문열고 들어가서 '믿어라. 교회나와라' 이러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이 된다)
이 '언덕위의 도시'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청교도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위키백과의 정의를 살펴보자.
청교도(淸敎徒, Puritans)는 로마 가톨릭교회의 핵심인 교황, 제도 중심주의로부터 영국 국교회의 순결(purity)과 복음 중심주의를 추구하며 16세기에서 17세기에 활동한 개신교도들이다. -위키백과
즉 종교개혁의 시대에 가톨릭에 저항하여 영국에서 일어난 기독교 분파의 기독교도들이다. 이 청교도들은 영국의 국교인 성공회와 대립하게 되는데 엘리자베스 1세가 즉위하면서 이 대립은 성공회의 승리로 마무리 지어진다. 엘리자베스 1세 시절 청교도들은 개종의 위협과 여러가지 종교적인 탄압에 시달리는데 그 이후 국왕 제임스 1세 때도 이 탄압이 계속 되었다. 결국 청교도들은 자신들의 종교의 자유를 위해 새로운 곳으로 이주하려는 마음을 먹고 처음에는 네델란드로 간다. 네델란드는 가톨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네델란드의 자유분방한 문화를 접한 청교도들은 엄격하고 경건한 자신들과는 다른 문화에 충격을 받고 자신들의 아이들도 저런 문화에 물들 것을 염려하여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영국에서 종교탄압에 시달리던 청교도들이 결국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니 그 때 탓던 배가 그 유명한 '메이플라워' 호이다. 미국으로 건너간 청교도들은 항해때도, 정착과정에서도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하지만 정착이 성공하자 영국의 다른 청교도들도 미국으로 몰려가기 시작했다.
미국에 정착한 청교도들이 내세운 슬로건이 '언덕위의 도시' 였다. 모두가 우러러 보는 유토피아를 만들기 위해 하나님의 계시와 선택을 받고 여기에 왔다는 뜻이었다. 즉 언덕위의 도시는 유토피아를 의미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사실 이 세 문장만 있어도 되는데 앞에 청교도 이야기를 한 것은 내 머리 속에서 나름 정리가 잘 되어 있어서이다. 자랑하고 싶어서... 성공회가 어떻게 세워졌고 어떤 특성이 있어서 청교도와 대립했는지에 대해 정리를 하려니 너무 양이 많아져서...)
이 슬로건은 미국의 건국정신으로 인정받는다. 그래서 많은 미국인 정치가들이 언급하는 단어이다. (아래의 정치가의 언급은 영문 위키를 참조하였다)
1961년 존 F. 케네디 대통령 당선자는 매사추세츠 주 법원에서 한 연설에서 이 문구를 인용했다.
그(존 윈스롭(John Winthrop))는 "우리는 항상 언덕 위의 도시가 되어야만 하며 모든 사람들의 눈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오늘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진실로 우리에게 쏠리고 있으며, 우리의 정부들은, 모든 지부에서, 모든 수준에서, 국가, 주 및 지방에서 언덕 위의 도시와 같아야 하며, 그들의 큰 신뢰와 그들의 큰 책임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건설되고 거주되어야 합니다.
"We must always consider", he said, "that we shall be as a city upon a hill - the eyes of all people are upon us". Today the eyes of all people are truly upon us - and our governments, in every branch, at every level, national, state and local, must be as a city upon a hill - constructed and inhabited by men aware of their great trust and their great responsibilities. (존 윈스롭(John Winthrop)은 영국 청교도이자 신정정치(종교에 의한 정치)를 추구하던 칼빈주의자로 미국으로 이주한 뒤에 미국의 뉴잉글랜드를 종교개혁의 빛을 전 세계에 전파하는 등대와 같은 ‘언덕 위의 도시’로 건설하자고 주장한 사람이다)
레이건 대통령도 이 개념을 자주 언급한 정치인이다. 여러차례 언급했는데 대표적으로 고별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내 정치 생활 내내 빛나는 도시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내가 그것을 말할 때 내가 본 것을 제대로 전달한 적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내 마음 속에서 그 도시는 바다보다 강한 바위 위에 세워진 크고 자랑스러운 도시였으며, 바람이 불고 하나님의 축복을 받았으며, 조화와 평화 속에 사는 모든 종류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고, 상업과 창의성으로 북적대는 자유 항구가있는 도시였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빛나는) 도시도 '언덕위의 도시'이다)
I've spoken of the shining city all my political life, but I don't know if I ever quite communicated what I saw when I said it. But in my mind it was a tall, proud city built on rocks stronger than oceans, wind-swept, God-lessed, and teeming with people of all kinds living in harmony and peace; a city with free ports that hummed with commerce and creativity.
상원의원 버락 오바마도 2006년 매사추세츠 보스턴 대학교에서 열린 졸업식 연설에서 이 주제를 언급했다(버락 오바마는 2008년에 대통령이 되었다)
미국의 실험이 시작되었던 곳은 바로 여기, 우리 주변의 바다였습니다. 최초의 정착민들이 보스턴과 세일럼, 플리머스 해안에 도착했을 때, 그들은 언덕 위의 도시를 건설하는 꿈을 꾸었습니다. 그리고 세계는 미국이라는 이 있을 법하지 않은 아이디어가 성공할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메이플라워가 도착한 곳이 메사추세츠이고 거기 주도가 보스턴이다. 메이플라워호가 출발한 도시가 플리머스이며 메이플라워의 청교도들은 자신들이 처음 상륙한 곳을 출발한 곳 이름을 따서 플리머스라고 불렀다)
It was right here, in the waters around us, where the American experiment began. As the earliest settlers arrived on the shores of Boston and Salem and Plymouth, they dreamed of building a City upon a Hill. And the world watched, waiting to see if this improbable idea called America would succeed.
2016년 공화당 전 대선 후보였던 미트 롬니 (Mitt Romney)는 도널드 트럼프 (Donald Trump)의 대선 캠페인에 대해 비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의 국내 정책은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의 외교 정책은 미국과 세계를 덜 안전하게 만들 것입니다. 그는 대통령이 될 기질도 판단력도 없으며, 그의 개인적 자질은 미국이 언덕 위의 빛나는 도시가 되는 것을 그만두게 만들 것입니다. His domestic policies would lead to recession; his foreign policies would make America and the world less safe. He has neither the temperament nor the judgment to be president, and his personal qualities would mean that America would cease to be a shining city on a hill.
2017년, 전 FBI 국장 제임스 코미는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에 대해 증언할 때 이 문구를 사용했다.
... 우리가 항상 서로 싸우는 이 크고, 지저분하고, 멋진 나라를 가지고 있지만, 다른 미국인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우리에게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에 대해 싸우고, 무엇에 투표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우리의 생각방식이나 투표하는 성향, 그리고 행동하는 방식을 바꾸려고 하는 외국 정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최대의 힘으로 우리를 쓰러뜨리고 더럽히려고 하려고 할 것입니다. 그런 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돌아올 것입니다(다시 또 그런 짓을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언덕 위의 빛나는 도시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우리가 빛나는 도시로 남아있는 것을 그들은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W]e have this big, messy, wonderful country where we fight with each other all the time, but nobody tells us what to think, what to fight about, what to vote for, except other Americans, and that's wonderful and often painful. But we're talking about a foreign government that [...] tried to shape the way we think, we vote, we act. [...] [They]'re going to try to run it down and dirty it up as much as possible. That's what this is about. And they will be back, because we remain — as difficult as we can be with each other, we remain that shining city on the hill, and they don't like it.
2020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로널드 레이건 자유와 민주주의 연구소 개관식에서 연설을 하면서 이 문구를 사용했다.
... 그러나 나는 미국이 중국의 공산주의자들에서 부터 테헤란의 테러 정권에 이르는 많은 단체들의 어떤 도전도 극복 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것이 자유인이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함께 합니다. 우리는 문제들을 해결합니다. 우리는 승리하고 그들은 지게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가 언덕 위의 빛나는 도시라는 확신을 가지고 외교 정책을 실행합니다. ...But I am equally confident that America will overcome any challenge, from Communist China to the terrorist regime in Tehran. Because that’s what free people do. We come together; we solve problems; we win, they lose; and we execute our foreign policy confident that we are that shining city on a hill.
사족)
처음에 소개한 책 '벌거벗은 세계사 - 전쟁편'이 tv 프로그램의 내용을 글로 바꾼 것을 모은 책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이 책에는 책이라면 당연히 있어야 할 서문이나 마무리하는 글 둘 다 없다(서문 비슷한 것이 책표지 내부에 몇 줄, 그리고 책 뒷표지에 또 몇 줄 적혀 있는데 서문이 아니라 프로그램의 제작의도이다. 아마 책의 제작의도도 같다고 표현한 것 같은데 서문은 그렇게 쓰는 게 아니다). 제작진이라는 사람들은 그냥 글을 의뢰하고 모아서 출판사에 전달(교정도 봤을까? 교정 봤으면 서문을 쓸텐데..)한 게 전부인 거 같다. 이럴꺼면 '<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이라고 쓰면 안되는데... 지은게 아니라 엮은 거기 때문에 엮은이(또는 편집자)로 들어가야 한다. 어째든 이 책은 그냥 교수(출연자?)들 한 명 한 명의 글을 모은 책이다. 방송내용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고 거기서 다룸직한 내용들인지라 방송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고 말을 했다. 책이 재미는 있다. 방송 보듯이 그림자료도 많고 말도 쉽게 하고 내용도 평이하게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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