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가 무언가 새롭게 알아가는 것들

PA 간호사를 아시나요? - PA(Physician Assistant) 에 대해

레기통쓰 2023. 5. 15. 14:33

요약: PA(Physician Assistant)란 미국 등 외국에서 있는 의사보조원 제도를 말하며 법이 인정하는 정식 직업이다. 하지만 'PA 간호사'라고 부르는 말은 우리나라에서는 (대형병원 등에서 주로 수술과 관련되는) 의료행위(수술 마무리, 처방 등등)를 하는 간호사를 지칭한다(수술실 간호사, 임상전문간호사 등으로도 불린다. 아직 통일된 이름은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간호사의 의료행위는 불법이지만 비용상의 문제로 종합병원들 중심으로 암암리에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다. 

 

간호법을 거부하라는 건의가 대통령실로 올라갔단다(5월 17일 기준으로 거부권이 행사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간호법 - 한 번 더 거부권에서 논의해보았다). 그래서 또 시끄러워질 것 같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간호조무사들이 간호법을 정말 싫어하는 건 알겠는데 의사들이 간호법을 그렇게까지 죽어라 반대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간호법 관련 대립은 결국은 밥그릇 싸움이라는 글에서 의사의 입장까지도 적었지만 내가 적어둔 그 이유가 다 인가 싶었다. 뭔가 다른 이유들이 있겠지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재미나는 영상을 보여주었다.

 

[시선집중] 간호법 제정 둘러싼 의사-간호사 갈등 고조, PA간호사가 뭐길래

처음 들어본 단어가 있네 하고 찾아봤더니 예전 뉴스하나가 눈에 띄었다. 

 

의사 격분시킨 '두 철자'...삼성병원 쏘아올린 'PA간호사' 논란(중앙일보)

 

의사 격분시킨 '두 철자'...삼성병원 쏘아올린 'PA간호사' 논란 | 중앙일보

의협 “업무 범위 둘러싼 사회적 합의가 먼저”

www.joongang.co.kr

조금 지난 뉴스이다. 지난 2월자 뉴스이며 삼성병원에서 'PA 간호사'를 모집한다고 공고를 내어서 대한의사협회로부터 고발당했다는 내용이다. PA 간호사가 뭐길래 의사들이 격분하는 것일까?

 

 

PA 는 우리나라는 인정하지 않는 미국 등 외국의 공식제도이다.

Physician Assistant 의 약어이며 의사보조인력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PA는 정식으로 인정된 직업이지만 학부과정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특정한 과(생물학, 심리학 등등 여러 과가 포함된다)를 졸업한 뒤 특정한 직군에서 몇 년이상(간호보조원이나 구급대원 등 의료 관련업무 3년 정도) 근무한 자만을 선발하는 석사과정(2년제)을 통해 교육 및 실습을 받으며 자격시험까지 통과한 뒤에는 전공까지 선택할 수 있다(따로 레지던트기간이 없기 때문에 전공을 바꾸기도 상대적으로 쉽다고 한다).

 

실제 병원에서는 의사의 지도하에 일(수술보조 및 처방)을 수행해야 하지만 의사가 없어도 특정한 일들은 수행할 수 있다.  의사가 없을때도 수행할 수 있는 일에는 '환자사정', '각종 검사의 결과를 분석하고 해설', '질병 및 상태 진단', '치료 할 것인지를 결정', '약물처방', '환자상태 기록' 등등이 있다 (환자사정이라면 야한 거 생각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영어로는 assessment이고 환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며 진단적인 추론을 하는 과정을 말한다. 쉽게 생각해서 환자가 지금 무슨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모아 그 문제를 파악하는 과정을 '사정' 이라고 한다. 왜 이렇게 어려운 말을 쓰는지 모르겠다. 환자파악 정도로 써도 될 것 같은데). 또한 수술 후 봉합 등의 특정 기술만을 중점적으로 익히기 때문에 인턴이나 레지던트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가진 경우도 많다고 한다. 

 

PA라는 제도 자체가 1차 의료기관(우리나라로 치면 동네에 있는 의원급 병원을 말한다. 저 쪽에서는 클리닉 또는 오피스급 병원이라 표현한다)의 의사부족을 메꾸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주로 1차 의료기관에 근무하며 페이 역시 의사보다 낮고 간호사보다 높은데 (뒤에 설명할) NP와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비슷한 직업으로는 NP가 있는데 Nurse Practitioner의 약자이다. 전문간호사 정도로 표현할 수 있는 NP는 간호대학을 나와서 간호사로 몇 년(2년인 주가 많다) 이상의 경력을 쌓은 뒤에 간호대학에서 개설한 NP 석사과정을 거쳐서 되는 직업이다. 역시 의사가 모자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둘이 하는 일은 거의 같지만 약간의 디테일에서 차이가 있다. PA는 자신이 진단하고 처방하여도 의사와 상의가 필요하고 환자기록을 남길 때도 의사의 확인 후에 (의사의 이름으로) 저장한다. 이에 반해 NP는 의사가 없어도 스스로 다 할 수 있다. 심지어 환자의 기록까지 본인의 명의로 남길 수 있다. 

 

이 NP와 비슷한 우리나라의 제도로 전문간호사라는 제도가 있다.

 

의료법 제78조(전문간호사)
① 보건복지부장관은 간호사에게 간호사 면허 외에 전문간호사 자격을 인정할 수 있다.
② 전문간호사가 되려는 사람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으로서 보건복지부장관이 실시하는 전문간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장관의 자격인정을 받아야 한다.
 1.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전문간호사 교육과정을 이수한 자
 2.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외국의 해당 분야 전문간호사 자격이 있는 자
③ 전문간호사는 제2항에 따라 자격을 인정받은 해당 분야에서 간호 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④ 전문간호사의 자격 구분, 자격 기준, 자격 시험, 자격증, 업무 범위,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현재 의료법상으로 가정, 감염관리, 노인, 마취, 산업, 아동, 응급, 보건, 정신, 중환자, 호스피스, 종양, 임상 분야에만 전문간호사가 존재한다.

 

PA 및 기타 직업에 대한 내용은 다음 사이트들을 읽고 정리하였다. 

PA(Physician Assistant, 의사보조인력)란 무엇인가? (tistory.com)

PA가 되자 :: 미국의 PA (Physician Assistant) 직업은 무엇인가 (tistory.com)

Nurse Practitioner(NP) vs. Physician Assistant(PA)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미국 PA 과정 (NP와 PA 비교 포함)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전문간호사 되는 길(대한간호협회)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조금 다르다.

의사도 아닌데 수술하는, 'PA 간호사' 아시나요(한국일보) 기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그냥 PA이라고 하는 직업이 있는 것이 아니라 PA 간호사라고 불린다(즉 간호사중에 일부를 따로 표현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간호사 직군이 공식적인 것이 아니다(의료법 어디에도 인정받지 못하는 직업이다. 전문간호사는 의료법에서 인정받는 직업이지만 PA 간호사들 대다수는 전문간호사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종합병원에서는 PA 간호사 또는 SA가 버젓이 불리는 명칭이다. 간호국의 간호사들 중에서 몇 명 지명하여 훈련을 시켜서 병원 스스로 만들어내는 사람(직업)이다. PA는 앞에서 설명했고 SA는 Surgeon Assistant 이다. 수술보조원인 것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이라는 드라마를 보신 적이 있는 분은 주인공 의사가 수술이 끝났다면서 '마무리를 잘 부탁해'라고 부탁하는 걸 보았을 것이다(난 전미도씨가 맡은 채송화 수술 장면으로 기억한다). 이 마무리는 원래 집도의 외에 보조로 참여한 의사(보통은 펠로우나 간단한 것은 레지던트)가 하는 것이 원칙이며 일반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런 위험한 수술을 시행하는 과들의 의사, 전공의는 늘 부족하니까 수술실의 전담 간호사들이 이를 수행한다. 이 사람들이 PA 간호사 또는 SA이다(SA 간호사라고 써 있는 문서는 내 검색으로는 못 봤다. 사실 SA를 따로 부를 때는 PA 간호사 대신에 PA라고만 부른다. 'PA 또는 SA' 같이). 이런 것은 우리나라 실정법으로는 불법이지만 의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암암리에 수행되고 있다. 심한 경우에는 의사도 없이 이들이 단독으로 수술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더 끔찍하게 심한 경우 의료기기 판매원이 대리수술을 한 사건도 있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수술실의 이면…영업사원의 대리수술 실태 고발 (sbs.co.kr)).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게 되면 혹시나 일어나는 의료사고의 책임은 누가 지는가에 대한 책임문제부터 환자를 속였다는 정직성의 문제, 환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제공이 되지 않는 문제 등등 많은 문제가 생기게 된다. 그래도 이미 우리나라의 종합병원들 대다수가 이런 PA 간호사들을 병원내에 두고 있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올해 초에는 삼성병원이 채용공고 때문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었지만 이미 2021년에 서울대 병원이 임상전담간호사라는 이름으로 PA간호사를 공식화 하면서 난리가 난 적이 있다([단독] “간호사가 의사업무 대체” 서울대병원, ‘PA 합법화’ 규정 7월 나온다 | 아주경제). 

 

 

결국은 돈 싸움이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것에 대한 가장 쉬운 해결책은 병원이 의사를 필요한 수 만큼 직접 고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병원등은 채용할 의사들이 없다고 항변한다. 아무리 열심히 모아도 안오기 때문에 어쩔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에서는 연봉을 싸게 해서 모집하니 의사들이 지원하지 않는 것 아니냐면서 무조건 의사를 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병원측에서 간호사를 연봉보다 약간 더 얹어주고 의사처럼 부리겠다는 뜻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나는 '둘 다 맞는 주장'이라 어떤 쪽 손을 들어줄 수가 없다. 병원의 입장에서는 의사의 그 높은 연봉을 감당할 재간이 없다. 현재 의료보험 체계에서 종합병원은 수술 등의 돈(인건비나 장비 구입/유지비)이 많이 들어가는 치료행위 만으로는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워낙 의료수가가 낮아서 차라리 보험이 되지 않는 몇몇 과들이 수익을 내지만 그런 과들이 다른 수술하는 과들의 적자를 다 메꿔줄 수가 없다. 그래서 종합병원은 장례식장이나 매점등등을 운영하고 연구과제등을 수행하며 그 손실을 메꾼다고 한다. 이런 것을 의료외 수익이라고 한다. ([이슈분석]영리병원 논란 속 대형병원 적자 늪 이란 기사에서 이 문제를 상세하게 짚어두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술할 의사를 구하면서 연봉을 높게 부를 수가 없다. 미국식의 PA제도를 활용하는 것은 병원이 살아남기 위한 비용상의 최선이라 어쩔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의사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밥그릇이 간호사에게 먹히는 상황인 것이다. 의사들의 주장을 듣다보면 본인들도 개인 병원 차리면 간호사 대신 간호조무사를 고용해서 비용을 줄이면서 왜 의사는 그런 일 당하면 안되냐고 물어보고 싶지만 의사의 일은 의사만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또 틀린 말도 아니라서 쉽게 반대하기도 어렵다. 미국처럼 전문 PA 양성과정도 없이 그냥 병원에서 대충 기술만 연마하도록 키운 PA 간호사가 얼마나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과 내 밥그릇에 발담그지마 라는 분노까지가 의사협회의 입장이라고 본다. 

 

간호사는 현재 의료법상으로 진료 관련 행위는 의사의 지도 하에 진료의 보조업무만을 수행해야 한다(의료법 2조 5항 나. 목). 하지만 PA 간호사가 공식화되고 간호사가 자신들만의 법인 간호법을 가지게 되면 의사에게서 독립해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게 될 거라는 게 현재 의사들의 생각인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의사들의 영역(밥그릇)을 점점 침범할 수 있을 거라고도 생각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간호법 제정으로 인해 직접 피해를 받을 수 있는 간호조무사 보다 더 열렬하게 반대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참고)

의료법 2조 5항 간호사는 다음 각 목의 업무를 임무로 한다.
가.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나.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다. 간호 요구자에 대한 교육ㆍ상담 및 건강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과 수행,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건활동
라. 제80조에 따른 간호조무사가 수행하는 가목부터 다목까지의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

 

사족1)

(의사 지인이 말하는 의사들이 생각하는) 해결책은 전국민의료보험을 포기하던가(이건 너무 위험) 아니면 의료보험료를 올리는 법 뿐이다(결국 의료수가 올려달라는 소리이다). 하지만 '표' 를 신경써야 하는 정치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모두가 내는 의료보험료 같은 돈은 올리기가 너무 힘이 든다(모두가 다 불만을 가지게 되어 그렇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올려도 언제나 찔끔찔끔 올릴 수 밖에 없다). 의료보험료가 안올라가면 의료수가(환자 개인이 지불하는 돈 + 보험공단에서 받는 돈)가 높아질 수 없다. 결국 환자를 더 받아서 이익을 높일 수 밖에 없으니 경쟁이라도 좀 줄이자는 취지로 (지금처럼 의사부족인 줄 알면서도) 의대 정원 확대는 반대하게 된다고 한다.  

 

사족2) 대안으로 PA 간호사를 양성하는 과를 만드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지금처럼 병원내에서 대충 훈련하는 게 아니라 정식으로 빡센 과정을 거치게 하자는 거다. 아예 간호사로 몇 년 경력이 있는 이를 뽑는 간호대학(이나 의과대학)의 석사과정 PA 간호사과를 만들어서 정식으로 교육하고 실습을 받게 할 수도 있다고 새각한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의사의 고유영역 침범이라고 반발할꺼다. 교육이 부실해진다는 이유로 의대의 신설이나 의대정원 늘리기를 반대 하는데 저런 과의 설립을 과연 진통없이 허락해줄까 라는 의문이 든다. 의대에서 저런 과를 만들면 배신자로 몰아갈거고 간호대에서 만들면 교육의 질이 나쁘다고 할 거다. 혹시나 만든다고 해도 현재 버젓이 있는 전문간호사 과정 조차 인정 안하는 병원들이 많다는 걸 생각해보면 안될 일이긴 하다(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 정도가 잘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래저래 허락 안해줄 거 같다.  

 

사족3)

간호사 한 분과 식사자리에서 간호법에 대해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간호조무사협회가 워낙 막강하다면서 우리가 질 거 같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거기가 왜 그렇게 막강하냐고 하니 일단 머리수가 저 쪽이 많고 확인되지 않은 정보이기는 하나 저 쪽은 남편들이 의사인 사람들이 (많고 그 사람들이) 주로 협회 일을 보기 때문에 돈도 많고 의사협회의 협조도 쉽게 얻기 때문이란다.

 

의사 남편 이야기는 동네 의원급에서는 간호사가 거의 없고 간호조무사만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개업초반부터 같이 고생한 간호조무사랑 눈 맞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분이 많을까라고 생각해보면, 내가 아는 종합병원 의사 몇 분은 전부 다 같은 병원 간호사가 부인이라 같은 곳에서 근무하다보면 눈이 맞는다는 것이 거짓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일반 병원 개원한 의사의 경우는 지인이 없어서 판단하기 어렵다. 어째든 이런 이야기는 근거가 정확하지 않아서 남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들으면 흥미로운 이야기라 일단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