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본 뉴스가 피프티피프티 사건이다. 이 그룹은 '빌보드에 랭크되었다'가 내가 알고 있는 전부였던 그룹이다. 그런데 갑자기 재판 어쩌고 저쩌고 하는 뉴스가 나온다. FIFTY FIFTY 전속 계약 분쟁이라고도 불린다. 생각보다 복잡하던데... 일단 간단하게 정리해보면 저 그룹은 원래 소속사(어트랙트)가 따로 있다. 그런데 매니지먼트해주는 회사(기버스)도 따로 있다. 다시 말해 돈 대는 회사와 관리하는 회사가 분리된 것이다. 내 세대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따로 따로 한 이유를 들어보면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 장점도 많아 보인다. 하지만 사공이 둘이 된 모양새라 분쟁이 나기가 쉬울 거 같은 모양새다.
아니나 다를까 매니지먼트 회사가 더 큰 회사(한국 워너브라더스)에게 이 그룹을 팔려는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 매니지먼트 회사는 더 큰 회사의 제의를 소속사에게 전달만 했다고 하는데 원 소속사는 첨 들어보는 말이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매니지먼트 회사와의 거래를 정리를 하려고 했더니 걸그룹의 멤버들이 원 소속사보다는 매니지먼트 회사에 더 소속감을 느꼈는지 아니면 이 쪽을 따르는 것이 더 돈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지 원 소속사에게 전속계약 무효 소송을 걸었다.
여러가지 상황이 있지만 내가 볼 때는 가장 큰 문제는 계약서가 나쁘다고 생각한다. 저 걸그룹이 데뷔하기 위해 소속사가 투자한 금액이 80억 정도 된다고 해서 정말 많다고 생각했는데 원래 대형 신인그룹 하나 데뷔시킬 때는 저정도의 금액을 원래 쓴다고 한다. 그런데 1년에 300팀쯤 나와서(이제는 걸그룹 이름 짓기도 어려울 듯) 그 중 한 10여팀 정도 성공하는 현재의 K팝 시장 상황상 투자금은 정말 낮은 확률로 이익을 가져오지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는 투자금이 손실로 이어지기 쉽다. 그래서 저런 걸그룹이나 보이그룹들의 계약서에서는 정산에 대한 내용은 정말 흐지부지 적혀 있는 경우가 많고 적혀 있어도 회사가 투자금을 회수한다는 명목으로 제대로 지키지를 않는다고 한다. 어느정도 투자금을 회수한 뒤에 정산을 해줘야 회사가 돌아간다는 그런 '관행'이 있기 때문에 정산자체가 불투명하게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요새 대세 그룹인 뉴진스도 1년이 지나서야 정산을 받았다고 한다(심지어 그렇게 받은 정산이 빨리 받은 축이라고 언급하기도 하였다). 그래서 그룹들이 소속사와 싸울 때 정산의 불투명성을 제일 먼저 걸고 넘어지는 것이다.
투자 라고 하는 단어를 생각해보자. 영화판에서 투자금을 모은다고 생각해보자. 투자 한 사람은 영화가 흥행이 잘 되면 모든 일이 다 좋겠지만(그 때는 투명한 정산만을 요구할 뿐) 만약 영화가 손익분기점 반도 못 넘기고 망했다면 투자자의 투자금은 사라진다. '내 돈 내놔라' 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 투자하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투자금 범위 내에서 손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이런 구조의 대표적인 예가 주식회사가 있다). 하지만 연예계에서 신인 그룹들이 데뷔할 때는 그런 게 없다.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상하게 안전장치를 해둬서 손해가 나면 멤버들이 빚을 떠 안는 구조가 된다고 한다. 투자 라고 하기에는 너무 이상하다.
그래서 계약서가 나쁘게 쓰여진다. 소속사가 말하듯이 애들을 키우고 연습시키고 교육시키고 데뷔시키는 과정 전체에 드는 돈이 '투자'라고 한다면 이익이 생기기 시작 할 때 부터 소속사(투자자들)가 몇 %, 그룹 멤버들이 몇 %로 나누어 가진다 라는 정확한 항목이 있는 계약서가 있어야 한다. 계약서의 최고의 중심은 이익의 배분이다. 처음 몇 년은 소속사가 많이 가져간다는 조건이 달릴 것이다(그게 투자한 회사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하는 것일 거니까). 그래서 정확하게 기간을 정하고 배분 %까지 정해두어야 한다. 일정 시간 후에는 이 배분 %를 조정해서 1:1 정도로 나누는 정도까지 가야 멤버들도 그렇게 될 때까지 참아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소속사들은
"우리가 투자를 많이 했으니까 일단 우리가 다 먹을께. 그리고 빚 좀 갚고 나면 정산해줄께"
라고 주장한다. 그러니 그룹 멤버들이 볼 때 우리가 돈을 많이 버는 거 같은데 우리 주머니에는 돈이 하나도 안들어온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러니까 소속사와 서로 감정의 골이 깊어져서 싸우게 되고 이렇게 소속사와 분쟁이 일어나면 정산안해줬다는 사실이 소속사를 공격하는 주된 무기가 되는 것이다. 이번 피프티피프티 그룹의 멤버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최근에 자신들이 잘나가는 것 처럼 보이는데 자신들의 주머니에는 돈이 없는 것이다(일부 사람들은 소속사가 강남에서 월세 몇 백 어쩌고 저쩌고라고 주장하는데 멤버들의 입장에서는 그 이야기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그건 말 그대로 소속사가 자신들에게 한 투자이니까). 계약서 상으로는 돈이 들어와야 하는데 돈은 안 들어온다. 언제 돈이 들어올지에 대한 확답이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즉 언제 배분을 받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이적료를 주겠다 면서 접근한 제의는 정말 반가웠을 것이다. 이익 배분도 정확하게 해주겠다는 말도 들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 제의에 냉큼 응한 것으로 보인다.
내가 다니는 커뮤니티들에서는 진영을 초월하고 저 걸그룹 욕만 하는데 그 이유는 '배신을 했다' 라는 것이다. 배은망덕하다는 이야기 까지 나온다. 하지만 내가 볼 때는 계약서를 제대로 안 쓰는 것이 제일 문제이다. 아니 그런 계약을 하고 제대로 정산도 안해주는 지금의 언예계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이상한 관행을 참고 그대로 두는 것이 더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배은망덕'이라는 표현도 안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의리나 신의 따위를 말할 시간은 지났다. '사람을 믿지 말고 계약을 믿어라'라는 말은 서현진, 이민기 주연의 모 드라마에서 남자배우가 한 대사인데 나는 지금 상황에서 이 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계약을 정확하게 작성하고 그 계약을 정확하게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잘 되면 수백억씩 벌어들이는 사업인데 그 정도의 돈이 왔다갔다 하면 가장 중요해지는 것은 투명한 정산이다. 계약서에 적힌대로 정확하게 분배해주는데 소속사와 분쟁까지 겪어가면서 싸울 이유가 없지 않은가?
내가 볼 때는 그냥 계약을 새로하는 게 제일 좋은 해결책이다.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니까 회사가 조금 더 많이 가져가는 것은 어쩔 수 없고 멤버들이 이해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서로간의 입장을 고려해서 이득을 배분하는 방식을 의논하고 계약서에 명시하여 그것을 지키는 것이 맞다. 그렇게 계약서를 새로 쓰고 기존의 잘 되던 방식을 고수하면 된다. 지금 서로 감정이 많이 상해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감정대로 행동한다면 전부 다 공멸할 뿐이다. (완전 망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계속 잘 나갈 수 있던 걸그룹이 그냥 그저그런 걸그룹이 될 듯한 상황이다) 싫어도 서로 화해한 척 하면서 원래 잘 나가던 때의 시스템을 다시 원상복구 시켜야 한다. 소속사는 새로 계약을 다 한 뒤에는 기존의 분란을 덮어야 한다. 매니지먼트사는 매니지먼트만 하고 다른 계약건들은 소개도 하지 말고 본사(소속사)와 의논하라고 미루어야 한다. 멤버들은 소속사에 속한 것을 잊지 말고 처신을 중립적으로 잘해야 한다. 그게 모두에게 최대의 이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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